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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21화 (21/166)

21. 명부의 두 번째 임무

파각!

조명재가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다시 내달렸다.

그의 움직임에는 더 이상 여유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지금 자존심에 엄청난 상처를 입은 것이다.

감히...

감히 레벨 1 따위가, 천재라 불리는 자신의 공격을 피해 내다니!

그것도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그리고 엉망진창으로 두들겨 맞았던 놈이 순식간에 멀쩡하게 회복했다각성자들의 세계에서는 별 일이 다 일어나기에 그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악으로 기분 나쁜 것은 그렇게 겨우 죽다 살아난 놈의 눈빛이었다.

‘이 새끼가 진짜 뒤질려고!’

놈은 정말로 이겨보겠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마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파아앗!

조명재의 몸이 공중에서 휘돌았다.

순간 백유현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놈의 움직임은 정말로 단 하나의 군더더기도 없었고, 명쾌했으며 깔끔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도저히 어디를 노리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조명재가 자랑하는 3초 킥.

반응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바로 박살이 난다.

[조명재는 극도로 치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거리를 좁혀 들어오며 킥을 날렸다. 그 킥은 전광석화처럼 백유현에게 꽂혔다....]

미래를 쓰는 자의 스포일러.

‘머리!’

그 안에서 한 가지 단어를 발견한 백유현은 곧바로 두 팔을 겹쳐서 머리 쪽을 막았다.

콰앙-

“크윽!”

그와 동시에 조명재의 강력한 킥이 꽂혔다.

버티고 있던 두 다리가 순간 휘청거렸을 정도로 강력한 킥!

그런데 킥을 날린 조명재가 눈살을 와락 구겼다.

같은 동 레벨에서 이 킥을 막아낼 수 있는 각성자는 손에 꼽는다.

오히려 10레벨의 각성자들도 조명재의 3초 킥에는 제대로 반응을 하지 못하고 바닥에 처박히는 경우도 빈번했다.

그런데...이제 겨우 레벨 1짜리가 킥을 막아냈다.

‘진짜...죽여 버린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싸움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1분 중에서 벌써 40초가량 지나갔다.

20초만 지나면 자신의 패배다.

조명재는 그런 굴욕 따윈 겪을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죽어, 이 새꺄-!”

다시 한 번 조명재가 허공에서 빙글 돌며 마치 회오리를 그리듯 다리를 올려 찼다.

파가각!

날카로운 기세가 절로 뿜어져 허공을 찢어 놓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백유현은 그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파칫!

다만, 피하는 속도가 조금 느려 그의 뺨에 길게 혈선이 그어졌다.

조금만 늦었어도 아마 그는 머리에 제대로 킥이 꽂히면서 기절했을 것이다.

그런데 맞는 것과 피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공격이 들어갔다면 반격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공격이 실패했다면...!

파앗-

백유현이 망치를 들고 덤벼들고 있었다.

제법 속도도 빠르다.

망치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드는 순간, 조명재는 코웃음을 치며 뒤로 몸을 뺐다.

망치가 그의 눈앞을 크게 가로지르며 스쳐 지나갔다.

조명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다시 앞으로 짓쳐 나가며 주먹을 아래에서 위로 비스듬히 쳐 올렸다.

사각에서 날아드는 어퍼컷이다.

조명재의 주 무기는 장검.

하지만 어려서부터 격투기를 연마해서 맨손 격투도 상당한 수준이다.

게다가 각성자가 되면서 파괴력과 스피드가 크게 늘어나면서 그는 괴물이 되었다.

백유현 따위는 맨손으로 숨통을 끊어 놓을 수 있는 것이 현재의 조명재다.

아까부터 계속 거슬리는 이해할 수 없는 회피만 아니었다면!

그의 주먹이 순식간에 백유현의 턱밑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백유현은 이미 피할 시간을 놓쳤다.

그래서 두 팔로 얼굴을 감싸서 방어했다.

뻐억-

백유현의 팔뚝 위로 조명재의 주먹이 그대로 파고들었다.

“흐윽!”

막았다.

하지만 데미지가 상당했다.

얼굴을 감싼 두 팔뚝을 모조리 부숴버리겠다는 듯, 조명재의 주먹은 강력하게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백유현의 두 발이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근력과 순발력에서 오는 차이가 서서히 백유현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스포일러의 권능으로 공격 방향을 읽어내긴 했지만, 파괴력을 다 막아내진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백유현이 두 팔뚝으로 얼굴을 감싸자, 조명재가 다시 한 번 주먹을 빠르게 내뻗었다.

마치 벼락이 치는 듯, 그의 주먹이 백유현의 몸통을 향해 매섭게 파고들었다.

그런데 그 때, 백유현이 이해할 수 없는 동작을 취했다.

몸통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머리를 막은 가드를 더욱 굳건히 한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그는 턱을 완벽하게 커버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와 동시에, 조명재의 주먹이 백유현의 몸통에서 곧바로 백유현의 턱을 노리고 솟구쳤다.

빠각-

다시 한 번 백유현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치명적인 일격은 피해냈다.

조명재는 이를 갈았다.

이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놈은 어떻게 자신의 공격을 다 막아내고 있단 말인가!

페인트 모션을 줘서 친 공격도 완벽하게 ‘알고서’ 막아내는 놈을 보며 조명재는 눈살을 와락 구겼다.

시간이 없다.

한 순간 조명재는 백유현의 약점을 간파했다.

데미지.

백유현은 공격을 착실히 막고는 있었지만, 그 안에 실린 데미지는 채 상쇄를 시키질 못하고 있었다. 힘에서 밀린다는 뜻이다.

조명재는 이를 악물었다.

놈과 비등하게 싸우는 것만 해도 짜증이 나는데, 이제 조금만 있으면 자신의 패배가 된다.

파팟-

그는 땅을 박차고는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백유현의 약점이 ‘데미지’ 라면 이제 놈은 끝났다.

촤아앗!

조명재가 허공에서 다시 한 번 휘돌았다.

이것은 태권도의 발차기의 극한에 달한 국가대표들만이 보일 수 있는 회전 차기!

조명재는 회전력을 담아 백유현의 가드를 깨버릴 생각을 했던 것이었다.

놈이 어떻게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방어를 깨면 끝이니까.

한 번!

단 한 번만 깨면 놈은 끝이다!

백유현을 압도하는 순발력으로 만들어진 킥이 그대로 백유현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이번에도 백유현은 발이 묶여 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끝이다!’

조명재의 두 눈이 매서운 빛을 발했다.

콰앙-

그리고 킥이 작렬했다.

“크윽!”

이번에도 어떻게 조명재의 공격을 막아내긴 했지만, 조명재의 생각대로 백유현의 가드가 박살이 났다. 그의 두 팔은 이미 풀려 있었고, 전신이 무방비인 상태.

조명재는 바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놈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일그러진 놈을 보며 그는 웃었다.

이것으로 끝이었다.

파앙-

그런데 그의 주먹이 중간에 누군가에게 잡혔다.

조명재는 손을 빼내려 했지만 요지부동, 마치 쇠 집게에라도 잡힌 것처럼 단단하게 잡혀 있었다.

조명재가 눈을 들어 보니, 그곳에는 교관 김수성이 서 있었다.

김수성은 흘끗 그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1분 지났어. 조명재.”

그는 스톱 와치를 보여주었다.

정확하게 61초.

김수성이 조명재를 보며 마른 어조로 말했다.

“네가 졌다.”

그리고 그는 중간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자, 이 싸움이 워낙 과열된 관계로 본 교관이 정리를 하려 한다. 이의는 없겠지?”

김수성이 조명재 쪽을 바라보았다.

조명재는 씨근덕거리며 이를 갈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

자신의 입으로 뱉은 말이니 어쩔 수 없다.

“조명재와 백유현의 시합은 백유현의 승리다. 이미 서로 합의된 룰에 의한 시합이었기에 그 룰에 의거해서 내리는 결정이다. 번복은 없다. 이상.”

‘후우!’

그의 말을 들으며 백유현은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아마 1초만 늦었어도 힘들어졌을 것이다.

미래를 쓰는 자의 스포일러가 있었어도 근력과 순발력에서 밀리니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아직...갈 길이 멀어!’

때마침 발동된 불사의 재생이 아니었더라면 이마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조셉.

그가 다시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더욱 더 낭패스러웠을 것이다.

백유현은 뼈저리게 깨달았다.

근성과 각오만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근성도, 각오도 그만한 실력이 있어야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시합이 치러졌다.

9번과 10번의 경기에서는 10번 강윤호가 9번 이철성을 찍어 누르고 선발이 되었다.

그냥 아저씨인줄만 알았던 강윤호 역시 제법이었다.

과거 복싱을 했었는지, 몸놀림이 매우 민첩했고 빈틈을 파고드는 실력 또한 제법이었다.

1,2,3,4번의 싸움에서는 순발력이 상당히 뛰어난 고성재가 결국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결과적으로 제 9팀에서는 고성재, 백유현, 강윤호가 선발된 것이다.

조명재는 분을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쌤통이다!”

윤세연이 그의 뒷모습에 대고 혀를 날름거렸다.

그리고 다른 팀도 모두 출전 각성자들이 전해졌다.

그들의 싸움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무시무시할 정도의 강자들이 이렇게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소 얌전해 보였던 각성자들은 자신의 틀을 깨고 엄청난 실력을 보이기도 했고, 반대로 강자로 지목되었던 각성자들이 무력하게 무너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선발전에서 가장 이변을 꼽히는 사건은 바로 조명재와 백유현의 시합.

물론 조명재가 조건을 걸었기에 백유현의 완벽한 승리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그’ 조명재에게서 1분을 버텨낸 것도 대단한 것이라며 수군거렸다.

그리고 초반에 조명재의 살인적인 킥을 맞고도 계속 해서 일어서던 백유현의 독기를 다시 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독한 놈.

그날, 사람들이 백유현에 대해 새롭게 가지게 된 이미지였다.

하지만 백유현은 달랐다.

‘이대로는 안 돼!’

더욱 강해져야 한다.

오늘 조명재와 싸우면서 느낀 점이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발휘했음에도 겨우 ‘버텨냈다’.

이긴 것도 아니고 버텨낸 것이다.

그만큼 각성자 레벨의 차이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했고, 능력치 수치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신을 조각낸 자가 당신을 향해 관심을 보입니다]

이 상황에 또 한 명의 불멸자가 백유현을 향해 관심을 보였다.

‘음?’

그런데 순간 백유현은 오싹- 한기를 느끼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차사가 사라졌어? 아니, 아니야...이건!’

자신을 따라다니던 차사가 사라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오히려...

‘이게 무슨...!’

백유현은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거대한 홀 전체에 검은 안개에 휩싸인 수많은 그림자들이 떠올라 있었다.

저승차사(監齋差使).

바로 그들이었다.

누군가 죽을 때가 되면 나타난다는 그들이 이 홀 가득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곳에 있는 각성자들은 이 사실을 절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왜 저들이 여기에?’

백유현도 저승차사들이 한 군데에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처음 보았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려면 단 하나...

대량학살, 혹은 대형사고.

그렇다면 오늘 여기가...?

백유현이 긴장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뭔가 눈앞에 떠올랐다.

[긴급 포고(布告)!]

[??? : 명부(冥府)에 생긴 거대한 혼돈의 균열을 틈타 수많은 마인(魔人)들이 탈옥했다. 그들을 추포(追捕)하기 위해 나타난 저승차사들의 임무를 도와라. 그리하면 큰 보상이 주어질 것이다. 첫 번째 임무는 시체를 먹는 자, 시귀(屍鬼) 열구를 처치하는 것이다.]

[임무 완료 조건 : 시귀 열 구 처치]

[임무 완료 보상 : 신체 능력치 4 포인트, 얼굴 없는 자와의 친밀도 5]

[얼굴 없는 자가 임무를 의뢰해 왔습니다. 임무를 받으시겠습니까? 추가 보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 임무 완수 기간은 일주일입니다]

[임무 정보 : 시귀는 시체를 먹고 살아가기에 토해내는 숨결에 독(毒)이 있다. 그리고 손톱과 이빨에도 독이 스며들어 있으니, 절대 물리거나 손톱에 긁혀서는 안 된다. 그들의 시독(屍毒)은 차사조차 녹여 버릴 수 있는 극독이니 절대 조심할 것!]

임무다.

알고 보니 저승차사들이 이곳에 대거 모인 이유가 바로, 명부에 생긴 큰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서인 듯했다.

그런데 왜 여기일까?

그 점을 잠시 생각해보던 백유현은 금세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아...설마, 마인들이 내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인가? 원한의 핏자국 때문에?’

여하튼 임무가 주어졌다.

일단 염라(閻羅)로 추정되는 불멸자와의 진도는 조금씩 나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긴 했다. 그리고 조셉의 말에 따르면 팀 대항전에서 우승을 해야 한다고 하니, 그 때를 대비해서도 레벨과 신체 능력치를 올려둘 필요가 있었다.

지금 상태로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으니까.

다행히 황정국은 다치고 치료가 필요한 팀원들을 고려, 팀 대항전은 삼일 후에 시작하기로 공포한 상황이었다.

시간은 충분하다.

‘좋아. 시귀를 잡는다!’

목표가 정해졌다.

시귀.

놈들을 잡아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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