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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20화 (20/166)

20. 궁극의 스포일러

“흠...자네들이 보기엔 어때?”

팀장 황정국이 교관들을 보며 물었다.

교관들은 세세하게 각성자들간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미 팀별 대항전은 시작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역시 예상대로입니다. 몇몇 예상치 못한 각성자들이 두각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예상을 크게 벗어나질 않네요. 진성우의 10팀, 진성연의 4팀, 그리고 조명재의 9팀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건 변함없을 듯싶습니다.”

선임교관 박상진의 말이었다.

그의 눈썰미는 정평이 나 있었다.

그리고 다른 교관들도 그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한 가지 걸리는 게 있습니다.”

그 순간, 박상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두 눈은 날카롭게 빛을 내고 있었다.

제 9팀.

그는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는 저 9팀이 이상하게 신경이 쓰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저 녀석, 백유현 말이죠. 방금 전의 싸움만 봐도, 저 녀석의 움직임은 평범한 레벨 1 짜리 각성자가 보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그래요. 저 녀석, 뭔가 달랐어...아무리 선천적으로 타고 났다고 해도 상대였던 장준식은 레벨 4. 절대 좁힐 수 없는 간극이라는 게 있다고요. 그런데 그런 녀석을 상대로 제대로 치명타를 입히는 데 성공했다는 건...”

교관들의 눈은 역시나 날카로웠다.

황정국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보는 눈은 똑같았나 보군. 평범한 레벨 1 짜리 각성자의 모습은 분명 아니었지. 참 흥미로운 녀석이야.”

“그런데 다음 상대가 조명재라는 것이 문제죠.”

눈매가 날카로운 교관 하나가 입을 열었다.

독사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황태준이었다.

비쩍 말랐지만 겉보기와는 다르게, 그의 근력은 무시무시했다.

카오스 터미널에서의 역할 또한 탱커(Tanker).

“백유현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봐야, 조명재를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조명재에게 크게 다치기 전에 개입하는 걸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레벨 5짜리와 레벨 1짜리는 급이 다른데.”

황태준의 말은 거칠었지만 동시에 맞는 말이었다.

조명재.

하필이면 그가 상대라니!

백유현의 운도 여기까지라고 생각한 교관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리고 사실, 레벨 1짜리와 레벨 5짜리와 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제까지 베타 프로젝트 팀 역사상 레벨 1짜리가 들어온 적은 없었으니까.

그런 레벨 1의 백유현이 레벨 4의 장준식을 꺾은 것은 그래서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천재라 불리는 조명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교관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좀 지켜보죠! 저 자식,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으니까! 그런데 거기에 우리가 개입하는 것도 웃기지 않겠습니까?”

김수성의 말이었다.

옆에서 김승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뒤집어서 생각하면 레벨 1 짜리가 여기 들어온 건 더욱 놀라운 일이니까요. 그건 녀석이 그냥 레벨 1이 아니라는 뜻이잖아요?”

이어진 김수성의 말에 황정국이 희미하게 웃었다.

“이른 바, 슈퍼 레벨 1이라 이건가? 사실 나도 궁금하긴 한 참이다. 천재라 불리는 조명재와, 그런 천재들을 넘어서는 천재라 불리는 백유현. 뭐, 결과는 아마 예상대로겠지만 좀 더 지켜볼까? 저 놀라운 꼬마 녀석이 또 무슨 기적을 보여줄지 모르니.”

“중재가 필요하면 저희가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게 좋겠군.”

황정국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어차피 이건 목숨을 건 혈투가 아니다.

중재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중재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황정국은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백유현, 녀석이 이번에는 어떤 기적을 보여줄 지.

“시작합니다.”

교관들의 시선이 일제히 제 9팀을 향했다.

백유현과 조명재.

둘이 경기장 한 가운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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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포기하지 마라. 그럼 끝까지 따라가서 죽여 버린다?”

조명재가 눈앞에 서 있는 백유현을 차갑게 바라보며 내뱉었다.

백유현은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생각 없어.”

“재수 없는 새끼.”

조명재가 퉤- 하고 침을 내뱉었다.

“넌 좀 가지고 놀아줘야겠다. 그 재수 없는 상판을 묵사발로 좀 만들어줘야 속이 풀릴 것 같거든.”

백유현은 아무 말도 없이 숨을 골랐다.

조셉의 스포일러 권능도 제한이 되었다.

물론 최악의 경우에는 발동이 되겠지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속편하다.

실제로 조명재의 앞에 서니 마치 거대한 산 앞에 서 있는 느낌이다.

초조함이 절로 밀려온다.

이것이 강자의 위압감인가?

“자, 준비!”

그 때 강윤호가 크게 외쳤다.

조명재는 한쪽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로 서 있었고, 백유현은 나무망치를 손에 쥐고 자세를 잡았다. 그의 허리춤에는 작은 나무단검이 꽂혀 있었다.

상대는 조명재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도 이길 수가 없는 상대.

그 때 조셉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 기억하세요! 팀 대항전에서 우승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래야 염라와 계약할 수 있어.’

조셉의 말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그리고 그의 말이 뜻하는 바를 너무도 잘 아는 백유현이었다.

염라와 계약을 하는 그 시작점이 바로 이 싸움이 될 것이다.

그러니 조셉도 그런 말을 하고 간 것이겠지.

미래를 알려주는 그가, 분명 팀 대항전에 백유현이 올라가서 싸울 것처럼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그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백유현이 조명재를 이겨야 한다는 얘기였으니까.

팀 대항전에 나갈 수 있는 인원은 단 세 명.

그렇다는 얘기는 1,2,3,4 번의 승부에서 이긴 한 명, 그리고 5,6,7,8 번의 승부에서 이긴 한 명, 그리고 9,10 번의 승부에서 이긴 한 명. 이렇게 올라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해지는 인원이 세 명이 된다.

그 얘기는 백유현이 조명재를 이겨야만 팀 대항전의 대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후우...아무리 생각해도 승산이 없어. 그런데 왜 조셉은 그런 말을 했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어떤 가상 전투 상황을 떠올려 봐도 100전 100패다.

답답해진 백유현은 조명재의 신체 능력치를 다시 띄웠다.

[조명재의 신체 능력치]

각성자 레벨 5

[근력 18] [지구력 16] [순발력 16] [행운 15]

[정신력 14] [지력 15] [근성 13] [체력 12]

이후 추가될 수 있는 능력 슬롯 수 [12]

역시 무시무시한 수치다.

그 다음 백유현의 자신의 신체 능력치를 띄웠다.

[백유현의 신체 능력치]

각성자 레벨 2

[근력 16] [지구력 11] [순발력 11] [행운 8]

[정신력 12] [지력 18] [근성 15]

이후 추가될 수 있는 능력 슬롯 수 [??]

‘역시나 근력, 지구력, 순발력, 행운, 정신력...모두 내가 밀려.’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비교를 하니 더욱 암담해진다.

‘지력과 근성이 앞선다...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맹수 앞에 선 사냥감이 된 자신의 모습밖에 떠오르질 않았다.

‘후우...침착하자.’

유리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백유현은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그렇다고 무력하게 포기하고 싶진 않아.’

염라와의 계약이 달린 싸움.

백유현은 손에 쥔 나무망치에 힘을 더했다.

‘그래, 불리한 상황은 접어두고 최선을 다하자.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야.’

“자, 다들 준비됐지?”

강윤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백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심판, 잠깐만.”

그런데 갑자기 조명재가 피식 웃더니 꼴같잖다는 듯 백유현을 바라보았다.

“이 새끼, 존나 진지하네? 너, 설마 날 상대로 이기겠다거나 뭐 그런 생각 하는 거냐? 크크! 이거 완전 미친놈이네?”

조명재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싸늘하게 굳었다.

“좋아, 생각이 바뀌었어. 딱 1분주지. 1분만 버티면 네가 이긴 걸로 쳐주겠단 얘기다.”

“뭐? 야, 조명재! 너 그렇게까지 해야 돼?”

윤세연이 바로 항의했고, 다른 팀원들 또한 조명재를 보며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무려 1분이다.

조명재의 3초 킥을 떠올려 보면, 그 킥을 무려 20방이나 맞아야 하는 긴 시간.

한 방, 한 방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엄청난 선언이었다.

“명재 저 놈, 제대로 마음먹은 거 같은데?”

“그래, 나도 소름 돋았어! 저 새끼, 진짜 백유현 죽여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 새끼 왜 저래? 백유현 싫어하는 건 알았지만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냐?”

누구도 1분이 짧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당연히 그랬다.

조명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무서운지, 그리고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아니까. 그 장준식마저도 한 수 접는 존재가 바로 조명재다.

“괜찮겠어?”

심판을 맡은 강윤호가 백유현을 바라보았다.

백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조명재는 그 1분 동안 자신을 무자비하게 몰아붙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버텨내면 팀 대항전의 대표로 나갈 수 있다.

백유현은 이를 꽉 물었다.

“해볼게요.”

“위험하면 교관님들이 막아줄 거야. 너무 걱정 말고.”

“예.”

강윤호는 백유현이 걱정된다는 표정이 되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었다.

강윤호는 백유현을 보며 한 번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자, 시작!”

시작을 알리는 외침이 들렸고, 장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죽했으면 다른 팀의 팀원들도 어느새 몰려와서 둘의 싸움을 구경하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백유현은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자신의 정면에 서 있는 조명재 하나뿐.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그 조명재의 모습이 흔들렸다.

‘엇...?’

콰앙-

그리고 다음 순간, 백유현은 엄청난 충격을 받으며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콰당탕!

“커흑!”

단 한 방.

단 한 방에 그는 오장육부가 모조리 뒤집히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이것이 바로 조명재의 3초 킥.

“일어서.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조명재는 그런 백유현을 싸늘하게 내려다보며 내뱉었다.

3초 킥?

아니다.

이건 평소의 힘보다 훨씬 약했다.

“뭘 그리 빌빌대? 죽을까봐 살살 해주고 있는데. 시간 간다. 일어서라.”

“크으...”

백유현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두 눈의 핏줄이 모조리 터져 나가 그의 두 눈은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늑골이 완전히 박살이 난 듯한 고통이 밀려들었지만, 그는 결국 그 자리에 힘겹게 섰다.

1분이다.

1분만 버티면...

“시...펄, 그래...와라. 해보..”

콰앙-

“크흑!”

콰당탕!

백유현은 다시 한 번 땅바닥에 처박히듯 내리꽂혔다.

바닥에 쓰러진 그의 몸이 경련이라도 하듯 움찔거렸다.

“백유현!”

강윤호가 놀라서 그에게로 달려갔다.

그런데 백유현은 입술이 터져라 꽉 물며 그 자리에서 일어서려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강윤호가 그를 보며 말했다.

“야, 정말 죽고 싶어? 그냥 쓰러져 있어! 기절했다고 하면 되잖아! 저 새끼, 진짜 너 죽여 버릴 생각이라고!

“아...아니요. 저...아직...”

백유현이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입 안이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일어설 수...”

“이 새끼 뭐라고 씨부리는 거야!”

퍼억!

콰당탕!

백유현은 다시금 구석에 처박혔다.

“야, 조명재!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윤세연이 주먹을 쥐고 항의했지만, 조명재는 코웃음만 칠뿐이었다.

그러더니 강윤호를 돌아보며 말했다.

“심판이면 심판이나 잘 봅시다. 예?”

살벌한 그의 눈빛에 강윤호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좀 적당히 해라. 조명재.”

그런데 강윤호는 말을 하다 말고 멈칫했다.

조명재의 시선이 어느 순간부터 그의 뒤를 향해 있었던 것이었다.

그곳에는 백유현이 힘겹게 다시 일어나 있었다.

‘어떻게 된 자식이야?’

강윤호조차 그 불가사의한 근성에 놀랄 정도였다.

백유현은 비틀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아직이야...조명재. 큭!”

“이 새끼가...쪼개?”

조명재가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양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로 그대로 백유현의 가슴팍에 킥을 날렸다.

그 순간이었다.

파앗-

“...!”

조명재가 인상을 구겼다.

백유현.

놈이 그의 킥을 피해낸 것이다.

그것도 마치, 그의 킥이 날아들 궤적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후우, 덕분에 살았네요. 조셉."

백유현은 영문 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자세를 천천히 바로 잡았다.

엉망진창이 된 그의 입가에는 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지금...뭐라고...?”

조명재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백유현은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조명재는 그가 뭐가 달라졌는지 알아차렸다.

눈빛.

그 눈빛에는 묘한 자신감이 서려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백유현이 입을 열었다.

“시간 많나 보지? 조명재?”

조명재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이 새끼, 진짜 죽여 버린다!”

그의 몸이 순간적으로 백유현을 향해 쇄도했다.

그 모습을 보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믿을 수 없게도, 지금 조명재는 전력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조명재!”

보다 못한 김수성이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그 자리에 우뚝 서고 말았다.

“뭐...뭐야?”

조명재와 백유현의 자리가 바뀌어 있었다.

조명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백유현은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은 채로.

놀랍게도 백유현은 조명재가 전력을 다한 공격을 피해낸 것이다.

즉, 조명재는 백유현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하고 그를 스쳐 지나간 상황!

도저히 불가능한 장면에 모든 이들이 놀란 표정을 짓고 백유현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부터 제대로 보여줄게. 내가 가진 모든 힘을...나는...널...”

백유현이 등을 돌리며 조명재를 바라보았다.

“정말 이기고 싶거든."

파아앗-

그 순간 백유현의 전신에서 거대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불사의 재생이 시작됩니다]

[신체에 가해진 모든 데미지가 복구됩니다]

[생체 에너지 발현...]

[세포 재생이...]

....

불사의 재생.

신체에 가해진 모든 데미지를 회복시키는 기적의 힘!

그 불가사의한 에너지는 백유현이 입은 모든 데미지를 순간적으로 복구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어휴, 정말 손이 많이 가는 계약자라니까? 뭐, 어쩔 수 없죠! 미래의 당신에게 받은 게 있으니 일은 해야지. 안 그래요? 하하하!"

백유현의 눈앞에 나타난 조셉이 빙긋 웃었다.

“자, 그럼 궁극의 스포일러, 미래를 쓰는 자를 다시 제대로 시작해볼까요? 뭐, 사실 아까부터 쓰고 있었지만요. 그래도 조심해야 할 겁니다. 저 녀석, 굉장히 강하니까."

궁극의 스포일러.

미래를 쓰는 자가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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