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잡고 폭렙업-17화 (17/166)

17. 스포일러

“응? 너 뭐하냐?”

김수성의 말에 백유현이 그냥 둘러댔다.

“아, 아니에요. 그냥 좀 지쳐서...”

“자식, 좀 쉬면서 해라! 그러다 몸 상한다. 자, 그럼 이 녀석 잘 있는 거 확인했으니까 우린 돌아갈까? 응? 김 교관! 이 녀석 언제 사라진 거야?”

혼자 말도 없이 사라진 김승미에게 툴툴대며 김수성 역시 훈련 동을 나섰다.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백유현은 눈앞에서 빙긋 웃고 있는 조셉을 노려보았다.

“이게 뭐죠?”

조셉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뭐, 이미 보였듯이 미래에 벌어질 상황을 미리 알려주는 권능이랄까요? 거기다 제가 직접 달아 놓은 주석까지! 물론 제가 뻔질 나게 시간 사이를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꽤나 힘든 노동이지만요.”

“그러니까, 당신과 계약을 하면 이 권능을 빌려 주겠다?”

조셉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사실 이거...제가 상당히 밑지는 장사인 건 아시죠? 이제 겨우 안면을 튼 사이에 이런 엄청난 권능을 빌려주는 불멸자가 어디 있을까요? 게다가.”

조셉이 백유현을 보며 씩 웃어 보였다.

“불멸자의 권능을 고작 레벨 2 짜리 각성자에게 빌려줄 수 있는 존재도 제가 유일하다는 사실! 저와 계약을 하시면 바로 이 권능은 당신의 것이 됩니다.”

백유현은 그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조건은요?”

“그런 거 없어요. 계약만 하면 되는 거니까.”

“당신 말대로 상당히 밑지는 장사군요.”

“에이, 이미 제가 왜 이러는지 알고 계시면서!”

조셉의 말에 백유현이 희미하게 웃었다.

조셉의 말 대로였다.

그는 이미 조셉이 이런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 누구도 생존의 위협 앞에서는 절대 허세를 부리지 않는 법이니까.

그건 불멸자도 마찬가지다.

조셉은 지금 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아마 그것은 ‘소멸’을 뜻하는 것일 거고.

왜 굳이 현재의 백유현과 계약을 맺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것까지 백유현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조셉이 자신과 계약을 맺고 싶어 한다는 것이니까.

“좋아요. 계약 하죠.”

“생각 잘 하...”

“단!”

조셉이 활짝 웃으며 백유현에게 다가드는 사이, 백유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계약 조건을 다시 설정하는 조건입니다.”

조셉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이내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된 이상 뭘 가리겠습니까? 좋습니다. 조건이 뭡니까?”

“일단...불멸자의 임무. 하루에 무조건 하나씩.”

“뭐, 그 정도는 나쁘지 않군요.”

“하나 더 있습니다.”

“흐음...완전히 밑천까지 뺐기는 기분인데...뭐죠?”

“책은 들고 다니기가 너무 버겁군요. 아무래도 남들 앞에서 책장을 펼쳐 읽는 것도 좀 그렇고.”

그 말에 조셉이 씩 웃었다.

“절 너무 구식으로 보시는군요.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케케묵은 책 따위를 쥐어줄 거라 생각했습니까?”

딱-

말을 마친 그는 손가락 하나를 튕겼다.

그러자 백유현의 눈앞에 창 하나가 떠올랐다.

[이름 : 조셉]

[종족 : 인간, ???]

[권능 : 미래의 시간을 훔쳐와 현재에 펼쳐 놓을 수 있다. 하지만 일일이 발로 뛰기 때문에 가끔 업데이트가 늦을 때도 있는 것 같다]

[시간의 인과율을 벗어난 유일한 필멸자. 그는 현재에도, 과거에도, 미래에도 있을 수 있다]

“어떻습니까? 요런 건 서비스로 팍팍 드리죠!”

조셉이 빙글거리며 말했다.

‘이런 것까지 가능하구나!’

비단 미래의 일을 보여주는 것만 아니라, 대상에 대한 정보까지 어느 정도 전달해줄 수 있는 권능.

이런 권능을 눈앞에서 보고 계약을 거절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계약 하죠.”

조셉이 씩 웃었다.

“역시 탁월한 선택! 좋습니다!”

조셉은 손가락 하나를 들어 허공에 뭔가를 그려냈다.

그것은 불멸자의 인(印).

계약을 하기 전에 불멸자들이 만들어내는 특수한 문양이었다.

조셉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손을 대세요.”

백유현은 조셉의 인에 손을 갖다 댔다.

파앗-

그러자 조셉의 인이 밝은 빛을 내며 백유현을 감쌌다.

슈우우-

잠시 사방이 밝아졌다가 금세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다.

[불멸자 조셉과의 계약이 완료되었습니다]

[조셉의 파장이 당신에게 융화되어 그의 고유 권능이 이전됩니다]

[시간 역행자의 기만(欺滿)을 통해, 불멸자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최소 레벨이 되지 않아도 불멸자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권능 ‘스포일러(spoiler)’ 를 습득했습니다]

[스포일러 : 미래의 일을 미리 알 수 있다. 조셉의 호의로 인물, 몬스터 등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스포일러는 조셉의 의지에 따라 발동이 되기도 하지만, 일부 스포일러는 머릿속으로 알고 싶은 정보를 떠올리면 바로 발동이 됩니다]

[불멸자 조셉과의 계약으로 무작위 신체 능력치 1이 올라갑니다. 행운 능력치가 7에서 8로 올랐습니다]

[불멸자 조셉과의 계약으로 신체 능력치 2가 주어집니다]

[근력 14] [지구력 11] [순발력 11] [행운 8]

[정신력 12] [지력 18] [근성 15]

이후 추가될 수 있는 능력 슬롯 수 [??]

가용 신체 능력치 2

(지력 적용 불가)

[불멸자 조셉과의 친밀도 : 2]

계약으로 행운이 1이 올랐고, 가용 신체 능력치가 2가 생겼다.

백유현은 훈련을 통해 근력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기에 근력에 2를 모두 투자했다.

[근력 16] [지구력 11] [순발력 11] [행운 8]

[정신력 12] [지력 18] [근성 15]

이후 추가될 수 있는 능력 슬롯 수 [??]

가용 신체 능력치 0

[불멸자 조셉과의 친밀도 : 2]

최종 결과 창을 보면서 백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근력에 2를 투자하자, 온 몸에 거칠게 힘이 솟아오르는 게 바로 느껴졌다.

“자, 그럼 저는 이만 사라질 시간이 되었군요! 하지만 기억하세요. 저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 한다는 것을. 후훗!”

조셉이 백유현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를 했다.

그러더니 허공으로 녹아들 듯 사라졌다.

불멸자.

드디어 첫 불멸자와의 계약이 마무리되었다.

이제야 제대로 된 각성자가 된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이 행운에 백유현은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실한 목표가 생겼다.

‘염라(閻羅)!’

염라와의 계약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불멸자와의 계약은 능력만 된다면 몇이든 가능했기 때문에 불멸자 조셉과 계약을 했다고 해서 염라와 계약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엄마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엄마, 기다려! 내가 반드시 엄마 살려낼 거니까!’

백유현은 주먹을 말아 쥐었다.

이제 그에게는 앞으로 나가야 할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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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들 모였나!”

다음 날에도 어김없이 팀별 훈련이 실시되었다.

어제의 훈련에서 죽을 고생을 한 훈련생들이었기에, 오늘은 또 무슨 해괴한 훈련을 할 지 긴장된 표정으로 황정국을 바라보았다.

황정국은 그들을 보며 씩 웃었다.

“오늘 할 훈련은 실전 대련이다! 팀별 대항으로 대련을 해서 우승한 팀에게는 상점 3점씩을 주겠다! 하지만 꼴찌에게는 당연히 벌칙이 있겠지? 꼴찌를 한 팀은 벌점 3점을 부여한다! 당연히 알고들 있겠지만, 베타 프로젝트 종합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다섯 명만이 팀-엑스 대회의 공식 팀의 일원이 되는 것은 다 알고 있을 거다. 그러니 대충하지 마라."

황정국의 말에 훈련생들의 표정이 굳었다.

실전 대련.

말이 실전 대련이지, 이건 뭐 실제 전투와 비견될 정도로 살벌한 훈련이었다.

특히 베타 프로젝트 팀의 실전 대련은 불시에 치러지는데 그 강도가 사뭇 살벌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규칙은 단 하나.

상대가 기절하면 끝이다.

하지만 지면 벌점이 주어지기 때문에 훈련생들은 제발 대진표가 좋길 바랐다.

그 동안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시간.

이것은 팀 엑스 대회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것을 대비해서 치러지는 훈련이었기에 교관들도, 훈련생들도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다.

“자, 이제부터 각 팀별로 세 명의 선수를 선발할 시간을 주겠다. 선발 방법은 마음대로 정해도 좋다! 각 팀 별로 선수를 선발하고 앞으로 두 시간 후, 이곳에서 다시 모인다. 해산!”

선수 선발 시간.

이 말이 가지는 의미는 무시무시했다.

팀별 대항이라고 해서 같은 팀원끼리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었으니까.

팀별 대항 실전 대련에 나가는 선수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상점이 2점이 주어진다.

그리고 팀별 우승과는 상관없이 MVP에게도 상점이 3점이 주어진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이다.

대련에 나갈 수만 있어도 2점이다.

물론 MVP는 진성우, 진성연 남매와 조명재 가운데서 뽑힐 확률이 거의 백퍼센트였기 때문에 그건 다들 포기하고 있다고 쳐도, 대련에 나가기 위해 팀 내부에서 치열하게 경쟁이 벌어질 것은 자명한 사실.

“내가 나가겠다고!”

“그럼 우리가 져! 내가 나가는 게 맞아!”

“뭐? 지금 너 뭐라고 그랬어?”

“내가 틀린 말 했냐? 근력이 12밖에 안 되는 게 뭘 해보겠다는 거야?”

“이 자식이!”

사방에서 마찰음이 들려왔다.

그런 그들 사이로 교관들이 소리 없이 슥- 지나가며 한 마디를 툭 내던졌다.

“말로만 하지 말고 제대로 붙어 보든가. 그럼 간단할 것을. 쯧쯧!”

일부러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훈련생들도 그것을 알면서도 서로를 노려보며 암묵적인 동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강한 놈이 올라간다.

그것만큼 단순하고 명쾌한 것은 없었으니까.

덕분에 진행이 빨라졌다.

그들은 번호표를 만들었고, 싸울 상대를 정했다.

그리고 그 여파는 백유현이 속한 9조에도 미쳤다.

“한심하긴.”

조명재가 차갑게 내뱉었지만, 그들 조에서도 이미 번호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야, 근데 명재는 빼야 되는 거 아니냐? 명재랑 붙으면 개박살 날 텐데.”

조명재의 측근 하나가 그렇게 말하며 은근슬쩍 조명재를 제외하려 했다.

하지만 윤세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조명재도 번호표 줘.”

“뭐? 야, 너 죽고 싶지 않으면 빠질 때는 알아서 눈치껏 빠져라? 응? 그러다 명재한테 걸리면 무슨 짓을 당하려고.”

“크크크, 그러게 말이야!”

조명재의 측근들은 자기들끼리 돌아보며 웃었다.

그 때 최고 연장자 강윤호가 나섰다.

“뭘 그리 복잡하게 해? 명재한테 번호표 줘. 어차피 명재 상대가 될 놈이 명재랑 싸우겠어? 그 전에 기권하겠지. 안 그래?”

“오호, 아저씨 머리 좀 쓰는데?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고! 명재야, 괜찮겠지? 어차피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으면 너랑 싸우겠어? 뒤지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킥킥!”

“시끄럽고 번호표나 줘.”

“어, 여기!”

그리고 다른 팀원도 다들 번호표를 받았다.

백유현도 번호표를 받아서 펴보았다.

‘7.’

7번이다.

그와 싸울 상대는...

“어, 시펄! 8번이네? 야, 어떤 새끼가 7번이냐? 아주 뒤지게 패주께!”

조명재의 측근인 장준식이었다.

키가 크고 체구도 만만치 않게 큰 녀석이었다.

유도를 했다고 들었는데 역시나 근력도 상당해 보였다.

백유현이 손을 들었다.

“내가 7번.”

장준식이 그를 발견하고는 활짝 웃었다.

“오호! 이거 완전 공짜네? 크크, 야! 너 이 새끼, 한 번 손봐주고 싶었는데 잘 됐다!”

다른 녀석들도 백유현을 보며 안됐다는 듯 킬킬거렸다.

“새끼, 걸려도 준식이한테 걸렸냐? 살고 싶으면 어서 포기해! 뒤지고 싶지 않으면!”

“어휴, 명복을 빈다. 저 새끼 성격 존나 더러운데. 크크!”

놈들이 웃었다.

그 때 백유현이 입을 열었다.

“그래?”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런데 어쩌나. 난 지금 준식이 미래가 머릿속에 훤히 그려지는데 말이야.”

스포일러.

조셉의 권능이 처음으로 실전에 떠올라 있었다.

그 내용은...

‘준식아, 미안하다.’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는 백유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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