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시간여행자 조셉
“후우...”
백유현은 뭉친 근육을 푸는 스트레칭을 마치고는 참았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훈련은 정말 힘들었다.
어제 근력을 올려두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아예 뻗어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근력을 올린 효과가 이렇게 크게 나타날 줄이야.
‘더 강해지고 싶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지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들었다.
더 강해져서, 세계에서 내로라한다는 각성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겨뤄보고 싶었다.
불멸자에게 선택을 받아 각성자가 되면 누구나 한 번쯤을 꿔보는 꿈.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모두가 다 피곤한 기색으로 숙소로 돌아간 늦은 저녁, 백유현은 다시 단련복으로 바꿔 입고 훈련 동으로 향했다.
지금 시각은 저녁 9시.
새벽 1시가 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이미 지옥견을 잡는 임무는 끝이 났지만, 백유현은 뭔가를 시험해볼 생각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 마지막에 떠올랐던 창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그는 귀문(鬼門)이 열리는 새벽 1시를 기다리려는 것이었다.
만약 그의 생각이 맞는다면, 원혼들이 그를 찾아올 것이다.
그 전까지 몸을 풀어두면서 놈들을 기다려볼 생각이었다.
그가 망치를 들고 몸을 풀려는 순간이었다.
파앗-
갑자기 훈련 동의 불이 순간적으로 나가서 주변은 온통 시커먼 어둠 속에 잠겼다.
‘...?’
백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틱- 틱-
파앗-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본 순간, 백유현은 바로 자세를 잡았다.
거대한 홀 한 가운데, 누군가 서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도 작은 라이터 불을 켠 채로.
벌꿀 색 머리칼에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는 나이를 도저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의 얼굴을 가진 청년이었다.
그 때, 백유현의 눈앞에 갑자기 상태 창이 떠올랐다.
[영겁...]
그런데 사내가 갑자기 손을 뻗더니 놀랍게도 상태 창을 움켜쥠과 동시에 그것을 마구 구겨버리고는 뒤로 홱- 던져 버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상태 창에 떠오르던 글자들이 마구 찌그러지며 결국 사라져 버렸다.
백유현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와 동시에 그는 극도의 경계 상태를 취하며 망치를 서서히 들어올렸다.
그런데 청년이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아, 그렇게 무서운 표정 지을 필요 없습니다. 하하! 뭐, 소개 정도는 제 스스로 하는 걸 좋아하는지라.”
그러더니 그는 한 번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그러자 그의 손에 들려 있던 라이터의 불이 환해지며 라이터가 허공에 불쑥 떠올랐다.
청년은 여유 있는 모습으로 앞으로 걸어 나왔다.
“백유현씨. 이렇게 또 보니 반갑네요! 물론 당신은 저를 모르시겠지만.”
“당신은 누구죠?”
청년이 씩 웃었다.
“제 이름은 조셉. 영겁의 변화를 기억하는 자입니다.”
“영겁의 변화를 기억하는...자? 설마?”
미간을 좁히고 가만히 기억을 더듬던 백유현이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이름은 분명 본 적이 있었다.
“불멸...자?”
조셉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박수를 쳤다.
“역시 기억력이 좋군요. 그 찰나 간에 스쳐 지나간 이름을 기억하다니. 뭐 정확하게 말하면, 불멸자에 가까운 필멸자이지만요.”
저번에 지옥견과 싸울 때 떠올랐던 창.
‘영겁의 변화를 기억하는 자’.
그 불멸자가 바로 눈앞의 사내, 조셉이었던 것이었다.
“다시 한 번 인사드리죠. 이렇게 다시 보게 되어 반갑습니다.”
깍듯한 그의 말투에 백유현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의문이 들었다.
“저희가 언제 만난 적이 있었던가요?”
조셉이 묘한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당신의 계약자니까.”
“예? 저는 계약을 한 적이...”
“전 현재의 백유현씨와 계약을 했다고 한 적 없습니다.”
“예...?”
백유현은 언뜻 조셉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전 미래의 당신과 계약을 했으니까요. 뭐, 지금은 현재의 당신과 계약을 하려고 이렇게 온 거고.”
“미래의...저와?”
“맞습니다. 미래에...죽음을 앞두고 있는 당신이 저를 이곳에 보낸 것이죠.”
백유현은 저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 때, 조셉의 푸른 두 눈동자가 백유현을 똑바로 향했다.
그 두 눈동자에는 한없이 진지한 눈빛이 떠올라 있었다.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한 유일한 존재가 바로 저입니다. 저는 다른 ‘진짜’ 불멸자와는 달리 인과율에 얽히지 않는 몸이니까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를 피해 시간 속으로 끝없이 도망 다니고 있다고 할까요? 그런 겁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제가 왜 이곳에 와서 당신과 계약하려 하는지 말해볼까요?”
백유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조셉 역시 그를 마주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여기 온 이유는, 당신의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뭐라고요?”
백유현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하지만 백유현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당신은 앞으로 세상 모두가 기억할 존재가 되지만, 평생 어머니를 마음에 품고 살게 되지요. 자신의 손에 넣은 힘으로 수도 없이 도전을 해보았지만, 도저히 불가능. 끝내 당신은 반쯤 포기하고 살다가 죽기 직전에야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됩니다. 바로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그런 방법이 있을 리가...없잖아요.”
조셉이 피식 웃었다.
“재밌네요. 천 가지 얼굴의 현자, 가네샤의 말을 무시하는 발언을 여기서 듣게 되다니. 가네샤의 말이 틀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만큼 그가 입을 열어 뭔가 말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고요. 아무튼.”
조셉이 말을 이어나갔다.
“당신의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죠. 그것도 아주 까다로운.”
“조건요?”
조셉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현재 당신을 명부(冥府)가 상당한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지금쯤이면 차사가 붙었을 거고. 썩어 문드러진 자들의 왕 또한...당신을 지켜보고 있겠죠.”
“그걸 어떻게...!”
“말했잖습니까? 저는 미래의 당신이 보내서 온 거라고. 저는 시간 사이로 몸을 숨길 수 있는 힘이 있지요.”
백유현은 잠시 입술을 깨물더니 조셉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이 자의 말이 진실일까?
아니면...
그는 한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엄마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건...”
“당연합니다. 명부의 주인과 계약을 맺어야 하는 거죠.”
이상한 말이었다.
지금대로의 상황이라면 명부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불멸자와 계약을 맺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 조셉의 말에서는 묘한 뉘앙스가 느껴지고 있었다.
백유현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조셉이 명확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은 절대 명부의 주인과 계약을 맺지 못합니다. 물론, 그는 당신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존재가 맞습니다. 야마라자(Yamar?ja), 즉 염라(閻羅). 그 자이지요.”
‘그가...염라라고?’
1티어 불멸자 중에서도 최상급의 힘을 가진 염라.
그와 계약을 맺은 존재는 아직까지 없었으며, 만약 염라와 계약을 맺는다면 그는 죽은 자를 다스릴 수 있는 권능을 얻을 수 있다는 추측이 떠돌기도 했다.
“이대로 가다간 염라는 또 다른 존재에게 빼앗기게 될 겁니다. 염라는 취향이 확실해요. 아주 냉정하며, 빠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존재를 좋아하죠. 귀신을 보고 죽일 수 있다고 염라의 호의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진 마세요. 염라와 계약을 맺는 순간, 그건 아무것도 아니게 될 테니까.”
조셉의 말이 맞았다.
염라가 누군가를 선택해서 계약을 하면, 그 각성자는 그 즉시 죽은 자들을 볼 수 있게 될 거고, 소멸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죽기 바로 직전의 당신이 후회한 게 바로 그겁니다. 그 염라라는 존재가 각성자를 선택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건 당신이 아닙니다. 그는 바로...”
조셉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조명재. 그 자입니다. 앞으로 벌어질 몇 가지 사건 때문에, 당신에게 쏠렸던 명부의 관심이 그에게로 옮겨가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염라의 힘을 얻지는 못했어도 당신은 당신 나름대로 강해지게 되겠지만...결국 어머니를 살릴 수는 없겠죠. 그걸 미래의 당신은 지금도 뼈저리게 후회를 하고 있는 겁니다.”
“으음!”
마음을 너무 놓고 있었다.
조셉의 말을 듣고 보니, 자신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염라를 빼앗기다니!
그것도 조명재에게!
“그래서!”
조셉이 싱긋 웃으며 백유현을 바라보았다.
“이 곳에 제가 온 겁니다. 영겁의 변화를 기억하는 자, 바로 제가 말입니다. 자, 시간이 얼마 없군요. 미래의 당신이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라...저와 새롭게 계약을 하지 않으면 저 또한 미래로 튕겨나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건 상당히 불쾌한 경험이라 저도 별로 겪고 싶진 않군요.”
조셉은 뚜벅뚜벅 걸어 백유현에게로 다가오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걸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미리 말씀드리는데 저는 7티어의 불멸자입니다. 그래서 다들 저와 계약을 하는 것을 꺼려하는데 말입니다. 그건...”
조셉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저를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미래의 당신도 저 때문에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랐으니까.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싶다면 제가 계약을 받아들여 주도록 하죠. 미래의 당신이 보수를 아주 넉넉하게 지불한 덕분에 제가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자 1분 20초 남았군요!”
시간이 간다.
그리고 백유현의 머릿속이 복작해졌다.
조셉.
이 자의 말을 믿을 것인가, 아니면...
“1분!”
“당신의 능력은...뭡니까?”
조셉이 웃었다.
“잘 생각해보세요. 유일하게 시간 사이를 오갈 수 있는 존재가 저라는 것을. 자, 40초!”
미래의 자신이 숨이 끊어지기 바로 직전이다.
40초면...
‘시간 사이를 오고 갈 수 있다? 그게 능력이다...’
백유현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그게 도대체 무슨 능력일까?
그런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자가 미래에서 왔다는 것은 미래를 알고 있다는 뜻!
그래서 그는 자신의 능력을 그렇게 말한 것이다.
시간 사이를 오갈 수 있는 유일한 존재!
“15초 남았습니다. 어이쿠, 당신의 숨이 아주 불규칙하게 바뀌었군요! 이런, 10초만 지나면 당신과의 계약도 안타깝게도 끝나겠군요."
하지만 이 자가 여기에 나타나서 자신을 설득하는 것은 과연 누굴 위해서일까?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백유현이 씩 웃었다.
“돌아가세요.”
“5ㅊ....네? 뭐라고요?”
“지금쯤 미래의 저는 죽었겠군요. 5초가 지났으니.”
“허어...!”
조셉이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를 보며 백유현이 다시 한 번 웃어 보였다.
“시간은 다스릴 수는 있어도, 한 번도 협상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 분이군요. 이미 당신의 패는 다 읽혔고, 저로서는 당신이 필요 없다는 얘깁니다. 물론, 당신이 계약을 해달라고 매달린다면 고민 정도는 해보겠습니다.”
“이런, 그런 경망스런 말씀은...”
“엄마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았고, 저는 그대로 진행하면 되겠죠. 염라를 조명재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것도 알았고요. 자, 그럼 제가 왜 당신이 필요하죠?”
조셉이 아차- 싶은 얼굴이 되었다.
“그거야 미래의 당신이...”
“그와 제가 무슨 상관이죠? 그는 죽었고, 저는 그와는 달리 살아 있는데.”
“크흠! 뭐...그건 그렇...네요. 하하!”
조셉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 떠오른 변화를 백유현은 놓치지 않았다.
그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사라지지 않았다.
즉, 그가 미래의 백유현과 맺은 계약이 유효하다는 뜻.
그 말은 그의 말과는 달리, 미래의 백유현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다.
조셉은 지금 이유는 모르지만 현재의 백유현과의 계약을 하기 위해 거짓말까지 하면서 무리수를 두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미래의 자신이 죽었다면 조셉 역시 사라져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여전히 백유현의 눈앞에 있었고, 매우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왜 이런 무리수를 두었던 것일까?
'내 생각이 맞았어.'
백유현은 두 눈을 빛냈다.
그는 이미 아까부터 조셉의 말과 행동에서 그가 매우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것을 읽어냈다.
비록 여유를 가장하고 있었지만, 사실 뭔가에 쫓기는 것처럼 백유현에게 자신의 모든 패를 드러냈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엄마를 살릴 수 있는 방법과, 염라가 결국 자신과 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점까지.
상대가 자신의 패를 완전히 다 드러냈는데, 그와 바로 덜컥 계약을 할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지금 서두르고 있는 것은 조셉 쪽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다 얻어내야 했다.
그것이 협상의 기본이었으니까.
“사실대로 말하세요. 시간, 얼마 남았죠?”
미래의 백유현이 언제 죽을 지를 묻는 것이다.
조셉이 쓰게 입맛을 다시더니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앞으로 삼십 분입니다.”
백유현이 웃으며 근처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좋아요. 그럼 그 시간 동안 한 번 들어볼까요? 당신이 절위해 과연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하하하...이러면 곤란...”
“아니면 저는 돌아가서 잠을 자는 쪽을 택해야겠네요. 조명재에게 염라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많아서요.”
“잠깐!”
그가 의자를 다시 치우려는 시늉을 하자, 조셉이 황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
백유현이 조셉을 보자, 조셉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어휴, 미래의 당신이나 현재의 당신이나 정말 상대를 환장하게 만드는 재주는 똑같군요. 좋아요, 제가 졌습니다. 원래는 저와 친밀도가 매우 높아야만 얻을 수 있는 권능이지만, 지금 저와 계약을 하신다면 이제부터 어떤 것을 얻으실 수 있는 지 보여드리죠. 눈 하나도 깜빡하지 마세요. 이제부터 볼 광경은..."
조셉이 한 손을 들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아주, 재미있을 테니."
따악-
툭-
그 순간, 조셉은 손가락을 튕겼고 그와 동시에 백유현의 앞에 낡은 책 하나가 떨어졌다.
책의 표면에는 오늘부터 시작해서 모레 저녁까지의 날짜가 쓰여 있었다.
“이게 뭐죠?"
“오늘 이 시간부터, 모레 저녁까지 일어날 모든 일들을 '대략적'으로 적어 놓은 겁니다. 거기다 제가 친절하게 주석까지 달아뒀지요. 뭐, 말하자면 공략집이랄까? 보시고 결정하시죠. 직접 보는 게 백번 말하는 것보다 나을 테니."
공략집.
백유현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그 책을 들어 펼쳐 보았다.
책의 첫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10시 20분. 수석 교관 김수성이 맥주 캔을 들고 훈련 동으로 들어서다 백유현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리고 ‘역시 이럴 줄 알았어! 이 자식, 잠은 언제 자는 거냐?’ 라고 말한다. 그리고...]
10시 20분이면 이제 대략 2분 남았다.
백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기다렸다.
그 동안 불이 켜졌고, 조셉은 백유현의 뒤에서 팔짱을 낀 채 여유롭게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째깍- 째깍-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10시 19분이 지나고, 다시 초침이 움직여 10시 20분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문이 열렸다.
덜컹-
“엇! 너 이 자식!”
맥주캔을 손에 든 김수성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백유현에게 다가왔다.
백유현은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김수성은 그의 반응은 아랑곳없이 다가와서 그의 머리를 꽁 쥐어 박으며 말했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 이 자식, 잠은 언제 자는 거냐?”
그리고...
"정말 열심이라니까? 이렇게 가르칠 맛이 나는 훈련생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김승미가 뒤 따라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맥주캔이 아니라, 커피잔이 들려 있었다.
백유현은 온 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방금 전 보았던 책의 내용과 지금의 상황.
10시 20분.
김수성이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부터, 김승미가 그 뒤를 따라 들어와서의 대사까지.
그리고 김승미가 맥주캔이 아니라, 커피잔을 들고 있는 세세한 내용까지!
그 모든 것이 책의 내용과 똑같았다.
'말도 안 돼!'
백유현은 입을 떡 벌렸다.
거짓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정말 미래의 장면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란 말인가!
그게 사실이면 이건 정말 대박이었다.
세상에 미래의 일을 미리 알 수 있는 책이라니!
백유현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그리고 조셉의 권능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능력은 정말...!
그 때, 조셉이 그의 눈앞에 다시 나타나서는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계약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