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잡고 폭렙업-15화 (15/166)

15. 팀워크 강화 훈련

다음 날부터 어김없이 팀별 훈련이 시작되었다.

황정국은 팀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나가 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지 않았다.

“자, 저쪽까지 찍고 오는데 한 팀! 한 놈이라도 뒤쳐지면 인정 못한다!”

그는 극한까지 팀별 경쟁을 유도했다.

“학, 학! 야, 어서 와!”

“저 새끼 때문에 몇 번을 도는 거야, 대체!”

처음에는 당연히 불만이 폭주했다.

뒤처지는 팀원을 향해 앞선 팀원들이 불만 어린 표정으로 재촉을 했고, 뒤처진 팀원은 시뻘건 얼굴로 계속 해서 뛰어야 했다.

그런데 여기서 황정국의 악마성이 드러났다.

“이번에는 실 꿰기다. 모든 팀원들이 힘을 합쳐 바늘에 실을 꿰는 훈련이니 똑바로 해라.”

이번에는 극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실 꿰기였다.

앞선 선착순 훈련에서 근력과 순발력이 뛰어난 팀원들이 불만을 터뜨렸다면, 이번에는 전세가 역전이 되었다.

정신력과 근성이 높은 팀원들은 빠르게 임무를 마친 반면, 근력과 순발력만 뛰어난 팀원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얼른 좀 해! 우리만 늦잖아!”

상황역전.

선착순 때 불만을 터뜨렸던 팀원들이 오히려 구박을 받는 신세가 된 것이다.

교관들은 그런 팀원들 사이로 다니며 상황을 부추겼다.

“어디서 굼벵이가 기어 다니나! 얼른 못하겠나! 5초 준다. 5초 내로 완료 못하면 벌점 1점!”

교관들의 외침은 절로 팀원들이 비명을 내지르게 만들었다.

그렇게 팀워크 향상을 빙자한 여러 가지 훈련이 실시되었고, 훈련이 끝나갈 무렵에는 모든 팀의 각성자들은 녹초가 되어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들은 몇몇 각성자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와...역시 성연이 쟤는 괴물이라니까?”

“성연이 뿐만 아니야, 오빠인 성우도 만만찮은데?”

역시 가장 시선을 많이 받은 것은 쌍둥이 남매였다.

이제야 고작 중학교 2학년인 그들은 근력이면 근력, 순발력이면 순발력...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밸런스를 가지고 있었기에 모든 각성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조명재에게도 수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명재 저 자식도 진짜...인정하긴 싫지만 대단하다!”

“저 손놀림 봐! 저런 스피드로 공격을 당한다고 생각하면 어휴...!”

“어머, 우리 명재 오빠, 어쩜 좋아! 너무 멋있어!”

조명재에게는 유독 여성 팬들이 많았다.

남자 각성자들은 조명재를 보며 꺅꺅거리는 여성 팬들을 보며 시샘 어린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조명재가 잘났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또 한 명,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전혀 의외의 인물이 하나 있었다.

“뭐야? 낙하산 자식도 꽤 하는데?”

“저 자식 이상하네? 처음 들어왔을 때는 비리비리해 보이기만 하더니 오늘 보니 꽤 근육이 탄탄해 보이지 않아?”

“저 집중력 봐! 와, 저건 진짜 인정!”

바로 같은 조의 조명재와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백유현이었다. 갑자기 낙하산으로 들어와서 수많은 각성자들의 질시를 받았던 그였다.

그런데 오늘 보니 제법 한다.

선착순에서도 선두에는 서지 못했지만, 그래도 선두권에서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뛰었고 집중력을 요하는 훈련에서는 오히려 선두인 조명재와 비슷할 정도의 결과를 냈다.

게다가 백유현의 진가가 드러난 것은 팀별 대항 미로 탈출 훈련.

여기저기 우왕좌왕하다 길을 잃는 다른 팀원들과는 달리 백유현은 차분하게 해결 방안을 떠올렸고, 움직여야 할 때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움직여 빠르게 미션을 통과했다.

바로 ‘지력(智力)’을 요구하는 미션에서는 독보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이었다.

지력을 요구하는 미션에서는 팀의 에이스인 조명재보다 오히려 앞서는 모습을 보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저 녀석 대단한데?”

“그러게 말입니다. 지력 부분에서는 역대 성적을 통틀어 봐서도 탑급이네요.”

“왠지 김현성이 떠오르는 녀석인데? 현성이 녀석도 저랬잖아. 늘 차분하게, 하지만 정확하게.”

“맞아요. 김현성 선배님도 저랬었다고 들었어요. 아무튼 대단한데요?”

지력을 요구하는 미션만큼은 독보적인 두각을 나타내는 백유현을 보며 교관들이 서로 수군거렸다.

그들이 보기에도 지금 백유현의 모습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사실 이 모든 미션은 신체 각 능력치를 골고루 테스트하고자 고안된 훈련법이었다.

그러니 근력 부분에서 뒤떨어진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근력이 뛰어난 각성자들이 순발력에서 뒤처지는 경우도 있었고, 지력 부문에서는 낙제점을 받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이 훈련은 바로 팀원들 간의 협동심(協同心)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었다.

다른 팀원이 잘하는 부분을 인정하게 하고, 역으로 자신이 잘하는 부분을 다른 팀원들이 믿고 의지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처음 훈련을 시작했지만 그 의도대로 정확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열한 개 조에 소속된 각성자들은 팀원들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해낼 수 있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 협동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각성자들은 있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진성연, 진성우 같은 천재 남매나 조명재 같은 괴물은 그게 예측이 되었지만 백유현 같은 경우는 정말 그 누구도 예측을 하지 못했던 다크호스.

“그런데 김승미 교관. 뭔가 이상하지 않아? 저 녀석, 뭔가 달라진 거 못 느끼겠냐고.”

그 때, 그 모든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던 김수성이 옆에 있던 김승미를 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다른 교관들은 몰라도, 백유현을 직접 가르친 그는 분명 백유현이 뭔가 달라졌음을 바로 간파했던 것이었다.

뭔가 이상하다. 그것도 확실히.

지금 백유현의 모습에서는 그로서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진한 위화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저도 그렇게 느끼고는 있었어요. 기분 탓일까요? 그러기엔 뭔가 좀 다른 것 같긴 한데.”

그런데 김수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천천히 흔들었다.

“아니, 그게 아니야. 녀석, 정말로 달라졌어. 어제 저 녀석...”

순간 김수성은 머릿속을 뭔가 번쩍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래, 어젯밤!’

백유현은 자신을 찾아와 돼지고기 20 킬로그램을 구해 달라고 했었다.

그리고 김수성은 녀석을 주방으로 데려가 돼지고기를 주었다.

그래, 그 때의 장면이다.

근력이 30 후반을 바라보는 김수성에게 돼지고기 20 킬로그램은 아무것도 아니다.

한 손가락으로도 들 수 있는 무게다.

그래서 어제 그는 무심코 한손으로 받아서 백유현에게 건넸다.

그 때, 백유현은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힘들게 고기를 받아냈다.

가지고 가면서도 녀석의 뒷모습은 힘겨워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데이터 상 녀석의 근력은 11.

20 킬로그램은 녀석한테 힘겨운 무게일 수 있다.

그런데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오늘, 비슷한 무게를 들고 릴레이 경주를 했었던 훈련이 있었다.

근력이 15 정도면 힘들이지 않고 뛰어 다닐 수 있는 강도의 훈련이다.

그런데 그 때, 백유현은...

‘녀석, 숨을 헐떡이지 않았어!’

어젯밤과 비교해서 놈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20 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추를 든 녀석의 팔뚝도 어제에 비해 매우 안정되어 있었다.

어제는 덜덜 떨었는데, 그 때에는 그런 모습이 전혀 아니었던 것이었다.

이건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여긴 베타 프로젝트 팀의 훈련장이다.

근력을 4 씩이나 올리려면 카오스 터미널에 가서 레벨을 올리거나, 불멸자의 능력을 빌리는 수밖에 없는데 놈은 둘 다 불가능하다.

카오스 터미널에 간 적도 없고, 더군다나 놈에게는 불멸자가 붙어 있지도 않다.

그런데 근력 수치를 어디서 올렸단 말인가?

하지만 나름 합리적인 추론으로 잘 나가던 김수성은 돌연 엉뚱한 생각을 떠올렸다.

‘어? 근데 돼지고기는 어떻게 했지? 설마 혼자 다 구워 먹은 거냐!’

저 넘치는 힘이 20 킬로그램을 넘는 돼지고기를 혼자 다 구워먹어서 생긴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기 시작한 김수성이었다.

그러는 사이 오늘 훈련이 마무리되었다.

팀별 훈련을 마친 각성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팀원들을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자신이 못하는 게 뭔지, 그리고 동료가 잘하는 것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베타 프로젝트 전통의 팀 워크 강화 훈련.

이번 기수도 꽤나 빨리 적응한 모습이었다.

‘저 녀석...’

그리고 단상 위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던 황정국은 자신도 모르게 백유현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에 대해서는 모든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자신이다.

그 데이터 중에는 녀석의 신체 능력치 수치도 있다.

그 역시 교관 김수성과 마찬가지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근력 11의 힘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어.’

이곳의 팀장인 그는 훈련 과정 중 모든 각성자들을 두루 살피며 잠재 능력이 뛰어난 팀원들을 미리 점찍어 두기도 했다.

김현성이 그렇게 발탁이 되었고, 그 뒤에도 수많은 각성자들이 그의 손에 의해 발탁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발탁된 각성자들은 지금,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잠재력이라...’

황정국은 녀석의 특성 중 하나를 떠올렸다.

전 세계적으로 단 한 명.

바로 저 녀석만 알파 파장과 베타 파장이 퓨어 화이트, 즉 순백색을 띠고 있다.

그 중 알파 파장인 경우, 파장의 색이 순백색이라는 것은 놈의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뜻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근력 11 짜리가 근력이 15 이상이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한 미션을 어렵지 않게 통과한 것은.

물론 완벽하게 클리어한 것은 아니지만, 애초에 근력 11 짜리가 쉽게 통과할 수 있는 미션은 절대 아니었다.

잠시 그런 생각을 떠올렸던 황정국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말이 안 된다.

잠재력은 잠재력일 뿐, 실제 능력치를 대신할 수는 없으니까.

‘좀 더 지켜봐야겠어.’

황정국은 팀별 훈련을 끝내고 몸을 푸는 백유현을 보며 눈을 빛냈다.

이 순간 그는 이상할 정도의 묘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마치...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각성자라 불리는 과거 김현성을 이곳에서 처음 대했을 때와 같은.

‘아니...그게 아니야.’

그런데 그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녀석은 김현성과 같은 느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였다.

김현성이 절제되고 정제된 힘을 뿜어내는 타입의 각성자라면, 백유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함과 기대감이 동시에 혼재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아니겠지. 설마.’

김현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문득 떠올린 황정국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김현성은 세계 탑 급의 각성자다.

대한민국에서는 다시 나올 수 없을 거라는 천재 중의 천재.

재능도, 노력도 최고였고 그래서 세계 유수의 각성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근접하는 건 몰라도 뛰어넘을 수 있다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황정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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