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원한의 핏자국이 각인되었습니다.
그날 밤에는 아쉽게도 지옥견을 볼 수는 없었다.
어디에 있는 것일까?
백유현은 온 몸을 엄습하는 근육통 가운데서도 사방을 훑어 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놈들은 영체라서 벽을 통과하는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한다.
그러니 어디에 있든 꽤나 골치가 아픈 것이다.
하지만 백유현은 이미 그에 대해 대비책을 생각해 두었다.
“뭐? 선혈이 흐르는 돼지고기?”
김수성은 백유현의 말을 듣고 또 한 번 백유현의 정신상태가 올바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백유현은 갑자기 그를 찾아와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돼지고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것도 아예 돼지 시체가 통째로 있으면 더 좋다는 말을 덧붙이며.
저번에는 개를 때려잡겠다고 하질 않나, 이번에는 익히지도 않은 돼지고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생채로 뜯어 먹을 셈인가?’
도대체 백유현의 생각을 알 수가 없었지만, 김수성은 일단 녀석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가끔, 불멸자와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해괴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니까.
세상은 넓고 이상한 불멸자는 많다.
“일단 알겠다. 따라와.”
잠을 자야할 시간이었지만, 훈련생이 직접 찾아와 도와달라는데 마다할 수가 없었다.
특히나 백유현의 부탁이라면.
이 녀석은 낙하산이라고 해도, 다른 녀석과는 완전히 질이 다른 낙하산이다.
뒤 배경도 뭐도 아무것도 없는데, 오직 자신의 가능성만으로 낙하산을 타고 들어온 놈이다. 그래서 상부에서도 놈에 대해서는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라는 당부가 있었다.
팀장인 황정국 본인도 백유현에 대해서는 알게 모르게 챙기는 눈치였고.
그리고 김수성은 백유현이 마음에 들었다.
백유현을 데리고 식당으로 데려간 그는 주방 책임자에게 말해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신선한 돼지고기 이십 킬로그램을 얻어다 주었다.
“이거면 되겠냐?”
백유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그래도 써먹을 만 했다.
“감사합니다. 교관님.”
피 비린내가 펄펄 나는 돼지고기를 소중하게 품에 안으며 백유현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뭘 할지는 모르겠다만...제발 상식선에서 해결해보도록 하자. 응?”
백유현이 씩 웃었다.
“네. 감사합니다.”
“그래.”
덕분에 잠을 설쳤지만 뭐 각성자들은 잠 조금 설친다고 피곤해지고 그러진 않는다.
오히려 김수성은 놈이 하는 행동에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이미 백유현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하여튼 알 수가 없는 놈이었다.
“아아...이번 기수는 정말 특이해. 정말 특이하단 말이야. 알 수가 없어!”
그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주변에는 여전히 피 냄새가 진하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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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냄새는 귀신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신선한 고기는 그들의 본능을 일깨운다.
그래서 귀신들은 전쟁터를 좋아한다.
사방에서 흘러내리는 핏물, 그리고 신선한 고기.
그것이 인간의 고기라 할지라도 놈들은 눈이 뒤집혀 거기에 달려든다.
이상하게 부패가 빨리 진행되는 시체들은 그래서 그런 것이었다.
백유현은 오래 전부터 그런 귀신들의 본성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러니 놈들을 꾀는 데는 이게 최고다.
그는 돼지고기 덩어리를 둘로 나누어 건물 후미진 곳에 놔두었다.
인간이 죽어서 된 귀신도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라면 사족을 못 쓴다.
그런데 짐승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지금쯤 엄청나게 피에 굶주려 있을 것이다.
다른 곳에 가서 먹잇감을 구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에는 불멸자, 즉 지옥견 같은 최하급 영체들 따위는 한 손가락으로 찍어 소멸시킬 수 있는 존재들과 계약을 맺은 각성자들이 즐비하다.
각성자들과 계약을 맺은 불멸자들이 내뿜는 기운 만으로도 놈들은 꼬리를 말고 도망가기 바쁠 것이다. 식당만 해도 각성자들이 있다.
그런데 때 마침 불멸자와 계약을 맺지 않은 백유현이 들어왔으니, 놈들의 뛰어난 후각이 그것을 놓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역시나 차사가 백유현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이상, 놈들은 꼬리를 말고 나오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꾀어낼 수밖에.
피가 떨어지는 돼지고기 덩어리를 벽에 걸어두고 그 아래 비닐과 종이박스를 포개둔 백유현은 한 번 웃어보이고는 자리를 떴다.
이 냄새를 맡고 놈들은 반드시 올 것이다.
이제 백유현이 해야 할 일은 기다리는 것.
아직 귀문(鬼門)이 활짝 열리는 축시(丑時)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 때가 되면 분명 놈들이 움직인다.
백유현은 그 때를 기다릴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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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현의 손에는 장도리보다 조금 더 큰 망치가 들려 있었다.
저녁 내내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수련을 했던 망치다.
그는 자정이 넘어 축시가 시작되는 새벽 1시가 될 때까지 숨을 죽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놈들은 명부를 탈출한 영체들이기에 귀문과는 별 상관은 없다.
하지만 귀문이 열리면 놈들의 힘은 더욱 강해진다.
‘후우...’
온 몸의 근육이 끊어지듯 아프다.
불사의 재생이 발동이 되었다면 최상의 컨디션으로 놈들을 기다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하지만 이곳저곳 파스도 붙이고 스프레이도 뿌려두니 그나마 괜찮았다.
그리고 몸이 아프다 하여 헛되이 시간을 보낼 수도 없다.
이제 팀이 구성이 되었고, 하필 자신을 벼르고 있는 조명재와 같은 조가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백유현은 지옥견이 나타나길 기다리며 머릿속으로 다시 전투를 복기했다.
이미 천 번이 넘게 복기가 된 전투였지만, 다시 지옥견 앞에 서니 뭔가 새로웠다.
삐릭-
그 때, 백유현의 손목시계에서 미리 설정해둔 알람이 울렸다.
새벽 1시다.
귀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곳에는 불멸자들의 영향력 때문에 잡귀들이 나타나진 않았지만 바깥세상에서는 온갖 잡귀들이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새벽 1시가 되자, 돼지고기에서 떨어진 선혈에서 코를 찌르는 듯한 비린내가 더욱 심해졌다. 귀문의 영향을 받아 귀신들을 꼬여내는 것이다.
돼지고기는 서로 다른 장소에 놓여 있다.
어느 쪽에 나타날지 모르니까.
백유현을 따라다니던 차사도 어느 순간 모습을 감춘 채였다.
백유현의 생각을 읽은 듯했다.
차사가 있으면 지옥견들은 겁을 집어먹고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
시간이 흐른다.
백유현은 초조하게 시계를 바라보았다.
새벽 1시 20분.
아직 놈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 저 쪽 고기에 나타난 것일까?
아니, 아직 그런 기척은 없다.
그 때, 저쪽에서 갑자기 뭔가 희끄무레한 것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
높아진 지능으로 뇌의 모든 기능이 올라간 백유현은 그 형상이 지옥견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드디어 온 것이다.
백유현은 숨을 죽이며 망치를 들고 일어섰다.
묵직한 느낌이 손안 가득 전해졌다.
그는 앞으로 움직이려는 순간 그는 순간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하나가 아니다!’
둘이다.
놈들은 둘 다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얼마나 피에 굶주렸는지 허겁지겁 다가오고 있었다.
돼지고기 근처에 있는 백유현은 아예 인지조차 못하고 있을 정도로.
둘.
백유현은 망치를 꽉 말아 쥐었다.
이건 예상했던 바다.
그는 이미 둘을 대상으로 싸우는 상황까지 상정해놓고 가상 전투를 해왔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른다.
하나일 때는 반드시 잡아낼 자신이 있었다.
둘이라면...
스윽-
하지만 백유현은 지체하지 않았다.
그는 주저 없이 움직였다.
“크르르르-”
“크워엉-”
놈들이 기쁜 듯 바닥에 고인 신선한 핏물에 대고 혀를 날름거렸다.
당연히 피가 줄어들진 않겠지만, 눈에 띌 정도로 빠르게 피의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다.
핏속에 깃든 정기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놈들은 고개를 낮추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를 향해 다가온 존재를 알아차린 것이다.
“사이좋게 모여 있으니 좋네.”
백유현이 망치를 들어 올리며 자세를 잡았다.
그의 두 눈이 순간 번뜩였다.
그와 동시에 그는 바닥을 그대로 거칠게 밟으며 앞으로 튕기듯 내달렸다.
저번에 꽤 재미를 봤던 공격이었다.
“크와앙!”
식사시간을 방해받아서 화가 났는지, 지옥견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이빨을 드러냈다.
녀석들은 역시 빨랐다.
순발력이 1이 올랐지만, 아직 백유현의 속도로는 놈들의 스피드를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놈들은 이미 매우 까다로운 위치를 완벽하게 선점한 상태였다.
백유현의 등 뒤와 눈 앞.
어느 쪽이든 한쪽에 눈을 파는 순간, 놈들의 날카로운 어금니가 백유현의 목덜미를 찢어 놓을 것이다.
‘한 놈부터다.’
그것이 두 놈을 상대했을 때를 가정하여 수많은 가상 전투를 벌이고 난 백유현의 결론이었다.
한 놈을 먼저 박살낸다.
슥-
백유현은 왼쪽 팔을 들었다.
그는 이미 그 팔에 옷을 둘둘 말아 팔목을 감싸고 있었다.
한쪽 팔은 내준다.
하지만 대신, 한 놈의 대가리는 무조건 부숴 버릴 것이다.
백유현은 망치를 고쳐 쥐었다.
그리고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눈앞에 있는 지옥견을 향해서였다.
파앗-
그가 달려들자, 지옥견도 물러서지 않고 마주 덤벼들었다.
날카로운 어금니가 드러나며 무서울 정도의 기세가 느껴진다.
백유현은 이를 악물며 왼쪽 팔로 가드를 치며 놈의 왼쪽으로 파고들었다.
파가각-
그 순간, 언제 움직였는지 백유현의 옆쪽에서, 뒤에 있던 지옥견이 아가리를 벌리며 덤벼들었다. 놈은 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빠르게 치고 들어온 것이다.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지능적인 움직임!
하지만 백유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것도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수도 없이 떠올랐던 장면이다.
이런 경우, 그가 취해야 할 대응법은 하나.
그는 공격을 멈추고 그대로 뒤로 빠졌다.
지옥견 두 마리가 또 다시 그의 눈앞에 위치했다.
백유현은 더 생각하지도 않고 뒤로 더욱 빠졌다.
통로.
돼지고기 덩어리가 매달려 있는 그곳과 이어지는 좁은 통로가 백유현의 등 뒤에 있었다.
그는 돼지고기 덩어리를 그냥 생각 없이 달아둔 게 아니었다.
이미 주변 지형을 파악해 두었고, 놈들과 싸움이 벌어졌을 시 어떻게 싸워야 할 지 훤히 그려놓고 있었다.
그래서 공격을 무리해서 강행하지 않은 것이다.
[영겁의 변화를 기억하는 자가 당신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그 때, 뭔가 창이 떠올랐다.
또 다른 불멸자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저 두 놈을 쓰러뜨리는 것.
“크르르-”
놈들이 사나운 표정으로 백유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통로의 입구는 두 마리 모두가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넓지 않다.
백유현은 통로 안쪽에 들어서서 싱긋 웃었다.
“와봐!”
“크와아앙!”
그의 웃음에 도발을 당했는지, 한 놈이 맹렬하게 덤벼들었다.
덕분에 뒤에 있던 놈은 그냥 그 자리에 남아 있어야 했다.
순간 백유현의 두 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
이 순간이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 그 동안 그토록 수련을 했던 것이 아닌가?
일대일의 완벽한 상황!
콰앗-
그는 한 발 성큼 내딛으며 그대로 몸을 휘돌았다.
부우웅-
그의 손에 들린 망치가 허공을 사납게 찢었다.
그리고 놈의 썩은 입내가 훅- 끼치는 순간, 백유현의 망치가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그대로 놈의 머리통을 부숴 놓았다.
콰앙-
“캐액!”
콰당탕!
망치의 파괴력에 못 이겨 놈이 한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단 방에 즉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제 올려둔 근력 1은 실전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당연한 얘기다.
근력 1의 차이란, 가장 높은 강도로 근력 단련을 했을 때 거의 삼 개월 이상 해야 얻을 수 있는 근력과 맞먹으니까.
한 달만 해도 그 힘이 달라지는데, 무려 삼 개월이다.
순발력까지 1이 올라가 있어서, 망치가 놈의 머리통에 도달하는데 시간도 훨씬 단축이 되었다.
콰짓-
백유현은 바닥을 강하게 박차고 내달려, 바닥에서 버르적거리고 있는 놈의 머리통을 향해 사정없이 두 번째 공격을 성공시켰다.
퍼석!
마치 수박 깨지는 소리가 나며 지옥견의 머리통이 터져 나갔다.
뇌수가 튀고, 푸른빛이 피가 사방으로 뿜어졌다.
확인사살 할 것도 없었다.
머리통이 완전히 박살나서 사라진 존재가 살아날 수 있을 리는 없으니까.
“크르르-”
백유현은 홀로 남은 지옥견을 바라보았다.
놈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그 눈빛에는 두려움의 감정마저 깃들어 있었다.
백유현은 놈을 보며 또 다시 웃어 보였다.
“다음은 네 차례야.”
그가 놈에게 다가들었다.
그의 손에 들린 망치가 사납게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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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은 오래 가지 않았다.
백유현의 망치로 두 번째 지옥견까지 머리통이 박살난 채로 숨이 끊어졌다.
[얼굴 없는 자의 임무를 완료하였습니다]
[지옥견의 소멸 3/3]
[지옥견 사냥에 성공하여 1,000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얼굴 없는 자의 임무를 완료하여 300 경험치를 더 얻었습니다]
[다음 레벨까지 1,700 경험치가 남았습니다]
[당신에 대한 명부(冥府)의 관심도가 올라갑니다]
[얼굴 없는 자가 당신에게 큰 관심을 가집니다]
[임무 완료 보상으로 얼굴 없는 자와의 친밀도가 3 올라갑니다]
[임무 완료 보상으로 가용 신체 능력치가 2 올라갑니다]
[근력 12] [지구력 11] [순발력 11] [행운 7]
[정신력 12] [지력 18] [근성 15]
이후 추가될 수 있는 능력 슬롯 수 [??]
가용 신체 능력치 2
(지력 적용 불가)
[둔기류(鈍器流)의 숙련도가 10 올라갑니다. 다음 레벨까지 130의 숙련도가 필요합니다]
[죽음을 수습하는 자가 당신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 보입니다]
임무 완료 창이 떴다.
명부의 관심도가 더욱 올라갔고, 얼굴 없는 자가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친밀도와 신체 능력치가 각각 올랐으며 죽음을 수습하는 자가 백유현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래서 불멸자들이 의뢰한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일단 근력에 2를 다 투자하자.’
레벨 1짜리 지옥견을 잡는 것은 지금의 근력으로도 충분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근력 14] [지구력 11] [순발력 11] [행운 7]
[정신력 12] [지력 18] [근성 15]
이후 추가될 수 있는 능력 슬롯 수 [??]
가용 신체 능력치 0
근력이 14로 올랐다.
이 덕분인지 방금 전만 해도 묵직함이 느껴졌던 망치가 한결 가벼웠다.
이래서 각성자들은 초인(超人)이라 불리는 것이다.
신체 능력치를 이렇듯 계속해서 올릴 수 있으니까.
게다가 불멸자들과의 계약을 통해 그들의 권능을 쓸 수 있는 각성자들은 더욱 강력하다.
그런데 백유현이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갑자기 하나의 창이 더 떠올랐다.
[당신에게 원한(怨恨)의 핏자국이 각인됩니다]
[원한의 핏자국의 각인으로, 당신은 원혼(?魂)들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원한의 핏자국?’
그리고 원혼의 표적이 되었다는 알림 창.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연이어 떠오른 창을 본 백유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당신이 가는 곳마다, 원한 어린 죽음이 따라다니게 됩니다]
‘흠.’
아직은 무슨 의미인지는 모를 얘기였다.
하지만 여전히 심각한 상황은 맞았다.
그런데 순간 한 가지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설마, 이거?’
원혼의 표적이 되었다.
그리고 원한 어린 죽음이라는 것은 바로 그들을 가리키는 것일 것이다.
원혼.
바로 지금 눈앞에 질펀하게 누워 있는 저 지옥견들과 같은 영체들.
그렇다면 어쩌면...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지금 마치 백유현은 자석처럼, 주변의 원혼들을 끌어당기는 존재가 되었다는 말이기도 했으니까.
백유현은 가만히 있어도 무한 사냥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백유현은 소리 없이 웃었다.
하늘이 돕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