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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12화 (12/166)

12. 제 9팀

손에 쥔 장도리에 힘이 들어간다.

백유현은 한 번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제까지 상상으로 싸웠던 귀신 개가 아니다.

실제의 지옥견이 눈앞에 있다.

‘해보자!’

지금 여기서 놈을 이기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그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가상 전투가 벌어졌었다.

그가 머릿속에서 그린 가장 효율적인 전투는 적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었다.

파앗-

그것은 먼저 치고 들어가는 것!

그가 수많은 가상 전투를 그려본 결과, 놈이 방비하기 전에 이쪽에서 치고 들어가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이 최선이었다.

파아악-

그의 손에 들린 장도리가 허공을 매섭게 갈랐다.

백유현을 보며 으르렁거리던 지옥견이 살짝 뒤로 물러서는 것이 보였다.

백유현은 곧바로 따라붙으며 힘껏 힘이 실린 장도리로 놈을 내리쳤다.

그런데 지옥견이 재빠르게 움직여 백유현의 공격을 피해냈다.

놈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백유현은 이미 이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김수성과 김승미가 보여줬던 상황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상황을 대비한 것이었다.

김수성은 말했다.

- 짐승은 말이다, 특히 너 같은 초보의 숨통을 끊어 놓으려는 짐승은 절대 너의 첫 공격 따윈 맞아 주지 않는다. 생각해! 놈은 네 상상보다 훨씬 빠르고, 훨씬 강하다는 것을.

‘그렇다면 한 발 더 앞서서 생각해야 해!’

지옥견이 빠르다면, 자신은 놈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면 된다.

바로 지금처럼!

파악-

백유현은 바로 옆으로 휘돌며 장도리를 다시 휘둘렀다.

지옥견은 그가 바로 따라붙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지 움찔 하는 모습을 보였다.

빠각!

“캐앵-”

장도리 끝에 묵직한 느낌이 걸렸다.

하지만 백유현은 이를 악물었다.

제대로 맞은 게 아니다.

지옥견은 역시 짐승이었다.

놈은 무서울 정도로 빠른 반응속도로 백유현의 장도리를 회피한 것이다.

하지만 놈 역시 제대로 회피하진 못했다.

놈의 왼쪽 등짝에 장도리가 꽂혔던 것이다.

타격을 받자, 놈은 미친 듯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크워어엉!”

놈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백유현은 이제 주도권이 놈에게 넘어갔음을 깨달았다.

데미지는 주었지만, 치명적이진 않았던 것일까?

- 뭐, 그렇다고 해서 쫄지는 마라. 짐승 새끼가 날뛰어 봐야 짐승 새끼지. 넌 인마, 각성자라고.

김수성의 말이 스쳐 지나간다.

각성자.

이 말이 가슴에 콱 박힌다.

일반인이었다면 벌써 지옥견에게 물려 목이 너덜너덜해졌겠지.

하지만 백유현은 아니다.

이미 놈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있었고, 그에 대응해 정확하게 반응하고 있다.

순발력? 근력?

아니다.

누구보다 높은 지력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머릿속에 이미 그림이 그려져 있다.

자신의 공격이 빗나갔을 때, 지옥견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파팟!

그래서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고개를 숙인 백유현의 머리 위로 지옥견의 거친 숨결이 스쳤다.

백유현은 바닥을 굴러 지옥견과 다시 거리를 벌렸다.

지옥견은 아까보다 훨씬 광기서린 눈빛으로 백유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놈도 쉽게 들어오진 못했다.

백유현이 놈을 보며 웃었다.

‘그래, 고통스러울 거야.’

예전에 학교 일진들에게 맞았던 생각이 난다.

그냥 맞서 싸우면 되지, 왜 계속 맞았냐고?

의자를 들어 찍어 버리고, 옆에 있던 돌로 치면 되지 왜 맞느냐고?

한 대 제대로 맞으면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니까.

지금 지옥견도 마찬가지였다.

방금 들어간 공격이 꽤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파앗-

백유현은 다시금 놈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와 동시에 손에 든 장도리에 힘을 실어 휘둘렀다.

그의 근력은 약하다.

하지만 높은 지력으로 강화된 그의 뇌는 그의 육감을 완벽하게 일깨우고 있었다.

그 중, 뛰어난 안력(眼力)과 공간 자각 능력으로 좀 더 섬세해진 정확도가 지금 제대로 발휘되는 중이었다.

빠각-

허공을 크게 휘돌며 놈의 턱에 박혀 들어간 장도리가 명쾌한 소리를 냈다.

“캐앵!”

지옥견의 턱이 그대로 뒤로 꺾이며 놈의 다리가 순간적으로 풀렸다.

쐐애앳!

백유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땅을 박차고 들어갔다.

허공 높은 곳에서 내리 찍히는 장도리가 놈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지옥견의 두 눈이 백유현을 향했지만, 놈은 이미 몸의 제어력을 상당 부분 상실한 상태였다. 자신을 덮쳐드는 장도리를 보고 피하려는 듯 움찔거렸지만, 느릿느릿 게걸음을 칠뿐이다.

콰앙-

그런 놈의 머리통을 장도리가 무섭게 파고들었다.

단단했던 두개골이 순간적으로 뒤흔들리며 금이 가고, 살갗이 찢어지며 피가 솟구쳤다.

지옥견은 다시 한 번 크게 휘청거렸다.

백유현은 차분하게 계속해서 장도리를 휘둘렀다.

이미 놈은 더 이상 짐승이 아니다.

사나운 이빨을 가지고 있음에도 물지를 못하고, 탄탄한 근육을 가지고 있음에도 도망치지 못한다.

백유현의 손에 들린 작은 장도리에 무력하게 머리통을 맡기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콰앙- 빠각-

백유현은 쉬지 않고 놈의 머리통을 향해 장도리를 내리찍었다.

흥분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어느 때보다 차분했다.

근력이 약해서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두 번이 안 되면 세 번으로 승부를 보면 된다.

그것이 백유현이 찾아낸 해결법이었다.

중요한 것은 애초부터 상황을 어떻게 자신의 주도권으로 가져올 수 있는가- 였다.

이미 백유현은 처음부터 그 주도권을 가지고 오기 위해 먼저 공격을 했고, 놈의 반격을 피해냈으며 기회를 제대로 잡아 쐐기를 박았다.

퍼석-

질기게 버티던 놈의 두개골에 크게 구멍이 나며 피가 미친 듯 솟구쳤다.

영체(靈體)였기에 붉은 피가 아닌, 반투명한 푸른빛의 피였지만 그것도 꽤 끔찍한 광경이었다.

“하아, 하아!”

놈이 힘없이 비틀거리다 쓰러지는 것을 보며 백유현은 그제야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토해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보며 사납게 으르렁거리던 지옥견이 축 늘어져 파들거리는 모습이 퍽 이채로웠다.

백유현은 말없이 자신의 손에 들린 장도리를 내려다보았다.

‘해냈어...! 해냈다고!’

결국 이 작은 장도리를 가지고 놈을 잡아낸 것이다.

귀신 개와 싸울 때와는 달리, 처음부터 완벽하게 자신의 페이스대로 싸움을 이끌었고, 차분하게 결말을 지어냈다.

백유현은 그 점이 기뻤다.

김수성은 근력이 약해 둔기를 쓸 수 없을 거라 말했지만, 그것이 틀렸음을 보란 듯이 증명해냈다.

“후우!”

긴장이 풀린 백유현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그런 그의 눈앞에 창 하나가 떠올랐다.

[얼굴 없는 자의 임무를 일부 완수하였습니다]

[지옥견의 소멸 1/3]

[지옥견 사냥에 성공하여 500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각성자 레벨이 2로 올라갑니다]

[무작위 신체 능력치 1이 올라갑니다. 순발력 1 증가]

[가용한 신체 능력치 1이 주어집니다]

[근력 11] [지구력 11] [순발력 11] [행운 7]

[정신력 12] [지력 18] [근성 15]

이후 추가될 수 있는 능력 슬롯 수 [??]

가용한 신체 능력치 1

(지력 적용 불가)

[당신에 대한 명부(冥府)의 관심도가 올라갑니다]

[죽음을 수습하는 자가 당신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임무가 부분 완료되었다.

그리고 지옥견 한 마리를 잡고 얻은 경험치로 각성자 레벨이 1에서 2로 올라갔다.

덕분에 운이 좋게 순발력 수치가 1이 올라갔고, 가용한 신체 능력치 1이 생겼다.

백유현은 주저 없이 근력에 신체 능력치 1을 투자했다.

[근력 12] [지구력 11] [순발력 11] [행운 7]

[정신력 12] [지력 18] [근성 15]

이후 추가될 수 있는 능력 슬롯 수 [??]

가용한 신체 능력치 0

'좋아...!'

다시 떠오른 신체 능력치 창을 보며 백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씩 강해지는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니 뿌듯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더 강해지고 싶어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냉정하게 생각했다.

‘이제 두 마리...’

지옥견 한 마리는 잡았으니, 이제 두 마리 남았다.

잠시 숨을 고르던 그는 다시 벌떡 일어섰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아직은 너무 부족하다.

이번 싸움을 통해 그가 깨달은 또 하나의 사실이었다.

이번에는 지옥견 한 마리였으니 망정이지, 두 마리, 세 마리였다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은 지옥견이 아니라 백유현 자신이었을 것이다.

훈련이 필요했다.

그는 다시 두 눈을 감고 명상에 빠져들었다.

방금 전의 전투가 그의 머릿속에서 수도 없이 복기되었다.

“흠...자식, 열심이네?”

그런데 그 광경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

캔맨주 하나를 들고 홀짝거리고 있는 사내, 김수성이었다.

“끈기 하나는 대단하네요. 그런데 아까 보셨어요? 진짜 실전 같이 움직이던 거.”

그의 옆에는 김승미가 역시 캔맥주를 들고 서 있었다.

그들은 백유현 혼자 남겨두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려서 다시 와 본 것이었는데, 백유현이 정말 실제와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자 놀란 얼굴로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김수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야.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는 놈이야, 저 놈. 아무리 가상 전투에 몰입해도 그렇지, 그게 그렇게 실제처럼 움직일 수가 있나? 나도 못하는 걸?”

“기특하지 않아요? 저렇게 열정적인 거.”

김수성은 흘끗 그녀를 바라보더니 툭- 내뱉었다.

“저 정도면 당연히 훈련생이면 해야 하는 거지! 쯧, 요새 놈들은 빠져가지고.”

김승미가 입술을 비죽였다.

“선배는 다른 것도 다 안 좋은데 절대 남 인정 안 하려하는 건 가장 안 좋다니까요? 그러니 여자 친구가 없지.”

“뭐? 이 녀석, 지금 뭐라고 한 거냐!”

“됐어요. 어휴, 같이 맥주나 마시고 있는 내가 한심하지.”

“으윽!”

김수성과 김승미가 토닥거리는 사이에도 백유현은 깊은 명상에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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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일찍, 베타 프로젝트의 훈련생들은 강당에 모여 있었다.

오늘부터 또 인간의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은 강도 높은 훈련이 시작될 것이다.

단상에는 팀장 황정국이 서 있었다.

“자, 간밤에 잘들 쉬었나? 미리 예고되었듯, 오늘부터는 팀별 대항 훈련을 시작하겠다. 다들 정신 바짝 차리는 것이 좋을 거야. 자질미달인 놈은 지체 없이 탈락시킬 테니.”

훈련생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서렸다.

팀별 대항 훈련.

이것이야 말로 팀 엑스 대회를 위한 실제 훈련이나 다름없었다.

팀 내에서 어떻게 해야 자신의 몫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팀에 위해를 끼치지는 않을 지 이 훈련 과정을 통해 배우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팀에 위해가 되는 훈련생들이 자연스럽게 걸러지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은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까딱 잘못하다간 바로 탈락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었으니까.

그런 의미로 자신의 팀에 어떤 팀원이 들어오는지에 대해서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반대로 꼭 같이 하고 싶은 팀원들도 있었고.

그리고 이제 그 팀이 정해진다.

다들 암묵적인 최상위 훈련생들인 진성우, 진성연 쌍둥이 남매와 조명재 쪽을 바라보았다.

그들과 같은 팀이 되면 점수를 높게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섞인 눈빛이었다.

하지만 진성우, 진성연은 서로 장난을 치느라 여념이 없었고, 조명재는 경멸감이 섞인 표정으로 훈련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 팀원들을 발표하겠다!”

모든 훈련생들이 황정국의 입을 집중했다.

“제 1팀, 팀원은...!”

팀원들이 발표됨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과 탄식이 흘러나왔다.

마음이 들지 않는 팀원을 받아들이게 된 훈련생들은 그 팀원을 향해 날이 선 시선을 보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반대의 경우도 속출했다.

“제 9팀, 팀원은 조명재!”

제 9팀의 팀원이 발표되면서 모든 이목이 그쪽에 쏠렸다.

진성우, 진성연 남매와 필적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조명재의 이름이 드디어 불렸기 때문이었다.

“아, 명재 오빠랑 같은 팀 되는 사람들은 좋겠다...”

“아씨, 9팀에 갔어야 됐는데! 이딴 새끼랑 같은 팀이 되어가지곤!”

여자 훈련생들은 사심 가득한 눈빛을 보내기도 했고, 몇몇 훈련생들은 엉뚱하게 다른 팀원을 원망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은 정글.

그런 그들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아무튼 모든 훈련생들의 관심이 증폭된 가운데 제 9팀의 팀원이 계속해서 호명되었다.

총 11개 팀에 각 팀별 인원은 열 명.

그래서 총 백십 명의 훈련생들이 각 팀에 배속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제 9팀의 마지막 열 번째 팀원의 이름이 호명되기 직전이었다.

아직 이름이 불리지 않은 훈련생들은 두 손을 모으며 제발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 기도했고, 이미 호명된 사람들은 부러운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제까지 제 9팀 소속으로 불린 훈련생들도 만만한 자들이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조명재와 같이 붙어 다니며 그의 수족 노릇을 하던 고등학생들 네 명도 한꺼번에 그 팀으로 배속이 되었다.

그들은 마음을 한껏 놓은 표정으로 서로 시시덕거리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조명재와 같은 팀이 되었으니 이제 좋은 성적 받는 것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 9팀에 배속될 훈련생은...”

황정국의 말이 이어졌다.

꿀꺽-

훈련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백유현. 이상.”

훈련생들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뭐? 저 레벨 1짜리가?”

“뭐야? 여기 들어온 것도 낙하산으로 들어오더니, 팀도 낙하산으로 들어가는 거야? 아, 싯팔! 뭐 이런 게 다 있어!”

“야, 명재 어떻게 하냐? 저 자식 표정 완전 안 좋은데?”

이 믿기 어려운 상황에 훈련생들은 서로를 보며 웅성거렸다.

특히 조명재는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린 채 자신 쪽을 향해 걸어오는 백유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다 백유현이 자신의 옆을 스쳐지나가려는 찰나, 그의 팔을 꽉 붙잡고는 그를 잡아먹을 듯 바라보며 나직하게 내뱉었다.

“이 새끼...똑바로 안하면 죽여 버린다?”

팔이 부서질 듯한 악력이었다.

백유현은 인상을 쓰더니 그 팔을 밀어냈다.

그리고는 옷을 툭- 툭- 털며 말했다.

“그 말, 후회하게 해줄게. 조명재.”

그는 싱긋 웃었다.

“나, 진심으로 해보고 싶어졌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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