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잡고 폭렙업-10화 (10/166)

10. 얼굴 없는 자의 의뢰

“...!”

백유현이 놀란 표정을 짓는 순간, 백유현을 보고 으르렁거리던 놈의 영체가 벽 속으로 스며들 듯 사라졌다. 찰나 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뭔가를 보고 놀라 도망치는 듯했다.

‘뭐야?’

백유현이 어리둥절한 사이, 그의 눈앞에 창 하나가 떠올랐다.

[??? : 명부(冥府)의 균열을 틈타 사라진 지옥견(地獄犬) 영체 셋을 소멸시켜라. 그리하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주겠다.]

[임무 완료 보상 : 신체 능력치 2 포인트, 얼굴 없는 자와의 친밀도 3]

[얼굴 없는 자가 임무를 의뢰해 왔습니다. 임무를 받으시겠습니까? 추가 보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 임무 완수 기간은 일주일입니다]

[임무 정보 : 다행히 사라진 지옥견은 그리 강하지 않다고 한다. 마리 당 각성자 레벨 1에 대응하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협공을 당하면 꽤나 골치가 아플 수 있다. 놈들을 놓친 차사(差使)의 보고에 따르면 항상 이 주변을 맴돌고 있다고 한다]

임무.

이건 분명 임무창이다.

불멸자들이 내건다는 임무 창.

이건 그들과 계약을 했건, 하지 않았건 상관이 없다.

이로 인해 불멸자들과 인연을 맺은 후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고, 계약을 맺은 뒤에도 계속해서 임무는 뜬다.

임무를 완수하면 불멸자와의 친밀도가 더욱 높아지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한데다, 보상도 꽤나 좋아서 각성자라면 누구나 욕심을 낸다.

그리고 한 불멸자와 계약을 했다고 해서 다른 불멸자와 계약을 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동시에 계약을 유지할 수도 있고, 두 불멸자의 능력을 동시에 빌려 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불멸자들과의 친밀도가 높아야 하는데, 바로 그 친밀도를 첫 임무에 무려 3이나 준다.

보통 첫 임무에 신체 능력치 1 포인트나 0.5 포인트 정도만 걸리는 것을 보면 대단한 것이었다.

이 임무는 귀신을 볼 수 있는 백유현만 가능한 임무였기 때문에 보상이 꽤나 센 듯했다.

그런데 백유현은 이 임무 이면에 숨겨져 있는 사실을 곧바로 눈치 챘다.

이 임무는 절대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다.

‘이 임무, 평범한 불멸자가 주는 게 아니야!’

그 역시 예전부터 각성자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에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첫 임무에 이 정도 보상을 내걸 수 있는 불멸자는 그리 많지 않다.

현세(現世)에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은 불멸자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들의 권능에 따라 보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첫 임무에 이 정도 과감하게 보상을 준다는 것은, 역으로 생각하면 그 불멸자가 매우 대단한 존재라는 뜻이다.

어쩌면...

‘적어도 3티어...혹은 그 이상!’

불멸자들에도 등급이 붙어 있다.

물론 각성자들이 수많은 정보를 종합해서 붙인 것이긴 하지만, 그 등급은 얼추 들어맞았다.

가장 높은 등급인 1티어에는 과거 전설이나 신화에서 거의 주신(主神)급으로 거론되는 신들과 그와 비견되는 불멸자들이 속해 있다.

2티어에는 그보다는 약한 불멸자들이, 3티어에는 또 다시 그 아래 급의 불멸자들이 속해 있는 식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각성자라는 김현성에게는 바로 1티어 불멸자인 윤회하는 자, 태양신 라(Ra)가 붙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1티어 불멸자와 계약한 자가 불과 열 명 안팎인 것을 떠올려 보면 대단한 일이었다.

그리고 김현성 역시 태양신 라가 내건 첫 임무의 보상으로 무려 신체 능력치 3과 불멸자와의 친밀도 3을 받았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제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높은 티어의 불멸자들이 의뢰한 임무는 죄다 보상이 꽤 좋았다.

4등급 이하의 불멸자들이 첫 임무의 보상으로 겨우 신체 능력치 0.3, 혹은 0.5 정도를 주는 것을 비춰 볼 때, 백유현에게 주어진 임무는 절대 범상한 것이 아니었다.

즉, 이제까지의 정보를 종합해 보면 백유현에게 임무를 준 불멸자의 티어도 꽤 높다는 합리적인 유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임무를 마다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백유현은 바로 임무를 받아들였다.

실패하더라도 놓칠 수는 없는 임무다.

그리고 자신 밖에 해낼 수 없는 임무였고.

‘일주일...’

일주일.

좋다.

일주일 안에 세 놈을 꼭 잡는다.

그래서 얻은 신체 능력치를 모자란 근력과 순발력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또 하나의 창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신체 능력치 창이었다.

[‘썩어가는 존재의 피’의 영향으로 불사(不死)의 재생이 시작됩니다]

[전신에 입은 피로 데미지 788]

[현재까지 축적된 불사의 재생 가능 에너지 800]

[생체 에너지 파장이 분출됩니다]

[세포 재구성 속도 증가]

[골격 재생 속도 증가]

[죽은 근육 세포의 재생속도가 빨라집니다]

[호흡과 맥박의 회복속도가 빨라집니다]

[산소 포화도가 급속도로 높아집니다]

[피로 물질 제거속도 증가]

...

[신체 재생 완료]

[호흡이 정상화 되었습니다]

[맥박이 정상화 되었습니다]

[모든 신체 능력이 정상화 되었습니다]

[현재 남은 불사의 재생 가능 에너지 12]

[불사의 재생 발동 대기 시간이 사십 팔 시간 남았습니다]

‘불사의 재생?’

저번에 병원에서 있었던 불가사의한 일이 떠올랐다.

그 때도 이런 창이 떠올랐었다.

그리고 지금 역시 방금이라도 죽을 것 같았던 고통이 모조리 사라져 있었다.

아니, 오히려 훈련을 받기 전보다 훨씬 몸 상태가 좋았다.

백유현은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일들을 바로 파악했다.

지력이 높은 그는 이 상황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건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마치 엄마가 가져다 준 듯한 기적.

‘모든 것이 회복되었어!’

아마 평소에 재생 에너지를 축적해 신체에 큰 데미지가 주어졌을 때 회복하는 시스템인 모양이었다.

다만, 그 시점을 백유현이 제어할 수 없기에 큰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체력이 완전히 회복된 백유현은 물을 한 모금 다시 마시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어서 훈련을 마치고 지옥견들을 잡으러 가야 했다.

“교관님. 훈련 얼른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 말에, 백유현에게 일어난 일을 모르고 있는 김수성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만 해도 다 죽어가던 놈이 다시 눈빛이 생생하게 살아난 것이다.

이럴 수는 없다!

지금쯤이면 거품을 물고 자신 앞에 드러누워 살려달라고 애원을 해야 정상이다.

그러면 김수성은 거드름을 피며 자비를 베풀어주는 것이 이제까지의 관례였다.

그 때가 김수성이 가장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였고, 교관으로서 보람이 느껴지는 때였다.

그런데 이 자식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뭐야, 이 놈? 이거 완전 독종 아냐? 왜 숨을 하나도 안 헐떡여?’

아니 그건 그렇고 왜 이리 놈이 생생해 보이는 걸까?

마치 체력을 완전히 회복한 것처럼.

‘그럴 리가? 겨우 각성자 레벨 1짜리가 그 동안 완전히 회복을 했다고? 말도 안 돼!’

백유현 같은 천재가 자신의 앞에 드러누워 자비를 구하는 것을 은근히 기대했던 김수성은 김이 빠진 얼굴로 백유현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죽어가던 놈이 아니었다.

게다가 얼른 훈련을 하자니!

이게 지금 훈련생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란 말인가?

김수성은 의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너 정말 괜찮겠어? 그러다 쓰러진다?”

“괜찮습니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네. 훈련을 받으면서 생각해봤는데...저한테 시간이 별로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따 훈련이 끝난 저녁에는 무기 사용법을 좀 가르쳐 주시면 좋겠습니다.”

“뭐? 무기?”

김수성은 더 이상 황당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어깨 나간다니까? 지금 그 수준으로 무기를 다뤘다간...”

“장도리부터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건 저도 가볍게 들 수 있으니까...”

“그야 그렇지만, 장도리라고 해도 우습게보면 안 돼! 그걸로 제대로 된 데미지를 주려면...”

“한 대로 안 되면 두 대를 내리 치면 되겠죠. 일단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방법만 알려주시면 나머지는 제가 노력해서 익히겠습니다.”

김수성은 팔짱을 끼고 턱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그는 금세 결론을 내렸다.

‘이거, 완전 돌은 놈이다!’

보통 인간이면 지금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대단한 열정을 보일 수가 없다.

오늘 백유현은 이미 상당한 양의 훈련을 받았다.

그래서 내일 아침, 녀석이 아마 곡소리를 내며 일어날 확률이 백 퍼센트다.

아니, 일어날 수만 있으면 다행이다.

첫 훈련을 받고 나면 온 몸이 박살나는 듯한 근육통에 못 이겨 절뚝이며 나오는 훈련생들이 태반이다.

그만큼 오늘 훈련은 지독하게 이뤄졌다.

팔굽혀펴기, 인터벌, 스쿼트, 런지...

헬스장에서 사람을 죽이기 위해 개발한 모든 종류의 훈련을 일반인의 몇 배에 달하는 강도로 온전히 백유현은 받아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어차피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가 마지막이었다.

그냥, 훈련생이 죽을상을 하면 김수성이 관대하게 자비를 베풀어 주는 장면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하는 것이 오늘 훈련의 끝이었다.

아니, 여태까진 그래왔다.

그런데 이 자식, 훈련을 더 받겠다는 것도 모자라 무기 사용법까지 가르쳐 달란다.

이게 보통 미친놈 입에서 나올 소리란 말인가?

미쳐도 제대로 미친놈이 아닌 이상 이럴 수는 없다.

김수성은 심각하게 백유현을 쏘아보고 있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 몰라! 아파도 지가 아프겠지.’

그게 김수성의 결론이었다.

뭐 어떻게 하겠는가?

지가 하겠다는데.

“좋다! 내 교관 인생 이 년 만에 너 같은 놈은 처음 보지만, 내일 아침 곡소리를 내더라도 네 놈이 내는 것이니! 그럼 저녁에 할 게 아니라, 일단 해머의 기본 공격법부터 가르쳐 주도록 하지! 자, 그럼 훈련 동으로 이동한다!”

“예, 교관님!”

백유현이 씩씩하게 대답하고는 힘차게 훈련 동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에는 뭔가 설렘까지 묻어나오는 것 같아 김수성은 뒷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뭐야, 저 놈?’

교관 인생 처음이었다.

이토록 훈련을 즐겁게 받는 놈은.

“저희, 반성해야겠습니다. 선배님.”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여성 교관, 김승미가 불쑥 말했다.

그녀는 뭔가 감동을 받은 듯한 얼굴로 백유현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가?”

“저 아이를 보니, 저희가 얼마나 나태하게 지냈는지 깨달았습니다. 교관이라고 훈련도 게을리 하고...그렇게 힘들어하면서도 훈련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버티는 모습을 보니 제가...크흑!”

급기야 눈물을 훔치는 그녀를 보며 김수성은 어이가 없었다.

“김 교관.”

“네. 선배님.”

“이상한 소리 그만 하고 가자.”

“네...”

김승미와 김수성은 훈련 동으로 향했다.

사상 최초, 이 모든 훈련을 다 견디고 무기를 가르쳐 달라는 훈련생이 기다리는 그곳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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