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잡고 폭렙업-7화 (7/166)

7. 베타 프로젝트

똑똑-

강서현은 각성자 인증 총괄 본부장, 정재호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정재호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강 팀장 무슨 일이야? 자네가 직접 온 걸 보면 뭔가 재미있는 일이 터진 것 같은데?”

강서현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반백의 머리칼을 단정하게 빗은 정재호가 강서현을 보고 활짝 웃었다.

정말 큰 일이 아니고서는 절대 이곳에 오지 않는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보고 드릴 게 있어서요.”

“아, 뭐 당연히 그래서 왔겠지. 그래, 무슨 일인데?”

“먼저 이걸 좀 봐 주세요.”

강서현은 보고서를 내밀었다.

정재호는 보고서를 읽으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도 강서현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난 심히 기계 고장이 의심되는데? 그런데 자네가 직접 그렇게 인간미라고는 하나도 없는 딱딱한 얼굴로 나를 찾아온 걸 보니 그건 아닌 것 같고...이 자식 이거 정체가 뭐야?”

“이름은 백유현, 올해 열여덟 살입니다. 세광고에 재학 중이고,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와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요. 그리고 베타 파장 컬러, 퓨어 화이트(pure white)로 판명이 났으며 세타 파장은 검색불가. 거기다 알파 파장의 컬러 또한...”

강서현의 표정이 조금 더 굳어졌다.

“베타 파장과 동일한 순백색.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각성자입니다.”

정재호가 인상을 와락 구긴 채로 강서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사실 그는 정말 놀란 상태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서현이 직접 보고서를 들고 왔을 때는 엄청나게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보고서를 읽어본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다.

이건 지금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그는 잠시 팔짱을 끼고 묵묵히 강서현을 바라보더니 이내 툭- 한 마디 내뱉었다.

“베타 파장은 물론, 알파 파장의 컬러까지 순백색이라. 자네 말대로라면 제대로 괴물이 나타난 셈인데.”

강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무후무한 존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 거기다 아직 불멸자와 계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성을 해버렸지. 하,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정재호도 난감하다는 듯 방안을 서성였다.

베타 파장의 색이 순백색이면 계약한 불멸자의 능력을 백 퍼센트 사용할 수 있다고 ‘이론적’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알파 파장의 색까지 순백색이라면...

정재호는 강서현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여기서 찾아냈다.

알파 파장은 ‘인간의 힘’을 뜻한다.

그런데 알파 파장의 색깔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잠재력.’

베타 파장과 마찬가지로 알파 파장도 색이 진할수록 낮은 수치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순백색을 지닌 백유현은?

그 누구도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

즉, 이니그마(Enigma, 수수께끼).

어느날 갑자기 불멸자들의 선택에 의해 각성이 발현된 지도 벌써 수년이 지난 지금도 이 ‘이니그마’라는 표현이 붙은 영역은 꽤 많았다.

지금 백유현의 경우도 바로 그랬다.

그러니 아무도 알 수 없다.

놈의 잠재력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녀석에게는 말하지 않았겠지? 알파 파장까지 퓨어 화이트인거.”

“현장의 두 요원도 발설하지 않을 겁니다.”

“좋아, 잘 처리했어. 그게 다른 사람 귀에 들어가서 좋을 게 없지. 이제부터 녀석을 각성자 관리법 제 18조에 의거, 특급 관찰 대상에 포함시킨다.”

강서현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말씀은 백유현 군을 각성자로 인증하겠다는 말씀이군요. 게다가 특별 조치까지.”

정재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베타 파장이 검출된 이상 녀석은 각성자 인증을 통과했고, 그에 대한 권리를 당당히 누릴 수 있지. 하지만 문제는 녀석의 상태다. 녀석이 어떤 상태인지 안다면 적대국이나 경쟁국에서 좋게 볼 리가 없으니까.”

“그렇겠죠.”

“하지만 일단 햇병아리 각성자이니 훈련은 받아야겠지?"

"네, 그거야 예비 각성자 아카데미에 입소시키면..."

"아니, 녀석을 한 번 베타 프로젝트 팀에 넣어 보는 건 어떨까? 아 물론, 녀석에게는 사전 동의를 받아야겠지만."

그 말에 강서현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예? 베타 프로젝트 팀요? 이제까지 그런 전례가 없었잖습니까? 이제 막 각성자로 인증 받은 아인데..."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된다는 거지. 자네도 봤잖아. 그 아이가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그런 재능을 제대로 가르쳐서 더욱 더 강한 각성자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잖나."

"괜찮겠습니까? 다른 데서 반발이 심할 텐데..."

정재호가 고개를 끄덕엿다.

"내게 맡기게. 백유현 군 같은 인재는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주고 소중하게 다뤄야 할 책임이 있다고. 물론, 일반 아카데미보다야 좀 더 힘들겠지만 일반 아카데미에서 얻지 못할 기회들을 많이 얻을 수 있게 될 거야. 그게 차후 백유현 군에게도 더욱 도움이 되어 주겠지. 안 그런가?"

"백유현 군 같은 천재라면...오히려 베타 프로젝트 팀이 훨씬 잘 맞겠죠. 흐음...그래도 주변의 시선이..."

"걱정 말게. 그 정도는 내가 다 커버할 거니. 나는 오히려 기대가 되는군. 녀석이 얼마나 더 클지."

강서현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그렇게 시행하겠습니다. 단, 역풍은 말씀하신대로 다 막아주셔야 합니다. 아마 오늘부터 항의전화가 빗발칠 거라 예상이 드는데 말이죠."

정재호가 피식 웃었다.

"그런 거 무서웠으면 이 자리에 못 앉아 있지. 그러고 있을 거면 저수지 가서 낚시나 하고 있지 뭐하러 이런 곳에 있겠나?"

"그런데 그 아이, 아직 열 여덟 살인데다가 계약자도 없어서 걱정 되는군요."

"열 여덟이지만 어엿한 각성자지. 그리고 어차피 레벨 5까지는 계약자의 권능은 쓸 수 없으니 그건 문제가 안 될 것 같고."

강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만요...녀석의 레벨이 1인 것도 아무래도 마음에 걸립니다. 그 5레벨까지의 각성자 대부분이 4레벨이나 5레벨이니까요."

"걱정 마. 이미 '그 녀석'이 있었잖아? 레벨 2로 당당하게 시험을 통과한. 설마 백유현 군이 '그 녀석'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거야? 이런 놀라운 데이터를 보면서?"

"그것도 그렇군요..."

이미 선례가 있는 사실이다.

각성자 레벨이 1이라고 해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은.

그래서 강서현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외풍은 내가 막는다. 그리고 녀석은 최고의 훈련을 받는다. 그것 뿐이야. 괜히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 마. 대신 녀석에게는 최상급 대우를 해줘. 훈련 마치고 나면 VVVIP 블랙 카드에, 최고급 오피스텔 두 채, 세단...거기에다 노블레스 블랙 마켓 이용권까지 줘."

강서현이 흠칫 놀랐다.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노블레스 블랙 마켓 이용권 때문이었다.

다른 것은 어차피 다른 각성자들도 비슷하게 받으니까.

그런데 노블레스 블랙 마켓은 다르다.

그 안에서 사고 파는 물품들의 정체를 알면 기절초풍할 정도다.

카오스 터미널에서 채취한 재료들을 가지고 만든 '암 치료제', '근력 강화제', '관장 재생 연고' 등 엄청난 효능을 지닌 물건들을 팔기 때문이다.

여기에 들어가려면 꽤 높은 등급의 노블레스 멤버스 자격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백유현은 모든 훈련만 마치면 바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엄청난 혜택이다.

"뭐, 그 정도 자격은 된다고 보는데?"

강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부장님."

"그리고 강팀장."

그 때, 정재호가 그녀를 나직하게 불렀다.

"예, 부장님."

강서현이 그를 바라보자 정재호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넨 참 좋은 사람이야. 뭐, 가끔 그래서 내 골치를 썩히지만. 그래, 이만 나가봐. 바쁜 사람 오래 붙잡는 거 별로야."

강서현 또한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부장님도 좋은 사람입니다.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설명 잘해주고. 어린 녀석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겠어? 설득 잘 해봐."

"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아, 하나 더."

"네, 부장님."

정재호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알다시피 베타 프로젝트 팀은 팀-엑스 대회를 위해 만들어진 팀이야. 녀석을 꼭 그 곳에서 볼수 있었으면 좋겠군. 좋잖아? 우리도 이제 이런 천재를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

"명심하겠습니다."

"나가 봐."

"그럼."

강서현은 고개를 숙여 보이며 방을 나섰다.

정재호 부장이 어지간히 백유현이 마음에 든 듯했다.

이제야 갓 각성자 인증을 받은데다, 레벨 1짜리의 각성자를 현존 최고의 아카데미 팀인 베타 프로젝트 팀에 밀어 넣는 것은 부장으로서도 상당히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

그런데 그는 자처해서 바람막이가 되어주기로 한 것이다.

평상시 각성자들에게 얼마나 애정을 쏟는지 아는 강서현으로서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마 정재호 부장은 큰 풍파에 시달릴 공산이 컸다.

그곳은 이미 아비규환의 정글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권력의 그림자는 장소를 가리며 드리우는 것이 아니었다.

------

“예? 베타 프로젝트요?”

너무 배가 고팠던 백유현에게 탈탈 털린 강상진 요원이 두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되물었다.

“아니, 이제야 고작 각성자 레벨 1짜리인데요? 와, 그건 정말 너무 놀라운 일인데?"

정기수 요원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떡 벌렸다.

백유현은 저쪽 편에서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고 있어서 이쪽에서 하는 얘기를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강서현은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며 나직하게 말했다.

“목소리 낮춰. 다른 사람 들어."

“아, 정말 부장님 괜찮으실까요? 후폭풍이 장난 아닐텐데?"

“그러게...다른 프로젝트도 아니고 베타 프로젝트라니...와, 거기 있는 자식들의 부모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아시면서 그걸 강행하셨다고요? 저 녀석 하나를 위해서?"

“알잖아. 부장님 평소 꿈이 어떤 건지. 그래서인지 아무리 말씀드려도 듣질 않아. 어쩔 수 없잖아."

“후우...아무리 그래도 부장님이 너무 위험해지실 텐데...당장 국회의원, 장관...이런 사람들 전화가 수도 없이 쏟아질텐데 참..."

강상진과 정기수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서현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가 이내 단호하게 말했다.

“부장님도 사활을 걸고 결정하신 일이야.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자. 이게 부장님을 위해서도, 저 아이를 위해서도 최선의 방법이야. 저 아이는 제대로 된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받아야 할 권리가 있으니까. 일단 먼저 저 아이에게 동의를 구해보자. 그게 순서야."

두 요원 또한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는 말씀이십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강서현은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묵묵히 생각에 잠겼다.

부장의 생각은 그녀가 누구보다 잘 알았다.

팀-엑스 대회.

각 국가 별로 각성자들이 팀을 짜서 실력을 겨루는 팀 엑스 대회는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대회이기도 했다.

올림픽은 이미 팀 엑스 대회에 밀린 지 오래였고 월드컵은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

그만큼 팀 엑스 대회가 엄청나게 인기를 끌고 있고, 그런 만큼 각 국가에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는 대회라는 뜻이다.

그 팀 엑스 대회에는 매우 특이한 규칙이 있었는데, 각 팀마다 무조건 레벨 5 이하의 각성자 다섯 명을 포함해야 한다는 규칙이었다.

최종 순위 결정 때는 그 때까지 살아남은 각성자가 몇 명인지 놓고 판단하기 때문에 레벨 5 이하의 각성자라고 해서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더 높은 녀석들을 골라내야 한다.

그래서 베타 프로젝트 팀이 만들어진 것이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천재들을 모아서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그런데 지금, 최고의 천재가 나타났다.

그런 아이를 권력이 무섭다고, 뒤를 봐주는 배경이 없다고 베타 프로젝트 팀에 참여시키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그게 정재호 부장의 생각이었다.

강서현도 그에 동의하는 바였고.

“준비 됐습니다. 팀장님.”

강 요원, 정 요원 둘이 백유현을 데리고 왔다.

백유현은 강서현을 보며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저, 인증 되었다고 들었어요. 팀장님, 감사합니다.”

강서현은 그런 그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어루만졌다.

“감사할 거 없어. 다 네가 잘 해서 그런 거니까. 그런데 너에게 할 말이 있어, 유현아. 원래 각성자로 처음 인증받으면 반드시 아카데미 중 하나를 골라 교육을 받아야 하거든? 그래야 카오스 터미널로 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 그런데 너는 결과가 좋아서, 국내 어떤 아카데미보다 뛰어난 곳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어. 보통 힘든 곳은 아니지만, 사실 너에게는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네가 동의한다면..."

백유현이 물었다.

"그곳으로 가면...강해질 수 있는 건가요?"

강서현이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건 보장해. 하지만 대신 과정도 힘들고, 생각지 못한 텃세에 시달릴 수도 있어."

백유현도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정도는 괜찮아요. 강해질 수만 있다면 이 악물고 버텨볼게요."

강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 동의했으니, 이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다.

"그래, 그럼 이왕 말이 나온 김에 그곳의 교육을 수료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말해줄게. 뭐, 수료를 못하더라도 기본적인 혜택보다 더욱 좋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테니 걱정말고."

강서현은 베타 프로젝트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오면 VVVIP 블랙 카드 발급에, 오피스텔 두 채, 그리고 세단 등에 말해주고, 노블레스 멤버스 블랙 마켓 이용권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혹시 중간에 훈련에서 낙오하거나, 스스로 그만두더라도 다른 각성자들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의 혜택을 받는다는 것 또한.

백유현은 그 모든 사항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나쁘지 않다.

어차피 받아야 할 훈련이라면 제대로 받고 싶기도 했고.

그리고 노블레스 멤버스 블랙 마켓 얘기가 나왔을 때, 옆의 두 요원이 지었던 백유현을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표정을 보자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음을 깨달았다.

“예, 알겠어요. 팀장님."

"좋아, 그럼 움직여 볼까?"

그들은 백유현을 데리고 한쪽으로 데리고 갔다.

노블레스 멤버스 본부 건물에서도 상당히 안쪽으로 들어간 곳, 어느 순간부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그곳에 다다라서야 그들은 멈춰 섰다.

그런 그들 앞에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양복을 입었지만, 터질 듯한 근육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고 뺨 한쪽에는 날카롭게 긁힌 흉터가 선명한 사내였다.

“말은 전해 들었다. 이 녀석이냐?”

강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유현입니다. 나이는...”

“됐다. 그런 건 여기선 별로 필요 없으니까. 너, 앞으로 나와 봐.”

사내는 백유현을 가리켰다.

백유현은 사내 앞으로 나섰다.

크다.

그는 또 한 번 느꼈다.

아니, 이건 큰 정도가 아니고 거대하다.

“이건 뭐 완전 애송이구먼. 쯧, 정재호 부장은 무슨 생각인 거냐?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잖아?"

잠시 백유현을 이곳저곳 살펴보던 사내가 못마땅하다는 듯 내뱉었다.

“부장은 부장이고, 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순순히 따라온 거냐?”

“각성자로서 해야 할 일은 빠지지 않고 하고 싶습니다.”

꽤 당돌하다.

사내는 피식 웃더니 다시 험상궂게 말했다.

“웃기는 놈이군. 지금이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농담이 아니고 진짜 죽을 수도 있으니, 돌아가는 게 좋아."

그 때 백유현이 사내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 건.”

백유현의 두 눈이 강한 빛을 발했다.

“두렵지 않습니다. 그런 게 무서웠다면 애초에 오지도 않았어요. 저는...”

백유현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정말 강해지고 싶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