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잡고 폭렙업-4화 (4/166)

4. 각성

위이잉-

119대원들이 급하게 움직였다.

에이브람스 병원의 응급실의 당직 인턴들이 119대원에게서 환자를 넘겨받기 위해 바삐 뛰었다.

“상태가 어떻습니까!”

이미 이송 도중에 익스파이어(사망) 가능성이 높다는 연락을 받은 인턴이 구급대원에게 물었다.

“늑골골절로 폐에 치명적인 상처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정말 이건···”

“또 뭐가 있습니까?”

구급대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온 몸의 뼈가 완전히 골절된 상태 같습니다. 이 정도인데 아직 죽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어서 옮기죠. 이리로 오십시오!”

인턴은 재빨리 움직였다.

이미 환자의 얼굴에는 청색증이 완연했고, 숨은 쉬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익스파이어 판정이 내려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는데, 심박이 잡히기에 급히 호송된 것이다.

이 정도면 위급 중에 위급 환자.

구급대원들도 인턴들도 긴장되긴 마찬가지였다.

“엑스레이!”

골절상을 심하게 입은 환자나 움직일 수 없는 환자를 위해서 마련된 간이 엑스레이가 급히 준비되었다.

응급과장이 직접 그를 잡으며 물었다.

“호흡 체크! 심박은?”

“심박은 미약하지만 잡힙니다! 하지만 이미 뇌손상이···”

청색증을 보이는 환자이기에 인턴은 당연한 보고를 했다.

“이 상태인데 심박이 잡힌다니···이해할 수 없군.”

환자의 입가에는 이미 선혈을 토했었다는 흔적이 남아 있었고, 온 몸 곳곳에는 심한 타박상과 함께 골절이 육안으로도 관찰될 정도로 심각했다.

게다가 두부의 열상 또한 매우 심각한 상태였고, 다발성장기손상까지 의심될 정도로 복부에도 심한 멍이 들어 있었다.

“도대체···!”

교통사고도 아니다.

“묘지에 쓰러져 있던 것을 묘지관리인이 발견해서 신고한 겁니다. 마침 폭우가 내려 묘지 몇몇이 유실되고 떼가 벗겨지는 바람에 점검하는 찰나에 발견했다 합니다.”

“일단 엑스레이 촬영해. CT도 준비하고!”

“예!”

간이 엑스레이를 환자의 가슴팍에 대고 인턴이 크게 말했다.

“하나, 둘, 셋. 샷!

촬영이 끝나고 그 결과가 나오자, 응급과정은 물론 인턴들도 저도 모르게 입을 막았다.

“어···어떻게 이런!”

늑골이 완전히 부러져 폐를 관통하고 있었고, 혈흉이 진행되어 있는 것이 또렷하게 보였다.

이 정도면 이미 죽었어야 할 상태인 것이다.

“심박 체크하고 산소호흡기 준비 해!”

“예!

하지만 응급과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환자는 죽지 않았다.

그러니 의사도 포기하지 않는다.

평소 그런 신념을 가지고 있던 응급과장이기에 처지를 서두르는 것이다.

“흉부외과 콜해! 내과도 역시! 모든 가용인원 다 불러봐!”

과장들 중에 최고참인 응급과장의 오더다.

인턴 하나가 대답하고는 빠르게 움직였다.

“골 때리는 녀석이로군. 도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거야?”

의학은 길지 않은 시간에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 눈부신 발전에도 채 밝혀내지 못한 불가사의한 일들이 종종 발생하곤 했는데 바로 지금 이런 상황이었다.

의학으로도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질긴 연명(延命).

응급과장, 이재국은 소년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의학으로는 이미 사망판정을 받아도 몇 번을 받았어야 할 상황에서 심장이 뛰고 있다. 도무지 의학적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이제부터는 이재국 과장이 알고 있는 모든 의학 지식을 넘어서는 영역에서의 싸움인 것이다.

이재국은 죽은 듯 누워 있는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런 싸움은 그가 얼마나 많이 겪어왔던가?

응급실의 특성상, 의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수많은 환자들을 의학의 힘으로 접근하여 결국 살려내곤 했다.

그것이 국내 최고의 응급의라 불리는 이재국의 힘이었다.

‘의학으로 너를 다시 되살려 주마!’

응급과장 이재국의 두 눈에서 진지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수술실 준비해!”

그가 오더를 내렸을 때였다.

삐비빅- 삐비빅-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혈압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나마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과장님! 환자 좀 보십시오!”

한 인턴의 급한 외침에 눈을 돌린 응급과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환자의 코와 입, 그리고 귀에서 시커먼 피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거야말로 최고등급의 응급상황이었다.

혈압체크기가 미친 듯 경고음을 발했고, 다른 의사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몇 년을 공부하고 수많은 경험을 쌓은 그들로서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던 것이었다.

이재국은 호통을 쳤다.

“다들 뭐하나! 에피네프린 주사해! 혈압부터 잡는다!”

겨우 하나 남은 희망의 끈을 놓칠 수는 없었다.

“예, 과장님!”

인턴 하나가 즉각 에피네프린 주사를 준비했다.

그리고 그 주사바늘을 환자의 허벅지에 힘껏 찔렀다.

“엇!”

그런데 그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티잉-

단단한 주사바늘이 마치 강철 벽에라도 막힌 듯 튕겨 나온 것이었다.

“뭐해! 집중 안 하나!”

이재국은 미간을 잔뜩 구기며 외쳤다. 일 분, 일 초가 바쁜데 저 따위 실수라니!

인턴이 집중을 안 해서 침대의 난간부분이나 다른 곳에 주사를 찌른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예? 예!”

인턴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있다가 다시 힘을 주어 주사를 허벅지에 내리 꽂았다.

쨍그랑!

“으악!”

그런데 이번에는 주사를 찔러놓은 인턴의 팔이 크게 튕겨 나오며 주사바늘이 완전히 부러져 버렸다.

“인마! 집중하라고!”

“그, 그게 아니라! 환자의 허벅지가 마치 단단한 쇠 같습니다! 주사 바늘이 들어가질 않습니다!”

“뭐?”

레지던트 과정의 응급의가 눈을 부라리며 에피네프린 주사 하나를 재빨리 받아들어 환자의 허벅지에 박았다.

티잉!

“크윽!”

하지만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마치 손아귀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과장님···!”

그는 이재국을 바라보았다.

이재국도 그 때야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하고 급히 환자의 허벅지를 주물러 보았다.

‘이건!’

이재국의 두 눈이 의아함으로 가득 물들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이 정도의 근육경직이라니!”

“근육경직 정도가 아닙니다! 이 아이, 아예 온 몸이 강철처럼 단단해졌습니다! 지금 상태론 어떤 주사도 들어가질 않습니다!”

“다른 곳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래서는 혈압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과장님, 어레스트(arrest, 심장 정지) 직전입니다!”

삐비비비비-

혈압이 저토록 미친 듯 떨어지는데 혈압을 잡아주는 에피네프린을 투여할 수 없다면 그건 거의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이재국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 때, 인턴들이 또 다시 놀란 외침을 내질렀다.

“과, 과장님! 바이탈 사인이!”

삐비빅- 삐비빅-

“가, 갑자기 혈압 급상승, 맥박이 급속하게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환자, 환자의 상태가!”

드드드드드!

인턴의 보고가 끝나기가 무섭게 환자가 누워 있던 베드가 미친 듯 흔들렸다.

환자의 몸이 갑자기 무섭게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잡아!”

와드드드!

인턴들이 달려들어 안간힘을 쓰며 환자를 잡았지만, 환자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건장한 구급대원들까지 동원되었지만 환자는 그들 모두를 튕겨내며 미친 듯 요동쳤다.

삐비비비비비비-

“심박수 급상승! 이러다간 심장이 파열합니다!”

응급조치실 전체가 마치 지진이라도 만난 것처럼 엄청나게 흔들렸고, 각종 의료기기나 물품들이 이리저리 튕겨 날아갔다.

“크으윽!”

의사들은 그 진동에 휘말려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와드드드드드!

콰쾅! 파지직!

그리고 어느 순간 환자의 침대의 다리가 박살이 나고 주변의 모든 전자기기가 마치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불꽃을 뿜어내며 터져나갔다.

“으아악!”

의사들은 반사적으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치이직- 치직-

“콜록, 콜록!”

연기가 솟고, 모든 것이 엉망이 된 응급조치실 안에서 의사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과, 과장님···괜찮으십니까?”

레지던트 하나가 와서 응급과장 이재국을 부축했다.

이재국은 쓰고 있던 안경알이 깨지고, 뺨에 날카로운 물체가 스쳤는지 피가 낭자했다.

하지만 그는 인상을 찡그린 채로 환자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는 괜찮아. 환자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환자는 이제까지 의학계에 보고된 그 어떤 사례와도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

의학박사로서의 호기심과, 아직 어려 보이는 환자에 대한 걱정이 반반씩 섞인 표정으로 응급과장은 환자를 찾았다.

“과장님, 저기···”

한 인턴이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그 곳에는 한 소년이 서 있었다. 이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마른 체형의 소년.

녀석이 입고 있던 옷은 죄다 찢겨져 있었고, 녀석은 멀뚱멀뚱 바닥에 나자빠져 있는 의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일이!”

의사들은 그 소년을 보면서 경악한 표정이 되었다.

이재국 역시 표정이 완전히 굳어졌다.

그는 지금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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