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잡고 폭렙업-1화 (1/166)

1. 귀신을 보는 눈

빠악!

“아, 시팔새끼 말 존나 안 듣네. 야, 우리가 뭐라고 했어? 어? 이 새끼 진짜 꼴통 아니냐?”

세광 고등학교.

서울 시내 고등학교 중에서도 공부 못하기로 유명한 학교이다.

중학교 때 내로라 하는 일진 출신들이 모여 주먹싸움을 하고, 다른 학교에 일부러 패싸움을 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교사들도 그런 녀석들에 대해 손을 놓은 지 오래, 그들은 그들을 교화하여 가르치기보다는 그저 큰 사고만 없길 바라며 지낼 뿐이었다.

학교 분위기가 그러니, 일진이 아닌 일반 학생들은 평소에 어떻게 지내는지 알만했다.

“야, 씨발 새끼야! 말 안 들려?”

인상이 우락부락하고 체구가 큰 녀석 하나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학생의 멱살을 잡아채서 일으켰다.

놈은 남학생을 씹어 먹을 듯 눈을 부라리며 이를 빠득 갈았다.

“이 개새끼야, 말 안해? 아주 박살이 나야 씨부릴래?”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한쪽 눈이 퉁퉁 붓고, 피가 낭자한 남학생은 서 있기도 힘겨운듯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멱살을 잡은 녀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나 이 새끼야! 눈깔 안 까냐? 씨발, 니 눈만 보면 존나···”

남학생의 멱살을 잡고 있던 녀석은 주먹을 치켜들었다가 갑자기 몸을 흠칫 떨었다.

“크크크···”

남학생이 피가 선연한 얼굴을 들어 녀석을 보며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개새끼가!”

남학생의 몸이 거칠게 한 번 흔들렸을 때였다.

“김창우, 그만해라.”

뒤에서 누군가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김창우는 눈살을 잔뜩 찌푸리더니 가래침을 퉤 하고 뱉었다.

“씨펄, 너 운 좋은 줄 알어.”

김창우의 뒤에는 키가 190센티가 넘어 보이는 남학생 하나가 서 있었다.

그의 왼쪽 가슴에는 강준혁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명찰이 달려 있었다.

뚜벅.

강준혁은 아까부터 맞고 있는 남학생 앞으로 오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너냐? 전부터 재수 없는 소리 하고 다닌다는 게?”

190센티가 넘는 강준혁이 178센티 정도의 남학생 앞에 서자, 그 위압감은 대단했다.

세광 고등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복싱부에서 날렸던 강준혁이다.

복싱뿐만 아니라, 모든 격투기에도 능통해서 거칠기로 이름난 세광 고등학교를 최단시간에 평정하기도 했다.

이제 2학년이지만, 3학년의 싸움꾼과 붙어도 결코 지지 않는 실력의 소유자.

그런 그가 차가운 눈초리로 남학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마 보통 학생이라면 그 시선만으로도 그 자리에 주저앉았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강준혁은 피투성이가 된 채로 자신을 말없이 올려다 보고 있는 남학생을 보고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백유현.”

남학생의 명찰에 시선을 고정한 강준혁은 손을 슥 내밀어 거칠게 잡아챘다.

그리고 다시 백유현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돌렸다.

“말이 말 같지 않냐?”

빠악!

우당탕!

아까와는 전혀 다른 충격이 백유현의 전신을 강타했다.

“커흑!”

백유현은 그대로 뒤로 날아가 처박혔다.

“퉤!”

강준혁은 마치 걸레처럼 처박힌 백유현을 바라보며 가래침을 뱉었다.

“너, 한 번만 개소리 지껄이고 다니다간 그 땐 진짜 죽는다. 가자.”

그가 등을 돌렸을 때였다.

“더...더 때려봐, 개새끼야.”

강준혁의 두 눈매가 싸늘하게 굳어졌다.

정말 미친놈이다.

다른 놈들은 한대 쳐 맞으면 구석에 처박혀서 울거나, 몸을 오들오들 떠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저 새끼는 꼭 저렇게 사람 꼭지를 돌게 만든다.

“이런 개새끼가!”

그가 다시 몸을 돌려 주먹으로 치려는 찰나, 강준혁은 백유현의 두 눈을 마주했다.

그런데 그 순간 왜 그랬는지 모른다.

삭막한 그 두 눈을 보는 순간, 왜 움찔 몸을 떨었는지.

“이런 시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오싹함이 강준혁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놈의 눈을 보면 그렇게 재수가 없다.

“으아아!”

빠악!

와득!

백유현의 턱이 완전히 돌아가며 그대로 허공에 붕 떠 뒤로 날아가 처박혔다.

콰당탕!

“허억! 허억!”

“준혁아!”

다른 일진들이 몰려와서 강준혁의 주위를 에워쌌다.

“씨발, 죽은 거 아냐?”

그 중 하나가 인상을 와락 구기며 백유현을 발로 툭 찼다.

아무리 일진이라지만 학교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그냥 때리고 괴롭힌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다행히 백유현의 손끝이 움찔거렸고, 일진들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야, 너 왜 그래? 그렇게 흥분한 거 처음 본다.”

일진 중 하나가 와서 강준혁을 보며 말했다.

강준혁이 얼마나 냉철한지는 여기 있는 일진들이라면 다 안다 .

그런데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한테 이리 흥분하다니!

‘씨발···’

강준혁도 자기 자신이 믿어지질 않았다.

그런데 아까 백유현의 눈을 떠올리며 그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감정이라곤 하나도 없는 그 삭막한 눈.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묘한 빛을 뿜어내던 그 두 눈을 보자 강준혁은 자신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말았던 것이다.

귀신을 보는 눈.

그랬다.

백유현은 귀신을 보았고, 그래서 놈이 너무도 싫었다.

놈을 보면 늘 소름이 끼쳤고 온 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각성자들이 등장한 지 몇 년이 흘렀고, 카오스 터미널에서 몬스터들이 준동하고 있는 시대지만 짜증나는 것은 짜증나는 것이다.

귀신을 보든 말든 상관은 없지만, 마치 백유현의 두 눈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자신을 귀신을 쳐다보는 듯해서 재수가 없었으니까.

“재수 없는 새끼···”

강준혁은 치를 떨며 움직이지 않고 있는 백유현을 노려보았다.

“가자.”

그는 자신의 손에 쥐고 있던 백유현의 명찰을 마치 귀신이라도 붙은 양 신경질적으로 던져버리고는 몸을 돌렸다.

일진들도 하나둘씩 그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세광 고등학교 체육실 뒤, 백유현은 피투성이가 된 채로 그렇게 쓰러져 있었다.

백유현이 다시 일어난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다.

두 동강이 난 명찰을 떨리는 손으로 주워든 그는 이를 악물었다.

맞는 것은 이골이 나 있었다.

다 이 빌어먹을 능력 때문이었다.

‘씨발···’

그의 두 눈.

그 두 눈에는 이 세상에 실재하지 않는 것들이 보였다.

이른바 영혼 혹은 귀신이라 불리는 존재들.

그는 어려서부터 그 능력 때문에 사람들에게 철저히 괴롭힘을 당했고, 무시를 당했다.

어린 마음에 나쁜 사람이 따라다닌다고 어떤 누나에게 말해줬던 것이 시초였다.

물론 그 사람이 그 누나나, 누나의 가족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았기에 백유현은 미친 놈 취급을 받았고, 급기야 며칠 후 그 누나가 피가 낭자한 모습으로 살해당한 채 발견되자 마치 짐승이라도 보듯 동네사람들을 그에게 돌을 던지고 침을 뱉었다.

재수 없다.

아마 이제까지 그가 살면서 가장 많이들은 말일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말은···

“죽어 버려.”

백유현은 처연한 표정으로 뇌까렸다.

사람들은 그가 불길한 일에 대한 경고를 해줄 때마다 그에게 욕을 하고 저주를 했다.

죽어 버려. 재수 없는 새끼.

그 중 가장 참기 어려웠던 말은 ‘지 애미 잡아먹은 새끼’였다.

“큭!”

백유현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 말은 어린 마음에 너무 큰 상처를 주었다.

엄마가 의문의 사고로 돌아가신지 벌써 오 년이 흘렀는데도 그는 여전히 그런 소리를 듣고 있었다.

나이를 먹어가며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됨에 따라 그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역귀가 사람들을 따라다녀도 신경을 껐고, 자살귀가 친구의 몸에 빙의하는 것도 그냥 내버려 둔 적도 있었다. 물론 그 친구는 성적을 비관하여 20층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했다.

백유현은 그 때 그 친구의 영정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죽고 싶다.”

하지만 죽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기에 그럴 수도 없다.

오늘도 여전히 보고 있지 않았던가?

죽음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죽고 싶었지만, 죽어봐야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러지도 못했다.

“후우···”

그는 주섬주섬 가방을 챙겼다.

자라온 환경이 그러다 보니 그는 공부 따위와도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머리는 비상하여 세상 물정에는 어려서부터 꽤 빨리 꿰뚫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지만, 어디 세상에 그것만으로 살 수 있다던가?

그는 수돗가로 가서 세수를 하고, 머리에 차가운 물을 흠뻑 뒤집어썼다.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한껏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번잡하고 지겨운 세상에서 벗어나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

물론 물을 좋아하는 귀신들이 수돗가에 걸터앉아 그를 느물거리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여전했지만.

“꺼져.”

그는 자신을 바라보던 귀신들에게 한 마디 내뱉고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언제 걸어도 늘 지긋지긋한 길.

그는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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