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여년-863화 (863/1,108)

863화 폐하의 진정한 행복 (1)

‘당신께서는 여인이십니다.’

마지막 말이 젊은 황제의 심장을 잔인하게 때렸다. 그러자 여황제의 마음에 일대 혼란이 일고, 간장(肝腸)이 마디마디 끊어지고, 심장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내면은 어둠에 잠식되어 온통 분노와 절망뿐이었다. 흐트러져 입가로 내려온 검은 머리카락도 그녀의 기분을 알아차렸는지 어느새 입술 안으로 들어가 있었고, 황제는 이런 머리카락을 사납게 잘근잘근 씹었다.

황제가 절망한 모습에 범한은 움찔했다. 그는 쉬이 마음이 약해지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니 단지 북제의 젊은 황제가 언젠가는 이런 불쌍한 모습을 드러내리란 걸 전혀 생각 못 했던 것뿐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북제 조정과 몇몇 큰일들만 보더라도 이 여황제의 능력은 이미 검증이 된 바였다. 더군다나 경국 군신들이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와중에도 북제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으니, 이 점만으로도 범한은 그녀의 치국 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던 터였다.

20년 동안 변장한 채 제왕으로 산 거였다. 그러니 젊은 황제는 심리적으로 뒤틀려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뒤틀림은 아직은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었다.

한편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시시각각 방어를 했을 터이니, 그녀는 더욱 신중하고 자중하며 지냈을 것이고, 이에 또래에게서는 볼 수 없는 안정감과 성숙함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범한에게 제압당했음에도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거였다. 물론 언젠가는 천하 사람들이 그 비밀을 모두 알게 될 거라며 범한이 그녀에게 무정하게 일깨워주자 그녀도 결국에는 견디지 못했다. 그래서 단단한 외피가 산산조각이 나, 그녀는 큰 돌에 껍데기가 으스러져 속살이 드러난 고동처럼 변하고 말았다.

젊은 황제의 눈빛에 원망과 독기, 분노가 차올랐다. 하지만 내면만큼은 오히려 이상하리만치 차분했다. 그건 죽음을 각오한 자와도 같은 차분함이었다. 그런 차분함이 가시고 그녀의 얼굴에 점점 광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건 범한도 일찌감치 본 적 있는 표정이었다. 바로 죽기 바로 직전에 장 공주 이운예가 보여준 것으로, 그때 범한은 긴장한 나머지 천천히 양손을 아래로 내리며 언제든 공격할 준비를 하기도 했었다.

젊은 황제는 검은 머리카락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살짝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벌리고 있었다. 그러다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짐은 위협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 범한이 어찌 나올지 알 수 있었다. 이리 큰 비밀을 쥐게 되었으니 감찰원 정도의 능력이면 북제 황실의 통치 근간을 쉬이 흔들어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천하와 온 북방 지역에 이 소식을 퍼뜨려 혼란을 야기할 것이었다.

“너는 짐을 이용할 수 없다. 네가 이 일을 외부에 떠벌린다면, 짐의 이용 가치가 사라지는 것일 테니까……. 한데 만약 네가 이 일을 숨긴다면, 짐이 무엇하러 너에게 이용당해주겠느냐?”

젊은 황제가 원망과 독기어린 표정으로 범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범한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제가 요구할 사항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저 제 요구 사항 몇 가지만 들어주시면 되는데…….”

범한이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자조적으로 말했다.

“당신께서는 어찌 되었든 여인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어떤 중요한 부분에서는 저처럼 참아가며 경험을 쌓은 구린내 나는 남자들만 못하지요. 하여 어떤 큰일을 해내려 해도 당신께서는 못해내실 것입니다.”

젊은 황제의 눈이 점점 가느다랗게 변했다.

“이제 보니, 뒤에 일어날 일까지 일찌감치 생각해 놓은 게로구나. 하나 짐이 어찌 네 말을 들을 수 있겠느냐?”

말을 마친 황제의 눈에서 결연함이 스치더니 순간 엄청난 증오심이 일었다. 그런 후 소매 어디에서 꺼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비수를 들고 사납게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 * *

검려로 들어온 후 범한은 이제는 안전하다고 생각해 더는 북제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황제의 몸을 수색할 때에도 상대방이 여인이란 걸 알고 있던 터라 그녀에게 무례를 범하지 않으려 했다. 이에 황제가 최후에 자진용으로 쓸 비수를 휴대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다.

설마 황제가 어렸을 때 황태후로부터 받은 건 아니겠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순간 범한의 마음속에서 옅게 동정 같은 게 일었다. 바로 앞에 있는 여인 신분의 황제에게 동정이 일었다. 평범한 여인네처럼 지내지도 못하고 또 누군가에게 자신의 성별이 밝혀지는 게 두려워 종일 두려움에 떨었을 텐데.

범한이 재빨리 다가가 손끝을 튕겨 황제의 맥을 짚는 손목 부위를 쳤다.

그러자 ‘쨍!’ 하는 소리와 함께 자그마한 비수가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젊은 황제의 눈에서 단호함이 스치더니 그가 왼손으로 소매에 숨겨두고 있던 쇠뇌의 방아쇠를 당겼다. 화살이 발사되는 소리가 ‘촥촥촥’, 하며 세 차례 났다.

방 안에서 범한이 괴성을 지르는 소리가 한 차례 울려 퍼졌다. 이어 그가 침대 가장자리에서 억지로 몸을 비트는 게 보였다. 회색의 용처럼 몸을 이리저리 뒤틀어 정말 위험천만하게 쇠뇌의 화살 세 발을 피한 것이었다. 그의 옷이 독이 묻은 쇠뇌의 화살 세 발을 맞아 구멍이 났다. 다행히 평소처럼 안에 감찰원 옷을 입고 있어서 그 덕분에 범한은 이번 공격으로 다치지는 않았다.

범한이 끄응 소리를 내고는 곧바로 북제 황제의 양 어깨를 두 손으로 꽉 붙들고 그녀를 침대 위로 밀쳐버렸다. 그런 후 그는 황제의 얼굴을 향해 분노의 일격을 날렸다.

범한이 분노한 이유는 여황제에게 동정심이 들어 한 행동 때문에 하마터면 그녀가 쏜 암기에 당할 뻔해서였다. 그래서 범한은 이제야 상대방이 필경 황제임을, 그러니까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 3의 생물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 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하자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심지어 자신의 생명까지 걸고 범한을 죽이려 한 거였다.

젊은 황제는 입가에 선혈이 흐르고 있기는 해지만 기절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만하면서도 원망과 미움에 찬 모습으로 누워 있는 자기 몸 위에 올라타 있는 범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단하구나. 짐을 죽이거라!”

당연히 범한이 그녀를 죽일 리는 없었다. 상대방의 비밀을 쥐고 있으니, 제대로 항복만 받아낸다면 이 일국의 제왕은 검은 상자, 오죽 아저씨를 잇는 자신만을 위한 이 세계의 세 번째 비밀무기가 되는 거였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고집불통에, 총명하고, 20대 남자인 척하고, 또 행동이나 일 처리 방식이 모두 남성적 품격을 지닌 이 황제 폐하에게서 항복을 받아낼 수 있을까?

범한은 여인의 마음으로 통하는 최단 거리는 잠자리를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범한은 지금 북제 황제의 몸 위에 올라타 있느라 몸 아래에 있는 가짜일 리 없는, 여인만 지니는 부드러운 탄력을 느끼고 있었다.

범한은 지금 이 자세가 얼마나 애매한지, 그리고 얼마나 춘색 완연한 광경인지도 잘 알았다. 하지만 그는 파렴치한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더군다나 북제의 젊은 황제를 범해야 자신의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다고 여기지도 않았다.

젊은 황제의 눈이 점점 가느다랗게 변했다.

“이제 보니, 뒤에 일어날 일까지 일찌감치 생각해 놓은 게로구나. 하나 짐이 어찌 네 말을 들을 수 있겠느냐?”

말을 마친 황제의 눈에서 결연함이 스치더니 순간 엄청난 증오심이 일었다. 그런 후 소매 어디에서 꺼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비수를 들고 사납게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 * *

검려로 들어온 후 범한은 이제는 안전하다고 생각해 더는 북제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황제의 몸을 수색할 때에도 상대방이 여인이란 걸 알고 있던 터라 그녀에게 무례를 범하지 않으려 했다. 이에 황제가 최후에 자진용으로 쓸 비수를 휴대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다.

설마 황제가 어렸을 때 황태후로부터 받은 건 아니겠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순간 범한의 마음속에서 옅게 동정 같은 게 일었다. 바로 앞에 있는 여인 신분의 황제에게 동정이 일었다. 평범한 여인네처럼 지내지도 못하고 또 누군가에게 자신의 성별이 밝혀지는 게 두려워 종일 두려움에 떨었을 텐데.

범한이 재빨리 다가가 손끝을 튕겨 황제의 맥을 짚는 손목 부위를 쳤다.

그러자 ‘쨍!’ 하는 소리와 함께 자그마한 비수가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젊은 황제의 눈에서 단호함이 스치더니 그가 왼손으로 소매에 숨겨두고 있던 쇠뇌의 방아쇠를 당겼다. 화살이 발사되는 소리가 ‘촥촥촥’, 하며 세 차례 났다.

방 안에서 범한이 괴성을 지르는 소리가 한 차례 울려 퍼졌다. 이어 그가 침대 가장자리에서 억지로 몸을 비트는 게 보였다. 회색의 용처럼 몸을 이리저리 뒤틀어 정말 위험천만하게 쇠뇌의 화살 세 발을 피한 것이었다. 그의 옷이 독이 묻은 쇠뇌의 화살 세 발을 맞아 구멍이 났다. 다행히 평소처럼 안에 감찰원 옷을 입고 있어서 그 덕분에 범한은 이번 공격으로 다치지는 않았다.

범한이 끄응 소리를 내고는 곧바로 북제 황제의 양 어깨를 두 손으로 꽉 붙들고 그녀를 침대 위로 밀쳐버렸다. 그런 후 그는 황제의 얼굴을 향해 분노의 일격을 날렸다.

범한이 분노한 이유는 여황제에게 동정심이 들어 한 행동 때문에 하마터면 그녀가 쏜 암기에 당할 뻔해서였다. 그래서 범한은 이제야 상대방이 필경 황제임을, 그러니까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 3의 생물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 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하자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심지어 자신의 생명까지 걸고 범한을 죽이려 한 거였다.

젊은 황제는 입가에 선혈이 흐르고 있기는 해지만 기절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만하면서도 원망과 미움에 찬 모습으로 누워 있는 자기 몸 위에 올라타 있는 범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단하구나. 짐을 죽이거라!”

당연히 범한이 그녀를 죽일 리는 없었다. 상대방의 비밀을 쥐고 있으니, 제대로 항복만 받아낸다면 이 일국의 제왕은 검은 상자, 오죽 아저씨를 잇는 자신만을 위한 이 세계의 세 번째 비밀무기가 되는 거였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고집불통에, 총명하고, 20대 남자인 척하고, 또 행동이나 일 처리 방식이 모두 남성적 품격을 지닌 이 황제 폐하에게서 항복을 받아낼 수 있을까?

범한은 여인의 마음으로 통하는 최단 거리는 잠자리를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범한은 지금 북제 황제의 몸 위에 올라타 있느라 몸 아래에 있는 가짜일 리 없는, 여인만 지니는 부드러운 탄력을 느끼고 있었다.

범한은 지금 이 자세가 얼마나 애매한지, 그리고 얼마나 춘색 완연한 광경인지도 잘 알았다. 하지만 그는 파렴치한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더군다나 북제의 젊은 황제를 범해야 자신의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다고 여기지도 않았다.

설령 그런 일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범한이 본 북제 황제는 범한의 손에서 벗어난 후 뜨거운 물로 몸을 씻으며 그 일을 미친개에게 물렸다고 치부하고 말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 생에서 다시는 범한과 만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모든 후속 시도를 차단할 것이었다.

젊은 황제는 범한의 몸 아래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남자아이로 자라 그런지 그녀의 힘은 무공 수련을 한 것 이상이었다. 이에 범한이 잠깐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 하마터면 그녀에 의에 몸이 뒤집힐 뻔하기도 했다.

범한은 그녀 입가에 묻은 피와 원망과 미움이 담긴 눈빛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순간 번민과 분노가 치밀어 목소리를 낮춘 채 소리쳤다.

“이 여자가 진짜 사람 귀찮게 하네! 나를 죽이고 싶어 하기에 상대해준 것뿐인데!”

“짐을 상대해준 것뿐이라고?”

젊은 황제가 갑자기 몸부림을 멈추었다. 그런 후 범한의 혐오스러울 정도로 예쁘장한 얼굴을 향해 주먹을 한 대 날리며 크게 분노했다.

“네놈이 짐을 강제로 범할 셈이더냐!”

자신에게 날아든 음험한 주먹을 피한 범한은 결국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정말 억울하다는 듯 크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해 여름 저에게 약을 먹여 놓고 범한 건 당신이라고요! 그래 놓고는 제가 당신을 강제로 범하려 한다고 말하시는 겁니까?!”

북제 황제의 낯빛이 변했다. 그해 여름 상경성 밖 낡은 사당에서 벌어진 일이 떠올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는 아까보다 힘이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누구던가. 황제 역할에 숙달된 전문가 아니던가.

이번에 범한에게 고개를 숙이면 평생 그의 몸 아래에서 짓눌려 지내야 한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에 그녀는 화가 나 고개를 숙이더니 범한의 아래턱을 있는 힘껏 들이받고는 몸을 뒤집어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

북제 황제는 ‘그해 여름’이라는 말이 들리자 미칠 것만 같았다. 이에 그 어느 때보다도 미친 사람처럼 공격을 퍼부었다. 이 자그마한 몸에서 어떻게 이런 미칠 듯한 기세와 무궁한 힘이 나오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범한을 물고, 꼬집고, 몸을 비틀고, 때렸다.

범한은 순간 낭패에 빠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죽이려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팔에 시뻘건 자국이 남을 정도로 황제가 옷 위로 팔을 깨물자, 순간 화가 나 손바닥으로 그녀를 때려버렸다. 예전에 범사철의 궁둥이를 철썩철썩 때려줬던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검려 안에 소란을 훔쳐보고 있던 구경꾼들이 있었다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작은 범 대인은 왜 젊은 황제 폐하를 때려서 기절시키지는 않는 걸까?’

사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둔한 사람은 항상 깨어 있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제 황제의 굴복을 받아내지 않는다면 범한은 지금까지 쓸데없는 위험을 감수한 게 되는 거였다.

그리고 입에 담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이 여황제와 싸우는 게 아이처럼 싸우고 있어서였다. 귀와 살쩍 부분을 서로 문지르고, 옷이 서로 뒤엉키고, 사지가 서로 뒤엉키다 보니, 그 느낌이…….

서호의 물이 출렁이면 점점 배까지 출렁이듯, 그것이 때로는 침대가 될 수도 있고, 그리고 그 위에 있는 사람의 마음이 될 수도 있는 거였다.

두 사람은 침대 위에서 몸을 밀착한 채 서로 힘겨루기를 했고, 그건 마치 유도(柔道)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유도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필수 공격 자세 중 하나가 바로 옷 끌어당기기란 걸 알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잘 여며놓았던 옷 앞섶이 열리는 때가 있기 마련이란 걸 알 것이다.

그래서 젊은 황제의 몸을 가리고 있던 흰 천이, 대체 무슨 소재로 만들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끊어지고 말았다. 이에 그윽하게 어두운 방 안에서 두 번째로 천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범한은 바닥에 있고 황제가 그의 몸 위에 올라타 있었다. 범한은 눈앞에서 눈처럼 새하얀 언덕이 아득히 펼쳐지자 눈을 이리저리 굴려댔다. 그리고 속으로 상대방이 단순한 여인이 아니라 무척이나 위대한 여인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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