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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모든 것-154화 (154/175)

귀환자의 모든 것 154화

푸드트럭 주인은 겁먹은 채로 케르니안을 살폈다.

그도 그럴 것이 케르니안의 외모는 분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진짜같이 그럴 듯해서였다.

그럼에도 푸드트럭 사장은 그가 분장을 한 것이라 믿고 있었지만 케르니안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아직 뉴스를 보지 못한 푸드트럭 사장이었고 그는 두려움에도 값을 받고자 용기를 낸 것이었다.

케르니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닭꼬치를 쉴 새 없이 와구와구 먹었다.

지나가던 사람들 중 몇몇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그제야 푸드트럭 주인은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뭘 하라고?”

케르니안이 닭꼬치를 먹으며 물었다.

“아, 아닙니다. 마, 마음대로 드십시오.”

점점 거리에 인적이 드물어지고 있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던 푸드트럭 사장은 고민했다.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할지.

그런데 이상하게 몸이 굳어서 좀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왜애애애앵!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장은 깜짝 놀랐지만 케르니안은 조금도 놀라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저 멀리서 헌터팀의 전투 차량이 줄지어 달려오고 있었다.

오후가 되면서 하늘은 흐려지고 있었는데 빗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빗물은 케르니안의 뿔과 날개, 그리고 비늘로 뒤덮인 육체를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빗물에 의해 닭꼬치가 맛이 없어지자 케르니안은 손에 들고 있던 막대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사장은 그저 입을 다물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조심스레 숨만 쉬었다.

“시원하군.”

케르니안이 빗물이 떨어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때 푸드트럭 뒤로 정차한 차량에서 헌터들이 뛰어나왔다.

헌터들이 케르니안을 사방에서 포위했을 때, 그제야 푸드트럭 사장은 손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수 있었다.

케르니안은 칼날 같은 손톱에 묻은 소스를 핥으면서 헌터들을 보았다.

그들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저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악마들이 한준혁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지 보초를 서고 있었다.

얼마든지 공간계 능력으로 이동할 수 있으니 결국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건 자신이었다.

한준혁이 분노에 미치는 모습을 상상하면 지금의 1분 1초가 즐거워 미칠 것만 같았다.

“우리 말을 알아 들을 수 있나? 대답해 봐.”

헌터 중 한 명이 말했다.

케르니안은 머리를 짚으며 쿡쿡 웃었다.

헌터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서로 눈빛을 주고받을 때, 케르니안이 광소를 터트렸다.

귀를 찢는 웃음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솟구쳐 오른 새빨갛고 뾰족한 핏물이 헌터들의 몸을 꿰뚫었다.

사방에서 헌터들의 비명이 허공을 찔렀다.

“아아아악!”

검붉은 핏물에 몸이 관통당한 헌터들은 죽지도 못하고 마치 실에 꿰인 바늘처럼 꿈틀거렸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거미줄이 쳐진 것처럼 새빨간 피가 헌터들의 몸과 이어져 있었다.

꿀렁대는 핏물은 헌터들의 피를 빼앗아 점점 더 그 크기를 더해 갔다.

살아 있는 채로 모든 피를 빨려 버린 헌터는 밀랍처럼 변해 버린 후였다.

케르니안은 그 핏물을 하나의 중심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원형으로 모여들기 시작한 핏물은 점점 거대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하늘을 향해 부상했다.

케르니안은 웃는 얼굴로 그 피의 구체를 바라보았다.

인간계에서 만든 자신의 작품이었다.

“어떠냐? 인간들. 너희들이 좋아라 하는 궁극의 예술이다.”

케르니안이 끝도 없이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하는 원형의 핏물을 바라보았다

그 핏물은 구름에 닿을쯤이 되어서야 마치 풍선이 터지듯이 팍 하고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것은 마치 빗물처럼 뉴욕 도시에 떨어져 내렸다.

후두둑!

핏물이 닿자 건물은 순식간에 부식되어 허물어져 갔고, 길거리에서 그 핏물을 맞은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건물도, 사람도, 모두 망가지고 있었다.

멀쩡하게 거리를 걷고 있는 건 오직 케르니안 뿐이었다.

“어서 날 잡아 봐. 한준혁.”

케르니안이 음험한 웃음을 흘리더니 이내 배를 붙잡고 웃었다.

핏물이 소나기처럼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케르니안은 연신 낄낄 웃으면서 휘청휘청 거리를 걸었다.

빠아아앙! 빠아앙!

시끄러운 경적 소리가 울려 퍼지고 교통사고로 인한 연쇄 추돌 소리가 끝없이 들려 왔다.

케르니안은 그 지옥과도 같은 풍경 속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올랐다.

“크흐흐하하하하하!”

섬뜩한 웃음소리가 뉴욕 도시에 울려 퍼졌다.

* * *

“뉴욕으로 날아가는 데만 12시간이 걸려. 성능 좋은 전용기를 타고 쉴 틈 없이 가도 그 정도야.”

도시 외곽의 카페 야외 테라스.

준혁과 케일. 그리고 매니저 지우가 앉아 있었다.

지우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여전히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거리와 가게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드래곤 케일은 신기하다는 듯 레몬티를 연신 홀짝였다.

준혁이 케일을 빤히 보고 있자 케일이 어깨를 으쓱였다.

“왜 그렇게 봐?”

“열두 시간을 날아와야 할 거리를. 단 몇 초도 안 돼서 온 거야.”

케일이 고개를 갸웃했다.

“문제가 돼?”

“감탄했단 뜻이다.”

케일은 별 얘기를 다 한다는 듯 레몬티에 집중했다.

“저희 지금 뉴욕인 거예요? 아니 캐슬에서 눈 한 번 깜빡했더니. 지금 여기 뉴욕시에 온 거라고요.”

“말했잖아. 드래곤이라고.”

“귀환자님도 놀란 것 같은데요?”

“그렇긴 하지.”

준혁이 지우의 시선을 피하면서 말했다.

단 한 호흡에 12시간이 넘게 걸릴 거리를 이동했다.

무서울 정도의 능력이었다.

그런 엄청난 워프 마법을 쓰고도, 마치 지상에서 간단한 점프라도 한 것처럼 레몬티를 신기해하는 케일이 놀랍기만 했다.

매니저의 호들갑스러운 반응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헌터들이 쫓고 있으니 곧 케르니안의 위치가 확인될 거야, 좌표가 뜨면 바로 이동이 가능하겠지, 케일?”

“물론이야. 그보다 하나 더 주문해야겠어.”

아이스 레몬티를 다 마신 케일이 입가를 닦으며 일어섰다.

그녀는 고운 머릿결을 흩날리며 레몬티를 주문하기 위해 가게 안으로 다시 사라졌다.

“귀환자님 새로운 뉴스가 떴어요.”

지우가 테블릿을 보여 주었다.

뉴스에는 헌터들이 케르니안에게 끔찍하게 당하는 모습과 더불어 피바람 속에서 건물이 무너져 가고 사람들이 아비규환으로 죽어 나가는 모습이 모자이크되어 보도되고 있었다.

준혁은 영상을 보며 얼굴을 굳혔다.

“미친.”

욕설을 내뱉는 건 처음 보는 일이라 지우가 살짝 놀랐지만, 그녀는 금세 다시 표정을 고쳤다.

그 사이 케일이 새로운 레몬티를 가지고 자리로 돌아왔다.

“케일.”

“응?”

“내가 워프 마법에 대해 얘기한 건 혹시나 해서였거든.”

“그런데?”

“혹시, 소환 같은 것도 가능한가?”

“좌표만 있다면 가능하긴 해. 상대가 나보다 마력 수치가 높지 않다면.”

준혁이 지우를 보며 입을 열었다.

“뉴욕 메츠에 연락해서 좌표 확인되는 대로 실시간을 보내 달라고 해.”

“알겠습니다.”

지우가 통화에 집중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고 테라스 밖으로 나갔다.

쪼로록!

준혁은 빨대를 이용해 레몬티를 두 잔째 집중해서 마시고 있는 케일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눈으로 할 말 있냐는 듯 의문 부호를 담았다.

준혁은 고개를 저었다.

“많이 먹어.”

* * *

텅 빈 도로를 걷고 있던 케르니안은 묘한 기운을 느끼곤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력이 자신의 육체 주변으로 생성되고 있었다.

케르니안은 불쾌한 표정으로 그것들을 바라보다가 마력을 폭발시켜 그 힘을 밀어냈다.

케르니안이 느끼기에 이것은 공간계의 힘이었다.

‘인간계에서 대체 누가 공간계의 힘을 쓸 수가 있는 거지?’

케르니안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사방에서 악마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케르니안은 자신에게 오고 있는 악마들을 보면서 작게 미소 지었다.

“도착했구나. 한준혁.”

케르니안이 먼 곳을 보며 낮게 읊조렸다. 그러곤 곧 눈살을 찌푸렸다.

한국에서 이곳 뉴욕까지 오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도착했지?’

공간계의 힘. 그리고 한준혁. 뒤이어 신수라는 이름이 케르니안의 뇌리에 떠올랐다.

신수를 이용해 공간계의 힘을 쓰는 건가?

그럴 리가. 신수는 아직 성체가 되지 못했을 텐데?

불확신한 상황에 놓이자 케르니안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

공포였다. 하지만 그건 습관에 지배당한 감정일 뿐이었다.

인간계로 내려온 육신은 소멸되어 봤자 어차피 마계에서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

더욱이 토텝을 등에 업고 있으니 두려워할 것은 없었다.

케르니안은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악마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만 해도.

“캬아아아악!”

케르니안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한준혁이 악마들을 찢어 죽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점점 커다랗게 확장되는 케르니안의 눈동자.

분명 죽음을 넘어설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악마를 모조리 베어 버린 한준혁의 모습에 몸이 가늘게 떨려 왔다.

더욱이 준혁의 뒤에 서 있는 여성의 모습을 한 존재는 인간이 아니었다.

거대하고 풍부한 마나의 힘을 가진 존재였다.

신수? 아니다. 신수라고 하기엔 풍기는 분위기가 달랐다.

마침내 케르니안은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드래곤이군.”

공간계의 능력이 발현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이었다.

“처음부터 너를 소멸시켜야 했어. 이용가치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 짝에 쓸모가 없어. 넌 어디에도 필요하지가 않아. 그러니 이제라도 지워야겠다.”

“너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아니, 한준혁. 넌 오히려 그 이상이지.”

준혁이 웃으며 케르니안에게 걸어갔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 꼭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도 들어.”

“주먹부터 날리지 않는 걸 보니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인데.”

케르니안이 입이 길쭉 찢어지게 웃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네. 케르니안.”

“물론이지. 네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거든.”

“더 이상 미쳐 날뛸 수 없을 거야. 마계로 돌아가게 되면, 그땐 모든 걸 마무리 짓고 내가 널 찾을 거다.”

“…….”

웃고 있던 케르니안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인간의 욕망 따위 그리 쉽게 채워질 리 없지. 네가 원하는 대로 모든 그림이 그려질까? 절대로. 넌 그저 인간일 뿐이야.”

준혁이 먼 곳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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