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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모든 것-153화 (153/175)

귀환자의 모든 것 153화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케르니안을 향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댔다.

사방에서 사진을 찍는 소리가 났다.

그런 주변의 사진 세례와 시선을 받으면서 케르니안은 인간계의 음료를 마셨다.

시원하고 기분좋은 맛이 몸 안에 퍼져 나가는 걸 느끼면서 케르니안은 긴 숨을 내쉬었다.

아우터 갓 ‘토텝’의 힘에 의해 본체의 힘 그대로 인간계로 내려올 수 있었다.

자신의 힘을 유지한 채로 이렇듯 인간계로 내려오게 된 건 순전히 그의 명령 때문이었다.

“아마도 한준혁이 날 발견한다면 바로 죽여 버리고 말겠지.”

케르니안은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피식 웃었다.

사실상 죽음은 예정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인간계에서 죽는 육체 따위 다시 충분히 마계에서 부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 두려운 일만은 아니었다.

단진 정신이 기억하고 있는 한준혁이라는 인간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았을 뿐이다.

“이제 곧 시작인가?”

케르니안은 빠르게 다 마셔 버린 커피잔을 내려놓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 순간 굉음을 동반한 폭발음이 들렸다.

땅이 쿠르르 울렸다.

케르니안이 앉아 있는 자리와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빌딩이 하나 있었다.

무려 50층에 달하는 빌딩이었는데 그 빌딩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케르니안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옅은 먼지가 날아와 케르니안을 스쳐 지나갔다.

아마도 이 뉴스는 순식간에 전 세계에 보도가 될 것이라고 케르니안은 생각했다.

그럼 한준혁의 분노가 폭발하겠지.

그리고 이건 그저 경고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홀로 거리에 남은 케르니안은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이왕 이렇게 인간계로 내려온 이상 제대로 난장을 칠 생각이었다.

토텝의 도움으로 본체의 힘을 그대로 가지고 왔으니 자신을 상대할 수 있는 건 오직 단 하나. 한준혁뿐이었다. 그가 뉴욕으로 온다면 다른 나라로 갈 것이었다.

자신은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공간계의 힘을 갖고 있으니까.

하지만 한준혁은 고작해야 생명체를 죽이는 것에만 뛰어날 뿐이다.

그가 자신을 찾아낼 때쯤이면 이 지구라는 땅은 폐허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 세계의 인간들은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를 실감할 것이다.

너무나 멋진 계획이라며 케르니안은 토텝의 전략에 감탄했다.

그동안 한준혁에 당한 수모와 멸시를 생각하면 더 한 짓도 하고 싶었지만 감정이 과잉되면 실수를 낳는 법.

토텝의 명령대로 수행하는 것이 가장 깔끔했다.

그것은 또한 토텝의 분노를 사지 않는 길이기도 했다.

“무너져라, 한준혁. 이 세계에 홀로 남아, 네 모든 계획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려 줄 것이니.”

텅 빈 거리.

케르니안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듯이 여유롭고 기분 좋은 얼굴로 웃음 지었다.

* * *

뉴욕주의 헌터 기관 중 하나 메츠.

메츠의 작전 팀장은 현장을 조사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그런 생각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짙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무너진 빌딩의 현장에선 폭발의 원인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던전에 의해서든, 마수의 공격이든 테러든.

무엇이든 흔적이 남아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수색 작업을 진행해도 발견되는 것은 붕괴로 인해 사고를 당한 사람들뿐이었다.

“아무것도 안 나옵니다.”

수색조 일원이 대표로 다가와 말했다.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던 작전 팀장은 허리에 손을 얹은 채로 한숨 쉬었다.

“저절로 건물이 무너질 리는 없잖아?”

“건물 점검한 게 6개월 전인데 전혀 이상이 없었답니다.”

“흔적이 없는 테러라니. 이게 말이 돼?”

“흔적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뭐 나온 거 있어?”

“소량의 마력이 검출되었습니다.”

“만약에 마법이든 게이트든 마력에 의한 폭발이면 소량으로 마나가 검출될 리는 없잖아?”

“예. 그렇긴 한데…….”

“관계가 없진 않다는 거지?”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왜냐면 근처에 게이트도 없는데 현장에서 마력이 검출되는 건 이상하니까요. 특별히 관계된 물건들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팀장이 답답한 표정으로 무너진 건물을 바라볼 때, 한 남자가 다가왔다.

“방송국에서 설명 좀 해 달라고 하는데, 직접 하시겠어요?”

“어디야?”

팀장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쪽입니다.”

팀장은 젊은 남자를 따라 촬영 중인 방송국 팀 쪽으로 이동했다.

잠시 대기한 끝에 촬영을 마친 기자 한 명이 다가왔다.

인터뷰 준비를 위해 마이크를 찼다.

카메라가 작전 팀장을 비추고 기자가 질문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현장은 아수라장입니다. 뉴욕 메츠의 작전 팀장님이시죠? 현재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작전 팀장이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 *

“붕괴사고 현장에서 검출된 것은 소량의 마력뿐이었습니다.”

현재 사고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확인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뉴욕 메츠팀에서 발표했다.

준혁은 캐슬의 거실에서 TV를 통해 그 기사를 보고 있었다.

“귀환자님. 협회장님으로부터 방금 메일이 도착했는데 한 번 확인해 보셔야 할 것 같아요.”

매니저 지우가 테블릿을 건네주었다.

준혁은 테블릿을 받아 재생을 터치했다.

CCTV 화면에 거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존재가 있었다.

“처음엔 촬영이나 행사가 있나 싶었지만 알아본 결과 그런 일정은 없다고 해요.”

외모가 눈에 익었다.

다만 CCTV이다보니 영상이 선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건 한 유투버가 올린 영상이에요.”

매니저가 다음 영상으로 넘겼다.

그러자 고화질로 녹화된 영상이 나타났다.

커피를 사서 태연하게 야외 의자에 앉아 있는 존재.

틀림없이 준혁이 잘 알고 있는, 케르니안이었다.

영상을 보자마자 준혁은 땅이 꺼질 듯 한숨 쉬었다.

놈을 죽이지 않은 결과가 이런 식으로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케르니안은 절대로 인간계에 개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으니까.

하지만 그 확신은 부러졌다.

어떤 경로로 인간계에 내려온 건지는 알 수 없다.

진짜 케르니안인지도 알 수 없다.

블랙 던전의 확장이 멈춘 상태에서 나타난 케르니안이었다.

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식으로 나타난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준혁이 내려야 할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놈을 찾아서 죽이는 것.

심플한 결론이었다.

“현재 뉴욕의 메츠팀에서 이 자를 쫓고 있다고 해요.”

준혁이 영상 속의 케르니안을 빤히 응시할 때 2층에서 힐러 최설화가 내려왔다.

현무의 치료가 잘 끝났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준혁에게 당한 상처 말고도 기력이 많이 쇠해 있었던 터라, 회복 치료를 하자 곧장 잠에 들었다는 게 최설화의 설명이었다.

“케일은?”

“연무장에 있을 거예요. 신수들도요.”

준혁은 고개를 끄덕이곤 곧장 연무장으로 이동했다.

연무장에선 드래곤 케일이 신수들과 대련을 해 주고 있었다.

백호와 기린은 이미 녹초가 되어 반쯤 기절해 있었고, 주작은 또랑또랑한 눈으로 앉아 있었다.

청룡이 드래곤 케일을 상대로 창을 썼다.

땀으로 범벅이 된 청룡에 비해 케일은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웃으며 청룡을 상대해 주고 있던 케일이 준혁이 등장하자 움직임을 멈췄다.

청룡도 공격을 하려다 그 반응을 보고 준혁을 돌아봤다.

준혁이 케일의 앞으로 다가갔다.

“마계의 떨거지 하나가 인간계로 내려왔어. 놈의 위치를 확인하면 도움을 받고 싶은데.”

케일이 재미있다는 듯 눈이 휘어졌다.

“흐음. 부탁이구나?”

“원하는 걸 말해. 도움을 받는 만큼 나도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도울 테니.”

케일은 검으로 자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어떤 거래 조건을 내세울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시간이 꽤 걸리자 준혁은 팔짱을 끼고 짧은 한숨을 뱉었다.

“유보하는 것도 가능하지?”

“원한다면.”

“좋아. 일단은 도와줄게. 그리고 부탁은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어때?”

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놈을 찾으면 얘기하지.”

준혁이 몸을 돌려 연무장을 나갔다.

청룡과 대치한 채 준혁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케일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내가 이 정도거든. 네 주인이 부탁을 할 만큼 위대한 존재.”

청룡이 얼굴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실력도 없으면서 날 무시하는 태도. 내가 오늘 고쳐줄게.”

청룡이 이를 악물고 다시 케일에게 달려들었다.

내공의 힘이 휘몰아쳤지만 마력으로 내공의 결을 뒤틀어 버렸다. 자신의 결을 놓치고 있는 청룡이 케일을 상대로 공격이 통할 리가 없었다.

여유만만한 케일. 그리고 그와 반대로 땀과 피로도로 가득한 청룡.

“신수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별것 없네?”

청룡은 케일의 도발에 오히려 눈빛이 차분해졌다.

“호오.”

청룡이 뭔가를 깨우친 듯 눈이 맑게 빛났다.

케일을 그래 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는 듯 어서 덤벼보라며 검을 까딱였다.

한 손은 허리 뒤에 뒷짐을 진 채로.

청룡이 짧은 호흡을 뱉으며 케일을 향해 돌진했다.

휘몰아치는 바람을 마력으로 밀어내며 빈틈을 찌르려던 때,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내공의 결이 만들어지며 케일을 덮쳤다.

순간 흐름을 놓친 케일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검을 거두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 케일의 빈틈을 가만히 두고만 볼 청룡이 아니었다.

청룡은 패도적인 기세가 담긴 초식으로 공격적인 창날을 휘둘렀다.

가볍지 않은 묵직한 내공이 실린 힘이 케일의 팔을 살짝 베어 냈다.

그 순간 케일이 마나가 담긴 손바닥으로 청룡을 향해, 허공에 장을 찍었다.

콰앙!

신기하게도 내공이 순식간에 흩어지며 청룡은 무게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그 사이 케일은 자신의 찢어진 팔 쪽의 안감을 바라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청룡을 보며 미소 지었다.

“제법이야. 나를 베다니.”

“그저 옷깃 하나 스쳤을 뿐인걸요.”

청룡이 담담하게 그리고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인간이 아니란다. 청룡.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돼.”

청룡은 케일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청룡도 잘 알고 있었다.

케일이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능력의 일부만 쓰고 있음 또한 모르지 않았다.

그런데 주인님은 케일을 이겼다고 했다.

케일이 직접 말한 것이었다.

때문에 청룡은 좀처럼 상상이 가질 않았다.

자신의 주인은 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

도저히 가늠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 * *

“인간계는 가히 천국이 따로 없구나.”

마계의 악마들도 천국으로 가고 싶어 했다. 풍요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본능적으로 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어차피 폭력적인 성향을 버리지 못하여 천국 또한 피로 얼룩진 파괴의 땅을 만들겠지만, 생명체는 자연히 풍요의 땅을 원하는 갈망은 있다.

그래서인지 인간계로 오자 이곳은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파괴할 것은 얼마든지 있었고 음식도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으니 이곳이 천국이 아니면 뭐라 말인가?

케르니안은 희희낙락 웃으며 거리의 푸드트럭 앞에서 닭꼬치를 들어 계산도 하지 않고 먹어댔다.

그러자 가게 주인이 황당하다는 듯 케르니안을 응시했다.

“손님. 계산부터 해 주셔야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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