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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모든 것-149화 (149/175)

귀환자의 모든 것 149화

준혁의 대외적인 활동이 기자들을 통해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프랑스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 기사를 탔고 불안에 떨었던 시민들은 그 뉴스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블랙 던전의 위치는 에펠탑이었고 블랙 던전 주변에서는 리더보더 헌터들이 진입을 준비 중에 있었다.

본래라면 현 시간부로 블랙 던전으로 들어가야 했지만 급히 스케줄이 변경됐다.

준혁이 프랑스로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리더보더라고 하더라도 블랙 던전에 대한 리스크는 적지 않았기 때문에 준혁의 합류를 기다리는 편이 훨씬 더 안정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리더보더 중에는 준혁의 참여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의 실력에 대해 부정하는 자는 없었다.

때문에 불만은 얘기할 수는 있어도 준혁을 막으려는 리더보더는 없었다.

“우리가 이런 들러리가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한 사내가 허탈한 표정으로 파란 하늘을 보며 말했다.

“귀환자가 있다고 해도 한 시대를 삼켰을지도 모르지. 이 빌어먹을 블랙 던전만 아니었더라면.”

“멋진 꿈들을 꿨다고 생각해.”

“다들 너무 부정적인데? 아직 던전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어.”

“살아남기만 한다면 이 시대를 삼킬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귀환자 아래에서.”

본래라면 하나하나 얼굴을 구경하기조차 어려운 이들이 현장에 모여 있다.

그들은 귀환자 준혁을 기다리며 깎여 나간 가치와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 했다.

몇몇은 입을 떼지 않고 장비만 점검할 뿐이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다운되어 있었고 흐렸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만큼은 지금까지의 블랙 던전을 마주한 헌터들과는 전혀 달랐다.

눈빛이 살아 있었다.

마치 맹수처럼 용맹하고 날카로운 집중력이 어려 있었다.

* * *

허공을 찢어 내며 포탈 게이트를 통해 준혁이 나타났다.

장비를 점검하거나 대화를 나누던 리더보더들이 준혁의 등장에 일제히 시선이 한 곳에 모아졌다.

그들은 몸을 일으켜 준혁의 앞으로 다가가 인사했다.

준혁은 그들과 가볍게 인사를 하며 리더보더들의 얼굴을 눈에 익혔다.

그러곤 곧장 에펠탑 부근에 생성된 블랙 던전 앞으로 가서 던전 분석기를 사용했다.

리더보더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던전 분석기의 신비로운 힘이 던전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던전 분석기를 통해 블랙 던전 내부를 훑으면서 준혁은 과연 리더보더들이 이 블랙 던전의 마수들을 상대로 살아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 갔다.

하지만 막을 수 있는 권한도, 자격도 없었다. 어쩌면 그들의 힘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세상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뛰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블랙 던전 내의 마수들이 가진 힘과 리더보더들에 대한 생각을 이어 가던 중 시스템 알림이 나타났다.

[균열의 틈을 발견했습니다.]

시스템 알림을 확인하자마자 준혁은 던전 분석기를 오프시키고 리더보더들에게 돌아갔다.

“같이 들어가죠.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찾는 것만 가져오면 됩니다.”

리더보더들이 상관없다는 듯 반응했다.

그들 중에서 한 사내가 준혁의 앞으로 다가왔다.

“계약 사항입니다. 한번 확인해 보시죠.”

수트 차림의 사내였는데 그는 헌터가 아니라 이번 팀의 레이드를 담당하는 변호사 같았다.

준혁은 파천 길드를 통해 서류를 확인하고 계약에 사인했다.

이번 계약 내용은 준혁이 블랙 던전에서 70퍼센트의 지분을 가져올 수 있었다. 가장 강한 전력이 가장 높은 지분을 가져가는 것은 이 업계에서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조건을 당연시 여기는 것은 아니다.

불만이 있는 자들은 계약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특히 리더보더들이 그런 경우가 많았다.

업계의 규칙을 정하는 자들이기도 했다.

그런 리더보더들조차 준혁의 앞에서 자신이 가진 특권들을 포기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은 물론, 이성적으로도 잘 알고 있었다.

준혁과는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때문에 그 누구도 이 계약 조건에 이의를 제기하는 자는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준혁을 통해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준혁이 레이드에 가담한다는 것은 단순한 전력 보강의 수준이 아닐 만큼 대단한 것이니까.

“이제 그만 들어가죠.”

준혁이 말했다.

본래라면 만만의 준비를 하고 컨디션 체크까지 정밀하게 진행해야 하지만 준혁이 있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었다.

리더보더들로서는 준혁의 시간을 낭비하게 할 만큼의 능력이 없었기에 준혁의 스케줄에 따라야 했다.

리더보더들은 군말 없이 준혁을 따랐다.

그 누구보다 까다롭고 예민한 리더보더들이 순순히 순한 양처럼 준혁의 뒤를 따랐다.

기자들이 블랙 던전으로 진입하는 준혁과 그런 리더보더들을 촬영했다.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준혁과 최상위 리더보더들의 첫 던전 레이드가 곧 시작을 앞둔 순간이었다.

* * *

리더보더들이 먼저 앞장섰다.

왜 그동안 세상 밖으로 나타나지 않았다가 이제 와 블랙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나타난 건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그들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쪽에서도 구구절절하게 지난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준혁은 먼저 앞서가는 그들을 보다가 천리안의 미니맵으로 시선을 돌렸다.

“물건을 찾고 나면 다시 합류하도록 하죠.”

준혁이 신형을 날렸다.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사라진 준혁을 질린 표정으로 보던 리더보더들이 혀를 내두르거나 얼굴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방금 속도 봤어?”

“고막 터질 뻔했네.”

“확실히 연예인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야.”

“대체 뭘 찾는 걸까?”

무려 블랙 던전이었지만 최상위 리더보더들인 만큼 그들은 준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블랙 던전 내의 깊은 곳을 향해 나아갔다.

이번에 들어온 블랙 던전은 마치 외계 행성에 발을 디딘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질퍽한 땅에는, 마치 유리 파편이 땅에 박혀 있듯이 그러한 건축의 형태들이 마치 미로를 만들 듯이 배치되어 있었다.

묘하게 싸늘한 기운의 바람이 불었다.

차가운 온도임에도, 마치 짐승의 입김처럼 더운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왔다.

꺼림칙한 기분이 자꾸만 들게 되는 불쾌함이 곳곳에 어려 있었다.

7명의 최상위 리더보더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며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겼다.

쿠르릉!

하늘에서 천둥이 치더니 먹구름이 빠른 속도로 몰려왔다.

리더보더들이 모두 시커먼 하늘을 올려다봤다.

먹구름에서 떨어져 내리는 벼락과 천둥소리가 귀를 울렸다.

* * *

[균열의 틈을 발견했습니다.]

준혁은 허공에서 빛나는 공간 앞에 멈춰 섰다.

갑자기 속도를 늦춘 바람에 준혁에 의해 사방으로 바람이 몰아쳤다.

7개의 파편 조각 안에 균열의 틈이 있었다.

준혁이 손을 집어넣어 뭔가를 빼내자 준혁의 손에서 빛 하나가 눈부시게 반짝였다.

[균열의 세트를 획득했습니다.]

균열의 세트는 균열의 조각과 균열의 열쇠 모두 들어 있는 완전체였다.

준혁이 큐브 안에 ‘균열의 세트’를 넣을 때, 파편의 벽면에 새겨진 룬이 새빨간 빛을 뿜었다.

일곱 개의 빛이 한 곳으로 뭉쳐지더니 이내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준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새빨갛게 전류를 튀기듯이 힘을 만들어 내고 있는 에너지를 바라보았다.

그 에너지는 점점 더 크게 확장되고 있었다.

팔짱을 낀 채 그 변화를 지켜보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새로운 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스템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에 준혁은 곧 신경을 끄고 천리안을 통해 리더보더들이 있는 곳을 찾아나섰다.

황무지 같은 곳을 지나자 미로처럼 어지러운 파편들이 박혀 있는 땅으로 다시 돌아왔다.

천리안을 통해 쉽게 리더보더들을 찾을 수 있었다.

이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최상위 랭커 같은 일반적인 헌터는 없었다.

모두 최상위 리더보더들 뿐. 그런 그들조차도 마수들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피를 뒤집어쓴 채로 마수와 격전을 치르고 있었다.

준혁은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과연 자신의 도움 없이도 마수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꽤, 아니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다.

그들이 블랙 던전을 넘어설 수 없다면 인류의 종말은 자신의 손에 달린 셈이었다.

그들이 이 블랙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어야, 자신이 마음 놓고 편하게 가야 할 길을 갈 수 있을 테니까.

준혁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며 조용히 전력을 파악했다.

마수들과 격전을 치른다는 것은 곧 리더보더의 전력과 마수의 전력이 비슷한 수준에 걸려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아주 조금 더 우세한 쪽이, 성장하고 방향을 잡아 나갈 것이다.

시간이 흐르자 리더보더 쪽으로 승세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다.

마수들이 밀리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리더보더의 무기가 마수들의 숫자를 점점 빠르게 줄여 나갔다.

준혁은 리더보더의 사각지대에서 접근하는 마수들만 헬바인의 장검으로 썰어 주었다.

사각지대에 대한 약세는 어차피 블랙 던전을 통해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고 경험이 많아지면 극복할 수 있는 정도의 문제였다.

준혁이 보기에 리더보더들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 정도만 되어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블랙 던전을 클리어하는 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을 듯했다.

“조금 쉬었다 가기로 했습니다.”

리더보더 중 한 명이 다가와 말했다.

준혁은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리더보더들은 저마다 자리를 잡고 쉬었다.

준혁도 큐브 안에서 간이의자 하나를 꺼내 놓고 앉았다.

미풍의 바람이 불었고, 땅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올라왔다.

정상적이지 않은 온도의 변화가 뒤섞여 있는 곳이었다.

준혁은 팔짱을 낀 채로, 리더보더들의 휴식을 기다려 주었다.

어차피 애초에 목적이었던 균열의 세트도 구했고 리더보더들의 수준을 체크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속도에 자신이 맞춰 주는 수밖에 없었다.

* * *

“귀환자가 던전에 들어간다고 해서 사냥이 편할 줄 알았더니. 개꿈이었군.”

“그동안 하위 헌터들이 우리와 다니면서 이런 기분을 느꼈을 거야.”

한 사내의 대답에 리더보더들 모두 할 말을 잃은 듯이 헛웃음을 흘렸다.

늘 갑의 위치에 있다가 한순간에 을의 위치로 내려간 건 귀환자 한 명 때문이었다.

그는 적극적으로 사냥에 나서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건 30퍼센트의 지분율밖에 없는 리더보더 팀이었다.

업계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기에 어느 누구 하나 이에 대해 이의를 제시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특권을 누려 왔던 만큼, 준혁의 특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며 대화를 나누길 잠시.

준혁이 다시 출발하자며 눈짓했다.

마치 감독의 지시에 따르는 선수들처럼 리더보더들은 군말 없이 다시 사냥에 나서기 위해 움직였다.

이제 겨우 던전 사냥 초반부에 불과했지만, 리더보더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던전 이동이 시작된 후로부터는 눈빛이 변했다.

그들은 마수를 경계하며,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이동 속도를 올리면서 힘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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