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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모든 것-141화 (141/175)

귀환자의 모든 것 141화

준혁의 어깨가 잠시 흔들린다 싶던 순간 가게 내부를 크게 울릴 정도로 커다란 소리가 났다.

준혁이 살짝 자세를 낮추며 짧게 주먹을 탁 끊어친 것만으로 근육질의 콧수염 사내가 허공을 붕 날았다.

테이블 2개를 엎으며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 콧수염 사내가 허연 거품을 입가에 흘리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끄허어어어억!”

가게 안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고요해지면서 모두의 시선이 준혁에게로 향했다.

준혁은 콧수염 사내의 일행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뭐 해? 도와야지.”

준혁은 그들에게 눈빛을 한 차례 쏜 뒤 콧수염에게 걸어갔다.

“히익!”

콧수염 사내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겁이 났는지 거북이처럼 몸을 둥그렇게 말았다.

이내 준혁이 콧수염 사내를 때리는 소리가 쉬지 않고 울렸다.

얼마나 매정한 주먹질인지 지켜보던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릴 정도였다.

반면 콧수염의 친구들은 입을 쩍 벌린 채 눈이 빠질 것 같은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당장 달려가서 구해 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았지만 준혁이 내뿜는 분위기에 압도당하여 도저히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뭣보다 콧수염 사내는 무인 출신의 귀족이었다.

절대 싸움에 있어 약한 남자가 아니었다.

“자, 잘못, 했, 습니다. 요, 용서를, 해 주십, 시, 오!”

콧수염이 코와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면서 손을 싹싹 빌었다.

준혁이 발로 엉덩이를 팍 걷어차 주자 콧수염이 엉덩이를 붙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그 사이 준혁은 몸을 돌렸다.

구경꾼들은 턱이 빠질 듯한 모양새로 준혁을 보고 있었다.

반면 콧수염의 친구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감히 싸울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들은 눈을 아래로 깔았다.

준혁이 보기에 콧수염 무리 대다수는 얼핏 봐도 근육도 없고 평범한 자들이었다.

그들을 한심하게 보던 준혁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테이블에는 아직 술과 음식이 도착하지 않았다.

준혁의 시선이 주문을 받았던 남자 종업원에게로 향했다.

그 시선을 받은 남자 종업원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로 달달 떨면서 준혁 앞으로 뛰어왔다.

“소, 소, 소, 손님. 최대한 빨리 음식을 대령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천천히 가져와도 됩니다.”

“예? 아, 아닙니다요. 얼른 맥주부터 갖다드리겠습니다요.”

남자 종업원은 땀을 뚝뚝 흘리면서 주방으로 부리나케 뛰어갔다.

준혁은 팔짱을 낀 채, 콧수염 무리를 보았다.

콧수염의 친구들이 그를 부축해 가게를 나가고 있었다.

* * *

묘인족은 눈치를 살피며 오리고기를 먹다가 이내 정신없이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가게 안의 사람들은 노예인 묘인족이 식탁 앞에 앉아 식사 중인 걸 꺼림칙하게 여겼지만 아무도 나서서 뭐라 하지 못했다.

준혁이 귀족의 무리를 흠씬 두들겨 팬 것을 두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 준혁은 묘인족이 식사를 끝내면 그녀의 손등에 새겨진 문양의 봉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미지근한 맥주를 마시고 있던 중, 가게 문이 벌컥! 하고 거칠게 열렸다.

“저기, 바로 저놈이다!”

피멍 든 얼굴의 콧수염이 가문의 병사들을 대동한 채 빽빽 소리를 질렀다.

준혁은 의자에 등을 깊숙이 기대며 콧수염 무리를 보았다.

병사들은 무기를 들고 있었는데 아마도 아주 죽이려고 작정을 한 모양이다.

눈빛이며 무기며 날이 번쩍 서 있었다.

준혁은 웃으며 일어섰다.

너무 약한 자들이라 이제 귀여워 보일 정도였다.

준혁이 숫자에도 기죽지 않고 웃고 있자 콧수염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가서 죽여 버려! 어서!”

콧수염이 시뻘건 얼굴로 소리침과 동시에 수십 명의 병사들이 일제히 준혁을 향해 뛰어들었다.

* * *

경매장을 찾아가 이방인에 대해 물어봤더니 조금 전 자리를 떠났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경비대장은 답답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수색에 나섰다.

“이 넓은 도시에서 대체 어떻게 찾으라는 건지.”

막연히 왕궁 기사단장 렉프레드의 명령으로 준혁라는 남자를 찾아나서던 경비대장은 한 맥주 가게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걸 보고 우뚝 걸음을 멈췄다.

“무슨 일이지?”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병사들을 데리고 서둘러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 이내 가게 내부를 보자마자 경비대장은 입이 떡 벌어졌다.

호리호리한 검은 머리 사내의 주위로 십여 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피떡이 된 채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벽에 기댄 채 벌벌 떨고 있던 콧수염이 경비대장을 홱 돌아보고는 목에 핏대를 세웠다.

“겨, 경비대장! 어서 이 귀족을 건드린 버러지를 처형시켜라! 어서!”

콧수염이 벽에 기대 앉은 채로, 공포에 발작적으로 소리 질렀다.

경비 대장은 검은 머리 사내.

준혁과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직감적으로 이 청년이 왕실기사단장 렉프레드가 말했던 남자임을 알아차렸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

동방의 복장을 하고 있었으니 확실했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경비대장은 그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렉프레드와 함께 도시로 오신 분이십니까?”

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으시군요. 기사단장 렉프레드님께서 꼭 모셔오라 하셨습니다.”

콧수염 사내 알랭드롱은 찢어질 듯 크게 뜬 눈으로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준혁과 경비대장을 번갈아 보았다.

기사단장?

왜 그 단어가 경비대장의 입에서 나오는 건지 콧수염 사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밖에서 기다리세요. 몇 가지 볼일이 남았으니까.”

준혁이 콧수염 사내의 앞으로 걸어갔다.

“고, 공자님. 오, 오해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저는 그냥 평민인지 알고……!”

평민이라면 건드려도 된다는 발상이 대체 어디에서 시작된 건지, 마치 우주의 신비와도 같은 그의 머릿속에 경이로움을 느끼며 준혁은 귀족 콧수염 알랭드롱의 고환에 주먹을 때려 박았다.

계란 깨지는 소리가 나자 지켜보던 경비대장은 굵은침을 꿀꺽 삼켰다.

무자비한 폭행은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는데 실로 끔찍한 폭행인 이유는 아픈 곳만 예술적으로 찾아내서 때린다는 점이었다.

기절하지 않게, 아픈 곳만 찾아서 때리는 기술이 가히 완벽에 가까웠다.

이 정도면 잔인한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약 5분 후.

콧수염은 눈이 반쯤 돌아간 채 달달 떨었다.

피 섞인 오줌을 싸는 콧수염을 보면서 준혁이 손을 털었다.

이제야 형벌이 끝난 것이다.

넋 놓고 있던 경비대장은 급히 가게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으니 그의 말을 들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대체 어떤 식으로 이방인이 왕궁 기사단장과 엮여 있는 것인지 이상했는데 저 정도 무위를 가진 실력이라면 그저 예의를 갖추는 것이 상책이었다.

경비대장은 이방인이 말했던 볼일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 얌전히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 * *

알킨 왕국의 2왕자 아르혼은 창밖을 보며 준혁을 떠올렸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그 이방인의 모습은 거의 깨어 있는 모든 순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검은 흑발에 강한 눈동자를 가진 사내.

그가 다크엔트를 처치하는 모습은 실로 경이로웠다.

아르혼은 그가 펼친 압도적인 무위가 지금 이 순간에도 잊히지 않았다.

그의 실력은 충격 그 자체였다.

‘렉프레드가 말하길 카사디아를 죽이고 불길 속에서 멀쩡히 걸어 나왔다고 했었지.’

준혁이라는 이방인에 대한 생각은 단순하게 하나로 결론지을 수 없는 복잡함이 있었다.

그를 만난 것은 하늘의 뜻일까?

죽을 위기를 넘겼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아르혼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사색에 잠긴 채 목욕을 마치고 방 안으로 돌아오자 곧 다시 노크 소리에 이어 문이 열렸다.

수행기사 렉프레드였다.

“경비병이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이방인을 찾았다고요. 저택으로 데리고 올 거라 전해 왔습니다.”

아르혼이 밝은 얼굴로 웃었다.

“다행이구나. 내가 일러둔 선물을 준비해 다오. 최고로 그를 대우하고 싶다.”

렉프레드가 웃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예, 왕자 전하.”

* * *

묘인족은 준혁이 불량배들을 잔인하게 무서움에 떨고 있었다.

잘 먹던 음식도 반이나 넘게 남아 있었다.

“너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준혁이 부드러운 목소리와 어조로 말했다.

“제, 제게 왜 잘해 주시는 건가요?”

묘인족이 경계를 담아 물었다.

“너와 거래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거래?”

“너에게 자유를 줄 테니 네가 가진 것을 내게 주는 거지.”

“저는 가진 것이 없는데요?”

준혁이 묘인족의 손등을 가리켰다.

그녀는 자신의 갈색 피부 손등에 새겨진 문양을 내려다보았다.

곧 다시 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준혁을 보았다.

“그 문양 안에 네가 가진 힘이 들어 있거든.”

“저는 노예예요. 주인이 원하면 내어 드려야 하는 것이죠. 거래가 아니라.”

“네 말대로 내가 주인이니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 난 너와 거래를 하고 싶은 거야.”

묘인족은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식사를 다시 시작했다.

준혁은 팔짱을 낀 채 묘인족이 식사를 끝내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준혁은 식사를 끝낸 묘인족과 함께 가게에서 나왔다.

“이제 가시는 겁니까?”

경비대장의 물음에 준혁은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그녀의 손등에 마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묘인족의 손등에 새겨진 문양에서 금빛이 수십 개의 나무줄기처럼 뿜어져 나왔다.

근처에 있던 경비대장과 병사들, 그리고 일반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어깨를 떨었다.

잠시 후, 그녀의 손등에서 흘러나온 빛이 준혁의 큐브 속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하나의 형체를 이루었다.

[성장의 룬을 획득했습니다.]

<성장의 룬>

등급 : 신물

설명 : 잠재력을 모두 성장 스탯으로 상승시킨다.

준혁은 새로 구하게 된 신물의 성능을 확인하고 감탄했다.

이런 소모성 신물이 존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준혁이 구할 수 있는 아이템 중 가장 효용 가치가 높은 신물이었다.

만약 돈을 주고 살 수 있다면 가진 재산을 전부 사용해서라도 갖고 싶을 만큼이었다.

영문 모를 표정으로 서 있던 묘인족은 자신의 손등에 새겨진 문양이 사라진 걸 보고 신기해했다.

“같이 가자. 네가 안전하게 네가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줄 테니.”

준혁이 말했다.

묘인족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준혁을 올려다보았다.

처음 사냥꾼들에 의해 잡혀 노예가 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삶에 희망이 사라진 묘인족이었다.

이렇게 예고 없이 갑자기 자유가 찾아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인족은 완전히 믿지 못했다.

다시 상처받을까 두려워서였다.

묘인족은 여전히 두려움에 떠는 채로 준혁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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