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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모든 것-109화 (109/175)

귀환자의 모든 것 109화

최설화는 감탄했다.

청룡은 벌써, 블랙 던전의 마수들에게 적응한 것이다.

메이즈 소속 당시 날고 긴다는 헌터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그들과 함께 던전에서 사냥을 한 경험만 해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런 초엘리트 경력의 힐러, 최설화가 보기에 청룡의 기량은 단순히 천재라고 규정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눈부셨다.

나이를 생각하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실력의 소유자다.

더욱이 소름 끼치는 건, 잠재력까지 갖고 있는 것이 청룡이었다.

최설화가 보기에 청룡은 한 마리 한 마리의 마수를 잡을 때마다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점차, 숫자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수들을 상대로 청룡은 여유마저 갖고 있었다.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속도를 대응하며 창날에서 솟구치는 섬광으로 흑암의 머리를 도려내고 약점을 파괴했다.

만약 리더보드 최상위권의 헌터들이 지금의 이 블랙던전 안으로 들어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만나 본 적도, 세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낸 적도 없지만, 최설화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들이 지금 눈앞에서 싸우고 있는 청룡만큼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 * *

[멸마의 서가 균열의 틈을 찾아냈습니다.]

준혁은 픽 웃었다.

역시 마력 수치가 극에 이른 던전인 만큼 균열의 틈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초창기부터 골드 던전까지의 균열의 틈 개수를 생각해 보면 엄청난 차이였다.

‘신수를 찾을 여행을 떠날 수 있겠어.’

이번 신수 여행에서는, 백호와 청룡 둘 모두를 데려갈 생각이었다.

그 편이 새로운 신수를 설득하기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같은 동족의 신수를 만나면 감화되는 것도 훨씬 더 쉬울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새로운 주인을 섬기며 낯선 세계로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

준혁은 천리안이 보여 주는 지도. 그리고 멸마의 서가 표시해 주는 방향을 따라 균열의 틈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생각보다 맵이 넓네.’

무인도라고 해서 맵 자체는 크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그 규모가 컸다.

츠츠츠-!

빛처럼 달리는 준혁의 주변으로 마수들이 따라붙었지만 마수들은 준혁을 향해 쉽사리 공격하지 못했다.

준혁이 자체적으로 풍기는 힘의 기운 때문이었다.

‘거슬리지만 청룡의 사냥 개체를 줄일 수는 없지.’

준혁은 마수들을 무시하고 내달린 끝에 균열의 틈 앞에 도착했다.

[균열의 조각을 획득했습니다.]

[균열의 세트가 완성되었습니다.]

[어비스를 여시겠습니까?]

[수락되었습니다.]

[어비스가 열리기까지 남은 시간은 100시간입니다.]

대기 시간을 걸어 놓고, 준혁은 짧은 한숨을 뱉었다.

새로운 어비스로 갈 수 있게 되었으니 한숨 덜었다.

준혁은 다시 청룡과 최설화가 있는 쪽으로 돌아가면서 주변을 살폈다.

천리안에 딱히 잡히는 것도 없고 특별할 것도 없었다.

이대로 정글 속의 개체를 줄이면 던전이 클리어되는 건가?

준혁은 그런 생각을 하며 천리안을 이용해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청룡의 주변으로 뿌려져 있는 붕대 조각들이 전투 상황의 결과를 보여 주고 있었다.

어느덧 청룡의 레벨은 93.

성장해 있었다.

“더 이상 마수들이 보이지 않네요.”

청룡이 말했다.

그 말대로, 정글은 고요했다.

멸마의 서를 통해 균열의 틈을 찾으면서 이동 중에, 보스몹으로 추정되는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정글은 그저 흑암들만 있는 땅인 듯 다른 마수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청룡이 흑암들을 처치하며 경험치를 쌓는 동안 준혁은 생각했다.

‘이럴 리가 없어.’

지금까지의 던전의 형태를 생각해 보면 이런 식으로 간단히 클리어될 리가 없다.

채팅창을 곁눈질하자 그 점에 대해서는 시청자들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 마수가 세긴 한데 저 붕대들 다 때려잡는다고 클리어가 되나?

- 붕대들. 한 종류의 마수밖에 없네.

- 얘들아 그 비석이 헌터들 던전핵처럼 만들어서 피 빨 듯이 하고 있잖아. 그거랑 뭐 관련 있지 않을까?

- 아니 이럴 거면 헌터들은 왜 잡아먹은 건데. 헌터들 양분 삼아서 저 망할 정글이 살아나기라도 하나?

- 정글몹 정리하고 이대로 엑시트 게이트 열리는 게 최상이긴 해.

- 그래 ㅅㅂ 좀 쉽게 좀 가자 쉽게 좀. 끔찍해 죽겠다.

- 이대로 끝나는 게 헌터들도 살릴 수 있을 것 같고 베스트 시나리오이긴 한데.

- 뭐가 이렇게 찜찜하지?

준혁도 동감하는 바였다.

이대로, 흑암을 정리하고 엑시트 게이트가 열리는 건 던전답지 않다.

최상급 던전들은 늘 목적이 있었고 그 목적을 위해 생성되었다.

이번 던전 역시 마계의 마신들의 개입이 있는 거라면, 이렇게 단순한 구조를 만들진 않았을 것이다.

분명 덫을 설치했을 것이란 생각이 머릿속에 떠나질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계속 흐르고, 흑암들의 개체수가 줄어 갈수록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져 갔다.

‘보스몹이 없어.’

던전의 성장을 주도하는 보스몹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심지어 비석 주변에 있던 헌터들을 모두 던전으로 영향을 끼친 상황이니, 이대로 끝나는 건 말이 안 된다.

‘보스몹은 어디 있지?’

[청룡이 흑암을 처치했습니다.]

[청룡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청룡의 레벨이 마침내 94까지 올랐을 때 천리안의 지도에 더 이상 마수의 위치가 뜨지 않았다.

더 이상 정글 안에 존재하는 흑암은 없는 듯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흑암을 모두 처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엑시트 게이트는 열리지 않았으며 시스템 메시지도 뜨지 않았다.

“이 무인도, 대체 클리어 조건이 뭘까요?”

최설화가 그렇게 말했을 때, 준혁은 하나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은 발로크가 용병 유다연을 이용해 준혁 자신을 던전으로 끌어들였던 기억이었다.

“지상이 아니라면.”

준혁이 말했다.

최설화가 놀란 눈으로 준혁을 보았고, 청룡은 그저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상이 아니라는 말씀은…….”

“답은 하나뿐이지.”

준혁의 시선이 정글 너머, 바닷가로 향했다.

뒤이어 준혁이 땅을 차고 뛰었다.

바닥이 움푹 파이고, 공기가 진동하며, 바람이 휘몰아쳤다.

최설화는 순간이동으로 따라붙었고, 청룡은 신법으로 준혁의 뒤를 쫓았다.

- 와 씨, 개 소름돋네.

- 나 방금 닭살 온몸에 뒤덮임.

- 뭐야 뭐야? 그럼 정글은 그냥 일반 마수들이 있는 거고. 진짜는 바닷속이라는 거냐?

- ㅁㅊ 바닷속에 있는 마수 우째 잡아;;;

- 어지럽네…… 하아.

- 던전 수준 또라이급ㅋㅋㅋㅋ

- 그럼 비석과 던전핵 된 헌터들. 전부 관계된 것들을 바닷속에서?

- 아니 바다 얼마나 넓은 줄 알고…….

- 보통 던전핵 되면 빨리 구해야 하는데 시간 벌써 많이 지났다.

- 돌 된 헌터들 구할 수 있으려나.

- 시청자들 완전 고인물이네 ㄷㄷ

- 물속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싸움? 물 저항 그거 어쩌려고? 호흡은?

시청자들의 비관과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준혁은 이미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첨벙!

- 결단력 봐라. 그냥 들어감ㅋㅋㅋㅋㅋ

- 아아 갓준혁. 마치 여주인공을 구하러 뛰어든 왕자님 같구만.

- 캬, 청룡이도 뛰어들었다.

- 입수 점수 만점이요.

- 근데 최설화 힐러 뭐하냐?

- 음? 수영 못 하나?

시청자들의 의문이 쏟아지고 있는 상대는 최설화였다.

그녀는 파도치는 해변가에서 바위처럼 굳어 있었다.

“난 수영 못 한다고…….”

최설화가 질린 표정으로 바닷물을 보며 말했다.

- 아…… 힐러 못 들어가네.

- 팀워크 무너짐ㅋㅋㅋㅋ

- 아 웃으면 안 되는데…… 웃기닼ㅋㅋㅋ

- 물공포증 힐러.

- 맥주병 힐러.

- 공주님이네, 아주.

채팅창에서 최설화를 향한 놀림이 쏟아졌다.

바닷가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최설화는 고개를 갸웃했다.

“수영을 못 하면 수영을 안 하면 되잖아?”

최설화의 혼잣말에 시청자들이 의아해했다.

- ?

- 지금 힐러 뭐라는 거임.

- 뭐래냐?

- 수영을 안 해?

- 아니 바다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어떻게 수영을 안 햌ㅋㅋㅋㅋㅋ

- 무서워서 머리 어떻게 됐나 봄ㅋㅋㅋㅋ

- ㄹㅇ 공포가 이성을 지배했낰ㅋㅋㅋ

굳이 물에 젖어야 할 필요는 없다.

자신은 힐러이면서도, 마법을 부리는 마법사.

그것도 정상급의 힐러.

성직자보다 더 강한 프로텍트 벽을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신이었다.

최설화의 신체 주변으로 투명하고 푸르스름한 빛의 막이 하나둘 서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의 원형의 형태로 프로텍트가 최설화의 신체를 보호했다.

프로텍트는 물리적인 물질도 막을 수 있는 마법의 벽.

최설화가 그 상태로 바닷속을 향해 좌표를 찍었다.

그리고 순간이동으로 빛을 뿌리며 해변가에서 사라졌다.

- 엌?

- ??

- ㅁㅊ 프로텍트로 보호막 만들어서 순간이동으로 들어갔어ㅋㅋㅋㅋㅋ ㅅㅂ 저게 말이 되는 거냐?

- 와... ㄹㅇ 천상계 모임이긴 하네.

- 신박하다.

- 바닷물 싫다고 프로텍트로 전신 둘러서 순간이동으로 바닷속 이동ㅋㅋㅋ 캬.

- 마력을 물처럼 써야 할 텐데;;;

- 저거 저렇게 하려면 마력 엄청 필요할 텐데요……?

- 최설화 무시하냐? 괜히 갓준혁 옆에 있는 게 아니야. 메이즈 소속 최고 수준의 힐러다.

- 최설화 이동하는 거 봐랔ㅋㅋ 무서웤ㅋㅋㅋㅋ

- ㄹㅇ 움직이는 거 공포영화임.

- 맞아. 그러고 보니 쟤 보통 힐러 아니었지…… ;;

- 바닷물 묻히기 싫다더니 진짜 안 묻힘ㅋㅋㅋㅋㅋㅋㅋ.

-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바닷속 탐험 중ㅋㅋ

- 아니 저게 가능함?

- 잠수함이네.

- 지린다;;; 저 정도면 거의 용왕 아니냐?

- 잠수함ㅋㅋㅋㅋ 용왕ㅋㅋㅋㅋㅋㅋ

놀림과 감탄이 뒤섞인 시청자들의 반응을 받으며, 지우는 뒤늦게 준혁과 청룡이 헤엄치고 있는 곳을 찾아냈다.

준혁과 청룡은 숨을 참고서 바닷속을 수색 중에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 아닌 헌터 준혁과 내공을 가진 청룡은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시간 동안 숨을 참을 수 있었다.

그렇게 바닷속을 낮게 헤엄치고 있었다.

- 수중 던전이구나.

- ㅁㅊ 수중 던전, 와.

- 저기서 심해 마수 나타나면 개 무서울 듯.

- 왜 내가 더 무섭냐? 나 지금 이불 잡고 있음.

- 뭐 이상한 거 튀어나올 것 같은데.

- 수중 던전인데 당연히 마수가 나오겠지. 쫄보들아.

- 센척 하는 놈들 또 나오네ㅋㅋ

큐브가 수중에서 시야를 밝힌다.

평범한 바닷속과 비슷한 풍경이었다.

바위가 있고, 해초류도 보였고, 심해라고 할 만큼 깊은 바닷속이긴 했다.

평범한 바다와 다른 점은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것 정도였다.

‘마해를 던전으로 옮기기라도 한 건가?’

물속에서 준혁의 시선이 큐브가 비추는 주변을 훑고, 천리안이 새롭게 띠운 지도 화면도 확인했다.

천리안의 지도에 의하면 이 수중 안에는 마수들이 있었다.

지도상의 점들이 마수임을 증명하니 이는 심해 마수들이 존재하는 수중 던전임이 확실했다.

이곳에서의 사냥이 블랙 던전의 진짜 본 게임임을 알려 주고 있었다.

‘물 속이라 대화도 어렵군.’

준혁이 청룡과 최설화를 돌아보며 위치를 확인했을 때, 싸늘한 기척이 감각을 찔렀다.

준혁은 그 감각을 따라 11시 방향을 보았다.

거대한 심해 어종 마수 한 마리가 지느러미를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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