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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모든 것-107화 (107/175)

귀환자의 모든 것 107화

“마차와 같은 것이 이렇게 하늘을 날 수 있다니. 믿기지가 않는군요. 과학이란 정말 대단합니다.”

청룡이 팔짱을 낀 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좀처럼 말이 없는 청룡이었지만 무려 전용기의 과학 원리에 놀라움을 느끼고 있었다.

“네 무공이 더 신기해.”

최설화가 말했다.

“문명의 차이만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되는 거군요.”

창밖을 내다보자 곧 착륙할 듯싶었다.

준혁의 예상대로 전용기의 전담 스튜디어스가 벨트를 매달라고 부탁했다.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앉은 전용기가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정말, 시끄러운 건 질색인데.”

라고 중얼 거리며 필사적으로 화장을 하고 있는 최설화였다.

그런 그녀를 청룡이 신기하게 보고 있는 사이 준혁은 전용기에서 내렸다.

따스한 날씨는 지금의 일본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포근하고 평화로웠다.

“대체 그 까만 안경을 쓸 거면 화장을 왜 하는 거지?”

청룡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혼잣말로 말했다.

“시끄러워 꼬맹아.”

선글라스를 낀 최설화가 대답하곤 준혁을 따라 또각 또각 힐을 신고 이동했다.

청룡도 준혁을 따라 공항 로비를 지났다.

일본 취재진들의 열기가 사방에서 빗발친다.

준혁이야 지겨울 정도로 경험한 터였지만 최설화와 청룡은 새삼 그 수많은 기자진들의 열기에 살짝 놀라고 있었다.

“일본 측에서 워프 게이트를 준비해 놨다고 했었는데.”

준혁이 그렇게 말하며 잠시 멈춰 섰다.

기자들이 인터뷰 좀 해 달라며 달려들었지만 미리 도착해 있던 파천 길드의 헌터들이 그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잠시 착오가 있어서 다녀오는 중입니다. 워프 게이트 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뒤늦게 나타난 일본 협회 측 직원을 따라가자 공항 밖 주차장 부근에 워프 게이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공항에서 시부야 현장 부근으로 이동할 수 있는 워프 게이트였다.

워프 게이트를 발견하자마자 준혁은 곧바로 게이트를 통과했다.

최설화와 청룡도 준혁을 따라 게이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안내를 맡은 직원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준혁의 무리를 보고 멍청하게 눈을 깜빡였다.

“와, 속전속결이시네.”

그는 손수건으로 목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 * *

워프 게이트를 타고 시부야 근처에 이르자 협회 측 헌터들이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그곳엔 협회장 키무라 겐지와 간부지들도 천막을 치고 대기 중에 있었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키무라 겐지가 인사를 건네왔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금방인데 무슨 고생입니까? 그보다 비석이란 건 어디쯤입니까?”

키무라 겐지가 방향을 가리켰다.

계산을 해 보니 현장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다.

비석이 있다는 곳으로 이동하자 키무라 겐지가 바로 옆으로 따라붙었다.

협회장은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지만 그의 눈 안에는 그 반대로 기대와 희망으로 빛이 나고 있었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비석 지대입니다.”

폭격을 맞은 듯 건물이 무너지고 부서져 있다.

땅은 갈려 나가 울퉁불퉁해서 편하게 걷는 것도 어려울 정도였다.

청룡이 이리저리 폐허가 된 땅을 훑어보고 있는 사이, 준혁은 저 멀리 보이는 비석을 눈에 담았다.

일본의 연구진들이 비석 주변을 분석하고 있었다.

비석 위로는 거대한 검은 게이트가 있었다.

검은 게이트는 마치 편하게 들어오라는 듯 바닥으로 검은빛을 쏘았다.

그 빛의 반경으로 들어가면 게이트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듯했다.

“아직까지 던전 안으로 들어간 인원은 없는 거죠?”

준혁이 게이트를 올려다 보며 물었다.

“예. 아무래도 수색조를 투입하기엔, 헌터들도 피하고 있는 상황이라 죄송합니다.”

이미 예상했던 바였다.

던전에 들어가는 건 죽겠다는 소리 나 마찬지였으니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청룡.”

준혁의 부름에 청룡이 준혁의 옆에 서서 함께 게이트를 올려다보았다.

“사냥할 시간이다.”

“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청룡이 던전을 보며 답했다.

“연구진들은 모두 철수시키고, 비석 지대에 사람이 없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협회장 키무라 겐지가 빠르게 던전 지대에 있는 인원을 철수시켰다.

키무라 겐지를 포함해 비석 지대에 준혁과 청룡밖에 남지 않았을 때 준혁은 더 월드 시스템을 불러왔다.

[더 월드 라이브 ON]

[채널이 생성되었습니다.]

[시청자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시청자가 40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시스템 보상으로 성장의 룬 다섯 개를 획득했습니다.]

<성장의 룬>

: 던전에서 플레이하는 각성자의 경험치가 두 배로 증가한다.

전기 같은 것이 퍼지며 허공에 성장의 룬이 만들어졌다.

그것이 뚝하고 떨어지는 걸 준혁이 손으로 낚아챘다.

룬에는 룬 문자와 숫자 5가 합쳐져 있었다.

룬을 쓸때마다 숫자가 줄어드는 아이템인 듯했다.

‘시작부터 보상이 좋군.’

청룡이 신기하게 보았다.

“성장의 룬이라는 거다. 보상 개념에 대해선 알고 있지?”

청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조금씩 알게 될 거다.”

준혁은 주변을 훑어보았다.

자신이 말한대로 비석지대 주변으로는 사람들을 모두 물린 듯했다.

- 귀환자님 결국 일본 오셨네.

- 오, 이번에도 저 애랑 왔네. 사냥 같이 하시는 건가?

- 귀환자님, 같이 있는 사람은 누군가요?

- 어린데도 눈빛이 멋지네, 짜식.

청룡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고.

- 던전 클리어하면 시부야 일대에서 던전핵처럼 변해 버린 저 사람들,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 불쌍하긴 하다. 사람들을 지키려고 경계 근무 섰던 건데.

- 이번 던전 결과의 핵심은 시부야 던전 게이트 폭발 사고에 당한 일본인들인 것 같다.

- 난 걍 귀환자님이나 안 다쳤으면 좋겠네 ㅠㅠ

더 월드의 채팅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준혁이 걸음을 옮겼다.

“친절하기도 하지.”

준혁이 피식 웃으며 블랙 던전의 게이트가 내린 빛으로 다가갔다. 느끼기에 별로 위험한 빛은 아니었다.

그저 차원을 넘는, 흔한 종류의 마나 결정체가 보였다.

그 검은 빛에 접촉하자 시스템 문자가 나타났다.

[블랙 던전으로 진입합니다.]

준혁이 게이트를 넘어서고, 곧장 청룡과 최설화도 그 빛으로 스며들었다.

* * *

[말라붙은 섬에 도착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바다였고 그다음은 잎이나 풀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는, 썩어가는 나무들로 가득한 정글이었다.

무인도였다.

- 헐, 던전 안에서 무인도는 처음 보네.

- 분위기 봐라. 미친. ㅈㄴ 무섭다;;

- 대낮처럼 밝은데도 무섭네 ㄹㅇ

- 갓준혁, 저번 블랙 던전도 무사히 클리어했으니 이번에도 잘 클리어하겠죠?

- 근데 이번 던전은 솔플이 아니라 저 푸른 머리 애랑 같이 왔으니 더 쉬울지도?

- 벤자민이랑 싸우는 거 보니 장난 아니던데. 블랙 던전에서도 통할까?

- 갓준혁 제자인 거 아님?

- 스타일 지리던데.

준혁은 이번 블랙 던전에서 청룡의 수준을 확인하고자 했다.

만약 블랙 던전의 마수들을 상대할 수 있는 실력이 된다면 오늘 청룡은 제대로 된 성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셈이었다.

“천천히 돌아보자.”

“예.”

준혁이 앞장서고 청룡이 뒤따르면서 주변을 경계했다.

바다로 나갈 수는 없으니 우선 정글 안에 있는 마수들부터 처치해야 했다.

“분위기가 무슨...”

최설화가 질린다는 듯이 말했다.

마치 죽은 듯한 섬이었다.

무엇 하나 썩지 않은 것들이 없었고, 악취가 코를 찔렀다.

아무리 봐도 도저히 생명체가 살 수 있을 만한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는 평범한 무인도가 아니지.’

던전 안.

마수들이 사는 세계.

이곳에서 상식을 찾을 필요는 없었다.

마수는 상식을 넘어선 어둠 속을 기생하는 악이었으니.

“슬슬 나오는군.”

준혁이 정글 속의 커다란 나무들 뒤로, 그림자를 가진 존재들을 보며 말했다.

청룡은 동요가 없었다.

준혁이 큐브 안에서 청룡의 창을 꺼내 던져 주었다.

청룡이 창대를 쥐고 숨을 골랐다.

그사이 준혁은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꽂아 넣은 채로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마수들은 모두 신수의 먹이가 되어야 한다.

성장이 필요한 건 준혁 자신이 아니라 신수였으니까.

신수가 강해질수록 준혁 역시 강해질 수 있었다.

“우선 한 마리.”

준혁의 말대로 나무 뒤에 숨어 있던 한 마리의 마수가 나타났다.

단체 활동을 하는 게 아닌 건지 단 한 마리의 마수만이 준혁과 청룡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흑암을 발견했습니다.]

더 월드의 시스템이 마수의 명칭에 대해 알렸다.

키는 약 어림잡아 3미터 정도.

인간과 똑같이 머리와 몸통 그리고 팔다리가 달렸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얼굴 눈가의 틈 사이로 시커먼 눈동자가 새카맣게 일렁였다.

무기는 없었지만, 비율상 지나치게 긴 양팔. 그 축 늘어진 팔이 무기로 대신하여 공격에 쓰일 듯했다.

청룡이 다가오는 붕대를 감은 마수 흑암을 향해 걸어 나갔다.

“보여 줘라, 청룡.”

- 청룡? 이름이 청룡인가?

- 이름 멋있네 ㅎㅎㅎ

- 갓준혁 제자 맞는 듯?

- 님들 저 청룡이라는 애 진짜 졸라 세요.

- 마수 개 식하게 생겼다 ㄷㄷ

- 일반 상위 랭커만 해도 걍 쓸려 나갈 것 같은데 ;;; 마수 포스 지린다.

- 청룡이 던전 사냥하고 갓준혁이 지켜보는 그림인 듯.

- 세계 멸망 위기인 줄 알았던 던전에서, 제자 키우는 갓준혁ㅋㅋㅋㅋㅋㅋ

- 누군지 몰라도 갓준혁 편이라면 응원하다. 시원하게 싸워 봐!

채팅창이 청룡을 향한 응원으로 도배되었다.

전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응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청룡은 오직 처음 보는 블랙 던전의 마수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언제 몇 마리가 더 나올지도 몰라. 주의해라.”

청룡이 마수에게 시선을 집중시킨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청룡의 창에 내공의 힘이 깃들고 있었다.

준혁이 준 엘릭서에 의해 현재 청룡의 컨디션은 최고조였다.

그동안 부상당한 몸으로 지냈던 청룡에게, 최정상의 몸상태로 싸울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쾌감이었다.

청룡의 눈이 고요하게 타올랐다.

붕대인간의 형태를 한, 흑암이 청룡을 향해 어기적거리며 걸었다.

등은 굽었고 어깨는 축 처졌으며 양팔은 힘없이 흔들렸다.

느린 이동 속도였지만 준혁은 물론, 청룡 역시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절대 평범한 속도를 가진 마수가 아니라는 걸.

아직은 충분한 거리.

어떤 식의 공격 형태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기에 탐색을 위한 시선이 흑암을 훑고 있는 가운데.

휘릭-!

흑암의 어깨가 살짝 흔들렸다,

“……?”

청룡이 느끼기에 아직 전투가 시작될 거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굉장히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흑암의 팔이 살짝 흔들린다 싶더니 잔상을 남기며 거의 육안으로 속도를 잡기도 어려울 만큼 빠르게 청룡의 얼굴로 공격이 날아들었다.

청룡은 눈으로 보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으로 고개를 뒤로 젖혔다.

뭔가가 스쳐 지나간다.

청룡의 왼쪽 광대에 아주 작은 상처가 생겼다.

아주 얇은 핏물이 새하얀 피부에서 흘러나왔다.

청룡의 눈이 분노로 물들었다.

감히 자신의 얼굴에 상처를 입히다니.

속도에 놀라움을 느끼기 이전에, 들끓는 화가 가슴을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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