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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모든 것-100화 (100/175)

귀환자의 모든 것 100화

E급 헌터들이 팀을 꾸려 들어가는 던전에 입성했다.

이곳 역시 벽돌 형태의 전형적인 복도형 던전.

이번 던전 역시 백호는 솔플을 하게 된다.

물론 위기 상황이 오면 지원을 해 줄 생각이었다.

아직까진 굳이 최설화 힐러가 없어도 백호의 사냥에 특별히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한 대비는 충분히 가능한 정도의 던전이니까.

이곳 E급 던전으로 오면서 지우에게 들은 정보에 의하면 마수의 수준은 약하지도 그렇다고 편하지도 않은 정도의 던전이라고 보면 됐다.

이 정도 수준에서 나오는 마수들은 대체로 비슷했다.

높은 확률로, 해골과 코볼트 정도였는데 그 정도라면 백호가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였다.

[신수의 스탯 포인트를 찍어 주세요.]

시스템 문자가 스탯을 찍으라고 알림을 보냈다.

‘스탯?’

준혁이 의아하게 생각했을 때 곧바로 눈앞에 백호의 상태창이 나타났다.

청룡의 상태창을 살펴보자, 스킬 포인트가 자동 분배 되어 있었다.

스스로 가장 적합하고 필요한 부분에 힘을 더했지만, 백호의 경우에는 주인인 준혁이 직접 스탯 포인트를 찍어 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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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백호령

호칭 : 성장 중인

레벨 : 5

계열 : 물리, 신성

힘 15 체력 10

민첩 8 지능 7

지혜 9 카리스마 5

스킬 : 백호참.

스탯포인트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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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혁은 상태창을 보면서 어떤 스탯을 찍어 줘야 할지 고민했다.

특화되어 있는 것은 기본 스탯에서 봤을 때 힘 수치였다.

백호의 성향을 보면 힘이 15로 가장 앞서 있었다.

저렙 구간은 힘에 무게를 실어 레벨 업 속도를 올리는 게 가장 효과적일 듯했다.

준혁은 고민 없이 힘 수치에 5개의 스탯 포인트를 투자했다.

그러자 곧장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나며 백호의 몸이 새햐안 빛으로 아주 짧게 번쩍였다.

[백호가 강인해졌습니다.]

준혁이 스탯 포인트 투자를 한 걸 모르는 백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되돌아보고 있었다.

강해진 것을 느낀 것이다.

“캬오오!”

마치 마수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 지르는 백호를 보면서 준혁은 마른침을 삼켰다.

‘……지능에 투자했어야 했나?’

살짝 걱정됐지만 미성숙한 부분은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었다.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마수를 찾아나서는 백호의 두 눈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오히려 지나친 자만이 느껴질 정도였다.

‘사냥을 이어 가다 보면 조금씩 깨닫는 것들이 있겠지.’

준혁은 백호를 믿고 주변을 탐색했다.

마수가 가까워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백호 역시 마수의 기척을 느낀 듯 속도를 늦추며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본격적인 마수를 상대해야 한다.

백호가 겁을 먹고 뒤로 빠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준혁과 청룡을 믿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신수의 DNA였던걸까?

백호는 흉흉한 안광을 빛내며 나타난 해골을 향해 망설임 없이 뛰어들고 있었다.

“크와아!”

[백호가 스킬 백호참을 사용했습니다.]

해골이 커다란 칼을 들고 있음에도 백호는 겁 먹지 않았다.

백호참이라는 꽤 멋진 이름을 가진 스킬로, 강력한 할퀴기가 해골을 박살 냈다.

단 한 방에 뼈가 부서지며 와르르 무너지는 해골.

[백호가 해골을 처치했습니다.]

[백호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싸고 먹고 자는 것밖에 몰랐던 아기 백호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온데간데없었다.

인간형의 모습으로 양손을 오므린 채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겁 없이 해골을 박살 낸 백호는 자신감이 붙은 듯 던전 깊숙한 곳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지우가 봤으면 많이 놀랐겠는데…….”

준혁이 말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청룡도 공감한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백호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해골들을 박살 냈다.

[백호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백호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백호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준혁은 백호의 레벨이 오를때마다 스탯 포인트를 힘에 투자해 주었다.

확실히 힘이 강해지는 것이 보이는 게 방패를 든 해골의 경우 백호참으로 한 방에 쓰러트리지 못했다.

해골의 공격을 피하고 2차 공격을 성공시키곤 했다.

그런데 스킬 포인트에 의해 힘이 쭉쭉 늘어나자 백호참 스킬은 해골의 방패마저 산산조각 내 버리고 말았다.

스탯 포인트를 투자한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재밌네.’

마치 게임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준혁은 처음 백호를 데리고 초보 사냥터에서 사냥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때만 해도 아주 지루하고, 재미없는 작업 과정이 될 거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막상 던전으로 와 보니 자신의 신수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름 키우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그건, 백호가 겁먹지 않고 용감하게 마수들을 해치워 주고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백호의 성장을 지켜보는 건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

약하디약했던 백호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그건 그것대로 꽤 재미있는 상상이었다.

여전히 아직은 저레벨의 초보 사냥꾼이긴 했지만 말이다.

반면 청룡은 지켜보는 것 자체가 고역인 듯 눈물까지 맺혀가며 하품을 견디고 있었다.

“지루해도 조금만 참아라.”

“아, 아닙니다!”

청룡이 화들짝 놀라며 급히 허리를 쫙 폈다.

“충분히 이해해. 백호의 성장 포인트를 연구하면 그래도 조금은 덜할 거다.”

“그렇지 않아도 지켜보고 있는데, 성미가 급한 놈이다 보니 공격선 자체가 거칠고 충동적인 듯합니다.”

그건 준혁도 이미 알고 있는 바였다.

“아직은 괜찮아. 그건 청룡 네가 나중에 교정해 줄 수 있는 부분이잖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청룡은 반드시 해내겠다고 답했다.

“지금은 전투에 흥미와 자신감을 느끼는 게 더 중요하겠지. 어차피 한 번 부러지는 날이 올 테고 그럼 목마른 놈이 우물을 찾듯이 답을 구하려 들 거다.”

“그래도 기대 이상이긴 합니다.”

준혁이 웃었다.

“나도 그래.”

[백호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백호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파죽지세의 연속.

던전에 입성한지 얼마다 되지도 않아 벌써 10레벨을 훌쩍 넘기고 있는 백호였다.

[백호가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백호가 스킬 화룡참을 쓸 수 있습니다.]

화룡참.

: 백호의 사나운 발톱이 다수의 적을 공격합니다.

신수 백호의 최초의 범위 공격입니다.

스킬에 적중 당한 적들은 5초간 ‘공포’에 빠집니다.

백호의 성장을 두고 봤을 때 백호참은 매우 강력한 스킬이었다.

5초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5초간 강제 공포에 빠져 전의를 상실한다면 그 시간 동안 그 범위에 적중당한 적들은 완전히 무방비가 된다는 소리였다.

기회를 잡았을 때 몰아쳐야 한다면 민첩 스탯 역시 백호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민첩 스탯을 올려 주면 사냥속도가 배가 되겠군.’

[백호가 스킬 화룡참을 사용했습니다.]

백호가 스킬을 사용하자 불꽃이 폭죽처럼 허공에서 터졌다.

두 마리의 해골이 그 즉시 공포 상태에 빠지면서 자세가 무너졌다.

마치 길을 잃은 것처럼 배회하듯이 비틀대며 백호의 반대편으로 벗어나려 했다.

스킬에 의한 마수들의 강제 공포 반응이었다.

백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손가락에 맺힌 신성력의 힘으로 두 마리의 언데드들을 부숴 버렸다.

쾅! 쾅!

와르르!

부러진 뼛조각들이 사방으로 날아들었다.

마치 볼링공이 스트라이크를 만들어 낸 것 같은 시원함이었다.

던전이 깊어지다 보니, 무리를 이룬 마수 코볼트 집단이 나타났는데, 백호는 수적 열세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백호에게 E급 던전의 마수는 그저 맛있는 사냥감들에 불과했다.

신수의 전투 본능이 사정없이 휘몰아쳤다.

화룡참에 의해 불꽃이 튀면서 코볼트들이 화상을 입고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공포 상태에 빠진 코볼트들을 향해 신수 발톱의 힘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백호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백호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백호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준혁은 엄청난 패기로 마수들을 처치해 나가는 백호를 보면서 뒷목을 검지로 긁적였다.

백호를 향한 준혁 자신의 모든 예상이 빗나가고 있었다.

이런 식이라면 백호는 던전 레벨 업에 있어 위기 없이 고속 성장을 할 것만 같았다.

신수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잠재력이 폭발하고 있었다.

‘멋지다. 백호.’

준혁은 피식 웃으며 레벨 업으로 얻은 스탯 포인트를 민첩에 투자했다.

백호는 E급 던전에서 솔플의 제왕이 되어 가고 있었다.

“크오오오옹!”

백호의 우렁찬 포효가 던전에 울려 퍼졌다.

* * *

“일본도 머리 아프겠군.”

선우는 영상으로 보이는 도쿄 스크램블 교차로를 보며 눈살을 구겼다.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교차로에서 땅을 뚫고 비석이 올라왔다.

그 비석은 점점 커지고 있고, 검은 연기를 뿌려 대고 있으니 시민들의 불안은 확증되고 정부와 협회는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지만 별달리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상위 리더보더조차 블랙 던전에서 갈려 나간 마당에 대응책이라고 해 봐야 던전의 수준이 전과 같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 밖에 답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답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쉬운 방법은 한국을 향한 헬퍼였고.

일본으로부터 부재중인 전화와 이메일이 쌓여나가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헬퍼를 요청하고 있지만, 현재 선우는 답을 주지 않았다.

쉽사리 결정할 문제가 아닌 데다 이건 귀환자의 결정과 거래에 대한 확실한 준비 또한 필요한 일이었다.

선우는 팔짱을 낀 채로 영상 속의 비석을 자세히 살폈다.

“확실히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케이스네.”

블랙 던전만 해도, 일반 던전들처럼 게이트부터 만들어졌다.

하지만 땅을 뚫고 올라오는 비석의 형태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까지 던전 게이트는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

하지만 일본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이미 극에 치닫고 있었다.

대책을 발표하지 않는 이상 자국민들의 혼란은 결코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일본 커뮤니티에서는 귀환자를 초청하는 것에 대한 강력한 주장이 빗발치고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것이다.

늦장 대책 따위는 용서하지 않겠다는 여론이 휘몰아치는 상황.

“협회장님, 일본에서 확실히 방향을 정한 것 같습니다.”

비서가 들어와 테블릿으로 일본에서 개재한 뉴스를 보여 주었다.

이제 막, 일본 정부와 협회는 귀환자에게 헬퍼 요청을 보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이제부터 집중적인 타깃은 한국과 귀환자.

아마 형은 일본의 백지수표 제안을 받아들이려고 하겠지만 역사적으로 케이스가 없는 경우인 만큼 이쪽도 신중해야 했다.

선우는 우선 컴퓨터 앞에 앉아 입장문 발표를 준비했다.

한국 협회에서도 공식적인 답변을 보여 주긴 해야 했으니까.

안전에 눈이 멀어, 귀환자의 도움을 당연시하는 그림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그건 누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었다.

“형 지금 던전에 있지?”

“네.”

“캐슬로 돌아오면 미팅 시간 좀 잡아 줘.”

“알겠습니다.”

비서가 협회장실을 나간 사이, 선우는 빠른 타이핑으로 공식입장문을 정리했다.

‘아마도 어떤 식으로든 게이트가 열리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겠지.’

선우의 시선이 영상 속, 마치 피를 흘리는 듯한 비석으로 향했다.

비석은 마치 살아 있듯 점점 그 크기가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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