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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모든 것-99화 (99/175)

귀환자의 모든 것 99화

선우가 초보용 던전 사냥터를 구했다는 소식을 듣고 준혁은 백호를 첫 던전 레이드에 투입해 보기로 했다.

매니저 지우를 통해 알아보니 백호의 첫 사냥터로는 딱 알맞은 던전이었다.

“와아.”

백호가 창문에 찰싹 붙어 거리를 내다보며 연신 감탄사를 뱉었다.

캐슬에서만 지내던 백호였으니 거리의 풍경은 백호에게 신세계였다.

“가만히 좀 있어라.”

청룡이 한 소리를 했지만, 백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청룡이 포기하고 눈을 감았다.

만약 주인의 앞이 아닌 중원이었다면 백호는 숨도 쉬지 못했을 거다.

중원에서는 이런 식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죽거나 살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런 처절함 속에서 무공을 배운다.

그렇게 해도 살아남을까 말까 한 것이 강호였다.

하지만 이곳은 철저히 주인의 영역이 주인이 정한 규칙 아래 움직이는 것이니, 청룡은 제멋대로 굴 수가 없었다.

물론 청룡의 그런 마음을 준혁 역시 알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아도 돼. 옳은 길을 가는 게 중요하다. 너 역시도.”

“예.”

청룡이 놀란 표정을 감추며 대답했다.

속을 훤히 꿰뚫고 있는 듯한 준혁에게 놀라서였다.

사실 이는 신수와의 계약의 역할도 컸다.

계약을 통해 신수는 주인에게 감화되고, 주인은 신수의 감정을 섬세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이는 신수 계약의 힘이었다.

“여기가 초보용 던전이에요. 보통 F급 헌터들이 주로 들어가는 사냥터라고 보시면 돼요.”

지우가 마치 가이드처럼 설명할 때, 차가 던전 앞에 도착했다.

“입장에 제한은 없는 거지?”

준혁이 물었다.

“네, 그리고 미리 통으로 매수를 해 놓은 던전이라 외부인도 없을 거예요. 이미 확인도 다 끝마쳤고요.”

준혁은 백호와 청룡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

파천 길드의 통제하에 편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폐공장 부근에 위치한 초급 던전은 사람이 없어 텅텅 비어 있었다.

외부인의 통제를 위해 파천 길드의 직원들만이 몇몇 보일 뿐이었다.

“청룡 넌 던전이 어떤 느낌인지 정도만 알아 둬.”

“예, 주인님.”

지우는 현 위치에서 사냥이 끝나기를 기다릴 예정이었다.

준혁은 청룡, 그리고 마수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한 백호를 데리고 던전 게이트로 향했다.

그러면서 준혁은 곁눈질로 백호를 보았다.

겁먹고 꽁지를 빼면 어쩌나 걱정했더니 백호는 마수 사냥에 아주 신이 나 있었다.

마치 고양이가 쥐를 발견한 것처럼 한껏 기운이 올라 있었다.

준혁은 초록빛을 내는 던전 게이트를 보며 희미하게 웃음 지었다.

백호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가장 만만한 던전부터 시작이었다.

준혁과 청룡에 이어 백호도 신기해하며 게이트를 통과했다.

초보 던전이든 고위 레벨의 던전이든 의식이 살짝 끊어지는 건 같았다.

어둠에서 눈을 뜨자 던전의 풍경이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에 들어오게 된 초보용 던전은 전형적인 던전의 모습을 가진 곳이었다.

흔히 벽돌 던전이라 하여 벽돌로 된 사각의 복도형이었다.

초보 던전이니만큼 나오는 마수들은 당연히 수준이 낮은 마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실상 평범한 짐승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라 이런 곳을 찾는 헌터들은 거의 없었다.

버리는 던전이라고 해도 무방했지만 백호의 자신감을 올려 주기엔 이만한 곳도 없었다.

전투 DNA를 가진 백호는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눈을 부리부리하게 빛내고 있었다.

반면 청룡은 걸의 졸음이 쏟아지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백호에겐 데뷔전이나 마찬가지인 무대였다.

“얼른 앞장서야지, 백호.”

준혁은 마치 유치원에 온 것 같은 기분으로 말했다.

백호는 자신만만하게 먼저 나아갔다.

“근데 언제부터 무기를 안 쓰기 시작한 거야?”

“무기를 쥐어 주고 가르쳐 줘 봤는데, 너무 적응을 못 하길래 권각으로 바꿔 봤습니다. 그런데 훨씬 그쪽으로 재능이 있는 것 같더군요.”

청룡과 달리 백호에겐 야수성의 전투 본능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제 첫 전투네.”

준혁이 말했다.

백호의 앞으로, 마수가 나타난 것이다.

아직 저렙이라 유치한 싸움에 불과하겠지만 그래도 주의 깊게 봐야 하는 것은 백호의 주요 특성들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시작점이라 할 수 있으니 백호의 장점과 방향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때이기도 했다.

“마수다! 마수!”

백호가 자랑이라도 하는 것처럼 자신의 앞에 나타난 마수를 손가락질하며 준혁을 돌아봤다.

“해치워라, 백호.”

준혁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청룡은 팔짱을 낀 채, 지켜보았다.

백호의 앞에 선 것은, 도마뱀을 닮은 마수였다.

일반 도마뱀과 다른 점이라 한다면 피부에 독성을 품고 있다는 것 정도였으며 독사처럼 독니를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마수라고 부르기도 뭐한 것이 그 속도가 매우 둔하고 느렸다.

장비만 제대로 갖추면 일반인도 무리 없이 잡을 수 있을 정도.

초보 던전을 구하라고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백호의 수준을 보고 등급을 조금 올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백호가 스킬 백호참을 사용했습니다.]

백호가 청룡과의 수련 과정에서 얻게 된 스킬을 본능적으로 사용했다.

서걱!

날카롭게 잘려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백호가 마수를 처치했습니다.]

[백호가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음?’

준혁은 살짝 놀란 눈으로 백호를 보았다.

“처치했다! 와아! 주인니이이이임! 내가 잡았어!”

백호가 양팔을 치켜세우며 웃고 있었다.

그런 백호의 앞엔 마수가 세 조각으로 잘려 나가 있었다.

당연히 마수인 만큼 일반 도마뱀보다는 훨씬 단단한 피부와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녀석을 단 한 번에 참살한 것이다.

“제법인데?”

준혁이 기대 이상이라는 듯 감탄하자, 청룡이 피식 웃었다.

“그저 작은 도마뱀일 뿐입니다, 주인님.”

단순히 약한 마수를 잡았다고 해서 감탄한 게 아니었다.

준혁은 죽은 마수의 절단면을 보고 있었다.

마치 검술의 장인이 베어 낸 듯, 깔끔하게 잘려 있다.

단 한 번 걸리는 것 없이 깨끗하게 베여 나갔다.

신수라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마수의 사체에서 백호의 잠재력을 볼 수 있었다.

“크와아!”

마치 괴수처럼 과장된 소리를 내며 백호가 마수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백호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백호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백호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무차별적인 공격에 의해 초보용 던전 마수들이 죽어 나갔다.

아직 레벨이 낮았던 터라 전투 경험을 쌓는 것만으로도 백호의 레벨은 오르고 있었다.

백호의 레벨이 5를 찍자 그때부터는 더 이상 마수를 잡아도 제대로 된 경험치를 획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때마침 던전에 있는 대부분의 마수들을 처치한 상태였다.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엑시트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던전의 모든 마수들을 처치한 백호는, 마치 자신의 힘에 도취된 듯 킹콩처럼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준혁과 청룡은 백호를 보며 동시에 얼굴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 * *

“잘했다, 백호.”

게이트 밖으로 나오면서 준혁이 백호의 머리를 쓱쓱 문지르며 칭찬했다.

백호는 기분 좋은 듯 눈을 감고 씨익 웃었다.

“벌써 끝났어요?”

지우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뛰어와 물었다.

“생각보다 훌륭해.”

준혁의 말에 지우가 백호에게 대단하다는 듯 엄지를 치켜세워 줬다.

그러자 백호가 “크옹!”하면서 빨리 던전에 들어가 마수를 휩쓸고 싶다는 의지를 온몸으로 보여 주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레벨 업이 빠르겠어.’

준혁은 백호를 흐뭇한 미소로 보다가 지우에게 말했다.

“이 근처에 E급 던전이 있다고 했지?”

“네 맞아요. 하지만 F급 던전이랑 E급 던전이랑은 차이가 꽤 많이 나는데 괜찮을까요?”

지우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백호를 보았다.

“충분해. 아니 어쩌면 오히려 백호에겐 수준 낮은 사냥터일지도 모르지.”

준혁에 말에 지우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기처럼 네발로 잔디를 뛰어다닌 백호였다.

그런 백호가 무려 E급 던전에 들어간다는 게 놀라웠다.

F급 던전은 수렵 느낌이라면, E급부터는 정식 마수들이라고 해도 될 만큼 위험한 곳이었다.

평범한 성인 남성들은 쉽게 죽을 수 있을 정도의 던전.

하지만 귀환자님의 안목이 자신보다 못할 리 없었다.

“백호 진짜 대단하다.”

지우가 진심으로 감탄해서 말하자 그 말을 들은 듯 백호가 온몸으로 포효했다.

“시끄럽다.”

청룡이 백호의 입을 톡 때렸다.

백호가 크와와 하고 청룡에게 달려들었지만, 청룡에겐 손톱자국도 안 남을 데미지였다.

“E급 던전으로 간다.”

준혁이 앞장섰다.

머리를 깨물고 있는 백호를 대롱대롱 달고서, 청룡이 준혁을 따라갔다.

지우는 청룡으로부터 백호를 떼어 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청룡의 표정은 무미건조했다.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백호를 투명 신수, 혹은 인형 취급하는 청룡이었다.

* * *

도쿄(Tokyo) 시부야의 최대 볼거리라 할 수 있는 스크램블 교차로.

이 횡단보도는 도쿄의 관광지 중 하나로 유명했다.

3, 4분 간격으로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엄청난 인파가 한 번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여느 때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시끄러운 경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고개를 들어 도로를 내다보았다.

쿵. 쿵!

신호등을 보고 달려온 차들이 접촉사고를 내기도 했다.

점차 아수라장이 되어 가는 교차로.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중에, 횡단보도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었다.

사람들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오며 교통사고가 난 교차로를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교통사고 난 차들을 구경하는 사람들.

뒤이어 그 원인을 알게 되자 하나둘 깜짝 놀라며, 몇몇은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교차로의 정중앙에 시커먼 비석이 새빨간 균열을 품은 채로 점차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검은 비석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풀풀 흩날렸다.

던전과 관련된 암흑 연기에 대해선 뉴스를 통해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블랙 던전의 암시.

그것은 빠르게 공포를 달고 마치 전염병처럼 확산됐다.

블랙 던전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일수록 더 두려워했다.

필사적으로 사람들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사람에 가려져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가 곧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두려움에 질려 사방으로 흩어지는 사람들.

비석은 모르는 사람이 봐도, 던전과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본 최대의 중심지인 도쿄에 나타난 비석은 점차 커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저마다 공포에 질려 달아났다.

사고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차량은 보험회사가 도착하기도 전에 자리를 떠나기 위해 경첩을 울리며 이동했다.

스크램플 교차로가 거대한 패닉을 만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건물에서 토해 내듯이 사람들이 빠져나왔다.

혹여나 재해에 휩쓸릴까 싶어 사람들은 저마다 달리고 또 달렸다.

그 순간에도 정체 모를 비석은 점차 그 크기가 더해지고 있었다.

도망치려는 사람들에 의해 짓밟히는 사람들이 크게 다치기도 했다.

멀리서 헌터의 사이렌 소리가 출동을 알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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