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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모든 것-72화 (72/175)

귀환자의 모든 것 72화

준혁은 무대 오른쪽 자리에 재킷 단추를 풀면서 편하게 앉았다.

준혁이 알기로 이 기자회견은 시청자들의 몰입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다. 그래서 사회자의 질문 자체가 꽤 도발적일 수 있다는 건 미리 헌터돔 관계자들에게 전해 들은 상태였다.

“윌리엄 테드가 이제 막 건물 앞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사회자의 말에 기자회견장에 긴장감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숨죽인 침묵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커뮤니티는 윌리엄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 윌리엄 지각이네 ㅡㅡ

- 왜 빨리 안 오냐?? 매너 무엇.

- 귀환자님도 시간 지키는데 선 넘네.

더 월드 통합 채팅방에서 커뮤니티를 이루며 윌리엄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윌리엄 테드가 등장했다.

- 회견장에서 보니까 덩치 겁나 크다 ㄷㄷ

- 고릴라 같네.

- 겁나 세 보임ㅋㅋㅋㅋ

- 솔직히 귀환자님한테 깝쳐서 그렇지 리더보드 21위면 형들 ㄹㅇ ㅋㅋ;;;

- 윌리엄 ㅈㄴ 셉니다. 무시하면 안 됨.

윌리엄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기자회견장의 의자에 앉았다.

우람한 덩치의 사회자가 준혁과 윌리엄을 번갈아 보곤 웃었다.

“리더보더 대전의 기자회견 진행을 맡게 되다니. 살다 보니 이런 날도 다 오는군요.”

준혁과 윌리엄이 각자 헌터돔 직원이 주는 마이크를 받았다.

지겨운 듯한 표정의 준혁과 달리 윌리엄의 눈은 잔뜩 날이 서 있었다.

“오늘의 인터뷰는 제가 기자들에게 받은 질문을 직접 진행할 예정입니다.”

방송국 카메라와 기자들을 훑어본 사회자가 다시 마이크를 들고 말을 이었다.

“도전자 입장에 서게 된 윌리엄 테드에게 먼저 묻겠습니다. 지금 귀환자님과의 대전, 자신 있습니까?”

사회자가 윌리엄을 보며 물었다.

윌리엄이 야수 같은 표정으로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당연하지. 마력 수치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이번 기회에 보여 줄 생각이야.”

윌리엄이 콧방귀를 끼며 말을 이었다.

“한준혁은 마치 다른 각성자들이 가진 특성 모두를 이길 수 있는 것처럼 굴지만 틀렸어. 그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 내가 가르쳐 줄 생각이야.”

사회자가 웃으며 이번엔 준혁을 보았다.

“귀환자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준혁이 윌리엄을 흘깃 보았다가 입을 열었다.

“관심 없습니다.”

준혁의 말에 윌리엄이 양손으로 테이블을 탕 치며 번쩍 일어섰다.

그는 점퍼를 벗어 준혁을 향해 집어던졌다.

점퍼가 준혁의 머리 위를 지나 휙 날아갔다.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헌터돔 직원들이 준혁에게 달려들려는 윌리엄을 끌어안았다.

- 개 웃기넼ㅋㅋㅋㅋㅋ

- 앜ㅋㅋㅋㅋㅋㅋ

- 윌리엄 킹 받았냐?ㅋㅋㅋㅋㅋㅋ

- 공격도 못 할 거면 폽 잡지 마라!

- 재밌넼ㅋㅋㅋㅋㅋㅋ

- 비웃지 마 형들. 형들 저 자리에 있었으면 다 바지에 지렸어.

- 아니, 애초에 몇 명으로 못 말리지. 진심으로 공격할 생각은 없던 듯 ㅎㅎㅎ

- 윌리엄 근육 봐라 ㅋㅋㅋ 티셔츠 터질라 함.

“지, 진정하시죠. 윌리엄.”

사회자의 만류에 윌리엄이 준혁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잘난 척하지 마! 핸디캡은 이 매치가 성사되도록 사업을 위해 한 것뿐이야. 네 마법이 내 육체를 뚫을 수 있을 것 같아? 천만에. 어쭙잖은 랭커들 좀 잡았다고 으스대지 말란 말이야!”

준혁은 관심 없다는 신호가 명백한 표정으로 테이블 위에 놓인 생수를 마셨다.

- 갓준혁 바보 상대 안 함ㅋㅋㅋㅋㅋ

- 윌리엄 혼자 열 내 ㅋㅋ 왜 저래?

- 내 생각엔 윌리엄이 긴장한 것 같다. 과도하게 오버하는 것만 봐도 ㅎㅎ

- 갓준혁. 크, 저 여유로움을 보라.

- 지존의 여유 ㅋㅋㅋㅋ

“사실, 윌리엄의 헌터대전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귀환자의 우세에 대해 확신하는 분위기였습니다만. 윌리엄 역시 상위 랭커들과의 헌터대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죠.”

사회자의 말에 채팅창 분위기가 살짝 흔들렸다.

잠시 잊고 있었던 윌리엄의 압도적인 피지컬의 힘이 기억나서였다.

- 사실 헌터대전 때 꽤 대단하긴 했지.

- ㄹㅇ 부서지지 않는 방패 같았음.

- 귀환자님이랑 견주어 봐도 밀리지 않을 만큼 압도적이긴 했지.

- 헌터대전 생각하니까 또 모르겠네. ㄹㅇ 방패 그 자체였는데.

- 5명이라고 깔 것도 없는 게 솔직히 한 트럭 몰고 와도 기스 하나 못 낼 분위기였음.

- 귀환자님 펀치가 만약에 안 먹히면 이거 또 모르는 거 아니냐?

- ㄹㅇ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 헌터대전 길어질 수도.

- 만약에 윌리엄이 갓준혁 공격에 영향 안 받고 자기 플레이 펼치면 이거 진짜 어떻게 될지 모름.

윌리엄이 준혁을 노려보며 웃었다.

“내가 왜 리더보드 21위에 랭크 되어 있는지 알아? 공격력에 비해 방어력이 훨씬 더 특화되어 있는 탱커 특성이기 때문이야.

- 귀환자님 공격 안 먹히는 거 아니냐 ㄹㅇ

- 자신감 미쳤네.

- 무지성으로 귀환자님 이긴다고 보기엔 윌리엄 방어력이 괴물이긴 함.

- 우리 오빠 다칠까 봐 걱정돼 ㅠㅠ

- 설마 갓준혁이 지겠냐?

- 방어력이 사기긴 해서 모르겠다. 진짜 어떻게 될지. 같은 리더보더잖아. 21위면 무시 못 할 듯.

사회자가 흥미진진한 분위기에 다음 질문을 준비했다.

“귀환자님.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윌리엄을 상대할 전략은 준비하셨습니까?”

준혁이 고개를 저었다.

“시간 약속도 못 지키고 대화도 할 줄 모르는 짐승이랑 어울려 주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의 질문은 내일 경기장에서 경기로 대답하겠습니다. 그리고 윌리엄의 매너는 내일 경기에서 제가 직접 교육하죠.”

준혁이 마이크를 내려놓고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 와 그냥 나가 버렸엌ㅋㅋㅋ

- 캬!

- 갓준혁 소리 질렄ㅋㅋㅋㅋㅋ

- 섹시했다, 방금.

- 지렸어, 형!!

- 이게 갓준혁이지.

- 앜ㅋㅋㅋㅋㅋㅋ

* * *

경기 당일.

헌터돔으로 입장하는 관객들은 하나같이 기대감이 만연한 얼굴로 줄을 서 있었다.

헌터돔에 들어가기 위해 엄청난 인력이 동원되었다.

혹시 모를 사고를 위해 각성자의 신원을 확실히 파악해야 했고 인원이 많은 만큼 혹시 모를 사고나 테러를 대비하기 위해 헌터돔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귀환자와 윌리엄의 헌터 대전은 메인 매치로 가장 마지막 경기로써 오후 8시에 예정되어 있었고 헌터돔의 이벤트는 오후 2시부터 시작해 총 6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다.

각성자로 데뷔하기 위해 실력을 검증받는 무대로 쓰이는 라스베이거스 헌터돔에는 수많은 신인 헌터들이 무대를 장식할 예정이었다.

유럽연합의 각 대표들은 VIP 관전룸에서 직관하기 위해 미리 자리를 잡은 상태였고, 이번 경기를 보기 위해 다른 순위의 리더보더들이 헌터돔을 찾을 거라는 소문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었다.

더욱이 이번 헌터대전의 중간 하프 타임에 나올 가수들의 출연진이 워낙 대단해서 헌터대전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 * *

“말씀하신 대로 준비하긴 했는데 다른 의상도 많아서요. 확인해 보시겠어요?”

준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이거면 돼.”

거울 속엔 후드가 달린 올블랙의 트레이닝복을 입은 준혁이 있었다.

경기라고 해서 특별히 의상에 힘을 줄 생각은 없었다.

“힐러님은 힐러팀에 자원해서 들어가셨어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경기 중 귀환자님이 혹시라도 다치시면 바로 회복할 수 있게요.”

준혁이 지우의 말을 들으면서 피식 웃었다.

헌터돔에서는 중간 하프 타임 공연이 끝나고 메인 매치의 경기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준혁은 경기를 위해 호텔에서 나와 차를 타고 헌터돔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준혁은 지우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기실로 이동했다.

대기실 앞으로 가자 준비하고 있던 헌터돔 직원이 준혁에게 인사했다.

“출전하실 때 되면 제가 안내 드릴 겁니다. 그때까지 편하게 쉬고 계시면 돼요.”

준혁은 직원의 말을 듣고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대기실 안 벽에 걸린 TV 화면에서는 여기저기 피가 뿌려져 있는 헌터대전의 중앙 무대에서 메인 매치를 앞둔 바로 전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 경기는 곧 판정승으로 끝이 났다.

준혁이 소파에 앉아 물을 마실 때 사회자가 마지막 메인 매치를 준비하는 동안 광고를 진행됐다.

“10분 정도 후면 출전할 것 같아요.”

지우가 손목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TV 화면에서는 약 10분간의 광고를 끝내고 오늘의 메인 매치를 소개했다.

뒤이어 메인매치의 참가자인 윌리엄과 귀환자에 대해 설명했다.

헌터대전 역사상 최대 시청률을 기록 중인 가운데 헌터대전의 메인 매치가 곧 시작을 앞두고 있었다.

* * *

똑똑-

노크 소리가 울리고, 문이 열렸다.

“이제 준비하셔야 해요.”

헌터돔 직원의 말에 준혁은 후드를 덮어쓰고 지퍼를 올렸다.

TV 화면에서는 광고 영상이 끝나고 나자 카메라가 멀리서 경기장을 비추었다.

이내 헌터대전 무대의 중앙에 선 사회자에게 클로즈업되었다.

“지금부터 오늘 헌터돔의 메인 매치.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귀환자와 윌리엄 테드의 경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관중석에 있던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나며 양팔을 치켜들었다.

마치 우레처럼 쏟아지는 함성.

사회자가 놀란 듯이 360도 방향으로 앉아 있는 관객들을 보며 웃음 지었다.

“역시 메인 매치에 대한 관객들의 열기가 대단하군요. 이곳 헌터돔의 관객뿐만 아니라 지금 시청 중이신 시청자분들 역시도 가슴이 뜨거울 겁니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선명하고 시원하게 울려 퍼졌다.

“오늘의 메인 매치는 리더보드 랭크 1위 귀환자. 그리고 리더보드 랭크 21위 윌리엄 테드의 경기입니다.”

헌터대전의 전장 무대는 양쪽에서 맞은편에 두 개의 출입구가 있었다.

그 두 개의 출입구를 통해 준혁과 윌리엄이 나타날 예정이었다.

“먼저 소개드립니다! 국적 미국. 현 리더보드 21위. 귀환자에 도전하는 세계 최고의 탱커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는 윌리엄 테드입니다!”

사회자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헌터돔에서 장엄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웅장한 음악을 등에 업고 윌리엄 테드가 나타나 무대로 향하는 길을 걷자 관객들이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팬덤으로 치면 귀환자가 압도적이지만 윌리엄의 인기 역시도 굉장했다.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경기인 만큼 귀환자 뿐만이 아니라 절반에 가까운 관객들은 윌리엄을 응원했다.

“윌리엄! 윌리엄! 윌리엄!”

관객들이 윌리엄의 이름을 연호하는 묵직한 목소리가 무대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마치 레슬러처럼 상의 없이 검은색 블랙진 바지에 강철 부츠를 신은 윌리엄은 강력한 분위기를 뿜어냈다.

오일을 바른 검은 피부와 근육은 조명을 받아 번들거리며 그 무엇도 뚫지 못할 것이란 단단함을 과시했다.

윌리엄은 대전 무대의 중앙에 서서 눈을 감고 자신을 응원하는 관객의 소리를 느꼈다.

전 세계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신을 지배하듯 감싸고 있었다.

등장 음악이 사라지고 윌리엄의 이름만을 부르고 있던 때 귀환자의 등장 음악이 헌터돔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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