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모든 것 69화
윌리엄을 노려보는 5인의 랭커들.
그들은 딜러 4명과 마법사 1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먼저 4인의 딜러들이 바람을 가르며 윌리엄에게 돌진했다.
4인의 각양각색의 무기가 윌리엄의 육체를 향해 쇄도했다.
전혀 저항하지 않고 서 있는 윌리엄을 보고 관객이 깜짝 놀랐을 때 둔탁한 소리가 헌터대전의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5인의 무기가 윌리엄의 몸통과 목을 찌른 것이다.
그러자 헌터대전의 경기장은 마치 찬물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관객들이 할 말을 잃은 것이다.
분명히 랭커들의 무기가 윌리엄의 몸을 무기로 찔렀음에도 불구하고 윌리엄의 몸에는 작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객보다 더 큰 충격에 휩싸인 건 직접 공격에 나선 딜러 계열의 랭커들이었다.
그들이 느끼기엔 마치 어린아이가 젓가락으로 벽을 찌른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였다.
충격으로 인해 공격을 가했던 딜러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눈동자가 흔들렸다.
공격을 성공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심리가 무너지고 있었다.
“총공세를 펼쳤어야지. 간지럽게 뭐 하는 거야?”
윌리엄이 씨익 웃으며 주먹으로 가장 가까운 딜러 한 명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경기장 전체를 울릴 만한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지며 딜러가 허공을 날았다.
그는 허공을 날았다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쿨럭! 컥!”
윌리엄의 주먹에 적중당한 딜러는 선혈의 피를 토하며 핏대를 세웠다.
숨을 쉬기가 힘든 듯 바닥을 긁고 있는 모습에 심판이 즉시 힐러를 출동시켰다.
랭커들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어서였다.
공격을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데미지를 입히지 못한다는 사실에 남은 4명의 랭커들은 절망적인 표정들이었다.
“아직 안 끝났어. 집중해!”
랭커팀 중 유일한 여성 마법사가 소리쳤다.
딜러들이 다시 집중력을 끌어 올릴 때 마법사의 공격이 윌리엄에게로 향했다.
공중에서 생성된 마법 게이트에서 보랏빛의 강력한 마법 구체 수십 개가 윌리엄이 서 있는 곳을 향해 폭격했다.
랭커들이 마법 폭발로 인한 연기를 뚫고 윌리엄을 공격하기 위해 진입했다.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윌리엄의 낮은 웃음소리가 랭커들의 귓속으로 들려왔다.
윌리엄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멀쩡했다.
랭커들이 스킬을 섞으며 칼을 휘둘러 윌리엄을 베었지만.
“간지럽구나, 꼬마들아.”
윌리엄이 비웃으며 럭비를 하듯이 한 명에게 어깨로 들이받았다.
뼈가 부러지며 랭커 하나가 의식을 잃은 채 바닥을 굴렀다.
윌리엄의 등을 노리고 칼을 찌르자 검이 마치 벽에 부딪힌 듯 튕겨져 나왔다.
윌리엄의 육신은 마치 절대로 뚫리지 않는 방패 같았다.
“이걸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남은 딜러 두 명과 마법사는 전의를 상실한 채 윌리엄을 보고 있었다.
우람한 등을 보이고 있던 윌리엄이 진하게 웃는 얼굴로 랭커들을 돌아봤다.
섬뜩해 보이는 웃음이었다.
두 명의 랭커가 두려움을 이기려는 듯 함성을 지르며 윌리엄에게 수십 번의 공격을 연달아 가했다.
수십 번을 베어 냈지만 손상되는 것은 윌리엄의 육체가 아니라 오히려 공격을 하는 딜러 랭커들의 무기였다.
뒤이어 마법까지 적중했지만, 윌리엄은 목이 살짝 꺾이는 정도에 불과했다.
두 명의 딜러가 허망한 표정으로 손상된 자신들의 무기를 내려다볼 때 윌리엄이 양손으로 두 딜러의 목을 움켜잡았다.
꿈틀거리는 근육!
딜러들의 두 다리 공중에 떴다.
윌리엄의 악력에 딜러들은 숨도 쉬지 못하고 버둥거렸다.
마법사의 에너지 볼트와 화염 공격이 윌리엄을 강타했지만, 윌리엄의 피부는 그을리지도 않았다.
딜러들이 의식을 잃고 기절하기 직전.
윌리엄이 손에 쥐고 있던 두 명의 딜러를 동시에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짐과 함께 준비하고 있던 힐러들이 즉시 출동했다.
그 사이 윌리엄은 관절을 꺾으며 힐러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여성 마법사는 뒷걸음질을 치며 손을 가늘게 떨었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윌리엄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어떠한 유효타를 적중시켜도 데미지를 줄 수 없는 상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예정된 것은 윌리엄의 마무리뿐이었다.
“이게 리더보더의 수준이라는 거다.”
거구의 윌리엄이 마법사를 내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거리가 좁혀지면 마법사에겐 기회가 없다.
더욱이 윌리엄과 같은 리더보더급의 각성자를 혼자서 마주한 경우란 고통만이 예정되어 있을 뿐이었다.
여성 마법사가 공포에 질려 기권을 하려던 때, 윌리엄이 거구의 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여성 마법사를 품에 끌어안았다.
마법사가 깜짝 놀라 눈을 커다랗게 뜨며 입을 벌렸다.
심판이 힐러에게 신호를 주면서 달리는 순간 윌리엄이 팔에 힘을 가했다.
우드득!
갈비뼈와 허리가 부러져 나가는 소리가 쥐죽은 듯 조용한 경기장에 울렸다.
현장은 충격의 도가니였다.
이것은 관객들이 기대한 메인 매치가 아니었다. 마치 학살의 현장을 보는 듯했고, 랭커들이 느낀 기분처럼 관객들도 윌리엄에게서 공포를 느꼈다.
패닉에 빠진 관객들은 침묵했고, 헌터대전의 무대는 힐러들의 치료로 바빴다.
“식후 운동감으로도 쓸모없을 놈들이군.”
윌리엄이 코웃음을 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윌리엄에 대한 감탄 그리고 두려움.
관중석에는 혼란이 덮치고 있었다.
* * *
- 와, 저렇게 센데 리더보드 21위?
- 뭐 사실상 20위이긴 하니까.
- ㅋㅋㅋㅋㅋ21위라서 리더보더 아니라고 까이더니 증명하네.
- 와…… 단단하다.
- 말도 안 돼. 칼도 안 들어가고 마법도 안 들어감. 방어력 무엇.
- 귀환자님한테 도전할 만하네.
- 단단한데 힘까지 셈. ㅁㅊ
- 만약 귀환자님이랑 경기 성사되면 창과 방패 느낌인 건가?
- 윌리엄 말이 맞나 보다. 어쩌면 정말 리더보드 순위가 중요한 게 아닐지도.
- ㄹㅇ 리더보더는 차원이 다르긴 하구나. 그동안 우리가 알던 거랑 다르다.
- 그럼 진짜 갓준혁이랑 윌리엄이랑 붙는 거임??
커뮤니티의 반응은 뜨거웠다.
윌리엄이 도전자로서 증명을 마치고 귀환자에게 도전하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을 때 전 세계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일컬었다.
하지만 헌터대전이 끝난 후, 추측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만큼 헌터대전에서 리더보더의 수준을 보여 준 경기력이 가히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 * *
거래가 성사되었다.
정식 계약서가 오갔고 기자회견 일정이 정해졌다.
기자회견 후, 바로 다음 날.
준혁과 윌리엄의 대결이 치러질 예정이었다.
이에 준혁은 매니저 지우와 힐러 최설화. 그리고 여전히 수면에서 깨어나지 못한 백호를 데리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확신을 갖고 시작한 베팅이 터지면서 지오반니는 적자를 메우려는 목적으로 이번 이벤트에 접근했을 것이다.
윌리엄은 추락하는 명예를 되찾고자 이번 이벤트를 밀고 나간 것.
결국 둘 다 썩은 고기나 먹는 까마귀들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까마귀들에게서 동생 선우는 앞으로 골드 던전뿐만이 아니라 무려 던전에 대한 특별입찰 허가권을 요구했다.
특별입찰 허가권을 받게 되면, 앞으로 유럽연합의 모든 던전에 유럽연합 가입국과 똑같이 공정한 입찰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유럽연합의 모든 신규 던전에 접근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헌터대전의 사업 소득은 7:3으로 승리한 각성자가 7의 조건을 갖게 된다.
특별입찰 허가권은 엄청난 조건이었지만 지오반니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번 거래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유럽연합 대표로서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선 적자부터 메워야 했다.
윌리엄이라는 선수를 통해 이번 상황을 역전하지 못한다면, 지오반니는 사실상 협회장으로서도 헌터로서도 생명이 끝나게 되는 셈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적자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더 월드 시스템 보상을 차치하더라도 승리 시 특별입찰허가권. 그리고 티켓과 광고료 이익의 70프로를 가져가게 된다.
던전이 재설정 되어 만약 훗날 유럽의 패권에 손을 댈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이익이 돌아오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결국, 지오반니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미래의 가치를 배팅하고 있는 셈이었다.
* * *
“도착하면 깨워.”
유럽행 전용기 안에서, 준혁은 리클라이너 의자에 누워 눈을 감았다.
지우가 준혁에게 가벼운 담요를 덮어 주었을 때, 최설화가 차 한잔하자며 손짓했다.
백호는 준혁의 품에서 잠들어 있었다.
전용기에는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지우는 백호를 한 번 더 체크한 후, 앞서가는 최설화를 따라 티타임을 가지기 위해 카페 공간으로 가서 앉았다.
주문을 하자 기내 스튜디어스가 허브티 두 잔을 내주었다.
“현장에 있느라 고생 많으셨죠?”
지우가 묻자 최설화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시간 가는 줄 몰랐어. 귀환자님이 불러 주셔서 너무 행복했지. 지우는 많이 바빴지 않아?”
지우가 쓰게 웃었다.
“아무래도 공항에서 대기하면서 예약 준비를 할 게 많아서요.”
최설화가 기지개를 켜며 기분 좋은 듯 웃었다.
“얼마 만에 미국에 가는 건지 모르겠어. 사실 생각해 보면 얼마 안 된 건데. 귀환자님의 신임을 얻기가 힘들어서 그런 걸지도?”
지우는 최설화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외로워 보이는 눈으로 먼 곳을 보는 최설화는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왜 그렇게 봐?”
“참 예쁘다 싶어서요. 언니는 참 그림 같달까?”
“어머? 너 지금 나 놀리니?”
지우가 차를 마시려다 놀라서 손사래를 쳤다.
“그럴 리가요!”
“너 같이 예쁘고 어린애가 그런 말을 해서 그런 거야. 앞으로 조심해. 너처럼 예쁘면 그런 칭찬도 실례가 될 수 있으니까.”
“언니도 참.”
“아아…… 빨리 귀환자님이 다치셨으면 좋겠다.”
“네?”
지우가 한 번 더 놀랐다.
“그럼 귀환자님 곁으로 가까이 가서 치료할 수 있잖아. 이렇게 만질 수도 있고.”
그녀의 눈은 강한 욕망으로 가득했다.
그런 최설화가 지우의 팔을 간지럽히듯 만지자 지우가 파랗게 굳었다.
최설화가 재밌다는 듯 깔깔 웃었다.
지우는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얼굴을 가로저었다.
“어떻게 될까? 이번 헌터대전.”
최설화가 장난기를 지우고 말했다.
“음, 당연히 귀환자님이 이기겠죠?”
“윌리엄의 말도 틀리진 않아. 마력이 모든 것은 아니니까.”
“전 그래도 귀환자님이 이길 거라고 생각해요. 분명히. 마법뿐만이 아니라 체술에도 강하시거든요.”
지우가 반짝거리는 눈으로 준혁이 있는 쪽을 보며 말했다.
“아아, 정말 이렇게 예쁜 애가 내 경쟁자라니.”
“겨, 경쟁자요? 무슨…….”
“말 더듬는 거 봐. 다 알면서. 너도 귀환자님 좋아하잖아.”
“네, 네, 네? 아, 아니에요!”
“아니라고?”
“감히 저 같은 게 귀환자님을 좋아하기엔…….”
지우는 식은땀을 흘리며 손으로 얼굴에 부채질을 했다.
최설화는 그런 그녀가 귀여운 듯 보다가 턱을 괸 채 창밖을 보며 미소 지었다.
구름 아래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참, 지우야. 너 카지노 안 가 봤지?”
“네, 한 번도 안 가 봤죠.”
최설화가 지우를 보며 씩 웃었다.
“그럴 것 같았어.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네, 그야…… 아!”
지우가 그제야 최설화가 무엇을 말하는 건지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