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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모든 것-67화 (67/175)

귀환자의 모든 것 67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답니다. ㅠㅠ 앞으로 최대한 자주자주 올릴게요!」

지우는 곧바로 SNS 계정에 짧은 동영상을 올렸다.

준혁이 캐슬 정원의 벚꽃을 보며 ‘예쁘다’라며 말한 목소리도 담겨 있었다.

그리고 지우를 돌아보고 영상을 올려도 된다는 말까지.

모두 담았다.

이 정도면 한 달 동안 목이 빠져라 준혁을 기다린 팬들에게 큰 선물이 되리라.

지우는 믿었다.

그리고 그 결과 지우의 예상은 완벽히 적중했다.

- 형, 남자로서 이런 말은 그렇지만…… 진짜 미친 미모네요.

- 이제야 ㅠㅠㅠㅠ

- 얼마 만의 업데이트야. 지금 영상 보면서 엉엉 우는 중.

- 같이 술 한잔하고 싶다. 한 번만!!

- 저 지금 심장 녹았어요. 형.

- 예쁘다래…….

- 와, 남자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는 거구나;;;

- 영상 기절할 것 같다고 ㅠㅠ 사람 살려.

- 세상에. 배경이랑 갓준혁이랑 조합 좀 봐.

- 광고인가요? 광고죠? 이거? 맞죠?

- 또 이놈의 상사병 도지네 ㅠㅠ 숨 멎는다.

- 귀환자님 이제 곧 공식 활동 하시나요??

- 솔직히 그동안 업데이트 없어서 매니저를 찾아가려 했는데. 동영상……! 용서해 준다 ㅠㅠ

↳ 님, 그거 범죄임.

↳ 찾아가겠냐?

↳ 갓준혁인데?

↳ ㅇㅇ 스토커 ㅇㅈ

지우는 댓글을 보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우도 팬들을 위해 공식 계정에 사진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준혁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매니저인 자신조차 귀환자님이 보고 싶을 정도였는데 팬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이번 업데이트로 조금이나마 팬들의 마음이 따뜻해지기를 지우는 진심으로 바랐다.

* * *

“뭘 그렇게 넋을 잃고 보고 있어?”

캐슬의 풍경을 보는 준혁의 옆에 선우가 섰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 한 달이라니. 그렇지?”

준혁이 선우를 보며 말했다.

“내 얼굴 늙은 거 보여?”

“여전히 피부는 탱탱하신데?”

“처음엔 늦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했었어. 그리고 그다음엔 곧 돌아올 거다. 그렇게 생각했어. 그리고 3주가 넘어갈 때쯤부터는 좀 무서웠지.”

준혁이 작게 웃으며 선우의 어깨를 짚었다.

“신수는 봤어?”

“봤지, 그것도 한참이나.”

선우가 거실 쪽을 돌아보며 빙글 웃었다.

“어떤 것 같아?”

“아주 신비롭고 건강해 보이던데?”

“어느 세월에 성년기까지 키울지 까마득해.”

“하하, 마치 꼭 아버지가 된 사람 같네.”

“다를 것도 없지.”

신수를 만나기까지 무려 천 년의 세월을 건너야 했다.

자신의 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애착이 갈 수밖에.

“밥부터 먹으러 가자. 해야 할 얘기도 있고.”

준혁은 선우와 함께 다이닝 룸으로 갔다.

식사를 하면서 선우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물어봤다.

준혁은 수호성에서 있었던 일들을 간략히 얘기해 주었다.

그러자 선우와 지우는 마치 오래된 고전 동화를 들은 아이들처럼 보였다.

“……대박.”

지우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고.

“차원 너머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선우는 복잡한 감정 속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그 사이 메이드가 식사를 치우고 디저트와 차를 내왔다.

* * *

던전 재설정까지 약 60일이 남은 시기.

노크 소리가 울렸다.

유럽연합의 대표 지오반니가 보좌관을 돌아봤다.

“누구야?”

“약속 잡으셨던 리더보더입니다.”

쾅!

커다란 소리를 내며 지오반니의 방문이 열렸다.

엄청난 근육질의 흑인은 미국의 리더보드 랭크 21위의 ‘윌리엄’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민머리의 윌리엄은 불꽃 같은 눈동자로 지오반니를 보며 걸어 들어왔다.

지오반니는 지친 표정으로 윌리엄을 향해 손짓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윌리엄. 앉으세요.”

윌리엄이 성난 황소처럼 콧김을 뿜으며 지오반니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당신 때문에 이게 무슨 엿 같은 상황이야? 귀환자가 잠수를 타면 탈수록 일이 커지고 있잖아!”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닙니다. 그래서 윌리엄 당신을 뵙자고 청한 거고요.”

윌리엄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언론에서 랭커와 별 차이가 없는 일정 수준의 리더보더들을 모두 머저리 취급하고 있어. 20위 아래로 모두!”

지오반니가 스트레스에 지친 얼굴로 힘없이 윌리엄을 응시했다.

전 세계 각성자 최상위 순위인 리더보드의 순위는 더 월드에 의해 100위까지 나타난다.

언론들은 20위 아래의 리더보더들은 리더보더로 평가하지 않고 있었다.

헌터대전을 통한 데이터 분석 결과 랭커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윌리엄은 21위였고 자신을 가장 큰 피해자라 생각하며 지오반니와 만남을 이룬 것이었다.

“그 빌어먹을 헌터대전만 열지 않았어도 내가 이 꼴이 되지 않았을 텐데.”

윌리엄이 흥분한 고릴라처럼 숨을 내쉬었다.

“진정해요, 윌리엄. 당신은 리더보더입니다. 리더보더는 여전히 일반인에게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 아닙니까? 그런데 고작 이 정도 국민 여론으로 이렇게 흔들려서는 안 되죠. 큰물에서 노시는 분이 작은 돌멩이 하나에 반응할 필요는 없는 겁니다.”

당장 지오반니의 사무실을 깨부술 것처럼 굴던 윌리엄이 이를 드러냈다.

“그러니까 방법을 제시하라고.”

기세를 몰아 텐션을 높이면서 지오반니가 말을 이었다.

“그동안 사실 리더보더가 대중 앞에 나선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들은 늘 특별했고, 그만큼의 대우를 받아왔으니까. 하여 리더보더들은 오랫동안 증명하지 않았죠. 리더보드의 순위가 그들에겐 곧 명예이자 돈이었으니.”

윌리엄이 지오반니를 위아래로 훑으며 상체를 기울였다.

“윌리엄, 귀환자가 대중 앞에 나선 탓에 국민들이 의문을 품었지 않습니까?”

“내 말이 그 말이야.”

흥분이 조금 가라앉은 윌리엄이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찼다.

“이번 일을 이렇게 만든 건 다름 아닌 귀환자였습니다. 귀환자를 찾아가지 않고 저를 찾아온 이유도 결국은 리더보더로서의 가치를 증명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지요?”

가슴에 욱 하고 올라오는 감정이 있었지만, 윌리엄은 그 감정을 삼켜 냈다.

지오반니의 말이 틀리지 않아서였다.

“이대로 귀환자가 계속해서 언론의 찬사를 받으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당신들. 세력을 갖지 못한 리더보더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겁니다. 귀환자는 솔로 플레이로 골드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으니까. 국민에게 증명했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 수도 있지요.”

윌리엄이 타오르는 듯한 눈으로 지오반니를 쏘아보았다.

“윌리엄, 우리 서로 힘을 합쳐 귀환자의 위세를 한번 꺾어 봅시다.”

“어떻게?”

“더 월드의 앞에 서세요. 제가 도와드리죠.”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윌리엄, 귀환자가 상대했던 8인의 랭커들. 귀환자처럼 그들을 이길 수 있습니까?”

윌리엄이 웃으며 얼굴을 내밀었다.

“협회장 당신들. 그리고 시민들이 착각하고 있는 게 뭔지 알아? 바로 랭커와 리더보더가 큰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두 눈으로 직접 본 적도 없으면서. 리더보더가 얼마나 위대한지 당해 본 적도 없으면서 말이야.”

“그러니까 묻는 겁니다. 윌리엄, 증명할 수 있어요?”“물론, 나 역시 귀환자처럼 그 정도 랭커들쯤이야 박살 낼 수 있어. 랭커가 아니라 리더보더 하위권들을 모아와도 뭉갤 수 있지.”

“리더보더들의 재건을 위해서. 우리 유럽연합을 위해서 더 월드 앞에 서세요. 상황은 변할 겁니다.”

윌리엄이 분노에서 기회를 잡은 눈빛으로 지오반니의 두 눈을 쏘아보았다.

“그래서? 귀환자랑 헌터대전을 열어라?”

지오반니가 손을 내저었다.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죠, 윌리엄.”

“무슨 순서가 필요해?”

“잘 들어요. 지금까지는 리더보더가 가만히 있어도. 순위에 오르기만 해도 칭송을 받았지만, 상황이 변했어요.”

윌리엄의 눈꺼풀이 꿈틀거렸다.

“우리 유럽연합은 물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겠지요. 귀환자를 만만하게 본 겁니다. 그저 힘만 세고 머리는 텅 빈 그런 로봇인 줄 알았다고! 그런데 아니었어요.”

“머리 아픈 건 질색인데.”

윌리엄이 민머리를 만지며 못마땅한 기색을 내비쳤다.

“한국은 강했습니다. 귀환자뿐만이 아니라 파천 길드의 두뇌 역시도.”

“두뇌라면 한국의 협회장?”

지오반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선우, 파천 길드의 수장이자 한국의 협회장이며 귀환자의 두뇌 역할을 하는 자. 그는 알고 있었을 겁니다. 어쩌면 귀환자도 알고 있었을지 모르죠. 명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쉽게 말해, 지오반니.”

“귀환자가 처음 이탈리아 협회를 찾아왔을 때, 그를 병력으로 저지할 수 없었던 건 그가 리더보드 1위였기 때문입니다. 리더보더를 함부로 대했다간 미국과 중국, 일본, 중동. 그 거대 세력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요.”

“지오반니, 난 그런 거 모르겠고 방법을 말해.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윌리엄이 괴로운 듯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고 했었죠. 윌리엄? 우선 증명해야 합니다. 리더보더가 귀환자들처럼 랭커들을 이길 수 있는지. 그것부터 증명해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겁니다.”

윌리엄이 코웃음을 쳤다.

“사람들은 리더보더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

“오해하지 말고 들으세요, 윌리엄. 정말, 이길 수 있습니까?”

“물론!”

지오반니는 내심 놀랐다.

그동안 리더보더가 자신들의 진짜 실력을 숨겨 왔을지도 모른다는 추정이 확신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만약 리더보더가 서로 힘을 합쳐 세력을 만들었다면 국가는 물론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설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

아니면 어쩜 그런 자리는 이미 비밀리에 만들어져 있을지도 몰랐다.

“우선 제가 다시 헌터대전을 잡겠습니다. 경기를 치르고 나면 언론을 장악해 귀환자와 리더보더의 경기를 성사시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일종의 챔피언 매치가 되겠군.”

“일대일 개인전으로는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전처럼 귀환자는 핸디캡을…….”

“리더보드의 순위가 모든 걸 증명하진 않아.”

윌리엄이 지오반니의 말을 딱 잘라 거절했다.

지오반니는 뒤이어 윌리엄의 기세에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은 공포를 느꼈다.

눈앞에서 리더보더의 살기를 마주하는 것은 절벽 끝에 매달려 있는 기분과 같았다.

하지만 적자를 메워야 하는 지오반니로서는 어떻게든 그를 설득해야 했다.

“……역시 전사군요. 윌리엄. 귀환자와 리더보더의 챔피언 매치는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될 겁니다. 설령 패배한다 할지라도 윌리엄 당신은 돈과 리더보더로서의 명예를 다시 되찾게 될 겁니다.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존중받게 될 거예요.”

“리더보더의 새로운 증명이라니.”

윌리엄이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오히려 이번 기회가 리더보더의 진정한 가치를 증명하는 명예의 전당이 될 겁니다.”

지오반니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에 잠겼던 윌리엄이 지오반니가 내민 손을 꽉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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