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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모든 것-56화 (56/175)

귀환자의 모든 것 56화

차를 타고 도착한 첫 번째 골드 던전 지점은 용산역 부근이었다.

준혁이 오는 것을 대비해 이미 파천 길드가 거리를 통제 중에 있었다.

준혁이 차에서 내리자 파천 길드의 헌터들이 준혁을 향해 일제히 경례를 올려붙였다.

준혁은 그들의 인사를 받으며 골드 던전 앞으로 다가갔다.

골드 던전은 일반 던전보다 브레이크까지 훨씬 기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여유 있게 클리어가 가능한 만큼 시장에서도 거래는 여유로운 편이었다.

물론 이건 유럽연합의 독점이 있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어차피 소화하지도 못할 던전을 굳이 무리하게 구매한 이유는 오직 준혁을 견제하기 위해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는 타국도 은밀하게 동조했다는 것이 선우의 설명이었다.

어차피 골드 던전 솔플 자체가 유럽연합을 포함한 전 세계의 헌터 강대국들은 그 자체로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

던전 물질의 가치보다 그 가치로부터 만들어질 미래의 문명 발전과 산업의 성장까지 그 추세가 꺾이게 될 테니까.

골드 던전의 가치가 폭등하게 된 원인은 결국 준혁의 헌터대전 승리로부터 비롯된 결과였다.

골드 던전의 가격은 비상식적으로 솟아오를 수밖에 없었고, 이는 모두 유럽연합의 패배에서 시작 된, 욕심의 대가였다.

“통제 지역이 너무 짧습니다. 파천 길드 헌터들은 혹시 모르니 던전 반경 50미터 이상 안전거리를 유지해 주세요.”

준혁이 파천 길드 팀장을 불러 지시했다.

팀장은 즉시 준혁의 명령을 수행했다.

그들이 통제 지역을 넓히는 동안 준혁은 부디 국내 안에서 첫 번째 균열의 틈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균열이 틈이 얼마나 극악한 확률로 찾을 수 있는지 이미 실감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귀환자님. 안전거리 확보 후, 민간인 체크까지 모두 끝냈습니다.”

준혁이 눈짓으로 답하자 팀장이 즉시 신형을 날려 던전에서 멀어졌다.

‘찾아보자.’

준혁이 큐브에서 던전 분석기를 꺼내 즉시 마력을 주입했다.

대부분의 아이템은 단순히 마력을 주입하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었고 던전 분석기 역시 조건 없이 능력을 발동시켰다.

악마의 얼굴을 형상화한 나무 조각에 박힌 두 눈의 보석이 회색 연기를 뿜기 시작했다.

그 연기는 준혁을 몇 바퀴 맴돌더니 바닥에 커다란 마법진을 형성시켰다.

파천 길드가 긴장하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모두 왜 던전에 들어가지 않고, 마법 반응이 일어나는지 궁금한 얼굴들이었다.

그들을 물린 건 폭발 사고를 대비한 것.

준혁의 주도하에 진행되고 있었기에 용산 담당의 파천 길드 팀장은 대기 상태로 준혁을 지켜봤다.

그 사이 마법진은 점차 선명해지더니 안개 같은 새하얀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연기는 금빛 에너지를 발산하는 골드 던전을 향해 마치 빨려가듯 섞여 들었다.

콰르릉!

천둥소리와 맞먹는 충격파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파천 길드의 헌터들이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들은 모두 겁먹은 얼굴로 마법진 위에 서 있는 준혁과 골드 던전을 보고 있었다.

준혁의 모습은 마치 던전 에너지와 교감하고 있는 듯한 신비로운 광경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골드 던전에서 균열의 틈을 수색 중입니다.]

던전 분석기의 조각 눈에서 새빨간 빛이 빛나는 순간 놀라운 상황이 벌어졌다.

준혁의 눈앞으로 던전 안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드론 비행을 1인칭으로 플레이하듯이 던전의 모습이 준혁의 시야 앞으로 훤하게 펼쳐졌다.

엄청난 고속으로 이동 중이었지만 준혁의 시선은 던전의 디테일한 배경 모두를 놓치지 않았다.

던전에서 배회하는 마수들의 모습들이 보였고 당연히 던전의 풍경 역시도 준혁의 눈 안에 선명하게 들어았다.

던전 분석기로 수색하는 것은 단순히 멸마의 서로 수색하는 것보다 훨씬 빨랐는데 그 이유는 던전 분석기가 던전의 정보를 읽어 들이는 속도 때문이었다.

던전 분석기는 마치 인공위성처럼 던전의 정보를 빠르게 읽어들였고, 그 덕분에 10분도 걸리지 않아 준혁은 골드 던전을 수색을 끝마칠 수 있었다.

준혁이 손에 쥐고 있던 던전 분석기에서 마력을 거둬들이자 시야는 암전되듯 검게 변했다가 현실의 풍경으로 돌아왔다.

준혁은 팀장에게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라고 지시하곤 대기 중인 차량으로 향했다.

“용산역 던전은 매각 자산으로 분류해.”

준혁이 차에 타면서 매니저에게 말했다.

* * *

용산역에서 출발해 두 번째 골드 던전에 도착하자 파천 길드의 헌터들이 미리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뉴스가 보도된 이후, 통제 지역의 범위가 훨씬 더 넓어졌기 때문이다.

“빨리빨리 움직여!”

현장을 지휘하던 팀장이 소리를 지르며 서두를 것을 재촉했다.

팀장은 몇 가지 지시사항을 더 내린 뒤, 차에서 내린 준혁을 향해 뛰어갔다.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대기해 주시면…….”

“이미 언론을 통해 다 보도가 됐는데 이제 와서 굳이 보안에 힘을 실을 필요는 없습니다. 바로 시작할 거니까 던전 부근의 길드원들부터 물려 주세요.”

준혁이 골드 던전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팀장이 식은땀을 닦으며 부하 길드원들의 위치를 조정했다.

그 사이 골드 던전 앞에 서자마자 준혁은 던전 분석기로 수색을 시작했다.

전보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수색을 마칠 수 있었다.

“여기도 없어.”

골드 던전이라고 해서 더 특별한 것도 없었다.

‘더럽게 안 구해지는군.’

준혁이 지우에게 고개를 저어 보이자 지우가 바로 테블릿 지도에 X 표시를 했다.

지도에 X로 뜨는 곳은 모두 매각 대상의 던전이었고, 이 정보는 협회장이자 준혁의 동생인 한선우를 만날 때 보여 줘야 할 자료이기도 했다.

그럼 선우가 알아서 던전을 어떤 식으로든 처분할 것이다.

“남은 던전이 몇 개지?”

“말씀하신 대로 최대 수량을 구하려고 했고 현재까지 매수한 골드 던전은 총 다섯 곳입니다.”

“지금 하는 일은 아마 오늘 안에 끝날 거야. 선우한테 할 얘기 있다고 시간 비워 두라고 해. 스케줄 맞추고 나서 일정 말해 주고.”

“네, 귀환자님.”

용산에서 여의도로 넘어왔으나 이곳에서도 균열의 틈은 발견되지 않았다.

세 번째 부천을 지나 나머지 두 개의 던전이 있는 김포에 이르기까지도 균열의 틈은 찾을 수 없었다.

남은 두 개의 골드 던전에서조차 찾지 못한다면 국내에서 균열의 틈을 찾는 건 포기해야 했다.

끝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고 확인했지만, 마지막 다섯 번째 골드 던전까지 깡통이었다.

‘젠장.’

준혁은 답답하다는 듯 셔츠 단추를 풀었다.

다소 아쉬움에 물든 눈으로 던전을 응시하면서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이 정도로 찾기 어렵다니.

마치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기분이었다.

“국내 일정은 끝났어. 캐슬로 돌아간다.”

* * *

“갈아입을 옷처럼 필요한 짐들만 좀 챙겨줘.”

“네. 지금 바로 정리해 둘게요.”

캐슬에서 메이드가 도와주기 위해 지우가 있는 준혁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준혁은 1층 거실로 내려왔다.

때마침 선우가 들어오고 있었다.

“왔어?”

“이지우 매니저가 형이 할 말이 있다던데. 무슨 일로 부른 거야?”

준혁이 다이닝 룸으로 턱짓하며 걸음을 옮겼다.

“오. 꽤 술이 늘었나 보네.”

준혁이 위스키와 잔을 들고 오자 선우가 웃었다.

술을 채우고 건배했다.

위스키를 마시자 곧바로 몸이 따뜻해지는 듯했다.

“가볍게 움직일 예정이었는데 상황이 변했어.”

준혁이 의자에 앉으며 말했고 선우도 자리에 앉았다.

“내가 뭘 도와주면 돼? 매니저한테 보고를 받은 바로는 형이 진행하는 일이 잘 안 풀리고 있다고 하는 것 같던데. 던전을 돌고는 국내 던전은 모두 매각하라고 했다며?”

“골드 던전 모두 매각하든지 보유하든지. 결정은 선우 네가 해. 나한텐 더 이상 필요가 없거든. 듣기로 던전 가격이 치솟고 있다던데. 여러모로 버리는 골드 던전의 역할이 크겠네.”

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그래도 일단 유럽연합 골드 던전 확인하기 전까진 갖고 있을게. 만에 하나 형의 계획이 실패하면 보유 중인 골드 던전을 이용해서라도 사업 진행을 해야 하거든.”

“내가 가기 전에 파천 길드는 해외 던전 앞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할 거야.”

“그렇지 않아도 일정은 잡아 놨어. 다음 주 월요일에 출국할 거야. 진행에는 문제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 매각 건 말고는 다른 얘기는 없지?”

“시간 나서 들린 거 아니었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라.”

“그럼 전화로 한다고 하지.”

“일 보는 김에 형 얼굴이나 한 번 보는거지.”

“협회장이 원래 그렇게 바쁜 거냐?”

“원래 사장이 젤 바쁜 법이야.”

“식사 챙기고.”

선우가 준혁을 향해 신사처럼 팔을 꺾으며 머리 숙여 인사했다.

“예. 폐하.”

준혁이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위스키를 마셨다.

메이드들이 마중을 나가기 위해 선우를 향해 우르르 몰려갔다.

* * *

다음 주, 해외 일정 당일.

공항 앞에는 엄청난 취재진들이 몰려 있었다.

오늘부터 준혁의 유럽연합 순회가 있을 예정이었다.

때문에 기자들은 자리를 잡고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귀환자를 만날 수 없었다.

“왜 안 나오지?”

“지금쯤이면 나와야 할 텐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귀환자님만 안 보여.”

기자들이 연신 시계를 보며 말했다.

초조하게 귀환자를 기다리던 때.

공항 직원이 나와 취재진들 앞에 섰다.

기자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공항 직원을 쳐다봤다.

“귀환자님께서는 워프 주문서로 이동하셨습니다.”

직원의 말에 기자들이 탄식했다.

“젠장.”

“맙소사. 워프 주문서라니.”

“헛걸음했군.”

기자들은 불평을 쏟아 내면서도 그 자리에서 귀환자가 워프 주문서로 이동한 것에 대한 기사를 올렸다.

“골드 던전이지? 귀환자님 봤어?!”

“지금 바로 이동할 거야. 포지션 제대로 잡아!”

기자들이 일제히 자기 팀에 전화하며 마치 특수부대 요원들처럼 공항에서 바쁘게 철수했다.

* * *

던전 분석기의 회색 연기와 골드 게이트가 뿜는 금빛 에너지가 섞여들었다.

한국을 떠나, 유럽의 첫 번째 골드 던전의 수색이었다.

이내 준혁의 눈앞으로 VR처럼 풍경이 펼쳐졌다.

시점이 변하면서 던전 분석기가 균열의 틈을 찾기 위한 고속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았다.

던전 분석기의 수색 시간은 약 10분.

하위 던전인 블루 게이트부터 균열의 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

기대는 버렸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기대 없이 시작한 유럽연합의 첫 번째 골드 던전의 수색.

[던전 분석기가 균열의 틈을 발견했습니다.]

‘찾았군.’

유럽의 첫 번째 골드 던전에서 드디어 던전 분석기가 균열의 틈을 찾아냈다.

암전하듯 시야가 검게 변한 후, 준혁의 의식이 던전 밖으로 되돌아왔다.

경호 헌터들은 준혁을 중심으로 원형 형태로 경계를 서고 있었고 바깥쪽에서는 기자들과 시민들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었다.

일정 거리 밖에서 준혁을 촬영하기 위해 모여 있는 기자들이 보였다.

준혁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매니저 지우에게 다가갔다.

“외부 헌터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 해외인 만큼 국내와는 상황이 다를 수도 있어. 아무도 던전 안으로 들여보내선 안 돼.”

“그럼 귀환자님은……?”

준혁이 골드 던전을 돌아봤다.

“난 지금 바로 던전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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