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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모든 것-55화 (55/175)

귀환자의 모든 것 55화

미국의 유명 토크쇼 <헌터 웨이>에서 귀환자와 헌터대전을 치렀던 유럽연합 랭커 중 한 명인 이탈리아 원거리 궁수 ‘조반니’와 네덜란드의 스티브를 게스트로 초대했다.

메인 MC ‘지니’는 토크쇼에 등장한 조반니와 게스트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악수했다.

자리에 앉고 지니가 곧 진행을 시작했다.

환하게 웃고 있던 MC지니는 곧 침울한 표정으로 이탈리아 랭커 조반니와 네덜란드 랭커 스티브를 빤히 보았다.

한참 그렇게 쳐다보자 방청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긴 노랑머리의 스티브는 불편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고 조반니는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었다.

MC지니가 계속 노려보는 눈빛이 카메라에 클로즈업되었다.

방청객들의 배꼽 잡는 웃음소리가 더 커다랗게 울렸다.

MC지니가 장난이었다는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방청객들이 다시 웃음이 빵 터졌다.

조반니는 멋쩍게 웃었고 스티브는 할 말이 있다는 듯 손을 들었다.

“스티브?”

MC지니가 어서 말해 보라는 듯 손짓했다.

“전혀 괜찮지 않아요. 지니.”

방청객들이 자지러지게 웃었고, MC지니도 자신의 눈가를 가리며 웃었다.

스티브가 한숨을 내쉬곤 쓴웃음을 지었다.

“유럽연합 8명이 한 명한테 질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아무리 더 월드 랭크 1위인 귀환자라고 해도. 솔직히 모두 다 그렇게 생각했잖아요?”

MC지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요. 이해해요, 스티브.”

“이해하는 척 하면서 웃음 참지 마세요, 지니.”

그 말에 MC지니가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스티브가 눈을 지그시 감았고 MC지니는 겨우 웃음을 멈추고서 숨을 가다듬었다.

“오케이, 스티브. 기분 나빴다면 죄송해요. 음, 스티브. 지금은 귀환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담배 피워도 돼요?”

MC지니가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솔직히 처음엔 마음에 안 들었어요. 아무리 랭킹 1위라고 해도 방송에 나와 마치 혼자서 세계 정복이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 구는 게 꼴 보기 싫었거든요.”

“스티브. 지금은요?”

“솔직히 제 생각엔 세계정복. 가능 할 것 같아요.”

MC지니가 스마트폰을 꺼내 보더니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세계 증시가 휘청이고 있어요. 제 주식도 박살이 났죠.”

“미안해요, 지니. 귀환자를 믿었다면 공매도라도 쳤어야죠.”

“당신들이 질 줄 몰랐지!”

MC지니가 얼굴을 벌겋게 만들며 화를 내자 방청객들이 빵 터졌다.

MC지니가 타이를 고쳐매며 다시 진행을 이었다.

“흠흠, 월가에서는 귀환자 리스크라 부르고 있죠. 귀환자가 가진 영향력이 전 세계의 성장력을 독식할 가능성을 두고 선반영되고 있죠. 귀환자와 유럽연합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 같아요?”

“그야 지도부가 하기에 달린 일이겠죠.”

스티브는 모르겠다는 듯 의자에 기대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조반니?”

MC지니의 부름에 침묵하고 있던 조반니가 허리를 바로 세웠다.

“지금쯤 뉴스에도 나오고 있겠지만 유럽연합은 앞으로 귀환자와 원만한 관계를 쌓으려 노력할 겁니다. 그 증명이 제가 이 토크쇼에 나와 모욕을 당하고 있는 이유죠.”

MC지니가 슬픈 웃음을 지었다.

“미안해요.”

“괜찮아요, 지니.”

방청객이 웃음 지었다.

“조반니는 귀환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조반니가 숨을 깊게 내쉬며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허공을 보며 입을 열었다.

“무섭습니다.”

MC지니의 웃고 있는 얼굴이 카메라에 클로즈업되었다.

“헌터 웨이 쇼는 계속됩니다. 광고 보고 오시죠!”

* * *

준혁이 캐슬로 복귀했다.

양쪽에서 일렬로 나열한 집사와 메이드들의 인사를 받으며 준혁은 복도를 걸었다.

넥타이를 풀면서 준혁이 뒤를 돌아봤다.

매니저 지우가 테블릿을 보며 따라오고 있었다.

“지우야, 할 얘기 있으니까 1시간 후에 다이닝 룸으로 좀 와.”

“네, 귀환자님!”

샤워를 마치고 편한 차림으로 갈아입은 준혁이 다이닝 룸으로 내려왔다.

테블릿으로 업무를 보고 있던 지우가 준혁이 나타나자 바로 일어섰다.

준혁이 앉으라고 손짓하곤 언더락 잔에 위스키를 따르고 지우의 맞은편에 앉았다.

지우가 빤히 보자 준혁이 왜 그러냐는 듯 그녀를 보았다.

“위스키를 좋아하시는구나 해서요.”

“취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아서.”

지우가 미소 짓자 준혁도 옅은 미소를 지으며 위스키를 마셨다.

“아직 많이 마셔 본 건 아니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술이 느는 것 같아. 선우를 술로 이기는 것도 머지않았어.”

준혁의 눈에서 불이 나는 듯 했다.

지우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참았다.

“그래도 너무 많이 드시진 마세요. 몸에 안 좋아요.”

준혁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곤 숨을 가다듬었다.

“더 월드 시스템 보상으로 던전분석기라는 걸 구했거든.”

“던전분석기? 어떤 아이템이에요?”

“던전에 들어가지 않고도 던전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아이템이야.”

“어? 제가 알기로 그런 아이템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어요.”

“있었다면 그동안 시간 낭비를 하진 않았겠지. 그래서 앞으로 우선 보유 중인 국내 골드 던전부터 이번에 확보한 유럽연합의 골드 던전까지 분석기를 이용해서 하나하나 확인을 해야 돼.”

“제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인가요?”

“아니, 나랑 같이 움직여야 돼. 내가 던전을 확인하고 나면 보유할 던전과 매각할 던전을 구분해서 체크해. 매각 던전은 바로 선우에게 넘기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일정은 골드 던전 확인을 최우선으로 진행할까요?”

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내일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선우랑도 얘기해 봐. 매각 시기는 상황을 봐서 선우보고 진행하라고 하면 되는 거고.”

“네.”

지우가 테블릿에 메모를 하며 대답했다.

“그리고 최설화 힐러 좀 오라고 해.”

“바로 호출할게요.”

지우가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면서 다이닝 룸을 나갔다.

5분도 되지 않아 순간이동 능력을 가진 최설화 힐러가 다이닝 룸으로 들어와 준혁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부르셨나요? 귀환자님?”

“앉아.”

준혁이 자리를 가리켰다.

최설화가 앉는 걸 보고 준혁이 입을 열었다.

“널 캐슬로 받은 건 동생 때문이었어. 동생이 널 신뢰하는 것 같았으니까.”

기쁜 표정으로 왔던 최설화의 얼굴이 다소 가라앉았다.

“귀환자님은 여전히 제가 미덥지 않으신가 보네요.”

“아무리 내 연줄을 잡고 싶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조용히 지내는 게 마음에 들 리 없을 테지. 더욱이 이제 더 잘 알 거 아니야? 내게 힐러가 필요 없다는 것 정도는.”

“전 귀환자님을 모실 수 있는 영광만으로 충분하답니다.”

“그런 거라면 파천 길드에서 선우를 돕도록 해. 여기 캐슬에서 이렇게 지내기엔 능력이 아깝잖아?”

“귀환자님이었기에 제가 온 거예요. 냉정하게 말해서 파천 길드는 계약 조건에 맞지 않죠. 제가 파천 길드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필요 이상의 재정 낭비가 있을 겁니다.”

“캐슬에 있고 싶다는 거네.”

“그게 조건이었어요. 제가 귀환자님 밑에서 봉사하는 것.”

“다른 조직에서 일할 수는 없지만 내 명령에 움직이고 싶다?”

최설화가 한숨 쉬었다.

“귀환자님. 정말 제가 그렇게 쓸모가 없나요.”

“평범한 힐러라면 그랬겠지.”

최설화가 놀란 얼굴을 들었다.

천상계라 불리는 최상급 힐러들은 리더보드에 등록되진 않지만 걸어 다니는 백지수표라 불린다.

그만큼 부르는 게 값인 몸.

말이 필요 없는 엄청난 힐 치료 능력뿐만이 아니라 최상급 힐러의 가치는 단순히 치료 능력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제게 명령해 주세요. 전 언제든 귀환자님의 일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신뢰를 보여 주겠다는 자신감이 최설화의 힐러의 두 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준혁이 일어서서 잔 두잔과 위스키 병을 들고 돌아왔다.

위스키를 따른 잔을 최설화에게 주고 건배했다.

술을 마시고 먼 곳을 보던 준혁이, 다시금 최설화를 직시했다.

“이제부터 너도 조금씩 움직여 보자.”

“……어디죠? 어디든 갈게요.”

최설화가 녹을 것 같은 표정으로 준혁을 보며 말했다.

“앞으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게 될 거야. 어비스라 부르는 곳이지. 그 시간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제가 함께 가는 건가요?”

최설화가 빛나는 눈으로 준혁을 보며 물었다.

“그건 아니지만 어비스. 그리고 그 후에 최설화 힐러의 역할이 중요해지겠지.”

준혁이 두 개의 빈 잔에 위스키를 채웠다.

“뭐든 맡겨만 주세요. 귀환자님을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니.”

최설화가 준혁에게 흠뻑 빠진 눈빛으로 말했다.

짝!

준혁이 최설화의 잔에 건배를 하고 위스키를 입에 털어넣었다.

* * *

유럽연합이 시중에서 판매되던 골드 던전을 독점적으로 매수하다 보니 시장에 골드 던전의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기존보다 훨씬 비싸게 사도 이익이 남을 만큼 골드 던전은 보상을 제외한 오직 던전의 물질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했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동에서 매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요. 시간이 흐르면 가격은 더 오를 것 같아요.”

지우가 준혁에게 경량패딩을 입혀 주며 말했다.

“선우가 알아서 잘 하겠지. 그쪽으로는 배테랑이잖아.”

“그렇죠.”

지우가 준혁을 위아래로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어쩜 이렇게 비율도 좋으신지.”

준혁은 방에서 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준혁을 뒤따라 내려가는 지우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지우는 준혁보다 올블랙이 잘 어울리는 남자는 역사상 없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두꺼운 블랙 터틀넥. 그리고 블랙 슬랙스에 블랙 첼시부츠까지.

고급스러운 경량 패딩까지 걸치자 그는 그야말로 당장 패션쇼 위로 올라가도 손색이 없을 만큼 완벽한 올블랙의 비주얼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귀환자님.”

지우의 부름에 준혁이 돌아보자.

찰-칵.

“SNS용 사진 때문에요. 도저히 안 찍을 수가 없어서, 하핫.”

지우가 싱글벙글하며 곧장 그림 같은 사진을 업로드했다.

- 헉!

- 오, 사진 떴다. 캐슬 배경에 귀환자 실화냐?

- 와…… 이 형은 진짜;;;

- 일상 사진 맞아요? ㄷㄷ

- 섹시함 뭔데 ㅠ.ㅠ

- 아니 걍 화보잖아 이건 ;;;

- 오빠 나 죽어!!♡♡♡

- 명화닼ㅋㅋㅋ

- 미친 듯이 잘생겼네.

- 캬 우리 형. 역시 일상 모습도 지리는구만.

- 난 남자인데 왜 설레냐…….

- 자주자주 올려 주세요!

- 수백 장씩 올리란 말이얏!

- 내가 매니저였으면 소원이 없겠다…… ㅠㅠ

- 이지우 매니저 잘하고 있어요. 파이팅 :)

- 매니저 만세에에에!!

지우가 댓글을 보며 흐뭇하게 웃다가 서둘러 준혁의 옆으로 뛰어갔다.

“제가 최적 경로를 알아봤는데. 괜찮은지 한번 보시겠어요?”

준혁은 지우가 보여 주는 지도를 보며 위치를 확인했다.

출발지는 용산부터 경기도까지였다.

차량 이동 경로가 표시되어 있었고, 지우가 체크한 대로 움직이는 게 가장 효율적인 이동이 될 듯했다.

“잘했네. 이렇게 가자.”

“네!”

준혁의 칭찬에 지우가 기분 좋은 듯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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