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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모든 것-33화 (33/175)

귀환자의 모든 것 33화

다시 매니저의 차량을 타기 위해 이동하던 중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스트리밍 최초의 소통을 완료했습니다.]

[시스템 보상을 획득합니다.]

[행운 상자를 획득했습니다.]

행운 상자

: 무작위 확률에 의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보상 아이템의 범위는 무한대이다.

짤막한 설명만으로도 어떤 종류의 보상 아이템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찾아온 보상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아이템 같았다.

행운 스탯의 경우 절대 노력으로 가질 수 없는 영역.

얻을 수만 있다면 천군만마의 얻은 것이나 다름 없다.

[행운 상자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오색찬란한 빛을 내며 나타난 아주 작은 상자가 허공에서 회전했다.

마치 피규어처럼 앙증맞은 상자였다.

사용하기 위해선 단순히 터치하면 되는 구조였다.

- 랜덤 박스네.

- 행운 박스 쓰레기라던데.

- 저기서 좋은 아이템 나올 확률은 거의 로또 확률이래요.

- 더 월드 시스템 보상으로 받으신 듯.

- 가만 보면 더 월드도 보상 진짜 짜다니까.

- 저건 그냥 버려도 무관 ㅋㅋ

- 아이구 저런 똥망템이 귀환자님께 ㅜ.ㅜ

- ㅎㅎ 어쩔 수 없죠. 더 월드 시스템이 주는 기본템이니까.

- 아아…… 각성자로서 눈이 썩는다 저 템은 정말.

- 95프로 확률로 하피의 깃털 나옴.

- 개똥보다도 쓸 곳이 없다던 그 전설의 아이템…….

- 그거 냄새가 안 빠져서 깃털펜으로도 못 씀.

좋은 기회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채팅창의 반응을 보니 별 달리 쓸모가 없는 잡템인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확인은 해야지.’

채팅창에서는 경기를 일으킬 만큼 행운 상자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한 탓에 준혁은 마음을 비웠다.

안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버리면 그만이니까.

준혁이 무심하게 허공에서 느리게 회전하는 행운 상자를 터치했다.

[행운 상자를 열었습니다.]

작은 빛이 반짝이더니 상자가 열렸다.

그리고 뒤이어 더 강한 푸른빛이 차량 내부를 가득 채울 만큼 번쩍였다.

[축하합니다.]

[행운의 팔찌를 획득했습니다.]

준혁은 핑 하고 허공에서 떨어지는 팔찌를 낚아챘다.

자세히 보니 특이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는 은색 팔찌였다.

디자인도 나쁘지 않았고, 문양도 얼핏 보면 꽤 멋드러졌다.

행운의 팔찌

등급 : 신화

: 행운 스탯이 +10 증가합니다.

- 와!

- 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니 잠깐만. 행운의 팔찌요?

- 대박이네!

- 말이 됨??? 저 똥망템에서 어떻게 ;;;

- 돈 주고도 못 산다는 행운 스탯. 무려 10짜리. 미쳤다;;;

- 퍄…… 현타 씨게 온다…….

- ??? 버그 아님??

- 말이 안 나온다 ㅋㅋ

- 행운의 팔찌 전 세계에 3개 정도 있는 걸로 앎.

- 행운의 팔찌가 행운 상자에서 나오는 거였어? ㅁㅊ

- 나 행운 상자 버린 적 많은데ㅎㅎㅎ 머리 뜨겁네.

준혁은 처음에 뭔가 싶었지만, 채팅창을 보고 이게 좋은 아이템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행운 스탯이 +10 올랐습니다.]

시스템이 아이템의 성능으로 스탯이 올랐다는 걸 알렸다.

“운이 좋았네.”

준혁이 팔찌를 차며 말했다.

- 폐, 폐하. 그, 그것은 단순히 운이 좋았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아이템이옵니다;;;;

- 황제 폐하. 감축 드리옵니다. (__)

- 풍악을 울려라♬

- 감히 똥템 나온다던 놈들 누구냐! 목을 쳐랏!

- 경하드리옵니다. 전하!

- 팔찌 찬 모습 섹시해요 ~!!♡♡

악세서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행운 스탯이 높아진다면 차는 수밖에.

신수, 그리고 신물을 찾는 데 이 아이템이 도움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스템 보상을 위해 스트리밍을 계속 이어가고자 노력한 건 도움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스트리밍이라는 것도 익숙해질지도 모르지만.’

준혁은 채팅창을 외면하고 창밖을 봤다.

해도 해도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운 세계였다.

지금은 적당한 밸런스로 조율하는 게 나름의 최선이었다.

* * *

유다연은 신기했다.

그렇게 두렵던 마음이 언제 그랬냐는 듯 이토록 평온해지다니.

용병 유다연은 끔찍하게 여겨졌던 자신의 팔에 새겨진 문양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괴물처럼 느껴졌던 문양이 지금은 그저 신기한 흉터 같은 것처럼 느껴졌다.

귀환자의 자신감과 아우라가 마음속에 깃든 공포를 삼켰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존재로서 단 일말의 가능성 따위도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이.

멍하니 팔에 새겨진 문양을 손으로 만져 보고 있던 중 노크 소리가 울렸다.

유다연은 화들짝 놀라며 셔츠를 입었다.

“잠시만요.”

단추를 모두 잠그고 매무새를 확인하곤 문을 열었다.

문 너머엔 메이드 팀장이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유다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메이드 팀장의 미소가 짙어졌다.

“방 안에만 있으면 답답하지 않아요?”

유다연이 방을 돌아봤다가 웃었다.

“방이 워낙 넓어서요. 괜찮습니다.”

“매니저님이 최대한 마음이 편해야 한다고 신경을 써 주라고 했어요.”

유다연이 눈치를 보며 괜스레 허벅지를 문질렀다.

“나와서 커피 한 잔 타 드릴게요. 방 안에 있는 것보다 훨씬 나을 거예요.”

메이드 팀장이 어서 나오라는 듯 눈짓했다.

유다연은 어쩔 수 없이 메이트 팀장을 따라 아래로 내려왔다.

처음에 캐슬로 왔을 땐 워낙 정신이 없었던 터라 캐슬의 내부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캐슬의 내부가 눈 안으로 들어오는 건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였다.

‘아름다워.’

유다연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인테리어와 색감, 그리고 간간이 보이는 벽화와 조형물들에서는 천재의 감각이 뚝뚝 묻어 나왔다.

단순히 고급스럽다라는 이미지를 넘어선, 일종의 성역과도 같은 느낌을 전해다 주는 공간이 계단을 내려가면서 끊임없이 유다연의 시선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이윽고 거실에 이르러, 통유리 너머 호숫가가 보이는 풍경을 보았을 땐 그 자리에서 굳어 버릴 정도였다.

캐슬은 애초에 민간인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공개된 정보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사진과 달리 실물로 보는 캐슬의 진짜 풍경은 충격적이리만큼 압도적이었다.

“참 아름다운 곳이죠? 편안히 구경하거나 쉬셔도 돼요.”

메이드 팀장이 따뜻한 커피를 전해 주곤 주방으로 돌아갔다.

넓은 거실의 벽면에 걸려 있는 그림이나 조각들을 보며 커피를 마시던 유다연은 창가로 가까이 가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추운 겨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자연이 마치 야생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그 풍경을 보며 유다연은 따뜻한 커피잔을 양손으로 꽉 쥐었다.

‘살고 싶어…… 아니 살 수 있어.’

공포와 불안에서 의심으로, 그리고 그 의심은 안도의 확신으로 이어지려 한다.

오직 귀환자에 의해.

유다연은 귀환자를 백 퍼센트 신뢰했다.

더 월드에서 그가 보여 준 모습은 그 자체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무신이었기에 그녀는 미지의 공포로부터 한 발자국 떨어진 안전지대에 위치할 수 있었다.

귀환자.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구원이었다.

* * *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지?”

준혁이 타고 있는 차량을 촬영하기 위해 방송국은 물론 기자들이 몰려들어 있었고, 일반인들도 섞여 있었다.

파천 길드에서 통제하지 않았다면 아수라장이 됐을 것만 같은 풍경이다.

“제 생각엔 아무래도 골드 던전의 솔플은 귀환자님이 최초라서 그런 것 같아요.”

인간은 특별한 날을 기념하거나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준혁에겐 그저 하나의 던전이었을 뿐이지만 준혁을 바라보는 세상에선 최초라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때문에 방송국과 기자들의 촬영하고자 하는 열기는 대단했다.

“어차피 일정이 추가된 것도 아니니까. 부담 갖진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준혁이 주먹에 턱을 괸 채 창밖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그녀의 말대로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무슨 짓을 하든 딱히 상관은 없었다.

“협회장님이 최대한 인터뷰나 방송 스케줄을 빼고 있대요. 요청이 엄청나게 많은데도 불구하고요.”

“유능한 동생을 둔 덕분이지.”

“하하. 제게 말고 직접 말씀하셔야죠.”

매니저 지우가 웃는 얼굴로 돌아보며 애교 있게 말했다. 그러자 준혁이 콧방귀를 뀌었다.

“워낙에 바쁘시니 어디 얼굴 한 번 볼 시간이나 있어야지.”

“음! 그럼 제가 압박 좀 해 볼게요.”

지우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됐어. 뭐 저만 바쁘나. 나도 바빠.”

“하하. 네. 네. 귀환자님도 바쁘시죠.”

지우가 준혁을 향해 웃었다.

“도착이에요. 귀환자님. 조심히 다녀오세요!”

지우가 차를 세웠다.

차 문을 열고 내리자 카메라 세례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쉴 틈 없이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

준혁은 이미 카메라 세례를 경험한 바가 있었기에 익숙하다는 듯 걸음을 옮겼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는 물론, 숨 쉬는 호흡 하나하나가 뉴스가 된다.

기자들이 미친 듯이 플래시를 터트리면서도 파트너로 온 기자들은 실시간으로 뉴스를 업로드했다.

마치 역대 최고의 스케일로 펼쳐지는 패션쇼를 방불케 했다.

- 황제 폐하 납시오!

- 진입하십니다.

- 크……! 골드 던전이라니.

- 이거 보려고 월차 냈어요.

- 저도 월차염.

- 배달 음식 시켰음 ㅎㅎ

- 저도 아슬아슬하게 월차 세이프.

- 아…… 이제 곧 출근해야 하는데 미치겠네.

- 지금 회사에 월차 내는 사람들 너무 많아서 월차 못 낸다네요. 참 나.

- 전국 월차 대란 ㅋㅋㅋㅋㅋ

- 골드 던전이라니. 너무 기대된다.

- 한 번도 본 적 없는 골드 던전 라이브! 벌써 전율이. 크으으.

- 저희 회사는 오늘 업무 중지하고 더 월드 라이브 봅니다. ㅎㅎ 사장님이 귀환자님 열렬한 팬이라고 ㅎㅎ

- 더 월드 볼 수 있는 사람들 레알 부럽네.

- 울 회사는 그딴 거 없음 망할 회사.

- 지금 사장한테 강력 항의하러 갑니다. 더 월드 라이브는 국민의 의무라고!

-……그렇게 잘렸다고 한다.

- ㅋㅋ

- 귀환자님 패션 지림.

- 던전 의복인데 평상복 같네. 최상급은 저렇다던데.

- ㅇㅇ 개비싸 보임.

- 크읏 폐하. 랄뽕 모델마저 압살하실 포스십니다.

- 피코트에 장갑 낀 섹시함 봐라. 크헉.

- 브라운 피코트에 목 폴라와 청바지에 워커. 지렸다…….

- 브라운 느낌도 오지게 잘 어울리심.

- 갓준혁 이즈 뭔들.

채팅창이 준혁의 패션에 대해 극찬 일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준혁은 골드 던전의 게이트 앞에 멈춰 섰다.

금빛으로 화려하게 일렁이는 던전 게이트는 지금까지 준혁이 보아 왔던 마력의 강도와는 전혀 질적으로 다른 힘이 깃들어 있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균열의 틈을 찾지 못했다.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여 준혁의 마음 안에서 소용돌이쳤다.

지금 바라보고 있는 이 골드 게이트 너머는 현존하는 최상의 난이도를 가진 던전이라고 하니 기대해볼 만 했다.

하지만 준혁은 사실 난이도나 마수의 수준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신수와 신물을 찾을 수 있는 균열의 틈이 있느냐 없느냐.

오직 그것만이 중요할 뿐이었다.

금빛으로 일렁이는 게이트를 응시하는 준혁의 눈이 아득한 곳을 좇았다.

오늘 찾지 못한다면 내일.

내일 찾지 못한다면 그다음 날. 하루하루. 지루한 반복을 이겨 내는 건 준혁이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마계에서도 처음엔 그렇게 시작했다.

‘난 반드시 찾는다. 너희들을.’

예정된 인연을 향해 준혁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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