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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모든 것-28화 (28/175)

귀환자의 모든 것 28화

‘레드 던전에서 균열의 틈을 찾는 건 괜한 기대인가?’

멸마의 서로 균열의 틈을 수색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어비스로 갈 수 있는 작은 흔적조차 못 찾는 건 문제가 있었다.

어비스로 넘어갈 만큼은 아니더라도 균열의 틈은 존재하게끔 되어 있지만 준혁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균열의 틈은 찾기 어려운 희소성을 가진 듯했다.

- 어? 마수들 엄청 많이 나타났다.

- 확실히 레드 게이트라 몹 수량부터가 다르네.

- 많아 봤자 마수일 뿐임.

- 참살 시작됩니다, 준비하세요.

- 두근두근.

- 거미형태도 있네.

- 사이즈가 다르긴 하다.

채팅창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마수들의 숫자도 점차 더 불어나고 있었다.

보통 던전에 들어온 헌터들은 이런 경우 우선 자리를 피한다.

너무 많은 숫자를 상대하는 것보단 유리한 포지션을 잡아야 안전하게 사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준혁의 사냥에 있어 안전 같은 건 생각 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수량은 대략 23마리 정도.

작은 녀석들은 포함하지 않았다.

준혁이 마수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멸제파동.

이 것은 마계에서 수많은 악마들을 만나면서 배운 마법들 중 하나였다.

악마들 중, 마법서를 가진 녀석들이 많아 마법을 습득할 기회가 꽤 있었다.

하지만 마계에서 배운 마법들은 아직 숙련도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굳이 마법을 쓰는 것 보단 검으로 쓸어담는 쪽이 더 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계로 내려온 만큼 마법의 숙련도도 올려두기로 했다.

차후, 신물을 다루기 위해서는 마법 숙련도도 필요할지 몰라서였다.

쿠르르!

땅이 지진처럼 흔들리더니 바닥을 타고 마치 파도처럼 마수들을 향해 푸른빛을 품은 마력의 힘이 날아들었다.

마치 해일같은 마나의 물결이 마수들을 집어삼켰다.

준혁이 쏘아낸 마법이 스쳐지나가자 살이 찢기고 뼈가 녹아내리더니 이내 수십 마리에 달하는 마수들이 그 자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치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완전한 소멸이었다.

- 마법??

- 귀환자님 물리 딜러 아니였나요?

- 와 ㅆ 마검사였어.

- 저 정도면 물리 딜러보다 마법이 더 센 거 아니냐;;

- 마법까지 쓰시네.

- 신급 능력치 ㅋㅋㅋㅋ

- 딜이 대체 어느 정도인건지 감이 안 오네요.

‘마법은 확실히 마력 소모가 심해.’

단순히 숙련도를 익힌다고 쓰기에는 필요 이상으로 과한 힘이긴 했다.

이는 마치 칼 대신 대포를 쓰는 격이었다.

‘간단한 마법으로도 처리가 될 것 같긴 한데.’

저 멀리서 달려오는 언데드 병사들을 향해 준혁은 화염구를 쏘아 보았다.

아주 작은 태양과도 같은 화염구가 지면을 터트리자 언데드들이 폭발과 동시에 불타는 뼈마디를 사방으로 뿌렸다.

‘역시 마법의 강도를 낮추는 편이 낫구나.’

- 진짜 너무 세다 ㅋㅋㅋㅋ

- 리더보드 1위에겐 너무나 약한 던전 ㅎㅎ

- 어? 팔라트의 기사들이다.

- 워, 레드 던전의 꽃은 팔라트의 기사들이죠.

- 오. 저거 진짜 빡셈. 내가 알기로 S급 헌터들 한 부대는 모여야 처리 가능한 걸로 앎.

- 헐. 진짜네. 팔라트의 기사들 저거 사실상 보스몹이 모인 군단임. 저런 애들 때문에 레드 게이트가 빡센 거지.

- 빡센 애들 중에서도 팔라트의 기사들 뜰 확률이 1프로도 안 되는데 ;;

준혁은 뿔 달린 투구에 은빛 갑옷을 입은 마수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데스나이트 짭인가?’

준혁이 그렇게 생각할 때, 기사들 뒤로 같은 모양새에 말을 탄 기마병들까지 나타났다.

놈들이 탄 말 역시도 언데드라 뼈로 된 말들이었다.

기사 다섯에, 기마병 열 둘.

그렇게 한 부대 반.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팔라트의 기사들이라 불리는 마수들이 준혁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바닥이 진동하며 패여 나갈 정도로 꽤 강한 기세를 품은 마력이었다.

준혁이 빛의 검을 만들어 냈다,

빛의 검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눈부신 섬광이 시야를 덮었다.

팔다리, 몸통이 잘려 나가는 기사들, 뒤이어 준혁이 걸음을 옮기며 빛의 검을 쓸 때마다 기마병들이 탄 언데드 말들이 깨져 나가고, 갑옷이 두부처럼 찢겨져 나갔다.

준혁이 선 자리.

바로 그 뒤로, 팔마트의 기사들이 기마병을 포함해 모두 완전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 와

- 크

- 캬

- ㅠㅠ

- 빠르다.

- 신의 검술 ㄷㄷ

- 포스 봐.

- 내가 아는 그 팔라트의 기사들 맞누?

- 검이면 검 마법이면 마법. 말이 안 나온다…….

- 너무 강해 우리 형.

- 패왕 포스.

- 여러분 잊지 마세요. 귀환자님 리더보드 1위입니다.

‘그러고 보니 천리안이 있었지.’

시스템 보상으로 획득한 레전더리 아이템 천리안.

게임으로 치면 일종의 맵핵 같은 기능을 가진 아이템. 준혁은 큐브의 투명화를 풀고, 큐브 안에서 천리안을 꺼냈다.

천리안은 생명의 눈을 형상화 한 나무 조각이었다. 생긴 건 꺼림칙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 능력은 무려 레전더리.

마나를 주입하자 천리안이 달칵 소리를 냄과 함께 홀로그램의 반투명한 지도창을 만들어 냈다.

그 지도를 통해, 마수들의 위치와 빠른 지름길을 알아낼 수 있었다.

놀라운 건 던전핵의 위치까지도 지도상에 표기되어 있다는 점이다.

천리안 덕분에 더 이상 길을 헤맬 일은 없어 보였다.

준혁은 지도를 따라 이동하면서 지도 크기를 조절했다.

반투명한 홀로그램의 이 지도는 크기 조절도 가능했다.

적당한 크기에 눈으로 보기에 편한 위치에 설정해 두면서 지도대로 마수가 있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지도에는 준혁 자신의 위치도 표시되어 있었다.

확인을 해보자 지도가 보여 주는 마수 위치에 정확히 마수가 있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도였다.

‘훨씬 편해지겠네.’

지도를 보던 준혁이 눈앞의 마수를 향해 빛의 검을 휘둘렀다.

파괴적인 검기가 돌거북처럼 생긴 마수를 베어 냈다.

피부와 등딱지가 단단해 엄청난 딜을 넣어야만 하는 마수로 유명한 녀석이었지만 준혁의 검엔 예외가 없었다.

마수는 방어 특색이 무색하게 새빨간 피를 뿌리며 즉사했다.

‘여기서 균열의 틈을 찾긴 힘들겠어.’

이렇게 된 이상 던전 클리어에 시간을 끌 이유는 없었다.

준혁은 지도가 가리킨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눈부신 속도로 이동하면서 마수가 시야에 잡힐 때마다 빛의 검으로 베어 냈다.

* * *

천리안 덕분에 보스몹이 위치한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보스몹이 있는 곳은 질척거리는 땅끝 무렵에 위치한 낡은 저택이었다.

약 200평 정도는 되어 보이는 꽤 큰 저택이지만 마수가 살아서 그런지 유령이 나올 것 같은 폐가처럼 보였다.

저택의 뻥 뚫려 있는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아주 넓은 홀이 나타났다.

저택 안 홀은 빛이 들지 않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그 어둠 속에서 마수들의 눈이 입구를 통해 들어온 빛에 의해 수십 개가 번쩍였다.

어둠에 의해 시야가 보이지 않는 건 평범한 인간들이 가진 약점.

준혁에게 어둠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빛 한 줌 없는 곳에서도 마력을 감지 위치를 확인하고 마기의 흐름을 꿰뚫고 대상의 공격까지도 대응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건 마계에서의 경험 덕분이었다.

어둠 속에서 마수들이 준혁을 향해 화염과 독가스를 뿜어냈다.

준혁의 신체는 이미 마력으로 도배되어 있는 상태.

마수들의 공격은 준혁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했다.

준혁이 팔을 휘두르자 불꽃이 마치 화염방사기처럼 오히려 마수들을 휘어 감았다.

화염 불빛이 마수들을 비춤과 동시에 비명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각양의 마수들이 오히려 자신들이 불길에 휘감긴 채 바닥을 뒹굴며 타들어 갔다.

불에 타오르는 마수들은 그 자체로 조명이었다.

불길이 치솟는 홀에서 준혁은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넓은 계단을 밟았다.

준혁의 등 뒤로 마수들이 꺼지지 않는 불꽃에 의해 타죽어 가고 있었다.

준혁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2층으로 여유롭게 올라갔다.

- 와 난 아무것도 안 보였는데. 다 잡아버렸네.

- 빛 없이도 마수 다 잡아버리는 귀환자님.

- 팬티가 모자라……!

- 어두운 데서 갑자기 마법 써서 귀환자님 때문에 심장 떨어질 뻔.

- 귀환자님 놀래짜나용!

- 여긴 마수가 아니라 오히려 귀환자님이 호러다 ㅋㅋㅋㅋ

계단을 밟을 때마다 낡고 오래되어 그런지 기분 나쁜 소리가 삐걱거리며 울렸다.

2층으로 완전히 올라오자 넓은 복도가 나타났다.

불길이 번지고 있는 1층과 달리 2층은 여전히 어두웠다.

[큐브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준혁은 살짝 놀란 눈으로 허공을 봤다.

공중에 둥둥 떠 있는 큐브가 빛을 내서 주변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자동으로 업데이트까지 될 줄 이야.

큐브에 대한 놀라며 걷기를 잠시 준혁은 보스몹으로 추정되는 마기의 위치를 감지했다.

벌컥-!

침실로 보이는 쪽 방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그곳에서 2미터 정도의 키를 가진 커다란 인간형 마수가 나타났다.

투구를 쓰고 있었고 은빛 갑옷을 입고 있었다.

갑옷에는 마법 문자로 보이는 것들이 새겨져 있었다.

덩치도 그렇고 투박하게 큰 칼도 그렇고, 마계에서 주로 봤던 데스나이트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따위가 감히 주인님의 저택을 더럽히다니.”

오래되고 낡은 투구 안에서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 팔라트 폰 에리디스. 네놈의 살을 발라 주인의 영을 달랠 제물로 써 주마.”

마계의 데스나이트와는 달리 팔라트는 자세가 조금은 불완전 해 보였다.

어그적 거리는 자세였는데 마치 고장난 로봇처럼 보였다.

‘하나같이 상태가 안 좋네.’

레드 던전이라고 해서 기대했지만 그 수준이란 여전히 처참했다.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기 위해 어둠 속에서 낡은 투구를 통해 불빛을 내는 녀석의 눈빛은 오히려 약해보였다.

“인간. 네놈은, 두려움을 모르는 놈이로군.”

네가 약해보여서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마수 따위와 별 달리 시덥잖게 말싸움 해 봐야 의미없을 일이었기 때문이다.

- 잠깐만. 팔라트? 저거 갑옷에 새겨진 자국 팔라트 찐이네. 예전에 해외 인터뷰 내용에서 본 적 있는데.

누군가 마수의 이름과 특징에 대해 말하자 팅창에서 시청자들의 파문이 일었다.

큐브의 조명이 비추는 팔라트.

그의 갑옷에는 피로 물든 손바닥 자국이 찍혀 있었다.

- 어? ㄹㅇ?

- 팔라트라고?

- 헐. 맞는 듯. 말도 안 돼.

- 자기 입으로 지가 팔라트라고 했음. ㄷㄷ

- ㅁㅊ 찐 팔라트?

- 그동안 레드 던전에서 팔라트 이름 달고 나온 하수인들은 많았는데 진짜 팔라트가 나올 줄이야.

- 와 팔라트가 진짜 있었구나.

- 이로써 확실해진 듯. 국내 던전이랑 해외 던전이랑, 차이가 없는 게. 던전 자체는 현실 지역과 관계없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 팔라트면 영웅 마수 아님? 그럼 골드급 마수라는 소린데 ;;;

- 변수 지렸다. 레드 던전에서 팔라트가 뜰 줄이야.

- 님들. 만약에 일반 헌터들이 팔라트 만났으면 다 죽었음…….

-…….

팔라트가 커다란 검을 바닥에 질질 끌면서 준혁에게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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