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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모든 것-22화 (22/175)

귀환자의 모든 것 22화

“귀환자님의 던전 솔플 사냥을 지켜봤는데. 아영 씨. 어떻게 보셨나요?”

“너무 멋졌고요. 오늘부터 제 이상형이에요.”

“아니 권아영 씨. 소감을 말하라는데 전부터 순 외모만…….”

“죄, 죄송해요.”

“아닙니다. 저도 농담입니다. 저도 남잔데. 남자인 제가 봐도 귀환자님한테 빠질 뻔했거든요. 그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 줬는데. 무엇보다 정말 압도적인 사냥 능력입니다. 첫 사냥임에도 불구하고 블루 던전 적합 사냥터가 아닌 것 같은데 맞습니까? 윤봉재 전문가님?”

“예. 확실히 블루 던전은 리더보드 1위인 귀환자님에게 적합 사냥터가 아닙니다. 최소 레드. 아니 골드 던전까지도 솔플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MC최현호가 헛웃음을 흘렸다.

“아니, 저희가 애초에 준비한 시간이 이렇게 짧지가 않거든요? 큰일이긴 한데 귀환자님이 너무 강한 걸 어쩌겠습니까. 휴우. 일단, 조금 있으면 엑시트를 통해 게이트 밖으로 귀환자님이 나오실 텐데. 사냥하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긴장되네요? 와…… 포스가 정말.”

“지금 전 세계적으로 반응이 폭발적이에요!”

“당연히 그럴 수밖에요. 무려 더 월드 탑의 솔플을 봤으니까요. 우선, 광고 시청하신 후에 귀환자님과 이야기를 나눠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광고가 시작되는 사이 MC최현호는 난감한 표정으로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

처음 편성한 시간은 최소 5시간이었지만 예정과 달리 1시간도 되지 않아 던전 라이브가 끝이 났기 때문이다.

일단 상부에서 내려온 오더는 최대한 시간을 끌 수 있는 만큼 끌어 보라는 지시가 전부였다.

“토크가 길어지는 걸 싫어하실 수도 있어. 파천 길드 쪽에서도 연락이 올 수 있고. 그래도 우린 최대한 길게 끌어야 해.”

“네. 그렇지 않아도 질문들 정리하고 있어요. 불쾌하지 않을 만한 것들로요.”

MC최현호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게이트 밖으로 나오자마자 함성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주변에 바리케이드 너머로 몰려 있는 사람들의 함성이었다.

매니저 지우가 준혁의 옆으로 바로 붙었다.

“무대로 가서 토크하실 건데 조금 길어질 수 있어요.”

레드카펫을 따라 무대에 이르자 준혁을 향한 함성이 더 커져서 소리 때문에 대화도 힘들 정도였다.

“귀환자님! 어서 오세요. 여기 중앙에 앉으시면 됩니다!”

MC최현호가 테이블 중앙 자리를 가리켰다.

자리에 앉고 보니 전보다 무대가 높아 시야각이 좋아진 만큼 사람들이 더 제대로 보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온 건지 수를 세기도 어려울 정도로 빼곡했다.

준혁은 권아영 아나운서와 윤봉재 전문가와도 눈인사로 간단히 인사를 했다.

“귀환자님과의 토크를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귀환자님!”

“네.”

“저희가 사실 하하. 이번 라이브 스트리밍이 예정된 시간이 있었는데. 귀환자님이 예상치 못하게 블루 던전을 너무 빨리 깨 버리는 바람에 토크를 조금 길게 이어 가야 할지도 모르는데 괜찮을까요?”

평소 준혁 성격이라면 거절했겠지만, 동생 선우가 만든 이벤트이니만큼 응해 주기로 했다.

“할 수 있는 만큼 할게요.”

“대인배! 헌터 실력도 인성도 전 세계 1위 귀환자님이십니다!”

MC최현호가 신이 난 듯 물개 박수를 쳤다.

“박수 치세요. 어서.”

MC최현호의 장난 섞인 협박에 권아영 아나운서와 윤봉재 던전 전문가도 웃으며 박수를 쳤다.

“이렇게 시간을 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지금부터 귀환자님에 대해 최대한 저희 H&TV에서 정보를 한 번 캐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진행을 막 시작하려던 MC최현호가 큐 카드를 보고 당황했다.

큐카드를 잘못 받았던 것이다.

지켜보던 권아영 아나운서가 눈치를 채고, 스탭에게 신호를 주자 스탭이 서둘러 큐카드를 바꿔주었다.

“잠깐 딜레이가 됐는데, 죄송합니다. 자! 그럼 첫 번째 질문부터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블루 던전 솔로 플레이를 하셨는데. 귀환자님. 정말 최초의 던전 사냥이 맞습니까?”

“네. 첫 던전입니다.”

무대를 보는 관객들이 일시에 와아 하고 감탄했다.

“첫 던전인데 전혀 긴장한 모습이 없으셨단 말이에요? 아무리 철저히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마수를 처음 보면 긴장하기 마련일 텐데요.”

동생 선우가 마계에 대해서는 괜히 불필요하게 시끄러워질 수 있으니 얘기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글쎄요. 죽었다 살아나서 그런가 봅니다.”

MC최현호가 특유의 가벼운 웃음을 빵 터트렸다.

“정말 센스가 남다르시네요. 그럼 닉네임도 그런 의미로 지으신 건가요?”

“네. 뭐.”

대답하기 어려워 대충 말끝을 흐렸다.

“사실 닉네임에 대해서 이야기가 많았거든요? 마계에서 온 사람이다. 천국에서 내려왔다. 뭐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왔다 등등 말이죠.”

“…….”

뜨끔했지만 준혁은 얼굴로 티 내지 않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마계에서 악마들을 속여 먹은 버릇들 때문인지 포커페이스의 연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런 추정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 10년 만에 의식불명에서 깨어나셨는데. 이렇게 첫 던전 사냥을 블루 던전을 솔플로 너무도 화려하고 쉽게. 이게 사실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괜히 더 얘기해 봐야 말려들어 갈 것 같아 준혁은 말을 더 아끼기로 했다.

“그래서 이런 추정들이 나오는데 혹시 외계인이 빙의했다거나. 그런 거 아닙니까?”

“전혀 아닙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타고난 천재인 걸로 알겠습니다. 바로 다음 질문드릴게요. 오늘 조회수가 얼마나 나온지 아시나요?”

“네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 기억이 맞다면요.”

“엇?! 어떻게 아시는 거죠?”

“더 월드 조회수 때문에 레전더리 아이템을 얻었으니까, 조회수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대충 28억이었나? 그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예. 맞습니다! 무려 28억 2천이 넘었고 그 조회수로 더 월드 시스템 보상을 받았을 거다. 그렇게 레전더리 아이템을 얻었을 거다. 이런 추정을 한 분들이 계셨는데 정말이네요?”

“네. 저도 이렇게 더 월드 보상이 클 줄은 몰랐습니다.”

“어떤 아이템인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보안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아쉽지만요. 자 뭔지는 몰라도 더 월드 보상 중 역대급일 겁니다 아마. 앞으로는 또 어떤 최초의 역사를 갈아치우며 새로운 레전더리 템을 갖게 될지도 기대가 되네요. 권아영 아나운서?”

메인MC가 물을 마시며 진행을 준비하는 사이 여성 MC인 권아영이 큐카드를 들었다.

“우선 광고 후에 곧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 * *

무대 행사를 끝내고 내려오자 매니저가 차량이 준비되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전 캐슬에서 대기하고 있을게요.”

차량으로 가면서 이지우 매니저가 말했다.

“캐슬에서?”

매니저가 웃으며 차량을 가리켰다.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 주었는데, 뒷좌석에는 동생 선우가 미리 앉아 있었다.

“고생했어.”

매니저는 따로 올 모양이었다.

준혁은 바로 차에 탑승했다.

부릉.

준혁은 창밖의 인파를 보며 입을 열었다.

“토크가 길어질 거라더니, 생각보다 일찍 끝났네.”

“질색할 줄 알았더니. 왜? 더 하고 싶었어?”

“너 봐서 한 것뿐이야.”

“하하. 농담이야. 형 생각해서 토크는 일부러 일찍 끊은 거야. 카페에 가서 회의하자. 아마 이제 형 생각도 많이 달라졌을 테니까.”

“어떤 생각?”

“형은 이 세상이랑 소통하거나 섞여 드는 걸 싫어하는 것 같았거든. 하지만 이젠 이유가 생겼잖아. 사람들과 섞일 수밖에 없는 이유.”

더 월드 레전더리 시스템 보상을 말하는 것이리라.

동생을 보자 생긋 웃고 있는 것이 꼭 놀리는 표정이다.

둔할 땐 한 없이 둔한 녀석이 이럴 땐 독심술사가 따로 없다.

* * *

인적이 드문 동네의 카페 앞에 도착했다.

카페는 통으로 빌린 듯 손님은 한 명도 없고 직원밖에 보이지 않았다.

선우와 함께 카페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파천 길드원 몇 명이 입구 부근을 지켰다.

“어서 오세요!”

직원들이 긴장한 채로 준혁과 선우를 손님으로 맞았다.

선우가 미리 준혁을 데리고 올 거라고 말해주었음에도 그들은 좀처럼 긴장을 풀지 못했다.

“뭐 마실래?”

선우가 지갑을 꺼내며 말하자 준혁이 손으로 눌렀다.

“언제까지고 동생한테 얻어먹을 수야 없지.”

준혁이 카드를 꺼내며 말을 이었다.

“나도 이제 돈 벌잖아. 누구 덕분에.”

“쓰읍. 내가 형을 업어 키우긴 했지.”

“누구 맘대로 업어 키워.”

준혁이 손날로 선우의 뒷목을 때리려 하자 선우가 팔을 확 들었다.

“조심해. 한 방에 동생 가는 수가 있어? 형 힘 조절할 줄 알아?”

“넌 내가 진짜 괴물인 줄 아냐?”

“창피하니까 일단 계산부터 할까?”

선우가 귓속말을 했다.

준혁은 동의한다는 듯 말없이 아르바이트생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훈훈하게 보며 웃음을 참고 있던 알바생이 카드를 받았다.

“카페라떼? 그걸로 두 잔 주세요.”

“자리 잡고 계시면 가져다 드릴게요.”

알바생의 말에 선우가 앞장섰다.

“여기 루프탑 경치가 좋거든.”

지대가 높은 곳이라 4층까지밖에 올라가지 않았음에도 도심 풍경이 훤히 보였다.

천막과 난로가 설치되어 있어 편안한 분위였다.

바람이 조금 차긴 했지만 각성자이기에 겨울의 추위는 별달리 문제가 될 일은 없었다.

준혁은 선우와 자리에 앉아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먼 주택가 풍경을 봤다.

달동네였다.

“기억나? 우린 저기서 살았잖아.”

선우가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그 손끝을 시선으로 따라가 봤지만 딱히 뭔가가 떠오르는 건 없었다.

그 추억까지 회상하기엔 마계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 길었다.

“진짜 기억 안 나?”

“언제 적인데.”

“마계…… 라고 했었지? 형이 있던 곳이.”

준혁이 먼 풍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는 동안, 알바생이 커피를 가져왔다.

“맛있게 드세요.”

알바생이 떠나고 커피를 마셨다.

달달하면서도 우유향이 좋았다.

잔을 내려놓고 풍경을 감상했다.

“자주 오던 곳이야?”

준혁이 물었다.

“가끔씩. 생각 정리할 때?”

“좋네.”

“그렇지?”

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여기로 온 건지, 왜 선우가 자주 왔는지 알 것 같았다.

동생은 어릴 때부터 독한 성격과는 반대로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공간을 좋아했다.

동네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아도 동생의 취향 정도는 기억이 났다.

신기한 일이다.

장소는 기억나지 않아도 동생에 대해선 꽤 선명히 기억난다는 것이.

“그보다 형. 대단하더라.”

“누가 괴롭히면 얘기해. 형이 패 줄 테니까.”

선우가 웃음을 터트렸다.

“생각만 해도 든든하긴 한데 이래 봬도 나도 협회장이야. 형 그늘에서 신세만 질 생각은 없어. 형을 더 형다운 위치에 올려놓을 거고. 내가 이 나라를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꿀 거야.”

언제나처럼 동생의 눈엔 특유의 열정과 꿈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내 꿈 이전에 형이 먼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

“시끄러워.”

“그게 내가 바라는 세상 중 하나니까.”

“어찌나 욕심이 많으신지.”

준혁이 풍경을 보며 옅게 웃었을 때 선우가 박수를 짝! 치고 손을 비볐다.

“자 그래서?”

준혁이 의아한 표정으로 선우를 봤다.

“뭐가?”

“어떻게 할 거야? 앞으로 던전도 그렇고, 스트리밍도 그렇고. 이제 일 얘기를 해야지. 백수도 아니신데?”

준혁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풍경을 보며 긴 숨을 뱉었다.

선우 말대로 확실히 결정을 내려야 했다.

자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일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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