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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모든 것-19화 (19/175)

귀환자의 모든 것 19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헐?ㅋㅋㅋㅋㅋ

- 동굴 벽을 부심 ㅋㅋㅋㅋㅁㅊ

- 아니 벽을 부순다고?

- 잠깐만 벽을 부순 게 문제가 아니라…….

- 형들. 트롤들 왜 누워 있어?

- 으음. 뭐가 지나갔나?

- 핵 쏜 거 아님요?

- 와 진짜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다.

- 번쩍 하더니 끝남.

- 주먹질 한 방에 트롤 수십 마리 죽이는 건 이건 버그지 ㅋㅋ

- 귀환자님. 사실 더 월드 운영자 아님? 대체 뭔 딜이냐고!

트롤 수십여 마리를 주먹 한 방으로 정리해 버리자 채팅방에 그야말로 불이 났다.

채팅방은 가히 눈으로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채팅이 올라오고 있었다.

물론 준혁은 채팅창을 투명도를 높이고 최소화시켜 놨기 때문에 채팅의 반응을 알 리 없었다.

‘예상대로긴 한데.’

던전 안에 기감을 펼쳐 놓았다고 해서 완벽하게 지형과 마수의 위치를 파악하는 건 아니다.

단지 유추하는 정도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방금 동굴 벽을 부순 건 동굴 벽 너머로 마수들의 소리가 들려서였다.

꽤 많은 개체수가 있을 것 같더니 딱 예상대로였다.

던전의 종류에 여러 유형이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던 바.

준혁은 기감이 느껴지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며 마수들을 어떻게 죽일지 고민했다.

현재 준혁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건 마수를 어떤 식으로 죽이느냐였다.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줘야 차후 솔로 레이드에 의문을 표할 이들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레이드는 일종의 시각적 연출이 필요한 일이다.

‘좀 세 보이는 놈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준혁이 그렇게 생각한 찰나 조금 떨어진 곳에서 흉폭한 괴성이 들렸다.

마치 자신에 그곳에 있으니 찾아오라는 듯이.

‘마계와 굳이 비교를 하자면…….’

준혁은 입꼬리를 아래로 내렸다.

‘……너무 하찮아.’

비록 자신이 마계에서 악마들을 괴롭히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수준 차이가 너무 심했다.

‘블루 던전도 위험할 수 있다고 하더니. 위험하긴 개뿔.’

준혁은 코로 한숨을 뿜었다.

블루 던전 잡몹 수준이 트롤이라면 이 정도 던전은 사실상 몸풀기도 되지 않는다.

이 정도면 마계를 생각하면서 전투의 향수에 손이 근질거렸던 게 창피할 정도다.

“크워어어어어어!”

걸음을 옮기다 보니 아주 넓은 공간에 발을 디디게 됐다.

그곳엔 고질라를 닮은 마수가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마수의 새빨간 눈이 준혁에게로 향했다.

먹이를 포착한 듯 빠른 속도로 마수가 달려왔다.

흉포한 기세였지만 준혁은 달려오는 마수를 보면서도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전혀 일말의 겁도 먹지 않은 표정으로 그저 달려오는 마수를 응시할 뿐이었다.

격돌이 일어나는가 싶었지만 마수는 어쩐 일인지 곧 속도를 줄여 준혁의 부근을 맴돌았다.

[디노 엑스]

공룡과 마수.

알려진 특징 : 높은 체력과 예민한 성격.

알려진 특성 : 중력파

약점 : 간파되지 않음.

굳이 전처럼 마수가 자신을 소개하지 않아도 큐브가 자동으로 이렇게 더 월드 시스템과 연동되어 마수의 정보를 알려 주기까지 했다.

생각보다 효율적인 기능이 많아서 가성비 좋게 잘 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마수를 앞두고 딴생각을 하고 있는 건 그만큼 준혁에게 디노 엑스라는 마수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어서였다.

‘여기서부터는 덩치가 큰 놈들이 나오는 건가?’

준혁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곧 공격을 하려고 하자 디노 엑스가 준혁을 향해 포효했다.

피어를 품은 디노 엑스의 음성에는 중력파가 깃들어 있었다.

중력파는 목표로 하는 대상 주변의 중력을 강화시키는 힘이다.

디노 엑스의 중력파를 정면으로 적중당하게 되면 마치 찌그러진 캔처럼 변하게 된다.

쿠르르르-!

땅이 가볍게 진동하고 바닥이 쩌적쩌적 갈라지면서 돌들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본래라면 마법, 혹은 중력파 전용 방어 아이템을 가져야 했으나 준혁은 순수히 육체에 디노엑스의 공격을 받았다.

결과는 중력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운 준혁.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무표정하게 디노 엑스를 올려다보았다.

디노 엑스의 눈알이 점차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중력파에 전혀 반응하지 않자 준혁에 의해 본능적인 공포가 올라오는 듯 디노엑스의 몸이 굳어졌다.

그때 준혁이 빛의 검을 생성시켜 휘둘렀다.

서-걱!

마치 종이가 잘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디노 엑스는 허리가 잘려 나가며 피 분수를 뿜었다.

- 반갈죽 ㄷㄷㄷㄷㄷㄷ

- 지렸다.

- 디노 엑스 상대로 반갈죽이라니…….

- 지금 내가 잘못 본 거 아님??

- 디노엑스를 한 방에 반으로 잘랐어;;;;

- 디노 엑스가 불쌍해 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 디노 엑스 한 방이요?

- 도대체 뎀지가 몇이냐고 ㅜㅜ

- 와 ㅋㅋㅋㅋ

- 진짜 눈을 의심하게 된다 ;;;

제대로 된 힘을 거의 쓰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채팅방은 준혁의 힘에 의해 경이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채팅창이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무려 디노엑스를 한 방에 죽였다고. 자 전문가님한테 한 번 물어보죠. 저 마수는 제가 알기로도 굉장히 강한 마수로 알고 있거든요? 대체,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MC최현호가 충격 먹은 표정으로 전문가를 보며 물었다.

“에…… 저게 디노 엑스라는 마수인데. 반응 속도를 봐선 귀환자님은 중력파에도 전혀 타격이 없으시고. 한 방에 죽였는데. 이게…… 허허. 참 저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전문가도 지금 당황하고 있습니다. 이게 사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거거든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더 월드 탑. 그러니까 리더보드 1위의 힘을 여러분들은 보고 계십니다.”

“귀환자님 인기 진짜 많아지겠네요.”

권아영 아나운서가 홀린듯이 말하자 MC최현호가 몰입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결혼하고 싶을 지경입니다.”

“네?”

“농담입니다. 농담. 말씀대로 오늘 라이브가 끝나고 나면 시청자들의 반응이 정말 대단할 것 같습니다!”

라이브 방송을 중계하고 있는 무대와 시청자들 간의 흥분감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준혁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동굴 벽 하나를 주먹으로 깨부쉈다.

동그랗게 뻥 뚫린 공간을 지나자마자 거짓말처럼 그곳엔 각양의 마수들이 있었다.

흠칫 놀란 마수들을 향해 자비 없이 날아드는 준혁의 주먹.

조무래기들이 사지가 찢겨 나가며 사체가 되어 널브러졌다.

‘하나같이 약한 것들밖에 없어.’

준혁은 다시 큰길 쪽으로 나와서 마수를 찾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죽였던 디노 엑스 한 마리가 더 보였다.

준혁이 순수한 마력으로 빛의 창을 만들어 집어던졌다.

눈부신 속도로 날아간 빛의 창은 디노 엑스의 몸통을 꿰뚫었다.

발견과 동시에 즉사였다.

- 무기를 만들어서 던졌어 ㅋㅋㅋ

- 블루 던전이 원래 이렇게 약했나요? ㅋㅋㅋㅋㅋ

- 맞아 여기 블던이었지.

- 조금의 긴장감도 느낄 수 없다……!

- 하아... 여러분들 블루 게이트는 S급 헌터가 겨우 솔플하는 1급 던전입니다. 잊지 마세요 ;;;

- 귀환자님 혼자 블루 던전을 거의 초보 사냥터로 만들어버림 ㅋㅋㅋㅋ

- 경고. 절대로 따라하지 마세요.

- ㅋㅋㅋㅋㅋ 와우.

* * *

“지금 큰일 났는데요?”

권아영 아나운서와 던전 전문가 윤봉재가 의아한 표정으로 MC최현호를 봤다.

“저희가 예정한 중계 시간이 있잖아요? 최소 5시간 정도를 준비했고 거기에 맞춰서 진행해야 할 광고들이 있는데.”

여성 아나운서와 던전 전문가가 이해했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되면 1시간도 채 안 걸릴 것 같거든요? 큰일 났습니다.”

“블루 던전을 1시간도 되지 않아 솔플로 클리어라니. 소름이 끼치네요.”

전문가 윤봉재가 무섭다는 듯이 감탄했다.

“보통 블루 던전을 클리어하는 데 얼마나 걸리죠?”

“엘리트 팀 하나가 붙었을 경우, 4시간에서 5시간 정도는 각오해야 합니다.”

“1개 엘리트 팀이 그 정도 시간을 투자 해야 클리어가 가능한 게 블루 던전. 그런데 지금 거의 절반 이상을 클리어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 아닙니까?”

“이대로라면 단언컨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 * *

보여 줄 만큼은 보여 줬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준혁은 더 이상 시간을 쓰기보다는 빨리 끝내는 편이 좋겠다 싶었다.

던전을 클리어하는 방법은 이 던전에 존재하는 최대한의 많은 마수들을 죽이는 것이다.

던전 안에 살고 있는 마수들의 개체수가 일정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던전을 유지하는 힘이 약해지게 되면서 던전은 점차 생명력을 잃고 무너지게 된다.

그때가 되면 알아서 더 월드 시스템이 탈출 게이트를 열어 준다.

준혁은 워낙 사냥 경험치가 많아서 마수들의 위치를 잘 알아냈기 때문에 사냥 속도는 당연히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빠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마수를 죽이는 속도가 1초도 걸리지 않고 있었다.

콰아앙!

벽을 부수고 나온 준혁이 주먹을 뒤로 당겼다.

“발견.”

준혁이 주먹을 휘두르자 8마리의 트롤이 피떡이 되어 사방으로 날아갔다.

띠링!

[던전의 마수들이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던전 클리어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던전의 주인이 은신 중입니다.]

마계에서의 기억이 오버랩된다.

“설마…….”

준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 * *

던전의 주인 ‘아르고’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직접적으로 눈으로 본 것은 아니지만 분명하게 느껴지고 있다.

저 멀리서 들리는 폭음과 기운이 자신의 수하들을 학살하고 있음을.

“무서워…….”

아르고는 트롤보다 여덟 배나 더 큰 키와 덩치를 가진 거인이었음에도 공포 때문에 어깨와 손을 떨었다.

마수는 기본적으로 공격성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기본 습성이다.

전투에 강한 욕망을 갖고 있는 생명체가 바로 마수들의 공통적인 본능이었다.

하지만 거인 아르고는 처음으로 공포를 실감했다.

분명 게이트를 통해 들어온 인간이 틀림없을 존재이나 자신이 본능적으로 느끼기에 던전을 파괴하고 있는 존재는 결코 인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절대로 마주하고 싶지 않을, 미지의 존재였다.

때문에 아르고는 아주 나약하고도 나약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렇게 가장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 보면 언젠가 저 끔찍한 외부 존재가 던전을 떠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였다.

“아아…… 마신이시여. 대체 어찌하여 저런 존재를 진즉 거둬 가지 않은 것입니까?”

거인 ‘아르고’는 눈물을 흘리며 투박하고 커다란 자신의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불규칙한 시간으로 귓속으로 파고드는 트롤 죽음 소리.

뒤이어 디노 엑스가 죽어 가는 소리가 쉬지않고 들려왔다.

마치 지옥의 비명같았다.

처음엔 손만 떨리던 것이 다리까지도 힘을 잃으며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점차 심장이 쿵쾅거리며 아주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본능이 문을 두드렸다.

던전 안에만 머물러 있게 되면 마수에게 미래는 없다.

수양액.

이는 던전 안에 존재하는 마수들이 먹는 식량이자 수분이었고, 또한 마수들이 잉태되어 태어나는 통로이기도 했다.

하지만 던전핵과 이어진 수양액은 시간이 지나면 줄어드는 한정적인 자원이었다.

태어난 마수가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은 던전 밖으로 나가 인간을 삼키고 배를 채울 새로운 영역을 확보하는 것뿐.

그렇기에 마수의 본능은 반드시 던전 밖으로 향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싸우고 싶지 않아…… 무서워…….”

거인 아르고는 공포에 떨면서도 던전을 나가야 한다는 충동과 싸워야 했다.

“아아…… 마신이시여.”

거인 아르고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바닥에 버려두었던 칼을 주워 들었다.

흑마나 결정체로 만든 칼이 동굴벽에 박힌 야광 구체의 빛에 반사되어 번쩍였다.

“숭고한 정신으로, 영광을 위하여…… 흐흐흑.”

거인 아르고는 미지의 존재를 만나기 위해 움직였다.

아르고가 걸을 때마다 쿵쿵 동굴이 울리며 땅이 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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