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모든 것 18화
MC최현호는 여성 아나운서와 함께 라이브 중계 방송을 위해 착석했다.
무대 옆으로 세팅된 거대한 모니터에 최현호와 여성 아나운서의 모습이 비쳤다.
“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늘부터 귀환자님의 라이브 중계를 맡게 된 MC최현호입니다. 제 옆에는 오늘 중계를 함께 맡아 줄 권아영 아나운서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권아영입니다.”
“저희는 H&TV에서 독점 중계하고 있습니다. 아영 씨?”
“네. 현호 씨.”
“일반인들도 각성자들의 사냥을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네. 물론이죠. 저도 시간이 날 때면 자주 찾아보곤 했어요. 대부분 하이라이트 방송이긴 했지만요?”
“그러시군요. 저 같은 경우에는 오늘 메인 MC를 맡게 된 것도 제가 쉬는 시간에는 늘 각성자 스트리밍 방송을 보기 때문이 아닌가 싶거든요?”
“오늘 많이 배워야겠네요?”
“하하. 하지만 저도 전문가 수준은 아닙니다. 해서 오늘 전문가 한 분을 초빙했습니다. 나와 주세요!”
마른 체구의 중년 사내가 나타나 MC최현호 옆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던전 전문가 윤봉재입니다.”
“네네. 어서 오세요. 전문가가 오시니까 든든한데요?”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송이 익숙하지 않은 던전 전문가 윤봉재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최근 들어 던전 관련 전문 서적이 엄청 팔리고 있다면서요?”
“예. 아무래도 귀환자님이 이슈되면서 던전에 크게 관심이 없던 분들이 새로이 접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립니다. 혹시나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까 봐서요. 각성자는 더 월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고 그 시스템 기능 안에는 스트리밍 기능이 있습니다. 그 스트리밍 기능은 단순 커뮤니티가 아닌 실시간 라이브 방송도 가능하다는 게 장점인데요. 헌터들은 더 월드 자체 시스템을 통해 시청이 가능하지만 일반인들은 더 월드 이용이 불가하죠?”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여러 기업에서 판매하는 마나석을 통해 컴퓨터와 연결해 더 월드 라이브에 접속이 가능해집니다. 지금 이렇게 스크린에 뜨는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스트리밍 기능을 일반인도 이용이 가능해집니다.”
MC최현호가 대형 스크린을 쳐다보자 MC들 모습을 비추던 화면이 준혁을 보여주는 화면으로 바뀌었다.
더 월드 시스템이 자동으로 3인칭 시점 앵글을 최고 수준으로 잡아준다.
때문에 헌터나 시청자들 모두 따로 카메라 세팅이나 시점을 잡아야 할 필요가 없었다.
이러한 기능 덕분에 시청자는 완전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앗!”
스크린에 준혁이 나타나자 야외에서 무대를 보려고 모여든 사람들이 열광했다.
“어유 귀 아파. 귀환자님을 향한 열기가 정말 대단한데요?”
“너무 잘생겼어요.”
“저기 권아영 씨. 사심 부리라고 부른 게 아니라, 오늘 MC하라고 부른 거란 말이에요.”
“네 죄송합니다. 너무 멋져서 그만. 하지만 지금 시청 중이신 전국의 여성팬분들은 저랑 다 같은 마음일 걸요?”
“예. 그렇긴 하겠네요. 제가 봐도 잘생기긴 했습니다. 키도 크고. 몸매도 그렇고. 예. 예. 완전 사기캐네요. 동생이자 협회장이신 한선우 길드 마스터는 말할 것도 없고요.”
“너무 질투하는 표정이신데요?”
“예. 너무 부럽습니다! 자 그만하고 하하. 오늘은 귀환자님의 솔로 레이드죠?”
MC최현호가 해설 윤봉재에게 시선을 주었다.
“예. 오늘 귀환자님이 입장한 던전은 블루 던전입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지역구 하나 정도를 장악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와. 그러니까 마수들이 지역구를 장악할 만한 힘을 가졌다는 거죠? 그런 곳을 귀환자님 혼자서 클리어한다는 거고요!”
“그렇습니다.”
“혹여나 사고가 생길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솔로 레이드다 보니.”
“블루 던전의 경우 리더보드와 리더보드 챌린저를 제외한 상위 랭커 헌터들의 솔로 레이드의 한계선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어? 귀환자님은 제가 알기로 아직 던전 경험이 없으시지 않나요? 그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이 말했고요.”
권아영 아나운서가 고개를 내밀며 질문을 던졌다.
“일단 파천 길드에서 지원팀이 붙었으니까 그래도 큰 사고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부디 사고가 없길 바라야죠.”
“예. 저는 물론이고 아마도 시청하시는 분들 모두 무사히 귀환자님이 던전을 레이드 했으면 하는 바람일 텐데. 일단 보통 전 세계 최상위 각성자인 리더보드 리스트는 스트리밍을 하지 않잖아요?”
MC최현호가 물었다.
“예. 워낙 방송계에서 보기 힘들어서 오늘 라이브를 보는 건 굉장히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경험 많은 리더보더들은 증명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지금 시청 중이신 분들 모두 기대가 상당할텐데요. 라이브로 보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인데, 오늘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준 파천 길드에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 지금부터 지체 없이 귀환자님의 라이브 방송을 본격 중계하도록 하겠습니다. 윤봉재 님. 우선 던전의 구조부터 설명을 좀 해 주실 수 있을까요?”
“던전의 종류는 아주 여러 가지가 있는데 지금 화면에 보이는 구조로 봐서는 전형적인 동굴형인 것 같습니다. 블루 던전의 동굴형은 주로 이족보행을 하는 야수형 괴수들이 자주 출몰한다고 하지만 아직은 어떤 마수가 나올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마수들은 평균 수준은 어떻습니까?”
“한 마리 기준으로 정규기준표 기준 A급 각성자들이 부대를 이루어야 클리어 가능한 수준이며. S급 상위 랭커들부터 솔플이 가능한 정도입니다.
“경험이 없는 귀환자님이 안전하게 클리어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군요.”
“예. 하지만 파천 길드의 지원이 있으니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레이드 경험이 없으니만큼 귀환자님 혼자서 과연 클리어를 정말 할 수 있을지. 정상급 각성자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MC최현호가 기대감이 가득한 눈으로 스크린을 응시하며 말했다.
* * *
‘이게 던전인가?’
준혁은 동굴 속에서 울퉁불퉁한 벽면을 보며 앞장서서 걸었다.
20여 미터 정도 떨어진 후방에서 파천 길드의 헌터들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뒤따르고 있었다.
준혁에게는 소꿉놀이나 다름없을 일이지만 준혁의 수준을 정확히 모르는 파천 길드의 헌터들은 잔뜩 긴장한 채로 긴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준비 된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블루 던전은 파천 길드의 헌터들에게는 전력을 다해 집중해야 할 사냥터였기 때문이다.
‘간단히 해치우면 알아서 판단하겠지.’
전략은 대충 세워뒀다.
어차피 오늘 던전에 온 건 사냥이 목적이 아니라 앞으로 혼자 던전을 다녀도 전혀 걱정하지 않도록 힘을 보여 주기 위해서다.
‘한 번에 나타나서 덤벼 주면 좋을 텐데.’
마음 같아서는 빠르게 움직여서 던전을 끝장내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괜히 뭐가 뭔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면서 괜한 의문이 생길 수도 있었다.
걱정할 필요가 없도록, 잘 보이도록, 확실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했다.
그게 오늘의 이벤트를 열게 된 이유니까.
귀찮은 일이지만 오늘의 일은 앞으로의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동생을 위해서도 분명 거쳐가야 할 길이었다.
“귀환자님.”
던전 분석가가 다가와 던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등 뒤에서 읊어 주었다.
대충 정보들을 듣고 있던 준혁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거기까지만.”
파천 길드원이 즉시 뒤로 물러났을 때.
“크르르! 인…… 간. 인간…… 이다. 크르르!”
마수가 나타나 준혁을 보며 침을 흘렸다.
준혁은 자신 앞에 처음으로 나타난 던전 마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마수가 이렇게 번듯하게 말도 똑바로 할 줄은 몰랐다.
준혁이 처음 만난 지능형 마수는 트롤이었는데, 키는 약 2미터 정도로 고개를 바짝 들고 올려다봐야 할 정도였다.
트롤은 이족보행을 하는 인간을 똑 닮은 마수였다.
치렁치렁 긴 머리의 근육질이 인상적이다.
물론 외모는 인간과 비교하는 게 말이 안 될 정도로 흉측했다.
“왜…… 모두…… 한 번에 덤비지…… 않는 거지?”
트롤이 준혁 뒤로 보이는 파천 길드원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준혁이 뚜벅뚜벅 걸어가 트롤의 명치에 주먹을 툭 하고 갖다 댔다.
그런 준혁을 보면서 트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 순간 공기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트롤이 눈을 깜빡이다가 얼굴을 아래로 내렸다.
마수의 가슴 쪽에 구멍이 커다랗게 뚫려 있었다.
내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죽음을 인지하자마자 트롤이 전봇대처럼 풀썩 쓰러졌다.
[획득할 수 있는 경험치가 없습니다.]
[앞으로 이 메시지는 표시되지 않습니다.]
준혁이 마수의 사체를 지나며 걷는 속도를 올렸다.
던전의 규모는 알 수 없어도, 어차피 클리어를 위해선 대부분의 마수를 죽여 없애야 한다.
개체 수를 줄이는 건 어려울 것 없는 일.
준혁은 거침없이 나아갔다.
* * *
- 한 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트롤 웃기네 ㅋㅋㅋㅋㅋㅋ
- 개 세다 와 ㅋㅋㅋㅋ
- 딜 뭐임??
- 더 월드 지존의 펀치 ㅋㅋㅋ
- 완 빤치 ㅡㅡ;;
- 이소룡 1인치 펀치 아님?
- 트롤 개불쌍하네 ㅎㅎ 왜 죽은지도 모름.
더 월드 채팅방을 보던 파천 길드 헌터들도 헛웃음을 흘렸다.
그들의 심정도 채팅방의 시청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진짜 말이 안 나오네.”
“트롤을 무슨 벌레 눌러 죽이듯이 죽였어.”
파천 길드원들이 충격에 잠겼다.
트롤은 파천 길드의 길드원들도 충분히 처치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마수였지만 그들이 놀란 건 트롤을 처치하는 과정이었다.
그저 건드리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으나 그 힘은 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트롤조차 공격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
파천 길드의 길드원들은 경악한 심정으로 뒤따르다 우뚝 멈춰 서서 의아한 표정으로 준혁을 응시했다.
준혁이 벽을 더듬거리고 있어서였다.
“뭐 하시는 거지?”
파천 길드원 하나가 의문을 표했을 때, 준혁이 동굴 벽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 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동굴 벽이 무너져 내렸다.
파천 길드원들이 멍한 표정으로 준혁이 서 있던 곳의 뿌연 먼지만을 바라보았다.
* * *
“안녕?”
준혁의 인사에 무더기로 모여 있던 트롤들이 새파란 눈으로 준혁을 돌아봤다.
마치 좀비떼처럼 모여 있던 트롤들은 준혁을 보고 근육을 꿈틀거리며 발톱을 세웠다.
하지만 마수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준혁은 이미 주먹을 뒤로 당기고 있었다.
마치 탄환을 장착하듯이.
‘이 정도 속도이면 되나?’
준혁이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 트롤들의 새파란 눈은 곧 본능적인 공포로 물들었다.
바람이 인다 싶더니 준혁의 주먹에서 마력의 힘이 휘몰아쳤다.
트롤들이 마치 토네이도에 휩쓸리는 것처럼 사방으로 튕겨지듯 날아갔다.
그 과정에서 뼈마디가 부서지고 살이 찢겨져 나가며 눈 깜짝할 사이에 사체가 되어 버린 마수들이 바닥을 빠르게 뒹굴었다.
그 수가 약 40여 마리였다.
[큐브가 아이템을 자동 획득합니다.]
투명하게 숨겨져 있던 큐브가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둥둥 허공에 떠오르던 큐브가 철컥!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순식간에 내부 공간에 존재하는 아이템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는 큐브에 숨겨진 히든 옵션 기능 중 하나였다.
사용자가 던전에서 처음 사용할 때 히든 옵션이 오픈 되는 것이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 가진 고유 패턴이었다.
그런데 준혁이 구매한 큐브의 히든 옵션은 무려 자동 채굴 기능이었다.
이 기능은 시장가로 구매해도 최소 300억 이상의 가치를 가진 아이템이다.
백지수표나 다름없는 부르는 것이 값.
트롤이 떨어트린 도끼, 신비한 힘이 깃든 트롤의 벨트와 같은 각양의 아이템은 물론 마수들의 마나핵까지도 준혁이 구매한 큐브 속으로 마치 매크로처럼 자동으로 빨려 들어갔다.
“히든 옵션이 자동 채굴이라니. 안 샀으면 큰일 날 뻔했잖아.”
준혁이 큐브를 보며 작게 웃었다.
시청자들은 큐브의 히든 옵션의 가치에 대해 알아차린 사람들은 자신들의 두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