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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모든 것-17화 (17/175)

귀환자의 모든 것 17화

“저희가 미리 캠핑 용품을 준비해 봤는데 혹시 새로 마음에 드는 걸로 구매하고 싶으시면 말씀해 주시겠어요?”

“캠핑 용품은 왜 필요 한 거야?”

그냥 던전에서 대충 땅이나 바위에서 쉴 생각을 하고 있던 준혁은 캠핑 용품이라는 소리에 굳이? 라는 느낌으로 매니저를 보았다.

“만약 던전 체류 시간이 길어질 경우 캠핑 용품이 크게 도움이 되거든요. 마당에 미리 캠핑 용품들을 준비해 놨으니까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준혁은 매니저를 따라 마당으로 나갔다. 그녀의 말대로 마당에는 캠핑 용품이 전시관처럼 진열되어 있었다.

매니저가 텐트 치는 법부터 세팅까지 하나하나 사용법을 알려 주었고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니라 준혁은 빠르게 익힐 수 있었다.

“큐브에 한 번 넣어 보시겠어요?”

준혁이 100억을 주고 구입한 금빛의 큐브를 꺼냈다.

영롱한 빛을 내는 큐브를 오픈시키자 큐브가 열리면서 우주 공간과도 같은 아공간이 나타났다.

캠핑 장비 중 먼저 텐트를 큐브 쪽으로 가져가자 놀랍게도 텐트는 저절로 마치 피규어처럼 확 작아졌다. 그것을 큐브의 아공간에 넣자 마치 자석처럼 텐트를 가져가 버렸다.

우주 공간 같은 아공간에서 작게 떠 있는 텐트를 보고 준혁은 작게 웃었다.

별로 쓸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귀엽기도 하면서 동시에 신기하기도 했다.

“꼭 소풍 가는 기분이네.”

준혁이 큐브에 매니저가 챙겨 준 캠핑 장비들을 하나하나 넣으면서 말했다.

“던전을 소풍처럼 여기는 분은 귀환자님이 처음일 걸요? 그것도 무려 1인 레이드인데요.”

멸마의 서로 균열의 틈을 통해 들어가 어비스에서 만날 수호신들은 마수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존재들.

준혁에게 있어 던전 자체는 그저 놀이터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다 하나하나 설명하기엔 너무 귀찮은 일들이라 단지 설명하지 않았을 뿐.

이번 던전은 그저 1인 레이드의 완전한 허가를 위해 그리고 동생의 지위를 위해 잠시 참가하는 이벤트일 뿐이었다.

“그리고 던전용 의류들을 세팅해 놓았어요. 여기 2번 드레스룸은 이제 모두 던전용 의류예요.”

매니저가 말하는 던전용 의류라는 것은 각성자의 마력과 연결되어 젖거나 타지 않고 잘 찢어지지 않는 의류들이었다.

던전 물질을 이용해 만든 옷이었기 때문에 평범한 옷과는 당연히 그 강도가 차원이 달랐다.

“더 이상 준비할 것은 없어 보이는데?”

“네. 고생 하셨습니다!”

“수고했어. 이지우 매니저.”

“네, 귀환자님!”

매니저가 밝은 미소와 함께 답했다.

* * *

다음 날.

첫 던전을 경험하게 될 토요일 당일이 됐다.

준혁은 던전으로 가기 위해 매니저와 함께 밴 차를 타고 출발했다.

예정된 던전 부근에 도착하자 귀환자의 행차를 직접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엄격히 바리케이드를 쳐놨기 때문에 준혁이 탄 밴 차량이 이동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귀환자님이다. 귀환자님 차가 틀림없어!”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거대한 함성이 쏟아졌다.

“우와아아아아아!”

차로 진동을 느낄 만큼 엄청난 함성이 느껴졌다.

“굉장하네요.”

매니저가 창문 밖을 보며 감탄했다.

반면 준혁은 별다른 감흥 없이 큐브를 보고 있었다.

“던전은 등급이 나뉘어 있다고 했었지?”

“네. 최하급 수준인 D급부터 C, B, A. 그리고 최상급 A. 이후 초월 등급은 블루, 레드, 골드 게이트 순입니다.”

오늘 이벤트로 들어가게 될 던전은 블루 게이트.

블루 게이트부터는 보통 국내 랭커들이 플레이하는 던전이었다.

“던전에 들어가시기 전에 스트리밍 기능을 활성화하셔야 하는데, 그건 이따가 제가 다시 말씀드릴게요.”

잠시 후 차량이 멈춰 섰다.

문이 열렸고 차량 아래로는 레드 카펫이 깔려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커다란 함성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카메라 세례와 자신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의 외침은 끊길 줄을 몰랐다.

그렇게 끝없이 모여 있는 사람들 너머로 블루 게이트의 던전 입구 홀이 새파랗게 일렁이고 있었다.

블루 게이트라는 이름답게 아름다운 푸른빛이 강한 에너지를 품은 채로 회전했다.

“무대 쪽으로 이동하셔서 간단히 토크 하시고 파천 길드와 합류 후에 던전에 입장하실 거예요.”

오늘 행사의 MC를 맡은 아나운서는 최근 프리랜서를 선언한 이후 예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연예인이었다.

준혁이 무대 위로 올라가자 마이크를 잡은 연예인 MC최현호가 준혁의 옆에 섰다.

“안녕하십니까. 귀환자님! 처음 뵙겠습니다!”

MC최현호가 힘차게 준혁을 보며 인사했다.

스탭에게서 마이크를 받은 준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았다.

“네. 안녕하세요. 한준혁입니다.”

준혁이 대답하자마자.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악!”

엄청난 환호가 사방에서 쏟아졌다.

MC최현호는 귀가 아픈 듯 눈을 질끈 감으며 웃음이 빵 터졌다.

“와! 지금 쟁터에 온 줄 알았어요. 이야. 엄청난 인기네요. 이렇게 귀환자님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이 많습니다. 귀환자님! 기분이 어떠세요?”

MC의 말대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조금 부담스럽네요.”

준혁은 솔직하게 한 대답이었지만 MC최현호는 물론 무대를 지켜보고 있던 관객들이 웃음을 빵 터트렸다.

“제가 듣기로 오늘 이벤트 내용을 보니까 1인 레이드. 솔로 플레이를 한다고 들었는데요. 지금까지 혼자서 던전을 레이드 하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국내에서요.”

“예. 앞으로도 계속 솔로 레이드를 할 생각입니다.”

“골드 게이트까지 도전하시나요?!”

“물론입니다.”

골드 게이트를 솔로 레이드로 클리어하겠다는 준혁의 선포에 모여든 대중들이 일제히 충격에 빠졌다.

골드 게이트는 국내에서 군단급이 투입되어야만 겨우 클리어할 수 있는 수준의 던전이었다.

그런 던전을 혼자서 단 1인으로 클리어하겠다는 건 자살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골드 게이트는 절대 혼자서 사냥하기엔 무리일 텐데요? 국가 전력을 투입시켜도 큰 피해를 각오해야만 하는 아주 위험한 던전이거든요?”

“글쎄요. 별로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대중의 환호가 다시 한 번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아 그렇죠.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가 탑 랭크로 격상되었죠? 리더보드 1위. 귀환자님 단 한 명에 의해서!”

무대를 보는 관중들이 피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MC최현호는 그런 관객들의 호응을 잘 유도해 내고 있었다.

“저길 보시죠! 무대 아래에서 새로운 협회장으로 취임한 전 파천 길드 마스터 한선우 님이 보입니다! 그 주변으로 파천 길드에서 차출된 지원조 투입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요!”

카메라가 동생 선우와 파천 길드원들을 비췄다.

선우와 파천 길드원들이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브이자를 그리거나 장난을 쳤다.

대중 관객들이 열렬한 함성을 보냈다.

“하하. 인기가 정말 대단하네요. 파천 길드의 마스터인 한선우 씨는 길드도 길드지만 사업가로서의 영향력이 대단했는데요. 친형이 귀환자라니. 이거 너무 사기급 가문 아닙니까?”

준혁이 가벼운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야. 미소가 정말 살인적이지 않습니까?”

MC최현호의 유도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뜨겁게 반응했다.

환호가 땅을 울릴 듯 거세게 퍼지는 가운데 MC최현호가 큐 카드를 보며 다시 마이크를 입가로 가져갔다.

“영광스럽게도 더 월드 리더보드 1위 귀환자! 살아 있는 전설! 귀환자님을 만나 봤습니다. 이제 귀환자님이 곧 던전으로 진입하게 될 텐데요. 저희 H&TV에서 독점 중계를 진행하게 됩니다.”

스탭이 다가와 마이크를 받아 갔고 매니저가 이제 스트리밍 기능을 오픈해야 한다고 알려 주었다.

준혁은 바로 시스템 기능을 켜서 옵션 중 스트리밍을 터치했다.

[더 월드 라이브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스트리밍 ON.]

[채널이 형성됩니다.]

[채널 형성 완료.]

[스트리밍이 시작됩니다.]

[채팅방이 오픈됩니다.]

반투명한 시스템 창을 통해 채팅방에 게스트가 엄청난 속도로 접속하고 있었다.

뒤이어 채팅이 각국의 다양한 언어로 올라왔는데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어차피 이런 채팅방 기능은 게스트끼리 놀기 위한 공간에 불과했다.

이벤트성이라 소통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준혁은 채팅방을 투명도 100퍼센트로 맞추고 크기를 최소화시켰다.

그러자 별로 거슬리지 않게 시야에서 사라졌다.

“간략히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시스템 기능에는 자동 번역 기능이 있습니다. 전 세계의 언어로 서로 장애물 없이 서로 소통할 수 있죠! 또한 국내 전용 채팅방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원하는 채널에 입장하시길 바라며 저희 H&TV에서는 라스트 클리어까지 올 라이브 중계를 맡게 되었습니다.”

MC최현호가 진행하는 사이 준혁은 무대에서 내려와 던전 입장을 준비했다.

파천 길드의 길드원들이 준혁에게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던전 사냥에 있어선 닳고 닳은 고인물들이었지만 준혁 앞에서는 그저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헌터들이었다.

긴장과 동경을 품은 길드원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준혁은 동생 선우를 돌아봤다.

“같이 움직이려면 이동 속도가 느려질 텐데. 적당히 거리를 맞춰줘야 하는 거지?”

“최대한 속도에 맞춰서 따라붙을 거니까 생각보다 그렇게 불편하진 않을 거야.”

“던전 내부 규모는 어느 정도야?”

“우리 팀에 던전 분석가 있어. 안으로 들어가면 규모와 사이즈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들어갈 거고 형한테 바로 보고할 거야.”

준혁은 던전을 보며 품 안에서 큐브를 꺼냈다.

던전에 들어가자마자 큐브를 던전과 동기화시켜야 했다.

“그거구나. 형이 샀다는 큐브.”

“그냥. 매니저가 괜찮다고 하길래.”

“운도 좋지.”

“?”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물건이긴 했지만, 큐브가 백화점에 입점된 지 겨우 1시간도 안 됐을 때 형이 발견한 거야. 입점 정보는 철저히 외부 유출이 안 되게 되어 있으니까.”

준혁이 큐브를 던졌다가 잡았다 했다.

“매니저가 유능하긴 하네. 매니저의 조언 때문에 산 거거든.”

“말했잖아. 도움이 될 거라고. 그리고 형이 귀환자니까 당연히 위험한 상황은 없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해. 블루 게이트 솔로 레이드는 가끔 상황에 따라 고전을 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

준혁이 대충 대답하곤 턱짓했다.

“언제 들어가면 돼?”

선우가 진행을 맡은 MC최현호를 쳐다봤다.

“곧 사인이 나올 거야.”

“자! 이제 더 월드 리더보드 1위 귀환자님이 최초로 던전 레이드를 위해 입장합니다!”

MC최현호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땅이 울릴 정도로 강한 함성이 등 뒤로 쏟아졌다.

“지금이야.”

선우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준혁은 큐브를 쥐고 던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파천 길드의 길드원들이 뒤따랐다.

선우도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협회장은 던전에 들어갈 수 없는 게 규율이었다.

지휘와 통제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보여 줘. 형이 어떤 사람인지.”

선우가 미소지은 채, 던전에 입성하는 준혁을 뒷모습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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