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모든 것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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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님의 첫 던전 레이드 라이브 송출 이벤트?? 이거 실화냐? 실화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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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ekqlem1***
: 팬티가 몇 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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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tjdnfdur12***
: 와…… 전 세계에서 다 본다는 거잖아? 한국의 리더보드 1위의 레이드를. 국뽕 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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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emfkrns9***
: 이미 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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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thsurkatjd5***
: 성지순례 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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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재력, 특성 계열, 스타일, 등등 아직 오픈된 정보 아무것도 없는데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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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angksehwjs8**
: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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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이지우가 댓글 창을 보며 미소 지었다.
“정말 폭발적인 반응이죠? 올린 지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준혁은 잠시 댓글을 읽다가 매니저에게 태블릿을 넘겼다.
사람들의 반응 같은 건 준혁에게 있어 전혀 감흥이 없는 일이었다.
중요한 건 던전 안에서 신물과 신수를 찾는 일.
준혁에게 중요한 건 오직 그것뿐이었다.
동생만 아니었다면 이 모든 과정은 강제로 생략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남은 시간이 꽤 갑갑하게 느껴졌다.
‘사흘 동안 뭐 하지?’
이렇듯 문제는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할 일이 없다는 거다.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쓸 정도로 바쁜 동생과 달리 철저히 그 반대로 할 일이 없어 고민인 준혁이었다.
마계에서도 악마를 죽이는 게 일이고 취미였던 준혁이다.
인간계에서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알아내는 게 악마를 죽이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
던전에 가려면 사흘이라는 시간이 지나야 했다.
동생이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고생하고 있는 모습이 눈 앞에 있는 것처럼 떠올랐다.
“혹시.”
“네. 귀환자님.”
“내가 동생을 도울 만한 일이 있을까?”
“앗 잠시만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매니저가 태블릿으로 협회장인 한선우의 비서에게 스케줄을 요청했다.
오래되지 않아 파일이 도착했고 내용을 확인한 이지우 매니저가 몇 가지를 제안했다.
“제가 주간 스케줄 중에서 몇 가지 추려 봤는데요. 협회 비서와 얘기를 해 봐야겠지만 추천 드릴만한 오늘 스케줄로는 아카데미 강연. 그리고 각성자 재판입니다.”
“각성자 재판이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거 맞아?”
“각성자 재판은 말 그대로 범죄를 저지른 각성자들을 재판하는 자리예요. 판사와 함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냥 집에 가서 잠이나 자야겠네.”
준혁이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도와주고 싶어도 도울 수가 없다.
하나같이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었다.
동생이 괜히 자신 대신 일을 도맡아 하는 게 아니었다.
“아니면 쇼핑은 어떠세요? 곧 던전에도 들어가시니까 필요한 물건들을 직접 고르시는 편이 좋을 듯 싶어서요.”
“예를들면?”
매니저가 생긋 미소 지었다.
“예컨대, 던전에 들어가시게 되면 물론 사람을 쓸 수도 있지만 귀중한 아이템을 발견할 경우에는, 보관용으로 개인 가방도 필요하실테니까요. 그런 건 큐브를 이용하시면 되세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신수야 데리고 다니면 그만이지만 신물은 얘기가 다르다.
신물을 구하는 과정에서 매니저의 말대로 그 귀한 물건을 누군가에게 함부로 맡길 수는 없는 일.
“그럼 가방이 꽤 커야 할 것 같은데.”
“아공간 옵션 능력을 갖춘 가방들이 있어요. 그게 큐브예요. 그중에서 고급 라인들이 있는데 크기는 작지만 레드라인에서는 최소 0.5평에서 3평까지도 넣을 수 있거든요. 1평은 아파트 1평 정도로 생각하시면 편하실 거예요.”
던전이 생기면서 별의별 게 다 생겼다.
아공간 기능의 아티펙트라니.
1평만 해도 면적을 생각하면 부피가 크고 굉장히 큰 물건을 넣을 수 있다.
그런 장점이 있다면 안 살 이유가 없다.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가보자.”
준혁의 수락에 매니저가 운전사에게 얼굴을 내밀었다.
“파천 백화점으로 가 주세요.”
준혁이 놀란 눈으로 매니저를 쳐다봤다.
“파천 백화점?!”
* * *
흔히 각성자 백화점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
당연히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이고 파천 길드 역시 백화점을 소유하고 있었다.
애초에 던전은 1위 알파와 2위 적안 길드가 독점해 왔지만 파천 길드의 마스터였던 한선우는 과독점 세력과의 대립보다는 사업에 집중했다.
그 결과 던전 시장의 빈틈에서 큰 이익을 일으키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돈의 힘으로 알파 길드와 적안 길드. 거기서 끝이 아닌 협회와의 관계에서조차 돈의 힘으로 줄다리기를 해 왔다.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시장의 지배자가 바로 지금 협회장의 자리까지 오른 준혁의 동생 한선우였다.
“동생이 백화점도 갖고 있었다니.”
준혁은 차 안에서 백화점 건물 벽에 걸린 와이드 스크린 속의 광고를 올려다봤다.
주근깨를 가진 해외 여성 모델이 광고로 출연 중이었다.
“국내에서 파천 백화점이 가장 큰 규모를 갖고 있어요. 시설과 규모에서 압도적이죠.”
“내 동생 회장님이었네.”
매니저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준혁을 태운 세단 차량이 발렛파킹을 위해 1층 백화점 입구로 가는 사이.
“마스크 쓰시겠어요?”
“마스크는 왜?”
“아무래도 이제 많이 알려지셨으니 편하게 구경하시기는 어려울 수 있어서요. 상관없으시면 괜찮지만요.”
“쓰는 게 좋겠어.”
준혁은 매니저가 들고 있는 검은 마스크를 받아서 썼다.
물건 하나 사는 데 사람들의 온갖 관심을 받는 건 생각만으로도 피곤했다.
달칵-!
주차요원이 문을 열어 주었고, 준혁은 매니저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주차요원의 깍듯한 인사를 받으면서 준혁은 파천 백화점에 입성했다.
마스크를 쓴 덕분에 준혁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없었다.
얼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긴 했어도 아직 눈에 익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사기적인 비율에 큰 키를 가진 준혁이었다.
연예인이나 모델인가 싶어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다행히 귀환자로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덕분에 준혁은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1층을 가로질러, 고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준혁은 아주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느꼈다.
백화점은커녕 동네 시장에서조차 옷을 사 입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독히도 가난했던 시절이 준혁의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옷들을 보며 주먹을 꽉 쥐곤 했었던 모습도 생각났다.
신기하게도 무려 천 년이 흘렀음에도 지금 그때의 기억이 불현 듯 난다.
‘대체 어떻게 극복한 거야. 중환자까지 달고서.’
동생 선우는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최악의 상황에서 스스로 어른이 되어 이런 백화점마저 소유해 버린 기업가로 성장해 버렸다.
“나도 나지만 진짜 괴물이네.”
“네?”
준혁의 혼잣말에 매니저가 놀라서 반응했다.
“한선우 말이야.”
준혁이 감회에 젖은 모습을 보고 매니저가 알겠다는 듯 미소 지었다.
“젊은 나이에 정말 대단하시죠.”
도착을 알리는 맑은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각성자의 아티펙트를 파는 곳은 12층 전용으로 각성자 신원을 확인받아야만 통과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마치 영화관 입구처럼 출입구 앞에 2명의 체격 좋은 경비가 서 있고, 그에 엄청 대비되는 마른 체구의 직원 한 명이 기계를 들고 서 있었다.
직원이 손에 들고 있는 기계는 각성자의 신분증 신원을 체크하는 기계였다.
그리고 그 입구 앞으로 각성자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줄이 워낙 길어서 3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할 듯했다.
“들어가려면 꽤 걸리겠네.”
“그쪽은 일반 매장이라 이쪽으로 가셔야 해요.”
매니저가 앞장섰고, 준혁이 뒤따랐다.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과 조금 떨어진 곳에 커다란 통로가 있었다.
이따금씩 VIP 통로를 통해 한두 명이 나오는 걸 보는 정도가 전부였다.
입구에 다다르자 일반 매장과 달리 전혀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입구 앞은 텅텅 비어 있었다.
* * *
입구 위로는 VIP FIRST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는데 그 입구 앞에는 굉장히 대조적인 외양의 두 남자가 서 있었다.
한 명은 출입을 관리하는 빼빼 마른 남자였고 그 뒤에 선 남자는 거구의 흑인이었다.
아마도 VIP관을 관리하는 경호 헌터 같았다.
“VIP 카드 갖고 오셨나요?”
마른 체구의 직원이 물었다.
형식적인 질문이었다.
“그게 급하게 온 터라 아직 발급을 받지 못하긴 했는데 양해를 구하고 들어갔으면 해요.”
마른 체구의 남자는 웃고 있던 얼굴에서 순식간에 낯빛을 바꾸었다.
마치 사이보그처럼 느껴질 정도로 차가운 표정 변화였다.
“VIP카드가 없으면 출입은 불가하십니다. 당장 돌아가 주시죠.”
VIP관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 중인 한 부부 손님이 뒤쪽에 서서 기다렸다.
매니저 지우가 그 부부들을 돌아봤다가 직원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직원이 황당하다는 듯 지아를 위아래로 훑었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듣고 싶은 얘기 없으니까 돌아가십쇼. 더 시간을 지체하면 저 친구가 강제로 끌고 나가는 수가 생길 테니.”
직원이 뒤쪽에서 있는 흑인을 가리켰다.
부리부리한 눈에는 당장이라도 쫓아낼 듯 공격적인 기세로 가득했다.
직원이 부부 손님의 VIP 카드를 확인하고 먼저 그들을 매장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 사이 매니저 지우는 짧게 한숨 쉬었다.
반면 직원은 여전히 떠나지 않고 근처에 서 있는 준혁과 지우를 보고 얼굴에 짜증이 확 솟았다.
“헤이 브로. 둘 다 끌고 나가.”
직원의 말에 흑인이 목과 손목의 관절을 꺾으며 느릿하게 움직였다.
“그러지 말고 제 얘기 좀.”
흑인이 다가오자 준혁이 지우의 앞을 막아 섰다.
흑인이 콧방귀를 뀌며 멱살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거구의 체격과 어울리지 않게 굉장히 민첩한 속도였지만 준혁은 간단히 흑인의 두꺼운 손목을 잡았다.
흑인이 씨익 웃으며 힘을 줬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팔이 움직이지 않자 흑인은 이내 당황한 표정으로 준혁을 보았다.
꾸국!
힘을 잔뜩 줬지만 도대체가 어떻게 된 일인지 바위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다.
흑인이 얼굴과 목에 혈관까지 부풀어 오르며 온 힘을 다했지만 도저히 준혁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일말의 미동도 없는 것이다.
직원도 당황한 사이 매니저가 급히 흑인의 귀에 귓속말을 전했다.
귓속말을 전해들은 흑인이 당황한 표정으로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준혁이 천천히 힘을 풀어 손목을 놓아주었다.
핏기가 빠져 하얗게 변해 버린 손목을 붙잡고 흑인은 입을 동그랗게 말고서 준혁을 몇 번이나 돌아봤다가 동료 직원에게 돌아갔다.
“헤이 브로. 왜 다시 돌아와? 끌고 나가라니까? 힘으로 안 돼?”
“귀환자님이래.”
흑인이 유창한 한국말로 눈을 깜빡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