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모든 것 11화
-귀환자의 정체가 공개되다!
-파천 길드와 귀환자의 방향에 대해서.
-새로운 협회장으로 취임한 파천의 한선우 길드 마스터! 그리고 귀환자와의 관계는?!
헬기 안.
동생이 준 태블릿 화면을 통해 신문을 보자 헤드라인부터 형제에 대한 이슈가 뉴스가 도배되다시피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론 수많은 댓글이 쌓여 있었다.
-말도 안 돼. 저렇게 잘생긴 남자가 귀환자일 리 없어.
-와 슈트빨 지린다.
-진정 같은 인류인 건가?
-저 형제는 유전자가 대체? 하…….
-하…… 귀환자 아니었으면 좋겠다. 말이 됨? 저 얼굴에 리더보드 1위라고? ㅋㅋ
-귀환자 오빠 저렇게 젊다니.
-아아아……! 제발 누가 귀환자 아니라고 해 줘.
-화보 아니냐? 와 씨. 더럽게 잘생겼네.
-국뽕 지린다. ㅋㅋ 심지어 리더보드 1위에 저 얼굴.
-귀환자가 파천 길드 마스터의 친형? 알파랑 적안 길드 엿 됐네.
-순순히 물러나는 전 협회장 최씨 ㄷㄷ
-와 이게 이렇게 된다고? ㅋㅋㅋㅋㅋㅋㅋ
-한선우가 협회장 된 거면 전에 협회장에 있던 최무성은? ㄹㅇ 정권 교체되는 거냐??
-님들 유튜브에 영상 떴음. 귀환자 목소리 레알 ㅈ됨 ;;
-귀환자님 머싯써용.
-1인분으로 국가 전력 탑 먹일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센 거에여?
-파천 길드 홈페이지 접속 안 됨. 섭 터진 듯.
준혁은 댓글들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혹시 스트리밍이라는 걸 할 때 이런 댓글이 뜨거나 그런 건 아니지?”
“댓글은 아니고 채팅창이 있을 거야.”
“…….”
“축소하고 투명화시키면 되니까 너무 부담갖지 마.”
“근데. 어쩐지…….”
“응?”
“내가 괴로워하는 걸 네가 즐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내 착각이지?”
“누가 내가?”
“그럼 저 헬기 운전사분이겠냐?”
“형은 연예인의 연예인. 헌터의 헌터야. 나의 자랑스러운 형이자, 국가의 격 그 자체.”
준혁의 강한 눈빛을 보고도 선우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눈웃음을 지었다.
“미리 적응해 둬야 라이브 할 때 편하지 않겠어?”
준혁은 얼굴을 절레절레 흔들며 창밖으로 우울하게 시선을 던졌다.
“……악덕 사장이 틀림없어.”
“그렇게 작게 중얼거려도 다 들려. 이거 헤드폰 음질 좋거든.”
“들으라고 한 말이야.”
준혁이 창밖에 시선을 둔 채, 태블릿을 넘겼다.
“곧 도착이야. 형.”
선우의 말대로 그레이트 캐슬이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을 가진 건물이 보였다.
지금은 이미 준혁의 집이 되어 버린 거대한 성.
그레이트 캐슬은 헬기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곳곳에 배치된 조명과, 야외의 풍경. 그리고 건물의 구조물은 하늘에서 바라볼 때마저 천재적인 미적 감각이 곳곳에 묻어나 있었다.
“대체 누가 만든 거야 여긴?”
“내 오른팔. 백인호 군단장의 아버지.”
“백인호면 날 여기로 데려다준, 눈가에 상처 있던 그 사람?”
“맞아. 인호의 아버지는 이 그레이트 캐슬을 완성한 바로 그다음 날 돌아가셨어. 3년 전쯤? 모든 걸 갈아 넣으셨지. 이 건축에. 그리고 떠나셨고.”
“그런 곳에 살고 있는 거네. 내가.”
“그러니 더더욱 형이 살아야지. 그레이트 캐슬을 만든 인호의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형을 바라보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준혁이 소리나지 않게 한숨을 뱉었다.
그런 준혁을 보고 선우가 웃었다.
“어쩌겠어? 형이 너무 잘난걸.”
무슨 말을 더 하겠나?
동생은 도저히 말로 이겨 먹을 수가 없다.
“참, 형. 전에 줬던 신용카드 가지고 있어?”
“가지고 있지.”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해야 할 테니 카드는 돌려줘. 괜히 말 나올 수 있으니까.”
준혁이 주머니에서 무제한으로 긁을 수 있는 블랙 카드를 꺼내 동생에게 넘겼다.
동생이 카드를 받고선 생긋 미소 지었다.
“이젠 꼼짝없이 일해야겠네?”
“던전이라는 곳에 가면 돈 벌 수 있는 거 아니야?”
“형이 던전에 가려면 헌터 협회에 신고해야 해. 뿐만 아니라 협회와 계약도 해야 할 테고, 세금 때문에 법인도 만들어야 할 거야, 그리고 세무서도 써야겠지? 그리고…….”
“됐어. 너 길드 마스터라며. 직원 많을 거 아니야. 그럼 그냥 네가 해 주면 되잖아.”
“그 말은 파천 길드에 가입하겠다는 뜻?”
이제야 동생의 음흉한 속내를 알게 되었다.
카드를 뺏은 것도 준혁 자신이 파천 길드에 가입할 수밖에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참 나.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준혁이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야. 형.”
빵긋 웃고 있는 녀석의 뺨을 확 꼬집어서 당겨 버리고 싶지만 파천 길드를 이끄는 수장의 몸에 흠집이 나면 안 되니 참는 수밖에.
“내가 그렇게 귀찮은 걸 하나하나 알아볼 리가 없잖아. 당연히 너한테 맡겨야지.”
“그럴 줄 알고 서류는 모두 준비해 놨어. 캐슬에 도착하면 매니저가 서류 줄 거야. 회사 이름이랑 내 이름만 확인하고 사인하면 돼.”
“요사스러운 놈.”
“형이 가져야 할 모든 것들을 내가 챙겨 둘 거야. 그리고 형이 편하게 먹을 수 있게 상을 차려 줄 거고.”
“너 혼자 다 먹어. 난 필요 없으니까.”
“형. 대부분의 일은 대신해 줄 수 있지만, 책임까지 대신 할 순 없어.”
선우의 강한 눈빛을 보고 준혁은 시선을 피했다.
“농담이다. 농담.”
도저히 말로는 상대가 안 된다.
능구렁이 같은 놈.
* * *
헬기가 착륙하고 서서히 프로펠러가 느려졌다. 헬기 운전사가 완전히 착륙했음을 알리고, 먼저 내려 문을 열어 주었다.
“같이 술 한잔하면 좋은데 아직도 좀 일정이 빡빡해서 바로 회사로 가봐야 해.”
선우가 헤드폰을 벗으며 말했다.
“이 시간에?”
준혁이 선우를 따라 헬기에 내리면서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저녁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8시였다.
“내가 말했잖아. 형이 해야 할 일까지 하느라 바쁘다고.”
“……적당히 해. 잘은 모르지만.”
“일하는 거 좋아하니까 걱정하지 마. 나 워커홀릭이거든.”
선우가 밝게 웃어 보이곤 손을 흔들었다.
“갈게 형. 스케줄 잡거나 회의 안건 있으면 매니저 통해서 갈 거야. 서류 확인하고?”
준혁은 여전히 걱정이 담긴 눈길로 동생을 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뭐든 독하게 물고 늘어졌던 녀석이다.
워커홀릭이 마치 정해진 운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달리곤 했다.
그리고 그건 이 육체가 10년간 잠들어 있던 시간 동안에도 변함없이 계속되었을 것이다.
동생이 꺼지지 않는 불꽃을 품고 사는 거라면 그런 불꽃은 준혁 자신도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다.
그 불꽃으로 천 년을 견뎠다.
다만 불꽃을 꺼트리고자 하는 자신과 달리 동생은 그 불꽃을 점점 더 키우고 싶어 하는 듯했다.
그 화마가 스스로를 집어삼킬지도 몰랐다.
그 점이 염려스러운 거다.
“천 년을 살아도 쓸데없는 오지랖은 여전한 거지.”
준혁은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네?”
준혁이 깜짝 놀라며 옆을 봤다.
매니저 이지우가 서 있었다.
“헬기는 선우랑 나랑만 타고 왔는데,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
“아! 미리 출발했거든요. 길마께서 일정이 없다고 했으니 미리 캐슬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매니저 지우가 생긋 미소지은 채로 말했다.
준혁은 매니저를 빤히 보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살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인기척을 못 느끼다니.
‘전투를 너무 안 해서 감각이 둔해지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혼으로써 마계에 존재할 때와 인간의 육체를 가지고 있을 때의 감각이 다른 걸지도 몰랐다.
단순히 마력이 높다는 것과 감각은 별개의 문제이긴 했다.
천 년간 혼으로 살았기에 인간의 육체를 가지게 된 만큼 감각 기관 쪽에도 시간과 경험이 필요해 보였다.
“귀환자님. 말씀하신 전 협회장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오늘 기자회견이 있을 때쯤 관련 기사가 떴어요. 한 번 보시겠어요?”
매니저가 태블릿을 내밀었다.
준혁은 캐슬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그 태블릿을 받았다.
“어서 오세요. 주인님.”
좌우로 길게 도열한 집사와 남녀 메이드들이 머리 숙여 인사했다.
준혁은 매니저를 보며 눈살을 구겼다.
“저렇게 나와서 인사하는 거 안 하면 안 돼?”
“부담스러우세요?”
“당연하지. 근데 왜 웃어?”
“죄, 죄송합니다. 권위적인 걸 멀리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져 보이셔서.”
준혁은 얼굴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파천 길드에 있으면 원래 그렇게 말발이 강해지나?”
“진심입니다!”
“됐고, 하여튼 어떻게 안 돼? 괜히 나 하나 캐슬에 들어온다고 이렇게 단체로 나와 있는 거 얼마나 비효율적이야?”
“전달하겠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모든 캐슬의 모든 일꾼들이 귀환자님을 매일 첫 대면 때마다 인사말을 드려야 할 거예요.”
“그럼 그냥 대충 인사하는 걸로 하면.”
“아마 불안해하겠죠. 어렵게 들어온 만큼 이 일자리가 너무 소중할 테니까요.”
준혁은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당연히 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다.
순순하게 준혁 자신이 불편해서 꺼낸 얘기였다.
“그래도, 그렇게 시정할까요?”
“……아니. 됐어.”
앞으로 캐슬에 관련된 건 한마디도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준혁은 거실 소파에 앉아 매니저가 준 태블릿을 확인했다.
뉴스 기사에는 매니저가 말한 대로 전 협회장에 대한기사가 실려 있었다.
파천 길드의 기자회견 때문에 전 협회장은 이미 그 거대한 헤드라인에 가려져 있었지만 충분히 이슈가 될 만한 사건이었다.
-전 협회장 최무성, 의문의 사고?!
공식적인 입장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최무성 전 협회장이 대한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하지만 전 협회장이 운영하는 태안 길드 측은 언론과의 접촉을 모두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천 길드의 협회장 취임과 더불어 더 월드 리더보드 1위 귀환자 한준혁의 등장.
그날 동시에 전 협회장이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식이 퍼졌으니 이에 의문을 품는 자들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차피 최무성 측에서 진실을 파헤칠 이유가 없다.
귀환자를 죽여 권력을 유지하고자 했으니 그들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게다가 최무성은 영기를 뜯어 먹혔으니 정상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기도 어려울 것이다.
숨만 붙어 있는 시체로서 평생 그 날의 악몽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자업자득(自業自得).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또한 그 사실은 그날을 목격한 하수인들 역시도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전 협회장과 이어진 세력이 알파 길드와 적안 길드? 맞아?”
“네. 협회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알파 길드와 적안 길드가 지금까지 주로 던전 독점을 맡아 왔습니다. 덧붙이자면 알파 길드가 랭크 1위, 적안 길드가 랭크 2위입니다.”
“태안 길드는?”
“전 협회장이 운영했던 개인 길드로 최무성이 최초 협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태안 길드는 사실상 중정 역할을 했습니다.”
“중앙정보부?”
“네. 던전 현장을 뛰는 일보다는 주로 정치적인 일들을 맡았습니다.”
‘그럼 그 날 그 자리에 알파 길드와 적안 길드의 헌터가 있었을 수도 있겠네.’
그쪽에서 먼저 치고 나와 준 덕에 깔끔하게 길이 정리된 셈이다.
“수고했어.”
준혁이 태블릿을 넘기며 말했다.
“사인하셔야 할 서류가 있다고 얘기 들으셨죠? 언제쯤 준비해 드릴까요?”
서류를 빨리 처리해야 던전으로 갈 수 있다.
던전과 관련된 건 시간을 끌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바로 가져와. 그리고 여기 몸 좀 풀 만한 곳 있을까? 훈련장 같은 곳.”
매니저 이지우가 생긋 미소 지었다.
“그럼요. 캐슬 본관이랑 조금 떨어진 곳에 연무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