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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모든 것-10화 (10/175)

귀환자의 모든 것 10화

선우가 눈짓을 하자, 스탭이 무대 위로 올라가라고 준혁에게 신호를 주었다.

예정된 순서였다.

준혁은 걸음을 옮겨 계단을 밟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카메라 불빛이 번쩍였다.

사방에서 새하얀 빛이 쉴 새 없이 번쩍였다.

무대 위에 서서 주변을 훑어보았다.

기자들의 얼굴과 표정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의문과 기대감을 섞은 표정들이었다.

대체 왜 당신이 그 자리에 서 있느냐고 묻는 얼굴들이었다.

선우는 곧 그런 기자들의 의문을 단숨에 해결했다.

마치 뒤에서 망치로 머리를 내려치듯이 갑작스럽게.

“지금 여러분들이 보고 계신 분은, 더 월드 리더보드 1위 귀환자님입니다.”

장내를 뒤흔드는 충격적인 소개.

거대한 전율이 회견장을 집어삼킨다.

“……뭐라고?”

“맙소사!”

“지, 진짜라고?”

“아니 어떻게……!”

“귀환자……!”

더 월드 시스템이 공지한 이후 단 한 번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귀환자다.

그런 귀환자가 이렇게 갑자기 나타난 건 이 자리에 있는 그 어떠한 기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지금 이렇듯 귀환자가 바로 앞에 서 있다는 게 도저히 믿겨지지 않아 기자들은 키보드조차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놀란 채였다.

“어떻게 된 거야? 귀환자가 어떻게 한선우 마스터와?”

“어쩐지 걸어올 때부터 남다르다 싶더니.”

“파천 길드와 귀환자? 연결점이 대체 뭐야?”

기자들의 얼굴에는 충격의 여운이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모두의 시선이 준혁을 향해 집중되어 있을 때, 선우가 준비된 인사말을 전하라고 준혁에게 스탠딩 마이크 쪽을 가리켰다.

준혁은 동생에게 기자들에게 간단히 소개말을 하라고 전해들은 바가 있었다.

간단히 소개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딱히 할 얘기가 떠오르지 않았다.

동생은 대본을 준비해 줄 수 있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아무리 동생을 위해 자리 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굳이 누가 써 준 내용을 읽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 이유로, 준혁은 마이크 앞에 서서,

“귀환자 한준혁입니다.”하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름을 밝힌 그 순간 마치 임계점을 넘은 듯 잠시간 정체되었던 카메라 세례가 다시 폭포처럼 쏟아졌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굳이 긴 인사는 필요 없었다.

이름 석 자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로는 충분했다.

어차피 나머지 공백은 경험 많은 동생이 채워 줄 테고 자신의 역할은 이 것으로 충분했다.

준혁이 스탠딩 마이크 앞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 뜻을 알아차린 선우는 웃음 지으며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그럼 지금부터 예정된 순서대로 질문 받겠습니다.”

폭풍전야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됐다.

“파천 길드와 귀환자는 이미 서로 계약된 겁니까?”

“아직은 아닙니다. 다음 기자분.”

“한선우 씨와 귀환자 한준혁 씨. 두 분 모두 성이 같은데요. 외모도 꽤 닮았고. 혹시 두 분. 형제 사이신가요?”

날카로운 질문.

기자들이 질문을 던진 기자를 일시에 쳐다보았다가 다시 선우의 입으로 시선이 모아졌다.

선우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기자들이 입을 쩍 벌리며 충격에 빠졌다가 이내 노트북에 다급히 글을 적어 나갔다.

세상을 뒤집을 만한 실로 충격적인 대답이었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고 곧 장내가 크게 술렁였다.

“맙소사. 한선우의 친형이라니!”

“파천 길드 성장률 장난 아니겠군.”

“그럼 그동안 던전 장악하던 알파 길드랑 적안 길드는 어떻게 되는 거야?!”

“정권교체로군.”

다시금 기자의 질문이 이어지려 하자 술렁이던 장내가 다시 육중한 무게감을 얻으며 고요해졌다.

회견장에 위치한 기자들은 모두 고도의 집중력을 가진 채 선우를 주시하고 있었다.

“한선우 길드 마스터의 친형은 긴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뉴스에서도 보도를 했었고. 그런데 대체 어떻게 의식불명에서 깨어난 분이 더 월드 시스템의 리더보드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겁니까?”

선우가 마이크를 잡고 있었고 곧장 대답을 대신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내부 회의를 거쳤습니다만 결론은 대답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개인정보와 관련된 밀접한 보안 사항이기에 불편하더라도 그 부분은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음 질문받겠습니다.”

“더 월드 시스템에서 리더보드 1위로 등극한 귀환자를 공지했고 지금 파천 길드에서도 귀환자님이 친형이라고 이렇게 공식적으로 밝히셨는데요.”

“네.”

“한준혁 님이 진짜 귀환자라는 사실을 입증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입니다. 입증 절차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파천 길드에서는 이벤트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공식 일정은 파천 길드 홈페이지를 통해 멀지 않은 시일에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귀환자님과 아직 계약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셨는데 어째서 파천 길드에서 귀환자님을 관리하시는 겁니까? 혹시 그 이유가 친형제이기 때문입니까?”

“우선 아직 스케줄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제가 관리 중인 것뿐이고, 이후 활동에 대해서는 파천 길드의 마스터가 아닌 가족으로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말씀하신 이벤트라면 어떤 이벤트를 말씀하시는 거죠?”

“아직 협의가 완료된 부분은 아니라서 확실한 답은 드릴 수 없지만, 어떠한 방식이든 차후 입증 절차는 확실하게 진행할 예정입니다. 각성자 법을 따라야 할 테니까요.”

기자들이 기대감이 어린 얼굴로 노트북에 기사를 써 내려갔다.

거대한 특종을 잡았다는 사실에 모든 기자들의 얼굴에 흥분이 번져 있었다.

그간 대형 언론사들에 밀려 있었던 그들이었지만 파천 길드와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이 로또가 되어 돌아왔다.

그들은 한을 풀 듯이 기사를 써 내려갔고, 이후 질문 역시 계속되었다.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대체로 대답이 어려운 질문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파천 길드를 지지해 온 만큼 기자들은 한선우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었다.

때문에 기자들은 이런 특종을 주는 선우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진 채로 기사를 써나갔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차후 일정에 대해서는 파천 길드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겁니다. 준비된 파티를 즐겨 주시고 앞으로를 위해 좋은 기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준혁은 선우와 함께 무대를 내려왔다.

“끝?”

준혁이 물었고.

“돌을 던졌으니, 이제 파문이 퍼지겠지.”

선우가 미소 지은 채 답했다.

준혁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등 뒤로 쉴 새 없이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

미리 준비시켜둔 경호 인력들이 쫓아오려는 기자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오늘의 기자회견은 여기까지입니다. 아쉽더라도 다음 자리를 기약해 주십시오.”

관리 직원의 말에 기자들은 아쉬운 듯 준혁과 선우를 카메라에 몇 컷 더 담은 뒤에야 겨우 몸을 돌렸다.

하지만 기자들은 지금부터 훨씬 더 바빠질 예정이었다.

* * *

헬기를 향해 동생과 함께 이동하면서 준혁이 입을 열었다.

“선우야.”

저 멀리 떠날 준비를 하는 기자들을 웃으며 보던 선우가 준혁을 돌아봤다.

“응?”

“전에 얘기했었지?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게 뭐든 지원해 줄 거라고.”

선우가 가벼운 미소를 입가에 건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하고 싶은 게 생긴 거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이 있거든.”

“어서 말해 봐. 우리 형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뭐든 도와줄게.”

“단독 1인 던전 레이드에 대한 허가.”

미소 짓고 있던 선우의 얼굴이 잠시간 놀람으로 굳어졌다.

“1인 레이드……. 그래. 형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되겠지.”

선우가 걱정이 담긴 표정으로 말했다.

“가능한 거지?”

멸마의 서를 써야만 신수를 찾을 수 있다.

다만 멸마의 서가 가진 마력의 파장이 자칫하면 주변을 휩쓸어 갈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했다.

혹시 모를 마력 폭발의 가능성이 있기에 멸마의 서는 철저히 준혁만의 공간에서 사용해야 했다.

즉 시험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뜻이었다.

멸마의 힘은 자칫 마나의 흐름이나 외압에 의해 마기가 역행할 경우 준혁으로서도 컨트롤하기 어려울 정도의 권능이었다.

“1인 레이드. 당연히 가능해. 다만 아무리 형이 리더보드 1위라고 해도 단독 1인 레이드는 어쩌면 독점이라는 불명예로, 자칫하면 국민과 헌터들의 반감을 살 수 있어.”

“그럼 그 말은…….”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모두가 지금 형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형이 던전을 독식한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면 파천 길드를 시작으로 형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질 수도 있어.”

“해결할 방법도 알고 있다는 얘기처럼 들리는데.”

선우가 옅게 웃었다.

“문제는 형이 싫어할 만한 방식이라는 거지.”

준혁이 크게 심호흡을 했다.

“준비됐어. 말해 봐.”

준혁이 각오를 굳히고 말했다.

“스트리밍.”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이었기에 준혁은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선우를 쳐다봤다.

“스트리밍? 그게 뭔데?”

처음 들어 보는 단어였다.

“더 월드 라이브라는 기능이야. 시스템 옵션에는 여러 가지 기능이 있는데 스트리밍 기능도 있어. 스트리밍은 더 월드를 통해 영상을 송출하면서 팬들과 소통하는 거야. 쉽게 말하면 인터넷 실시간 라이브 방송 같은? 라이브 생중계인거지.”

“왜 해야 하는데? 그런 걸?”

준혁이 미간을 찌푸린 채 심각한 표정으로 동생을 보며 물었다.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아서였다.

“팬덤을 쌓아 완전한 스타가 되는 거야. 그렇게 이벤트로 판을 벌이면 언론에서 힘을 실어 줄 거고 국민과 헌터. 그들 모두가 형을 지지하게 되겠지.”

“그럼 무대에서 공식 이벤트가 있을 거라고 했던 게.”

“맞아.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할 테니까. 그렇게 되면 국민들은 형의 연속된 활약을 기대하게 될 거고 그건 곧 형이 던전을 클리어해야 할 명분을 만들어주게 될 거야. 귀환자임을 입증했으니 어느 그 누구도 형의 던전 레이드에 반론을 제시하지 못하겠지. 오히려 형에게 중독돼서 형의 레이드가 못 견디게 기다려질 거야.”

“역시 똑똑해. 가끔 빈틈이 있지만.”

“빈틈? 내가?”

“왜, 아닌 것 같냐?”

“없는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중요한 순간에 방심하는 실수는 누구나 하기 마련이니까.”

“미안하지만 그런 일 없어. 지금부턴 실수가 생겨선 안 되니까.”

준혁의 입장에서 반은 장난이었지만 반대로 선우는 진지하다 못해 비장했다.

‘……그 점이 걱정스럽다는 거다.’

일부러 전 협회장 최무성 건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저 동생이 협회장으로서 집중해야 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야 동생 역시 마찬가지이리라.

‘빈틈은 내가 채워 주면 된다.’

동생이 어른이 되어 다 컸다고 생각했지만 전 협회장만 봐도 챙겨야 할 부분들이 있었다.

혼자서 많은 일들을 추진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부분을 놓치게 되는 법.

동생 역시 모든 부분에서 완벽해질 수는 없다.

그러니 준혁은 그 부분은 늦었지만 형으로서 채워 줄 생각이었다.

철컥-!

헬기 운전사가 문을 열어 주었다.

준혁은 선우와 함께 헬기에 올라 헤드폰을 썼다.

“출발하겠습니다!”

헬기가 이륙하자 기자들의 카메라 불빛은 오래되지 않아 어느새 별빛처럼 지상에서 번쩍이고 있었다.

‘곧 신수 찾기가 시작되겠군.’

창문 너머, 밤하늘의 달빛을 바라보는 준혁의 눈빛이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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