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갑질의 신-181화 (180/201)

갑질의 신 181화

60. 야망을 가져라!(3)

“흐아아…… 어깨 아파 죽겠구만.”

사무실에 돌아오자마자 어깨를 빙빙 돌리며 뭉친 근육을 풀어주기 시작하는 이임전.

그런 그의 모습에 오태준이 작은 웃음을 선보였다.

“이 부장님. 어제 퇴근 안 하셨습니까?”

“뭐, 그런 셈이지.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있어서 말이야.”

“설마 일부러 집에 안 들어가시는 건 아니겠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마누라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런 말을 하냐.”

“하하하, 죄송합니다.”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은 이후에도 이임전의 표정은 근심으로 물들었다.

“그나저나 인력 부족 때문에 진짜 문제구만, 문제야. 대표님께 건의라도 해야 하나.”

“영업팀이요?”

“그래. 나하고 민혁이, 두 명만으로 커버하기에는 너무 부족해. 웹소설, 웹툰 마케팅만 할 때는 그럭저럭 버틸 만했는데, 이제는 플랫폼도 생기고 조만간 라이트노벨 사업도 시작한다고 하니…… 뿐만 아니라 번역까지 해서 해외 수출도 고려하고 있잖냐. 일투성이지.”

“그렇군요.”

편집팀 사정은 그래도 영업팀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었다.

비록 철수가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었지만, 실무 인력은 꾸준히 채용을 해왔기 때문에 인력부족 현상은 없었다.

그러나 영업팀은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임전이 인력 충원을 쉽사리 요청하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부서 TO를 늘리면, 그만큼 매출 역시 올려야 하는 책임감을 안고 가야 했다.

인력을 충원했는데, 그에 상응하는 매출을 달성하지 못하면 온전히 이임전의 책임 아닌가.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한계였다.

“안 되겠다. 대표님한테 가서 말이라도 해야…….”

그 순간.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동시에 다수의 사람들이 우르르 안으로 몰려왔다.

얼핏 봐도 족히 5명은 넘어 보였다.

“……음?”

“뭐, 뭐지?!”

놀란 이임전과 오태준이 그들을 멍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나같이 다 정장 차림이었다.

“저기…… 무슨 일로 오셨는지…….”

오태준이 다가가 방문 목적을 물었다.

그러자, 가장 선두에 있던 젊은 남성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면접 보러 온 사람들입니다.”

“면접…… 이요?”

“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때마침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게 된 민혁이 그들을 반겼다.

“어, 왔냐?”

“오랜만입니다, 형님!”

민혁을 보자마자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그에게 인사를 건네는 일동.

“따라와라. 안 그래도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예, 알겠습니다.”

이들을 이끌고 대표 사무실로 향하는 민혁의 모습에 이임전과 오태준은 차마 말조차 걸지 못했다.

그저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뿐.

“도, 도대체 무슨 일이…….”

“그, 그러게요.”

서로 어버버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와중에, 사무실에서 대기 중이던 릴리아나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새로 채용될 신입들입니다. 아마 대다수는 영업팀으로 배정될 겁니다.”

“시, 신입들이요?”

“공개채용 글은 올린 적이 없는 걸로 압니다만…….”

“대표님께서 지인에게 추천받은 사람들이에요. 면접을 보긴 하지만, 웬만하면 거의 다 채용될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꺼번에 대여섯 명이나 채용을 하다니…….”

갑작스러운 인력 충원이었지만, 그래도 이들로선 반길 만한 일이었다.

“잘 됐네요, 이 부장님.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원 TO 때문에 대표님한테 각오하고 제안하려고 하셨잖아요.”

“그, 그렇지. 그것보다도 참……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네.”

다시 생각해도 절로 헛웃음이 나올 법한 상황이었다.

* * *

대표 사무실에 1열로 나란히 줄을 선 다섯 명의 신입 후보들.

하나같이 전부 다 눈빛이 살아 있었다.

“첫인상은 다들 제법 괜찮군.”

남자가 셋, 그리고 여자가 둘이었다.

성별의 여부에 관계없이 타인에게 첫인상에서부터 좋은 느낌을 준다는 건 상당한 메리트라 할 수 있었다.

우석의 말에 이들을 직접 데려온 민혁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말을 꺼냈다.

“사기를 치려면 기본적으로 신뢰 높은 첫인상을 줘야 하니까요. 하하하.”

“그래도 우리 기업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건 사양이다.”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너희들도 대표님 말씀, 가슴에 잘 새겨둬라.”

“예, 형님!”

민혁을 대하는 게 마치 조폭의 상관을 모시는 듯했다.

그 모습에 우석이 가볍게 손사래를 쳤다.

“여기는 조직이 아니라 회사다. 그 형님이라는 호칭 말고 이제부터는 김민혁 팀장…… 아니, 김민혁 실장이라고 말하도록.”

“네, 큰 형님!!”

“명심하겠습니다, 큰 형님!”

“…….”

우석의 말에 하나같이 큰 형님이라고 대답하는 이들이였다.

짧게 혀를 친 우석이 민혁을 지그시 응시하자, 그가 어색한 웃음을 선보였다.

“제대로 군기가 바짝 든 녀석이라서요. 특히나 우석 님을 만난다는 것 때문에 며칠 전부터 다들 긴장을 엄청 하더라고요. 여하튼 이 부분은 제가 따로 교육시키겠습니다.”

“마음대로 해라.”

“맡겨만 주시기 바랍니다.”

회사 내에서 큰 형님 소리를 들으면 무슨 소문이 퍼질지 뻔했다.

“그리고 김민혁.”

“예, 우석 님.”

“넌 나랑 잠깐 어디 좀 가야겠다.”

“실례가 안 된다면 어느 곳인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SVN 본사다.”

“SVN이라면…….”

“도한수 이사가 잠깐 얼굴 좀 보자고 하더군.”

“그렇군요.”

예전에는 도한수와 자주 미팅을 가졌었던 우석이었지만, 요즘은 우석과 도한수가 아닌 그 밑의 부하 직원들끼리 얼굴을 마주하는 때가 훨씬 더 많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우석은 한 회사의 대표가 되었고 도한수 역시 간부급이 되었기 때문에 각자 쉽사리 시간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와중에 도한수가 먼저 우석을 보자고 말한 이유가 무엇일까.

“아무래도 K 로지 지분 인수에 관한 것 때문일까요.”

“도한수 이사가 눈치챘다고 보나?”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그렇군.”

아마 도한수 이사 역시 우석의 속내를 떠보기 위해 일부러 만남을 요구했을 가능성도 컸다.

곰곰이 생각에 잠기던 우석이 민혁에게 추가적인 명령을 내렸다.

“나모영에게도 미팅에 같이 간다고 전해둬라.”

독심술을 지니고 있는 그녀라면, 이번 미팅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 *

차에서 내린 뒤, 도한수 이사가 기다리고 있다는 M 컬쳐 소회의실로 향하는 우석과 민혁

그리고 나모영이 긴장한 얼굴로 이들의 뒤를 따랐다.

회의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도한수 이사와 한 남자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대표님.”

“아닙니다. 그보다 옆에 계신 분은…….”

“기획팀을 이끌고 있는 한두지 부장입니다.”

“한두지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우석 대표님.”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한두지 부장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우석.

그때, 도한수가 우석과 동행한 인물들을 면밀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김민혁 팀장도 데리고 왔군요.”

“이제는 실장입니다.”

“이런. 승진했군요. 축하하네, 김 팀장…… 아니, 김 실장.”

“감사합니다, 이사님.”

도한수가 민혁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줬다.

이윽고 잔뜩 얼어붙은 얼굴로 서 있는 젊은 여성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분은 처음 뵙는군요.”

“고객지원부에서 일하고 있는 나모영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릴리아나를 대신해서 데려왔지요.”

“하하하! 그렇군요. 오랜만에 릴리아나 양도 만나 뵐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쉽네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저기 미팅을 다닐 때, 우석의 곁을 철석같이 지키며 따라다닌 릴리아나였기에 우석을 알고 있는 업체 관계자들은 릴리아나의 존재 역시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게다가 릴리아나의 외형이 너무나도 기억에 남는 특징들로 도배되어 있어서 한 번 마주치면 그녀의 존재감을 잊는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우선은 앉으시지요.”

“예.”

다섯 명의 인원들이 인사를 마치고 착석했다.

“오늘 보자고 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우석이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꺼냈다.

굳이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냥…… 요즘 이런 소문이 들려서요.”

소문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민혁과 우석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모든 신경이 도한수에게 집중되었다.

“무슨 소문인지요.”

“K 로지가 최근에 지분을 팔려고 한다는 소문을 들은 거 같아서 말입니다. 혹시 이 대표님도 알고 계시는지요.”

“지분이라…… 얼추 들은 거 같긴 합니다만.”

모른 척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알고 말고의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도한수 이사가 신경 쓰는 건 바로 K 로지가 내놓은 지분을 반드 미디어가 사들이느냐, 마느냐였다.

“혹시 이 대표님께서도 그 지분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요.”

“하하하. 저희는 요하네가 있는데 굳이 제가 K 로지라는 플랫폼을 노릴 만한 이유가 있습니까?”

“그럴지도 모르지요.”

도한수 이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반드 미디어의 플랫폼 사업도 잘되어 가는 마당에 굳이 비싼 자금을 투자해 인지도가 점점 하락하고 있는 K 로지를 떠맡을 생각까지 한다는 건 다소 부담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도한수는 반드 미디어가 얼마만큼의 매출을 내고 있는지 아직 정확하게 알아내지 못했다.

본래 맹수는 함부로 발톱을 드러내지 않는 법.

영리기업에게 있어서 매출이란 요소는 상당히 중요했다.

반드 미디어가 지닌 자금 규모도 짐작이 잘 안 됐다.

그래서 혹여나 반드 미디어가 K 로지의 지분을 노리고도 남을 만큼의 자금적 여유가 된다고 한다면…….

분명 우석은 K 로지에 대한 욕심을 낼 거라 생각했다.

하나 우석은 겉으론 티를 내지 않았다.

‘연기인가? 아니면…….’

이우석과 도한수.

두 사람의 심리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그 틈을 노려 민혁이 역공을 가했다.

“M 컬쳐는 어떻습니까?”

“저희…… 말씀입니까?”

“예. 자금적은 부분으로 따진다면 K 로지를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은 M 컬쳐 아닌가요? SVN 자회사이기도 하고요.”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만…….”

순간 도한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곧장 능력을 발휘하는 나모영.

도한수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뭐…… 그렇긴 하지요.”

대답 여부를 대충 넘기는 도한수였다.

찰나에 그를 지그시 관찰하던 우석이 몰래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과연…… 일이 그렇게 된 거로구만.’

대충 모든 상황을 파악한 우석.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미 그는 속으론 짙은 미소를 새기고 있었다.

* * *

회사로 돌아가는 차량에 몸을 실은 이들.

운전대를 잡은 민혁이 옆에 앉은 나모영에게 물었다.

“도한수 이사의 속마음이 어땠는지 알아냈나?”

“예…… 그때 들린 말로는…….”

나모영의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우석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SVN은 K 로지의 지분 경쟁에 관여 못 할 거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도한수 이사의 언행으로 보건데, 아마 위쪽 선에서 K 로지 지분을 별로 욕심내지 않는 거 같더군. 그래서 도한수 이사는 일부러 우리들을 불러서 K 로지 지분에 관한 관심도를 체크한 다음에 대처하기 위해 준비를 하려고 했겠지. 능동적이 아닌 수동적으로. 만약 반드 미디어가 K 로지를 적극적으로 노리고 있다면, 윗사람들을 설득하기 훨씬 쉬워질 테니까. 어떤가, 나모영. 내 말이 틀린가.”

우석의 물음에 나모영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맞습니다.”

“SVN 정도면 충분히 먼저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텐데, 이상하군요.”

민혁이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우석은 별로 이상하지 않다는 듯이 재차 입을 열었다.

“본래 대기업이면 대기업일수록 많은 의사 충돌이 벌어지기 마련. K 로지 인수 관련 문제도 아마 반대하는 입장의 목소리가 더 컸겠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군요.”

“여러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힌 곳이 바로 SVN이니까. 반면, 우리는 다르지.”

SVN이 K 로지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낸 이상.

이제는 망설일 게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K 로지를 우리 것으로 만들도록.”

“예, 알겠습니다.”

민혁의 대답에 힘이 실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