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의 신 144화
49. 플랫폼 오픈(2)
장르문학 업계에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이끌고 올 플랫폼, 요하네의 첫 오픈 서비스가 개시되는 날.
이미 여기저기서 수많은 이벤트들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수의 이용자들이 마구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럴 때일수록 김은성은 초조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설마 서버가 다운되거나 그러진 않겠지……?”
오픈 첫날에 플랫폼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라도 한다면 그거야말로 큰일이기도 했다.
사내 자체적으로도 끊임없이 점검하고 검토했다 하지만, 그래도 버그가 나오는 게 바로 프로그램의 세계였다.
덕분에 요하네 운영팀은 지금까지 나흘째 계속해서 회사에서 합숙을 하며 지내 오고 있었다.
우석이 크게 신경 안 써도 된다면서 집에 들어가도 좋다는 말을 했지만, 은성을 비롯해 직원들은 이미 한 번 이상 플랫폼을 직접 운영을 해 본 경력자들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우석의 선심을 마음 편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리고 이들의 예상 그대로…….
하나의 버그가 발견되었다.
“티, 팀장님! 뷰어에 있는 특수 문자가 깨져서 나온다고 합니다!”
“뭐어?”
놀란 나머지 소리를 치고 말았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물론 사소한 문제이긴 했지만, 그래도 첫 오픈을 개시한 플랫폼이었기 때문에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꼬투리로 잡힐 수가 있었다.
“다, 당장 해결해야…….”
빠르게 자리를 잡은 은성이었지만, 이내 부하 직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티, 팀장님!”
“또 뭐야?”
“그, 그게 말입니다…… 버, 벌써 수정되어 있는데요.”
“뭐?”
아직 은성이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홈페이지가 알아서 문제점을 수정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죄송합니다. 제가 워낙 피곤해서 잘못 본 것일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
하긴. 나흘째 집에 못 가고 회사에 틀어박힌 채 일을 하고 있는데, 헛것이 보이는 것도 나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본 것은 불행하게도 사실이었다.
다만, 이들보다 먼저 발 빠르게 대응을 한 사람이 있었기에 문제점을 금방 수정하게 되었다.
“…….”
스마트폰을 쥔 채 몰래 자리를 뜨는 우석.
이윽고 사무실을 나와 스마트폰으로 어디론가 통화를 시도했다.
신호음이 몇 번 들리기도 전에 상대방이 곧장 전화를 받았다.
-예, 우석 님.
“방금 문제 해결된 거 확인했다.”
-그렇군요.
통화 상대방인 아이티가 옅은 한숨과 동시에 사과의 말을 건넸다.
-죄송합니다. 소소한 문제가 발생할 줄은……. 제 불찰입니다.
“아니, 됐다. 사실 큰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그보다도 요하네 운영팀도 계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니, 문제가 발견되는 즉시 너한테 알려주마. 네가 할 일은…… 알고 있겠지?”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티 정도 되는 실력자라면 10명이 덤벼들어도 잡지 못할 버그를 순식간에 찾아 수정할 수 있었다.
방금 전도 마찬가지였다.
우석에게 문자로 문제 내용을 듣자마자 초 단위로 수정을 해버렸다.
오픈 첫날이었기 때문에 아이티 역시 본의 아니게 비상대기 모드에 들어가 있어야 했다.
“그래, 미안하지만 네가 고생 좀 해 줘야겠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남서진을 보내뒀으니, 필요한 게 있다면 녀석에게 말을 해 둬라. 당분간은 너희 집에 왔다 갔다 하면서 심부름을 전문으로 도맡아 할 거다.”
-예.
이름하야 땜빵 전문, 남서진까지 아이티에게 서포터로 붙여 놓았으니, 요하네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문제는 마케팅이었다.
반년 안에 4~50만의 플랫폼 회원 수를 확보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했다.
“릴리아나.”
“예, 우석 님.”
릴리아나가 우석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동시에 릴리아나에게 사소한 심부름 하나를 시켰다.
“민혁이도 이곳에 들어오라고 해라.”
“네, 알겠습니다.”
이제 타 플랫폼들의 시선을 돌리는 일 같은 건 필요가 없어졌으니, 또다시 김민혁을 굴려 먹을 때가 왔다.
비서들이 더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우석의 야망에 더더욱 가까워지는 법이었다.
* * *
이임전과 김은성, 그리고 김민혁.
이렇게 3명의 사원들이 우석의 대표 사무실로 모이게 되었다.
우석이 이들을 소집한 것은 다름이 아닌 마케팅에 관련된 문제 때문이었다.
“우선…… 이 자료들을 한 번씩 훑어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석이 릴리아나에게 자료를 건네자, 릴리아나가 3명의 직원들에게 각각 자료들을 건네줬다.
보기 쉽게 표로 정리되어 있는 자료들.
표 안에 적혀 있는 사이트들을 보자마자 이임전 부장이 가장 먼저 감을 잡았다는 듯이 이야기를 건넸다.
“외부 사이트에 배너를 거실 생각이시군요.”
“정확합니다. 방금 나눠 드린 종이는 웹툰과 웹소설에 연관되어 있는 대규모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추슬러서 뽑아 본 명단을 담은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붉은색으로 표기되어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무조건적으로 배너를 집어넣어야 할 필수 사이트들이고, 파란색으로 표기된 사이트들은 경우에 따라서 배너를 넣을지 말지 결정해야 할 사이트입니다. 그렇게 구분해 주시면 좋겠군요.”
“이렇게 보니 엄청 편하네요.”
은성이 솔직한 심정을 담아 말했다.
심지어 이임전 부장이 몰랐던 사이트도 있었다.
“대표님, 여기 적혀 있는 ‘로아웹’이라는 건…… 어떤 사이트입니까?”
“처음에는 비디오 게임 전문 커뮤니티 사이트였지만, 최근 들어서 도서라든지 만화, 애니메이션 등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을 늘리면서 다양한 취미를 지닌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사이트입니다. 이용자 숫자만 하더라도 150만 가까이 되는 대규모 사이트지요.”
“이런 사이트가 있을 줄이야…….”
“최근에는 게임 커뮤니티면 게임만, 책 커뮤니티면 책만 이야기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습니다. 커뮤니티 사이트들도 이용자 수를 확보하기 위해 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유치하고자 점점 영역을 넓히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지요. 로아웹도 그중 하나입니다.”
“빨간색으로 표기한 정확한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까?”
“회원 수 100만이 넘어가는 사이트들을 모아 따로 표기한 겁니다.”
“그렇군요…….”
100만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 사이트에 배너를 걸면 어느 정도 홍보가 될 수 있었다.
게다가 한 군데만 배너를 거는 것도 아니고 명단에 적혀 있는 사이트들 전부를 건다고 하니, 그 홍보 효과도 어마어마할 터.
하지만 동시에 빠져나가는 비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금액은 어떻게 하실지…….”
은성이 조심스럽게 사용 가능한 비용에 대해 물었다.
각 커뮤니티 사이트 배너도 위치에 따라 금액이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사이트의 메인 배너는 일주일에 천만 원을 요구하는 곳도 있고, 다른 어떤 사이트의 경우에는 소배너 하나에 5백을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물론 우석도 그 점은 미리 숙지하고 있었다.
“금액에 대해서는 이미 다 조사가 끝났습니다. 최대치로 마케팅 쪽 투자 금액을 잡아 뒀으니, 아마 부족하진 않을 겁니다.”
“그렇군요…….”
“초창기 플랫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회원 수의 유치가 가장 절실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 이용자 숫자부터 늘리는 데에 방향성을 잡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예, 알겠습니다!”
“이임전 부장님과 김민혁 팀장도 당분간은 다른 업무는 후 순위로 미뤄 둬도 좋으니, 플랫폼 마케팅 쪽에 전념하세요.”
“네!”
“우석 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일정 숫자의 플랫폼 이용자 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이 프로젝트는 망했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많은 금액을 투자했는데, 여기서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반드 미디어는 크게 한 번 발목을 잡힐 것이다.
반면, 플랫폼이 대성공을 거둔다면 고정적으로 회사 자금을 얻을 수 있는 활로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플랫폼 사업은 결국 양날의 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수를 쓰더라도 성공을 시켜야 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한 가지 더.”
3명의 이목을 다시 집중시킨 우석이 이임전과 김민혁을 번갈아 바라봤다.
“영업팀에 2명의 새로운 신입 사원을 배치할 예정입니다.”
“신입 사원이라고 함은…….”
“한 명은 반도체라고 해서, 일본어 강사 경력이 있는 남자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나모영.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활동을 하던 젊은 여성이지요.”
“허허…… 이거 참. 대표님께서 또 특이한 인재들을 데려오셨군요.”
“능력은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이지요! 민혁이 건도 있는데…… 저는 이제 더 이상 대표님이 직접 스카우트를 해온 인재들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반도체의 경우에는 본래 따로 번역팀을 만들든가, 아니면 아이티처럼 고정 외주 형태의 포지션으로 잡을까 생각을 해봤었다.
그러나 반드 미디어가 지금 당장 해외로 진출하는 것도 아니고, 우선 플랫폼 사업이라든지 드라마 제작, 그리고 기타 화염룡의 차기작 등을 다시 한번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점 등이 있었기에 지금 당장은 반도체를 번역 쪽에 투입시킬 필요가 없었다.
대신 외국 바이어와의 미팅이 자주 있을 예정이기에 조금이라도 영업을 더 배우게끔 일부러 영업팀에 배치를 시키게 되었다.
반면 나모영의 영업팀 배치는 지극히 간단했다.
남의 속마음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사원이 있는데, 실무 업무나 시키며 회사 내부에서 계속 품고 있다면 그거야말로 재능 낭비라 할 수 있다.
실무보다는 차라리 영업 쪽으로 돌려 거래처 상대방의 속내를 들여다보게끔 시키는 것이 효율적으로 그녀의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영업팀으로 배치를 시킨 것이었다.
“김민혁 팀장.”
“예, 우석 님.”
“네가 반도체 사원과 나모영 사원, 2명의 사수를 맡아라.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영업이란 어떤 것인지 제대로 교육시키도록.”
“맡겨 주시기 바랍니다.”
김민혁에게 맡긴다면 영업에 관한 스킬은 확실하게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다.
* * *
“그럼 이 정도 하는 걸로 회의를 마치도록 하죠.”
“수고하셨습니다!”
은성과 이임전, 그리고 민혁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우석에게 고생했다는 식으로 인사를 건넸다.
한두 명씩 대표 사무실 바깥으로 나서는 동안, 우석이 민혁의 이름을 호명했다.
“김민혁 팀장.”
“예, 우석 님.”
“내일 저녁에 비서들을 전부 집합시킬 예정이다. 동시에 새로운 서열 랭크를 정하려고 하니 그리 알고 내일은 외근 약속 잡아두지 말도록.”
“네, 알겠습니다.”
우석의 말을 듣자마자 민혁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하기야. 미스터 리를 포함해서 반도체, 그리고 신입인 나모영까지.
비서가 3명이나 합류하게 되었는데, 조만간 비서 소집을 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시기 좋게 우석이 비서 소집을 하겠다는 말을 꺼낸 것이다.
민혁의 입장에선 당연히 반길 수밖에 없는 행사였다.
사실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를 소개한다는 개념보다는 서열 랭킹을 다시 매긴다는 점이 더더욱 민혁의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의 성과도 있었으니, 내 랭크도 조금은 올랐겠지.’
그간 낮은 랭킹을 올리느라 좀 고생을 하긴 했었다.
물론 그가 자초를 한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간의 성과도 있으니 상위권을 노릴 수 있을 터.
사실 남서진을 비롯해서 아이티라든지 이런 비서들은 그다지 서열 랭킹에 관심이 없었다.
거의 유일하게 민혁만이 랭킹 욕심을 많이 부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충분한 활약도 했으니…… 이번에는 제법 상위 랭킹을 노려볼 법도 했다.
“내일 저녁,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의 말에 우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 줬다.
“그래, 기대하도록.”
의미심장한 우석의 말이었지만, 민혁은 자신의 의사가 충분히 전해졌음을 확신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