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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의 신-113화 (113/201)

갑질의 신 113화

39. 자격의 증명(1)

반드 미디어 사무실 내부.

신입 사원들이 대량을 늘어난 탓에 이제는 제법 중소기업 회사다운 면모를 갖춰 가고 있었다.

한꺼번에 신입들을 모집한 적이 있었기에 당분간은 신입을 받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이들.

그러나 오늘, 새로운 신입 사원이 반드 미디어 사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김민혁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철수가 순간적으로 이해가 잘 안 간다는 표정으로 우석을 바라봤다.

그러나 우석은 철수의 시선을 알고서도 무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민혁을 대신해 하고자 하는 말을 입에 담았다.

“이임전 부장님 밑에서 영업부 팀장으로 일할 친구입니다. 김민혁 팀장이 가장 마지막에 우리 회사로 합류했으니, 모르는 게 많을 겁니다. 다들 선임으로서 김민혁 팀장에게 많은 도움의 손길을 줬으면 좋겠군요.”

“예, 알겠습니다!”

막내라 하더라도 이곳, 반드 미디어에 들어오자마자 우석으로부터 영업부 팀장의 지위를 받게 되었다.

그 말인즉슨, 어디선가 나름 오랫동안 경력을 쌓고 이곳으로 이직을 해 왔다는 뜻이 아닐까.

막내답지 않은 막내, 그가 바로 김민혁이었다.

자기소개를 마치고 나서 자리를 할당받은 김민혁.

“일단은 말이지요…….”

철수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면서 민혁에게 사내 생활에 관한 기본적인 것들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한편, 그사이에 이임전이 우석에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대표님, 저 사람은 도대체 어디서 데려오신 겁니까?”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입니다.”

“실례되는 말씀이긴 합니다만…… 혹시 이쪽 바닥에 경력이 전무한 사람 아닌가요? 저도 나름 오랫동안 관련 업계에서 활동을 해왔다고 자부하지만, 김민혁이라는 이름 세 글자는 오늘 대표님을 통해서 처음 들어 봤습니다.”

“아무래도 그렇지요. 왜냐하면 활동 내역이 전혀 없거든요.”

“허…….”

그렇다면 어째서 그를 영업팀으로, 심지어 일반 사원도 아닌 팀장의 지위를 주면서까지 데려온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임전의 입장에선 도저히 납득을 할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이 인맥 사회라는 건 물론 이임전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반드 미디어는 지인을 꽂아 넣는 것보다 능력이 출중한 사람을 데려와 써야 하는 신흥 회사였다.

이러다가 자칫 잘못하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사원이 실수를 저지르기라도 한다면……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가능성도 있었다.

물론 이임전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우석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저 녀석이라면 괜찮을 겁니다.”

“하지만…….”

말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제아무리 우석이 괜찮다, 괜찮다 해도 과연 이임전이 마음 놓고 민혁을 신용할 수 있을까?

천만에.

우석이 이임전의 입장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할 것이다.

“어쩔 수 없군요. 그럼 한 가지 테스트를 진행해 볼까요?”

“테스트…… 말입니까?”

“예. 김민혁 팀장에게 미팅 건 하나를 맡겨 보면 될 겁니다. 거기서 이임전 부장님이 만족한 결과를 이끌어 낸다면, 김민혁 팀장의 능력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의심하지 않기로 합시다.”

“어떤 미팅을 맡기실 생각입니까?”

“남궁진수 작가의 차기작 계약을 우리 쪽에서 따내도록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예?”

순간 이임전이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남궁진수라는 필명을 쓰고 있는 웹툰 작가가 한 명 있었다.

그림 실력도 뛰어날뿐더러, 작품성이라든지 질적인 면에서도 톱을 달리는 작가였다.

그러나 성격 자체가 너무나도 까다로웠기 때문에 쉽사리 계약을 따내지 못하는 작가이기도 했다.

분명 이 남궁진수라는 작가를 데려온다면, 다수의 웹툰 팬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깐깐한 성격 탓에 쉽사리 계약을 따 오지 못하는 게 대다수였다.

심지어 업계에서 잘나간다고 소문이 난 M 컬쳐의 계약조차도 단칼에 거절하는 남궁진수.

그런 그의 차기작 계약을 따오게끔 시키겠다니.

이임전의 입장에서 보자면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결과가…… 너무 빤히 보이는 거 같습니다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겠지요. 혹시 또 모르지 않습니까? 김민혁 팀장이 정말로 계약을 따 올지.”

“만약 그렇다면, 대표님께서 원하시는 플랫폼 사업에도 엄청난 탄력을 받을 거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저는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군요. 죄송합니다.”

“하하, 그게 당연한 반응입니다.”

괴짜라 불리는 남궁진수지만, 그를 추종하는 웹툰 팬들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남궁진수를 데려올 수만 있다면…….

이임전이 말했던 그대로 플랫폼 사업 진행에 있어서 어마어마한 탄력을 받을 게 틀림없었다.

* * *

오늘부터 새롭게 출근을 하게 될 민혁에게 이것저것 알려 주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던 철수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새로운 신입한테 뭔가를 알려 준다는 건 의외로 힘든 일이네요.”

“고생 좀 하셨나 봅니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걸 보아하니…….”

오태준이 수고했다는 듯이 냉수 한 잔을 철수의 책상 위에 올렸다.

그러나 철수는 그의 물음에 상반된 반응을 보여 줬다.

“아니요. 오히려 습득이 너무 빨라서 금방금방 끝난 거 같습니다.”

“흠, 그런가요?”

가만히 생각에 잠기기 시작하는 오태준.

그러면서 슬쩍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김민혁이라는 분…… 혹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어디서 근무했었는지에 대해 들은 적은 없습니까?”

“아니요. 전혀요. 그동안 치킨집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내 왔다고 하던데요.”

“배, 배달이라……. 하긴, 우리나라가 배달의 민족이긴 하지요.”

물론 그 배달과 배달의 민족이란 문장에 사용되는 배달은 서로 다른 의미이긴 했다.

“그나저나 참 특이하군요. 예전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대표님은 어디선가 출신조차 모르는 인재를 당연하다는 듯이 한 명, 한 명 데려오는 거 같지 않습니까?”

“저도 마침 그런 생각을 하곤 했는데…… 우석이 녀석이 그렇게나 발이 넓었나 싶네요.”

“그보다도 과거 이력이 불투명한 사람들만 데려온다는 게 좀 이상하긴 합니다.”

하기야. 오태준의 입장에선 수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본인과 이임전같이 다른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스카우트를 당해 반드 미디어로 오게 된 경우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남서진이라든지 김민혁 같은 경우에는 도통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무슨 근거로, 그리고 그들의 능력에 어떠한 확신을 가지고 있기에 당연하다는 듯이 반드 미디어로 스카우트를 해온 것일까.

“대표님의 인재 채용의 기준에 대해선 솔직히 이해가 안 가는 점이 너무 많습니다.”

“뭐…… 그건 저도 마찬가지지만요.”

그래도 우석의 용병술 덕분이라고 할까.

볼품없던 반드 미디어라는 작은 회사가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성장의 원동력은 소봉예화의 글솜씨라든지 아이티의 정보 수집 능력 등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따진다면 이들을 섭외한 우석의 안목이 가장 크다 볼 수 있었다.

“이번에도 김민혁 팀장에게 많은 기대를 걸어 봐도 좋을까요?”

태준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묻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철수는 이우석, 본인이 아니었다.

그저 친한 친구에 불과할 뿐.

그렇기 때문에 오태준의 질문에 대해 확신을 내려 줄 수 없었다.

“글쎄요…… 우석이 녀석이 알아서 잘하겠지요.”

“하하, 기대됩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참신한 인재를 데려온 걸까.

그러한 궁금증이 태준의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 * *

새로 합류하게 된 김민혁.

그에 관해 사원들이 여기저기서 김민혁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을 무렵, 우석이 그를 대표 사무실로 호출했다.

똑똑.

“우석 님, 접니다.”

“들어오도록.”

“예.”

우석의 승낙을 받고 나서야 문을 열고 대표실 안으로 들어가는 김민혁.

얼마 전에는 우석에게 어쭙잖은 사기도 쳐 보려 했지만, 지금은 우석의 충신으로서 일하기로 결심을 한 지 오래였다.

“소파에 앉아라.”

“알겠습니다.”

우석의 말에 따라 얌전히 착석하는 김민혁.

그를 지그시 응시하던 우석이 대뜸 이런 말을 꺼냈다.

“너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꽤 많더군.”

“그럴 수밖에 없지요. 아무런 이력도 없는 사람이 대뜸 팀장이랍시고 들어왔으니…… 저 같아도 의심부터 하고 볼 거 같습니다.”

김민혁도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중에서 환영의 의사와 더불어 의심의 눈초리도 다수 섞여 있었다는 것을.

그러나 알면서도 일부러 내색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도 우석의 명을 받고 반드 미디어에 입사를 할 때부터 그러한 시선들을 받을 거란 예상은 진작부터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혁은 겨우 사람들의 이런 시선으로 멘탈이 흔들릴 만큼 약한 사람은 아니었다.

말을 잘하려면 오히려 강한 멘탈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게 기초 상식이었다.

아마 비서들을 통틀어 보자면 민혁도 상당히 높은 강철 멘탈을 보유한 비서 중 한 명일지도 몰랐다.

“그 불편한 시선들을 잠재울 필요성이 있을 거 같더군.”

우석이 맞은편 소파에 자리를 잡으며 입을 열었다.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그리고 어떠한 일을 시킬지에 대해 얼추 민혁도 예상하고 있었다.

“남궁진수 작가를 이곳, 반드 미디어 소속 작가로 데려오라……. 라는 걸 지시하실 생각이신가 보군요.”

“잘 알고 있군. 이임전 부장에게 미리 들었나?”

“아니요. 사원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남궁진수라는 작가에 대해 말하는 걸 얼추 들은 적이 있습니다. 괴짜라고 하더군요.”

“그런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다니…… 기억력이 좋은 편인가 보군.”

“자랑은 아니지만요.”

“아니, 그 정도면 충분히 자랑거리로 삼아도 될 거 같다.”

“세계의 주인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한껏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 주는 김민혁.

그러나 그 미소조차도 왠지 모르게 능글거림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크게 와 닿았다.

어차피 김민혁은 이런 남자다.

첫 만남 때부터 그런 인식이 강했기에 우석은 딱히 민혁의 이런 만들어진 겉모습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네가 방금 말한 그대로다. 남궁진수 이 작가를 우리 측으로 끌어왔으면 좋겠군.”

“원하시는 형태는 어떻습니까?”

“매니지먼트 계약이 좋겠군.”

“상당히 난이도가 있어 보이는 듯하군요.”

작품 하나를 놓고 계약하는 것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하는 건 의미가 달랐다.

해당 회사에 일정 기간 동안 소속이 된다는 것을 뜻했기 때문이다.

물론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으면, 그에 맞게 계약을 맺은 회사도 그 작가에 대한 대우를 일반 계약한 작가에 비해서 보다 더 후하게 쳐주기도 했다.

정산 비율이라든지, 혹은 마케팅이나 이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밀어줘 더더욱 많은 수입이 나게끔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대신, 일정 기간 동안 해당 작가가 만드는 작품들은 전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은 회사와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게 된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단점일 수도 있었다.

애초에 작가는 기본적으로 프리랜서라고 보는 게 편했다. 그런데 여기서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어 버리면, 다른 외주들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지 않는 작가도 있었다.

그중에 한 명이 바로 남궁진수였다.

매니지먼트 작가 계약을 싫어하는 작가에게 매니지먼트 계약서를 내밀고 체결까지 하라고 말을 하니, 듣는 입장으로선 기가 막힐 노릇일 수도 있었다.

어떻게 보자면 말도 안 되는 갑질이라 폄하해도 큰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우석은 이미 진작부터 김민혁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라면 충분히 소화 가능한 범위 내의 미션을 내려주게 된 것이었다.

“어떻게 할 거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우석.

그러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김민혁이 대답을 들려줬다.

“어렵지 않은 과제인 거 같군요.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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