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의 신 44화
11. 낮과 밤은 다르다(3)
유명 포털 사이트, 미논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 MNN.
자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르문학 연재 플랫폼, ‘M컬쳐’에는 하루에도 수백의 작품들이 업로드되고 있다.
유료연재, 전자책을 통틀어 아마추어들이 연재하는 작품들까지.
말 그대로 콘텐츠들의 생산지라 불리는 대형 연재 사이트에 최근 들어 MNN 콘텐츠 관리팀의 눈길을 사로잡는 혜성 같은 존재가 등장했다.
콘텐츠 관리팀의 모든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대박 신인.
그 신인의 존재 덕분에 콘텐츠 관리팀은 때아닌 회의 일정까지 잡아야 했다.
“도 부장님~!”
여성 직원의 부름에 꾸벅꾸벅 졸던 도한수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대답한다.
“...예, 무슨 일이십니까.”
“곧 회의 시작하려고 하는데 괜찮으시죠?”
“아, 네. 바로 회의 시작하죠.”
“에!”
콘텐츠 관리팀 사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회의 때 필요한 자료들을 챙기기 시작한다.
사무실 내에 마련되어 있는 대회의실 안에 한두 명씩 자리를 잡고, 마지막에 도한수가 자신의 지정석인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한다.
“어디 보자…… 그 전설의 ‘화염룡’이 다시 돌아왔단 말이지?”
“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화염룡.
다는 댓글마다 그 작품의 흥행을 예고한다고 전해지는 전설의 존재.
한동안 모습을 감췄다가 그가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문제가 있다면 바로 독자로서가 아닌 작가로서 모습을 내비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화염룡이 현재 자신이 쓴 소설을 올리고 있는 곳은 바로 M컬쳐.
그래서 MNN 콘텐츠 관리팀 역시 이렇게 민감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대형 거물급 존재가 자신의 플랫폼 사이트에서 글을 2개나 연재하기 시작했다.
“작품들 읽어본 사람 있어요?”
“여기 있는 사원들 전부가 다 읽어봤습니다.”
“감상평은?”
도한수의 물음에 답변을 들려준 인물은 콘텐츠 관리팀에서 일하고 있는 김현희 팀장이었다.
“흠잡을 곳이 없더라고요. 고작해야 10편밖에 되지 않지만…… 프롤로그에서 보여준 흡입력하며 이야기 전개, 그리고 주인공을 비롯해 등장인물이 하나하나가 다 개성이 있어요. 버릴 캐릭터가 전혀 없을 정도로요.”
“연재하고 있는 두 작품이…… 하나는 로맨스고, 하나는 현대 판타지였나?”
“네.”
“두 작품의 반응은 어떤가요?”
“조회수는 이미 편당 2만 단위를 넘어가고 있어요. 10편에 편당 조회수가 2만을 넘기고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죠.”
게다가 화염룡이 신인 필명이라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입이 쩍 벌어질 만한 소식임에는 틀림이 없다.
화염룡이 댓글 플레이를 한 적은 많지만, 그렇다고 직접 창작 활동을 한 적은 없다.
작품을 보는 안목이 대단했기 때문에 그가 글을 쓴다면 분명 좋은 작품이 나올 거라 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은 작품이 나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도한수도 화염룡이 연재하고 있는 로맨스와 현대 판타지를 읽어봤다.
김 팀장이 말했던 그대로 같은 생각을 받고 있었다.
상세히 읽어본 건 아니지만, 주욱 훑어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이야기가 술술 읽힌다.
댓글 역시 폄하하는 댓글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오히려 화염룡이 쓴 두 개의 작품에 열광하는 반응이 대다수다.
연참을 해달라는 건 기본 요구사항이고, 빨리 다음 편을 올려달라느니, 하루에 10편씩 연재해 달라는 부탁이 쇄도하고 있다.
작품의 재미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뜻하는 지표가 아닐까 싶다.
“도 부장님.”
콘텐츠 관리팀 소속 이영신 대리가 자신의 의견을 드러낸다.
“이 작가는 놓쳐선 안 될 거 같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해서든 잡고 가죠.”
“저도 이 대리 생각에 동의합니다.”
김 팀장을 비롯해 다른 사원들 역시 한 쪽으로 의견을 통합한다.
물론 도한수 역시 말은 안 했을 뿐이지, 그 제안에 동의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연락을 할 방법이 없으니, 큰일이야.”
“쪽지라도 보내보시는 게 어떤가요?”
“이미 보내봤어.”
이들이 회의를 가지기 전부터 도한수는 이미 화염룡을 자신들이 데리고 가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그래서 계속적으로 쪽지를 보내봤지만…….
그에 대한 반응이 없다.
분명 쪽지는 읽은 티가 난다. 하지만 보고도 연락을 해오지 않는다는 건, 화염룡이 MNN과 같이 손을 잡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닐까.
다른 쪽 출판사와의 연줄을 통해 화염룡의 연락처를 알아내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화염룡은 신인에 불과하다. 다른 출판사에 연락처가 있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
그래도 일단 혹여나 화염룡과 컨택을 하는 데에 성공한 출판사가 있을지도 모른다.
해보는 데까지 해봐야 한다.
“일단…… 현상금을 걸어서라도 다른 출판사들에게 화염룡의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말을 전해둬야겠어.”
도한수가 결심을 굳힌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만큼 화염룡이란 작가는 이들에게 많은 매력을 심어주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잡아야 한다!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
* * *
우석이 소봉예화에게 조건을 내민 것은 두 달의 기간이었다.
통합 장르 베스트 순위에서 소봉예화의 작품 2개가 3위 안에 랭크되어야 할 것.
그러나 소봉예화는 이 조건을 두 달이 채 되기도 전에 클리어를 해버렸다.
우석이 봐도 믿기지 않는 성과였다.
‘역시…… 보통 능력이 아니군.’
소봉예화의 필명, ‘화염룡’은 이미 출판업계에 거대한 센세이션을 불러오고 있었다.
어디서든 화염룡의 연락처를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정작 화염룡의 연락처를 알고 있는 건 우석이 속한 반드 미디어뿐이다.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던 철수가 짧게 혀를 차며 말한다.
“우와…… 그 아가씨, 연재 성적이 장난이 아니네. 이미 일일 베스트 1, 2위는 기본으로 싹 쓸어가는구만.”
철수의 말대로 화염룡... 아니, 소봉예화는 신인 필명을 가지고도 M컬쳐에서 두 작품이나 베스트에 올리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장르 또한 한창 인기 있는 장르이기도 한 로맨스와 현대 판타지, 두 장르다.
“예화 씨 글은 정말 재미있어요. 저도 요즘 읽고 있는데, 앞으로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되는지 사적으로도 막 묻고 싶을 정도예요.”
지혜 역시 이미 예화의 열렬한 팬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직원의 특권이라 하더라도 반드 미디어 사원들은 직접적으로 예화와의 접근을 쉽게 추진할 순 없었다.
애초에 집필이 가능한 건 소봉예화다.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괴짜 여성이다.
그래서 집필 모드에 들어간 소봉예화와 사적으로 만나는 건 반드 미디어에선 암묵적으로 피하는 관습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화염룡은 다르다.
“안녕~!”
문을 열고 기운차게 들어오는 화려한 차림의 여성, 화염룡.
그녀의 방문에 모두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아준다.
여전히 마찬가지로 노출도가 상당한 의상을 선보인다.
지혜가 술집에서 일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그런 의상 콘셉트 덕분에 보는 이가 다 민망해질 정도다.
“그러고 다니면 안 춥나.”
보다못한 우석이 한마디를 더한다.
하나 화염룡은 괜찮다는 식으로 윙크를 선보인다.
“응. 패션의 기본은 불편함이라고 하잖아? 이 정도야 아무렇지도 않지.”
“그렇군…… 그보다 오늘 연재분은. 아직 우리 쪽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직접 주려고 왔어. 오랜만에 얼굴도 비칠 겸해서. 자, 여기 USB 포트.”
“…….”
우석이 말없이 그녀가 건넨 USB 포트를 받아든다.
이윽고 철수에게 넘기자, 기다렸다는 듯이 철수가 빠르게 작품을 업로드하기 위한 셋팅을 마친다.
화염룡의 개인신상명세는 반드 미디어에서 철저하게 통제를 하고 있다.
혹여나 소봉예화의 개인정보로 가입되어 있는 아이디로 소설을 연재하게 된다면, MNN 측에서 어떻게든 연락처를 알아내기 위해 소봉예화의 아이디 정보를 열람할 가능성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석은 일부러 소봉예화의 개인정보로 가입되어 있는 아이디의 사용을 금하고, 철수의 아이디로 작품을 업로드하게끔 지시를 해뒀다.
그래서 소봉예화가 금일 연재분을 작성하면, 반드 미디어 측에 원고를 전달해 업로드를 한다.
분명 번거로운 작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우석은 화염룡과 소봉세화의 정체를 최대한 숨기기 위해 이런 방식을 택하게 되었다.
두 사람…… 아니, 두 인격의 존재를 영원히 비밀로 할 생각은 없다.
최대한 화염룡의 가치가 정점에 오를 때까지 기밀을 유지한다
그리고 예화가 연재하는 작품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무렵.
우석은 공식적으로 화염룡의 존재를 출판업계에 슬쩍 퍼트리고 다닐 예정이다.
화염룡은 반드 미디어 소속 작가다.
그 말 한마디가 출판업계에 엄청난 파급력을 선보일 것이다.
철수가 오늘의 연재분을 업로드하고 있을 무렵.
우석의 스마트폰이 매섭게 진동한다.
“…….”
말없이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던 우석이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슬쩍 옆으로 다가와 우석의 스마트폰 액정 화면을 응시하는 화염룡.
“왜 그래, 우석 오빠. 숨겨둔 애인한테서 전화라도 온 거야?”
“애, 애인……!”
그 단어에 유독 민감히 반응하는 릴리아나와 지혜.
그러나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시 하던 일에 열중하는 듯 연기를 선보인다.
“네 기대에 부응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군. 애인 같은 건 없다.”
“정말? 그럼 내가 우석 오빠 애인해도 돼?”
화염룡의 적극적인 프로포즈에 또 한 번 다른 두 여자의 어깨가 크게 움찔한다.
그러나 우석은 화염룡의 떠보기 식 멘트를 일일이 받아줄 상황이 아니었다.
“네가 좀 더 성숙한 여성이 된다면 그때 가서 생각을 해보도록 하지.”
“지금도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큰 가슴을 손가락으로 쿡 찔러 보이는 제스처를 선보인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염룡의 유혹을 가볍게 뿌리친 우석이 잠시 통화를 위해 바깥으로 나선다.
“육체적인 부분이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을 가리키는 거다. 잘 기억해 두도록.”
화염룡에게 잊지 말고 새겨들으라는 식으로 충고 한마디를 건네준 뒤.
반드 미디어 사무실에서 나와 곧장 통화 버튼을 터치한다.
“여보세요, 이우석입니다.”
-아, 우석 씨! 혹시 통화 가능하신가요?
익숙한 목소리다.
민아 출판사와 더불어 우석과 왕래가 잦은 곳 중에 하나인 MNN.
그곳에서 콘텐츠 관리팀 부장직을 역임하고 있는 도한수의 목소리가 우석의 귓가에 맴돈다.
“예, 가능합니다.”
도한수가 통화를 걸어온 목적이 무엇인지 이미 우석은 잘 알고 있었다.
안 그래도 MNN에서 화염룡과의 접촉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배령을 내려 수색 작전에 돌입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것 때문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품는 우석.
그의 의도대로, 도한수의 입에서 화염룡이라는 단어가 언급된다.
-혹시 반드 미디어 측에서 화염룡이라는 작가와 접선이 있는지 해서 묻고자 연락드렸습니다.
“아니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군요. 혹시나 연락이 닿을 만한 건수라도 있다면 저희한테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에 대한 보답은 충분히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화염룡은 이미 출판업계 모두가 노리는 거물급 신인이 되어버렸다.
물론 외부적으로 봤을 때는 신인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미 예화는 과거에 작품 활동을 한 적도 있다.
이런 소봉예화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과연 출판업계에는 어떠한 지각변동이 발생하게 될까.
신호탄의 방아쇠를 당기고 말고를 결정하는 건…….
바로 우석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