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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의 신-42화 (42/201)

갑질의 신 42화

11. 낮과 밤은 다르다(1)

“이중인격이라…….”

사실 우석은 이중인격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진 못했었다.

아이티가 이중인격이란 정보를 빼먹을 만큼 불충분하게 설명을 들려준 것도 있지만, 설마 비서 중에서 두 가지 인격을 가지고 있는 비서가 있을 줄이란 건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화염룡이라는 자가 댓글을 달았다는 건가? 그렇다면…….”

우석이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사견을 들려준다.

“각자 할 수 있는 능력도 분담되어 있다거나 하진 않겠지?”

“역시 우석 오빠 보는 눈이 정확하네.”

예화가 또 한 번 가볍게 윙크를 선보인다.

체형 자체도 상당히 글래머러스하고, 게다가 표정 또한 색기를 담고 있다.

몸짓 하나하나에 남자를 유혹하는 아우라를 마구 발산하는 소봉예화.

그런 그녀에게 또 다른 인격이 있을 줄이야.

“구체적으로 설명해 줬으면 좋겠는데.”

“원래의 소봉예화는 사람 앞에서 눈도 못 마주치고 이상한 말만 지껄이는 중2병 걸린 소녀였거든. 내성적인 성격 탓에 혼자서 방 안에 틀어박혀서 책만 읽는 그런 불쌍한 신세였지.”

“어디서 많이 듣던 패턴이군.”

우석이 알고 있는 인물 중에도 이런 비슷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인물이 한 명 있다.

아이티.

정보의 신이라 불리는 모니터 마니아다.

“뭐, 어쨌든 자신도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다니고 싶다는 소망이 구체화되어 나타난 게 바로 나, 2번째 인격인 ‘화염룡’이야.”

소봉예화의 두 번째 인격.

속칭 ‘화염룡’.

“왜 하필이면 그런 이상한 명칭을 붙인 거지?”

“그야 소봉예화에게 물어보면 알겠지.”

“…….”

“아무튼 난 그녀의 또 다른 인격이고, 동시에 능력 역시 분담을 받았어. 아까 흥행 조짐을 보일 콘텐츠를 보는 눈이라고 했지? 그건 내가 가진 능력이야.”

“그럼 기존의 소봉예화는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지?”

“콘텐츠 생산 쪽.”

“과연…… 그렇군.”

예화…… 아니, 그녀의 또 다른 인격인 화염룡(생긴 건 전혀 아니지만)으로부터 커다란 힌트를 손에 쥐게 된 우석.

그녀의 말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석이 원하는 콘텐츠 흥행 조짐을 미리 볼 수 있는 안목을 지닌 시선은 화염룡이, 그리고 창작 집필 활동이 가능한 건 소봉예화 본인이다.

인격 분리와 동시에 능력도 각자 분할해 할당된 셈이다.

‘오히려 이게 나을지도 모르겠군.’

우석으로서는 사실 큰 장애 요소는 아니다.

결과야 어찌 되었든 간에 문화를 관장하는 비서는 한 명이었고, 두 개의 인격을 지녔다 하더라도 이들이 한 몸에 들어가 있는 것도 변함이 없다.

그리고 아이티와는 다르게 외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두 번째 인격, 화염룡도 있으니 필요하면 때에 따라 소봉예화와 화염룡, 두 인격을 번갈아 교체하면 될 일이다.

“그러고 보니 인격을 바꾸는 건…… 자의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응, 맞아.”

“그것도 편리하군.”

때에 따라 상황과 시기에 적절한 인격을 내보낸다.

소봉예화가 또 다른 인격을 만들어낸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성격이 너무 내성적이면 공동 작업을 하는 데에도 문제가 많다.

회사, 그리고 팀이라는 건 결국 공동체다.

서로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그만큼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 손해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화염룡이라는 외향적인 성격을 지닌 두 번째 인격의 도움이 필요하다.

“소봉예화는 나의 비서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지?”

“크게 반대는 안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예화가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석 오빠의 결재가 필요하니까. 덕분에 최근 글, 그림도 못 그리고 있다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건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어. 저번처럼 대박 콘텐츠 몇 개 만들어내서 굴리면 충분히 돈이 들어올 텐데. 하아…….”

우석이 아이티에게 들은 부가적인 정보에 의하면, 소봉예화는 기존의 전 세계의 주인이 이 세계를 관장할 때 외주 형식으로 작가를 했었다고 들었다.

그녀의 창작 활동에 딱히 반감을 가지지 않았던 전 세계의 주인은 소봉예화에게 결재를 승인했고, 그녀는 세계의 주인이 내려준 결재 승인에 따라 창작 활동을 이어나갔다.

덕분에 그녀가 쓴 작품, 혹은 그린 그림은 전부 대박 행진을 이어가게 되었고, 수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낱 꿈에 불과했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려던 찰나에 세계의 주인이 파산을 선언하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비서들은 결재 수단을 받지 못하게 되고, 소봉예화 역시 창작 활동을 계속 이어갈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그간 벌어놓은 돈 덕분에 적당히 먹고 살아올 수는 있었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가 다가오게 된다.

덕분에 이제는 더 이상 지체할 여력이 되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보다 우석 오빠와 손을 잡아 다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게 훨씬 더 돈이 되니까.”

클럽에 자주 다닐 거 같은 차림을 갖춘 화염룡이지만, 겉보기와는 다르게 눈치라든지 순간적인 판단 능력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녀는 결재라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우석에게 전적으로 충성을 맹세한다.

그래야 그녀들 역시 자신의 재능을 보다 유용하게 활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봉예화도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별로 체질에 안 맞는 거 같으니까, 아마 별다른 어려움 없이 우석 오빠의 말을 받아들일 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내가 직접 예화와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군. 아까 인격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했었는데…… 지금 예화를 불러오는 것도 가능한가?”

“응, 가능해.”

“그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끔 자리를 마련해주면 좋겠군.”

“알았어.”

우석이 말한 대로 소봉예화에게 양해를 구하기 위해 일부러 그녀를 부르게끔 만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석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이 여자의 인격이 어떤 식으로 바뀌는지, 그리고 화염룡이라 지칭한 이 여자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다.

우석은 함부로 누군가를 믿지 않는다.

믿을 만한 증거가 있어야 그때가 되어서야 그 사람의 말을 믿는다.

소봉예화와 화염룡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래도 확인할 건 확인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우석의 요구사항에 따라 화염룡이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고서 눈을 감는다.

그러고서 대뜸.

무슨 주문 같은 것을 영창한다.

“이 세상의 혼돈을 정화하는 불길이여, 뜨겁게 타오르는 신성한 불길의 흔적이 우리들의 얼어붙은 자물쇠를 녹여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주리라…….”

“…….”

마법이라도 사용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문득 든 우석이 자연스럽게 릴리아나를 바라본다.

그러자 우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식으로 알아서 미리 대답을 해주는 릴리아나.

“화염룡과 소봉예화는 저렇게 인격을 바꿀 때, 주문 영창 같은 문구로 스스로 암시를 건다고 합니다.”

“거참 번거로운 작업이군…….”

실로 중2병스러운 캐릭터다.

여하튼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주문 영창을 하면서 인격을 바꾸기 시작하는 소봉예화와 화염룡.

주문 영창이 끝난 뒤.

“…….”

소봉예화가 게슴츠레 눈을 뜬다.

이윽고 눈을 떠 자신의 옷차림을 바라보는데…….

“……!!”

크게 확장된 두 눈.

그와 동시에 새빨개진 얼굴.

목소리 또한 가늘게 떨려온다.

“……꺄아아아악!!!”

결국 버티다 못해 터지기 시작한 소봉예화의 날카로운 비명소리.

그 덕분에 가게 내에 있던 손님을 비롯해 종업원들 역시 놀란 눈으로 이들 일행을 바라본다.

“화화화염룡…… 또 이런 파, 파렴치한 옷을……?!”

또 한 번 비명을 지르기 일보 직전이다.

이 상황을 마치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이, 릴리아나가 카페에 가서 무릎 담요 2개를 가져와 예화의 상반신과 허벅지 노출을 가려준다.

“이제 좀 진정되나?”

“으으…….”

노출도 높은 의상 때문에 창피해 죽을 법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이론상으론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소봉예화는 상당히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여자 같아 보인다.

겨우 소봉예화를 진정시켜준 릴리아나가 다시 우석의 옆으로 돌아와 앉는다.

한편.

“…….”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는 소봉예화.

물론 우석은 이런 상황까지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런 미묘한 대치 상황을 계속해서 이어갈 생각은 없는 모양인지 우석이 먼저 말을 꺼낸다.

“아이티로부터 얻은 정보에 의하면…… 두 인격이 서로 기억을 공유한다고 들었는데. 그 말이 맞나?”

“…….”

곧장 대답을 들려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석은 침착하게 그녀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그러기를 잠시 후.

“크, 크큭…… 마, 맞다…… 나와 화염룡은 서로 공유가 가, 가능하니라…….”

“…….”

한동안 말을 아끼던 예화가 들려준 말은 도리어 우석에게 침묵 마법을 걸 만큼 강력했다.

그 와중에도 자신의 콘셉트를 잊지 않고 말을 이어가다니.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중증의 중2병이라고 해야 할까.

여하튼 그녀의 말문이 트였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설명할 필요는 없겠군. 어떤가. 우리 쪽으로 오겠나?”

“그, 그대의 세력이라면…… 어떤 문파를 말하는 거지……?”

“문파는 아니고. 반드 미디어라고 해서, 이번에 새로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를 하나 차리게 되었다. 소설뿐만이 아니라 코믹, 게임, 영화나 드라마 등 전반적인 콘텐츠를 개발해 돈을 벌 거다. 네가 손을 빌려준다면, 많은 힘이 될 거 같은데.”

“…….”

“어차피 너를 비롯해 비서들이라 지칭되는 자들은 나의 결재가 없이는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 탈인간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는 대신, 세계의 주인으로부터 결재를 얻지 못하면 능력 사용에 제한이 가해지지. 네 능력을 펼치기 위해서라도 나와 손을 잡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우석은 비서들에게 있어서 갑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굳이 자신이 조건을 내걸면서까지 이들과의 협상을 이끌어갈 필요는 없다.

반드 미디어 대표로서 다른 기업과 접촉해 계약을 이끌어가는 자리와 이런 식으로 비서를 끌어들이는 자리는 느낌이 다르다.

우석과 비서는 명확하게 갑과 을의 위치가 정해진 상태다.

우석의 결재 권한은 비서들에게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오히려 비서들이 우석을 찾아와 자신을 비서로 받아달라고 사정을 해야 할 판국이다.

우석이 이들에게 전혀 위축될 이유는 없다.

소봉예화는 어렵지 않게 우석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이미 그런 확신을 하고 이 자리에 왔다.

심지어 그녀의 또 다른 인격은 그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차분하게 소봉예화의 말을 기다리는 우석.

그리고 머지않아, 예화가 스스로 답을 낸다.

“……조, 좋다…… 나의 능력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빌려주마…… 크크큭…….”

을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희안한 말투로 우석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예화의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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