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갑질의 신-40화 (40/201)

갑질의 신 40화

10. 콘텐츠 전쟁(3)

신도림역 근처에 위치한 작은 편의점.

“……어서 오세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여성이 손님의 방문을 알리는 종소리 음과 함께 인사말을 건넨다.

정장을 갖춰 입은 3명의 남자가 이제 막 식사를 마치고 오는 모양인지 오늘 점심에 먹었던 곰탕에 대한 평가를 늘어놓는다.

“그 가게…… 요즘 주방장 바꿨는지 모르겠는데 갈수록 맛이 없어지는 거 같지 않아?”

“그러게 말입니다, 부장님. 이번 기회에 다른 가게로 옮길까요?”

“하아…… 근데 주변에 곰탕 전문점은 그 가게 말고 없는데…… 옮기는 것도 좀 그렇고…… 곰탕 하나 먹자고 다른 역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도 귀찮고 말이야.”

“부장님은 곰탕 엄청 좋아하시니까요.”

“국물을 한 번 딱 들이켰을 때의 그 칼칼함이 좋은 거야, 이 사람아.”

“하하하, 새겨듣도록 하겠습니다.”

서로 화기애애하게 점심 식사에 대한 평가를 주고받는 직장인들.

그중에서 부장이라 불리는 중년의 남성이 여성 아르바이트생에게 돈을 내밀며 말한다.

“디X 플러스 하나 주세요.”

“자, 잠시만요…….”

허둥지둥거리며 뒤에 나열되어 있는 담배를 주욱 훑어보는 여성 직원.

이윽고 담배 하나를 꺼내 건네준다.

“……여…… 기 있습니다…….”

“아가씨. 이건 다른 담배인데요.”

“그, 그런가요?!”

화들짝 놀란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다시 재차 담배 진열대를 바라본다.

그녀를 바라보던 남자들이 쓴웃음을 짓는다.

담배 하나 제대로 찾아주지 못하는 여성 직원이라니.

그래도 그들은 나름 이해를 하려고 노력한다.

젊은 여성들은 담배를 잘 피우지 않는다.

담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수십 종에 달하는 담배를 헷갈려 할 수도 있다.

결국 겨우겨우 중년 남성이 원하는 담배를 찾아 건네주는 데에 성공한다.

“……안…… 녕히 가세요…….”

“아가씨도 수고하시고요.”

“…….”

편의점 바깥을 나온 남자 중 한 명이 키득거리기 시작한다.

“뭔가 수줍음이 엄청 많은 아가씨네요.”

“게다가 분위기도 좀 음침하고요.”

길게 늘어진 흑발에 어깨를 축 늘이고 있으니, 산뜻함보다는 음침함이 더 많이 느껴진다.

“이 사람들아…… 혹시 이 시간대에 저 편의점 처음 갔나?”

포장된 담배의 비닐을 뜯어 쓰레기통에 버리는 중년 남성이 대뜸 두 젊은 남자에게 묻는다.

그러자 두 남자가 무의식적으로 곧장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렇습니다만…….”

“어허…… 그럼 저 아가씨 별명인 ‘화염룡’도 모르겠군.”

“화염룡…… 이요?”

“푸하하! 무슨 별명이 그렇습니까? 게다가 어울리지도 않은 거 같습니다만.”

“뭘 모르는군.”

젊은 두 남자와 다르게 담배 하나를 입에 물며 여유를 부린다.

동시에 손으로 방금 들렸다가 나온 편의점을 가리킨다.

“가서 몰래, 아~ 주 몰래 접근해 봐. 안에서 재미있는 말이 들려올 게야.”

“……?”

이상한 지시이긴 하지만, 그래도 부장이 하라는데 부하 직원으로서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부장의 말마따나 조심스럽게 이동을 개시하는 젊은 사원들.

이윽고 편의점에 거의 도달할 무렵…….

“크크크크큭…… 어리석은 인간들…… 이번에도 나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구나…….”

“……?!”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손님과 눈조차 마주치지 못한 부끄럼 타던 젊은 여성이 대뜸 이상한 웃음소리를 자아낸다.

게다가 인간들이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오른손에 잠들은 나의 화염룡(火焰龍)이 요동치기 전에 빠져나가다니…… 운이 좋은 줄 알거라…… 크크크큭!”

“…….”

“…….”

할 말을 잃은 두 남자가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본다.

그러는 사이에, 두 남자의 뒤에 있던 한 젊은 여성이 미묘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걸어온다.

“저기…… 편의점에 무슨 볼일 있나요?”

“아, 아닙니다.”

“들어가세요.”

“……?”

두 남자가 자리를 비켜주자, 여성이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시선을 보내면서 편의점 안으로 들어선다.

그와 동시에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오른손에 잠들어 있는 화염룡 어쩌고저쩌고 말을 중얼거리던 아르바이트 여성의 태도가 급격하게 달라진다.

“어, 어서 오세요……!!”

혹여나 자신의 혼잣말을 들었을까 봐 조마조마하는 행동마저 보인다.

창피함과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얼굴에 홍조를 남긴다.

이제야 부장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이해했다는 식의 표정을 짓는 두 남자.

다시 부장에게 돌아오자, 각자의 소감을 들려준다.

“저거, 소위 말해서…….”

“중2병 같은 건가요?

남자의 질문에 부장이 고개를 끄덕여준다.

“그런 거 같더군.”

중2병이란 단어는 중학교 2학년 나이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겪는 심리적 상태를 가리키는 인터넷 속어다.

예를 들자면, 판타지 소설을 읽고 실제로 자신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 듯한 그런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던 부장이 재차 미소를 짓는다.

“재미있는 여자야.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너무 싫어하거나 하진 말게.”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담배 후딱 다 피우면 바로 사무실로 들어가자고. 오늘도 남아서 야근하긴 싫으니까.”

“예!”

* * *

민아 출판사에서 빠져나온 우석은 빠르게 차를 몰고 반드 미디어 사무실로 향한다.

출판사 직원이라고 죄다 작품 보는 눈이 뛰어나다고 보기에는 힘들다.

만약 그랬다면, 출판사가 망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반면, 독자들 중에선 편집자 그 이상으로 작품 보는 눈이 있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화염룡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자가 바로 그런 부류가 아닐까 싶다.

‘일단 화염룡에 대해서는 나중으로 미뤄두자. 우선은 새로운 비서를 채용하는 게 급선무야.’

빠르게 계단을 오르는 우석.

사무실 문을 열자, 때마침 릴리아나와 지혜가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어머, 이 대표님!”

“이제 오셨습니까, 우석 님.”

순차적으로 지혜와 릴리아나가 우석을 반겨준다.

부엌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 걸로 보아선, 두 여자가 같이 요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부엌이 있는 사무실이기 때문에 종종 이렇게 여사원들이 번갈아 점심식사 거리를 직접 만드는 일도 많다.

사무실 이전을 하기 전까지는 릴리아나가 주로 점심을 만들어주곤 했지만, 최근에는 두 여자가 번갈아가며 당번을 도맡고 있다.

덕분에 반드 미디어는 바깥에 나가서 직원들끼리 식사를 하는 것보다 이렇게 가정식 식사를 하는 일이 더 빈번한 편이다.

“릴리아나.”

“네, 우석 님.”

“갈 곳이 있다. 준비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요리하는 즐거움도 좋지만, 릴리아나는 우석의 비서다.

곧바로 나갈 채비를 갖춘 릴리아나가 지혜에게 미안하다는 식으로 말한다.

“죄송합니다. 혼자 먼저 가게 되어서…….”

“아니에요. 일 잘 치르고 오세요.”

“네.”

사무실 바깥으로 나온 뒤 이들이 향한 곳은 건물 입구가 아닌 옥상이었다.

옥상이라 함은, 릴리아나의 순간이동 능력을 통해 이동할 장소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아이티로부터 저번에 말했던 그 문화와 관습을 관장한다는 비서의 연락처를 손에 넣었다. 좌표는 이걸 보면 된다고 하더군.”

아이티로부터 종이를 건네받은 릴리아나가 신기한 눈초리를 선보인다.

“연락처를 어떻게…… 역시 아이티군요.”

“곧장 이동할 수 있겠나?”

“예. 가능합니다.”

우석의 ‘결재’가 떨어지게 되면 릴리아나는 곧바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

그의 지시에 따라 곧장 순간이동 능력 사용을 준비하는 릴리아나.

두 사람은 새로운 비서를 맞이하기 위해 밝은 빛과 함께 옥상에서 흔적을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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