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갑질의 신-24화 (24/201)

갑질의 신 24화

6. 정보의 신(1)

사무실로 사용하기에는 비교적 작은 오피스텔에서 그간 나름 오랜 기간을 지내며 수억 원을 거둬들인 우석과 그의 일행들.

레일 아웃을 시작으로 소설 생과 사의 갈림길, 성공인생, 설원 풍경 등 다수의 콘텐츠들을 매입해 같은 방식으로 판권을 파는 형태를 추진하게 되었다.

물론 중간에 우석에 관한 소문이 너무 파다하게 퍼진 탓에 본의 아니게 대역까지 세워야 했던 우석.

그러나 판권을 사들이는 단골이 되어버린 MNN과의 미팅에는 언제나 그렇듯 우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참…… 이것이 몇 번째 미팅인지 모르겠군요.”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MNN 콘텐츠 관리팀에 소속되어 있는 도한수 부장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남자, 이우석은 그저 도한수의 말에 옅은 웃음소리만을 들려줄 뿐이었다.

사실 도한수는 레일 아웃 판권에 관한 업무 말고 우석을 마주할 일은 앞으로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레일 아웃을 비롯해 다수의 유명 서적들의 판권을 싸그리 다 긁어모아 가지고 있는 우석이기에 이렇게 반강제적으로 자주 미팅을 가지게 되었다.

출판사에서 판권을 사들이려고 할 때는 우석이 직접 나서지 않는다.

어디선가 사람을 구해 일정 보수 금액을 쥐여주고 대역을 세워 판권을 사오는 형태로 작업을 이어갔다.

판권을 사들이고 난 이후부터는 딱히 대역을 세울 필요는 없어진다.

왜냐하면 레일 아웃 때와 동일하게 판권을 사들인 시점부터 이미 우석은 갑의 신분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참고로 오늘, 도한수 부장과 만나게 된 계기는 바로 설원 풍경에 관한 판권 거래 때문이다.

설원 풍경.

사카모토 유이치라는 저명한 일본 작가가 집필한 소설이며, 우석이 판권을 사들이기 전까지는 메이크미디어라는 회사에서 판권을 가지고 있었다.

이 소설 역시 레일 아웃과 마찬가지로 초판 2천 부에 재고품이 현재 물류 창고에만 1,500부 가까이 쌓여 있고, 심지어 지금도 총판에서 반품 요청이 들어오고 있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손꼽히는 콘텐츠다.

그러나 우석은 이 콘텐츠마저 사들였다.

이것도 레일 아웃과 동일한 사례다.

설원 풍경의 후속작인 천국의 정원이 판매량 대박을 치게 되었다.

레일 아웃과 한 가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이번에는 영화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화로 대박을 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설원 풍경과 천국의 정원의 판권을 두고 도한수는 또다시 우석과 가격 협상을 가지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에도 또 억대 제시할 겁니까?”

이제는 이런 말을 하기도 지겹다.

그래서 아주 직설적으로 묻는 도한수의 물음에 우석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말을 꺼낸다.

“굳이 제가 말씀 안 드려도 아시지 않습니까?”

“허허…… 거 참…… 이제 조금은 싸게 해주실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글쎄요. 저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라서요.”

“…….”

물론 도한수가 싸게 좀 해달라는 말을 하지만, 우석이 거절한다 하더라도 결국 그가 원하는 가격대를 줄 것이다.

즉, 억대 판권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왜냐하면…….

우석의 말대로 레일 아웃이 정말 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처음 그가 3억 이상의 매출을 벌어들일 거라 점쳤던 것도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실제 순수익은 3억 5천 가까이 추산되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계속해서 매출이 오르고 있으며, 마이 웨이에 이어 레일 아웃을 원작으로 한 후속 영화까지 개봉하게 된다면 최소 7억 이상은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그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레일 아웃뿐만이 아니라 우석에게 판권을 사들인 것들은 죄다 하나같이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덕분에 사내에서 도한수의 위상도 제법 올라간 편이다.

“알았어요, 알았어. 1억 5천 어떻습니까.”

“흠…….”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기 시작하는 우석.

그러자 한수가 가벼운 한숨을 내쉰다.

“마음에 안 드십니까?”

“마음에 들지 않다기보다는…….”

우석이 이런 태도로 나온다는 건, 다시 말해서 또 하나의 노림수가 있음을 뜻한다.

이미 도한수는 그와 수차례 비슷한 협상 자리를 겪어온 사람이다.

우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이제는 척 봐도 안다.

“종이책 출판 관련 권한을 넘겨달라 이거죠? 그거라면 저번처럼 동일하게 넘겨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문제없겠군요.”

우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이것으로 또 한 차례 괜찮은 협상 이야기가 마무리를 짓게 된다.

* * *

“……예!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예, 조만간 제가 거하게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네!!”

오 이사가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이윽고 전화통화를 마친 뒤, 대표실로 뛰쳐들어가듯 발길을 재촉하며 이인정 대표에게 기쁜 사실을 들려준다.

“이우석 씨가 또 한 건 물어왔습니다!”

“설마 그 설원 풍경인가?”

“네, 맞습니다!”

“허이구…… 또 대박 건수를 물어다 주셨구나!!”

민아출판사의 입장에서 이우석은 말 그대로 ‘이우석 님’으로 떠받들어지고 있다.

대박이라 불리는 콘텐츠 종이책 작업은 죄다 민아출판사 쪽으로 넘겨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민아출판사는 과거의 잃어버렸던 위상을 되찾아가듯, 점점 출판사의 덩치를 부풀려가고 있었다.

“정말 우리 회사에는 보배 같은 분이시죠!!”

“암, 그렇고말고!!”

오민고 이사의 말에 이인정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민아출판사라가 흥부라면, 이우석은 박을 물어다 주는 제비와도 같은 존재였다.

“조만간 우석 씨 불러서 크게 한잔해야겠구만!”

“이번에는 좀 더 비싼 곳으로 모셔야지요.”

“물론이지! 돈줄 물어다 주시는 분인데 소홀하게 대접해야 쓰겄나!!”

갑과 을이라 하더라도 을의 입장이 매번 주눅 들고 안 좋은 위치를 뜻하는 건 아니다.

때로는 갑 덕분에 을 또한 이렇게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내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민아출판사는 지금…….

최고의 갑을 만난 덕분에 호사를 누리는 을의 입장이 된 셈이다.

* * *

콘텐츠 사들이기 계획은 연신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다.

하나 우석이 목표로 하고 있는 금액에 충당하기까지는 너무 협소한 단위로 진행되고 있다.

좀 더 큰돈을 만지고 싶다.

그런 생각을 품고 있을 무렵, 릴리아나가 그에게 다가와 속삭인다.

“우석 님, 준비 다 되었습니다.”

“음, 그래?”

자리에서 일어서는 우석이 나갈 채비를 갖춘다.

그러자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던 철수가 두 사람에게 묻는다.

“어디 나가려고?”

“어. 잠깐 아는 사람 좀 만나려고 한다.”

“아는 사람? 또 MNN 측이랑 미팅이야?”

“아니. 이번에 만날 사람은 좀 특이하거든.”

겉옷을 차려입은 우석이 가볍게 흘리듯 대답을 들려준다.

“정보의 신이란 존재를 좀 만나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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