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갑질의 신-20화 (20/201)

갑질의 신 20화

5. 협상(2)

대한민국의 모든 온라인 유저들을 통틀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단연 미논을 뽑을 것이다.

미논.

포털 사이트 점유율 90%에 달하는 대형 사이트다.

뿐만 아니라 MNN이라는 그룹명 아래에 게임 제작 회사, 쇼핑 등등 각종 문화생활 전반에도 자회사를 만들어 그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는…… 소위 말해서 신흥 대기업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최근에는 자체적으로 ‘콤마’라는 모바일 매신저를 만들어 국민 중 과반수 이상이 이용하고 있는 어플까지도 이미 널리 보급을 마쳤다.

MNN은 점점 자신들의 사업 분야를 확장해 가고 있다.

최근에는 장르문학 시장에도 뛰어들어 자체적인 유료연재, 전자책 판매 플랫폼을 갖췄다.

초창기에는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소설 연재 플랫폼들에 의해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미논이라는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 공격적인 마켓팅과 더불어 업계 최고 작가 고료를 지급함으로 인해 굵직한 장르문학 작가들도 포섭했다.

덕분에 지금은 명실공히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는 거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명함을 건네받은 민철이 주섬주섬 자신의 품 안에서 명함을 꺼내 마주 건네준다.

“받으시지요.”

“명함이라…… 자체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는 말씀은 들은 적이 없는데, 명함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아무래도 저만 명함을 받는 형태가 되면 좀 그런 거 같아서요. 일방적으로 한쪽이 주는 것보다 교환의 형태가 되는 게 그나마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렇긴 하지요.”

“게다가 일일이 폰 번호를 알려주는 것도 모양새가 안 나는 거 같아서 명함 하나를 만들어뒀습니다. 아, 물론 말씀해 주신 그대로 회사 명함이라든지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단순히 제 연락처를 적은 명함일 뿐이지요.”

“예, 잘 받아두겠습니다.”

명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딜러(Dealer) 이우석.]

‘딜러라니…… 누가 보면 카지노에서 일하는 줄 알겠군.’

과연 나중에 이 명함을 다시 꺼낼 때가 올까.

도한수는 속으로 끊임없이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한수가 먼저 우석에게 연락을 하긴 했지만, 그는 지금 이 미팅 자리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저 젊은 청년 한 명이 어쭙잖게 매점매석(買占賣惜) 전략을 사용해 돈 좀 벌어보자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매점매석의 문제 이전에 한 번 망했던 콘텐츠인 레일 아웃이 이렇게까지 몸값이 상승할 거라고 예측한 그 정보력과 통찰력은 확실히 본받을 만하다.

국내 출판업계 그 누구도 레일 아웃의 가치가 이렇게까지 오를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심지어 출판업계에서 나름 잔뼈가 굵다고 알려진 민아출판사의 이인정 대표는 그 판권조차 어디서 굴러들어 왔는지도 모르는 청년에게 싼값에 넘기고 말았다.

‘이인정 대표…… 그자가 안목이 없는 건지, 아니면 이 청년이 좋은 수를 쓴 건지 모르겠군.’

도한수는 이들 간에 오고 간 거래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알진 못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봤을 때, 우석은 현재 갑(甲)이 되었다.

300만 원짜리 판권 하나를 가지고 지금은 다수의 출판업계, 매니지먼트를 통해서 러브콜을 받게 된 최중요 인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그 러브콜을 보내오는 다수의 기업 중 하나가 바로 미논…… 즉 MNN이다.

본래 MNN은 이 판권 경쟁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미 대자본을 앞세워 런닝의 판권 경쟁에서 최종 승리자가 되었다.

하나 런닝과 레일 아웃은 시리즈가 이어지는 연결권 관계에 놓여져 있다.

게다가 레일 아웃이 런닝보다 전작이다.

1권의 중요함은 문학 시장 내에도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만약 MNN이 레일 아웃과 런닝, 두 가지 콘텐츠를 소유하게 된다면…….

판매하는 데에도 분명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줄 것이다.

레일 아웃과 런닝이 각자 다른 플랫폼에서 독점으로 묶여 판매되는 것보다, 서로 한 세트로 묶은 뒤 같은 플랫폼에서 파는 게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창조하기 때문이다.

런닝과 레일 아웃, 두 콘텐츠의 독점 유통!

MNN은 그것을 노리고 있다.

“제가 우석 씨를 보자고 한 건…… 아마 충분히 예상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네, 물론이죠.”

“그럼 이야기는 간단하겠군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레일 아웃 판권을 너희에게 넘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제시한 판권의 시가를 알고 계신가요?”

“최소 억대라고 들었습니다.”

“잘 알고 계시는군요. 그 금액을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까?”

“…….”

여기서부터가 분기점이다.

만약 여기서 ‘지불할 용의가 있다’라고 대답하는 순간, 우석은 분명 거래 금액의 상한선을 더 높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없다’라는 선택지를 고르게 된다면, 이 거래는 끝이다.

그래서 한수가 선택하는 건 제3의 루트다.

“레일 아웃 판권 가격을 가장 높게 부른 곳이 어디입니까?”

“다운미디어라는 곳입니다.”

“얼마를 불렀죠?”

“어디 보자…… 7천 정도 불렀더군요.”

“저희는 그럼 9천을 드리겠습니다.”

“…….”

경쟁이 붙은 라이벌 기업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한다.

비록 우석이 원하는 억대 판권 가격을 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업계에 종사하는 기업들 중에서 가장 많은 판권 가격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선택지는 우석에게로 넘어오게 된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

받아들이게 된다면 9천만 원에 그대로 거래될 것이다.

하지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9천만 원은 날아가게 된다.

가장 높은 금액을 부른 MNN의 제안조차 거절한다면, 아무도 판권을 사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우석만 손해다.

한수는 우석이 일부러 기업들의 판권 경쟁을 부추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것도 서수준이라는 기자를 통해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석이 바라는 것도 무엇인지 꿰뚫고 있다.

그가 원하는 건 최대한 판권 경쟁을 달궈서, 뽑아먹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의 금액을 뽑아먹겠다는 의도다.

게다가 9천은 억대에 가까운 가격이다.

포기하기 쉽지 않을 터.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도한수의 머릿속에서 계산된 우석의 플레이일 뿐이지, 실제로 우석이 고른 선택지는 예상외였다.

“억대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협상은 결렬될 겁니다.”

“…….”

“어떻습니까?”

도리어 재차 억대를 제시하고 나왔다.

순간 할 말을 잃은 도한수.

‘설마 이 남자…… 진짜로 레일 아웃이 억대 이상의 매출을 가져오리라고 믿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분명, 우석이 저렇게 패기를 부리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좋은 정보를 알려드리죠.”

우석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알려준다.

“3억 이상입니다.”

“3억…… 이라니요?”

“제가 모든 것을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레일 아웃 콘텐츠로 뽑아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매출 예상 금액입니다.”

“3억…… 말이 안…….”

“마이 웨이가 개봉했을 때 한 번, 그리고 후에 레일 아웃이 영화화되어 국내에 개봉했을 때 또 한 번. 제대로 마케팅을 펼쳐 수입을 거둘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두 번이나 옵니다. 처음에는 마이 웨이 때 초판으로 팔아먹고, 몇 개월 후에 레일 아웃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할 당시에는 개정판, 혹은 소장판으로 해서 또 한 번 팔아먹을 수 있는데 당연히 3억…… 아니, 그 이상의 판매량은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

“믿을 수 없다면 여기서 협상을 끝낼 수밖에요.”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우석.

그 순간.

한수가 혀를 차며 외친다.

“1억! ……저도 이건 정말 많이 봐드린 겁니다…….”

“…….”

결국 우석이 원하는 억대 단위까지 오게 되었다.

어차피 천만 원 차이다. 9천까지 제시했는데, 1억이라고 별거 있을까.

갑과 을의 절대적인 차이는 바로 결정권의 유무다.

지금 현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자…… 즉, 갑은 바로 이우석이다.

Yes or No.

오로지 갑만이 가질 수 있는 선택권이다.

을은 갑의 이 선택지에 따라 생과 사의 갈림길에 마주 선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갑에 의해 좌우되는 을의 운명.

우석이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물론 그가 을의 입장이 아닌, 갑의 입장이 되었을 때를 좋아한다는 의미다.

“어쩔 수 없군요.”

가볍게 한숨을 쉰 우석이 다시 자리에 앉는다.

이윽고.

답변을 들려주기 위해 우석의 입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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