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갑질의 신-6화 (6/201)

갑질의 신 6화

2. 재활용(1)

세계를 사들인 남자, 이우석.

반투명의 존재로부터 이 세계를 구입한 것까진 좋으나…….

세계를 산 덕분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대다수의 재산들을 고스란히 갖다 바치게 되었다.

그 점에 대해선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어차피 죽으면 자신이 살아생전 뼈 빠지게 벌었던 돈들도 어차피 써먹지도 못하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납득했다.

하지만…….

“너무 늦는 거 아닌가…….”

벌써 일주일 째다.

일주일 동안 자신을 찾아올 거라고 했던 그 ‘비서’라는 존재들이 아직까지 라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비서가 자신을 찾아오게 될 경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이 세계를 사들이느라 날려 먹은 돈들을 다시 싸그리 모으려고 작정을 했다.

하나 비서란 놈들은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는다.

벌써 돈을 모을 아이템과 계획들도 잔뜩 머릿속에 구상해뒀는데도 말이다.

‘반투명한 존재가 나에게 거짓말을 한 건가?’

그런 의구심도 들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어차피 우석이 이 세계의 문화와 관습, 그리고 곁들여 다양한 지식들을 얻으려고 하는 데에 제법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하지만 만남의 순간이 너무 늦어지면 그것도 곤란하다.

우석은 사실 일주일 정도면 비서가 알아서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나 아직까지 연락도 없는 것으로 보아선…….

조금 더 걸릴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지.’

비서가 있든 없든 어차피 계획에 지장은 없다.

이미 우석은 일주일 동안 방안에 틀어박힌 채 이 세계에 관한 정보 대다수를 수집했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정보를 취합했다.

물론 언어의 장벽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인의 기준으로 봤을 때의 문제지, 라울에게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영어, 라틴어, 중국어, 일본어 등등.

대다수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들이 그에게는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디너스 대륙에 있었을 당시 각 국가들이 사용했던 언어 체계와 비슷한 것도 몇몇 있었다.

예를 들어 영어는 아이티루스라는 소수 민족의 언어와 상당히 흡사했다.

중국어의 경우에는 웨일로 국가에서 사용한 언어 체계와 90% 이상 같은 체제로 운영되는 언어였다.

가뜩이나 천재라고 불리며 비상한 머리를 지니고 있는 라울인데, 그 언어조차 낯선 게 아니라면 습득하는 데에 커다란 문제가 없을 것이다.

얼마 되지도 않아 10개국 언어를 거의 마스터하다시피 하게 된 라울은 뒤이어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의 문화를 습득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나 반투명한 존재가 말했듯이 과학 기술의 발전이 상당히 눈부시다.

설마 하늘을 나는 고철덩이가 존재할 줄이야.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직접 비행기란 것을 보고 싶구만.’

비행기를 비롯해 자동차, 그리고 자신이 사용하는 컴퓨터 등등.

처음에는 마법으로 움직이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정교한 과학 기술의 집합체였다.

이런 식으로 점차 이 세계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우석은 이제 거의 이 세계의 주민이라 해도 큰 어색함이 따르지 않을 것이다.

아니.

본래 그의 정체는 이 세계의 주민(住民)이 아닌, 이 세계의 주인(主人)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세계의 갑으로서 어떠한 권한과 능력이 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러한 정보들은 컴퓨터로 검색한다 해도 나오지 않는 것들이다.

그래서 비서란 자와의 만남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뭐…… 언젠가는 오겠지.”

설마 도망가거나 그러진 않았을 거라 생각하던 우석의 귀에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빠. 누가 오빠 찾아왔는데.”

“날 찾아왔다고?”

“응.”

순간적으로 우석의 머릿속에 스치는 한 단어.

바로 비서라는 단어였다.

‘생각보다 빨리 왔군,’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방문을 열고 거실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자 동시에 익숙한 인물이 가볍게 손을 들며 인사를 건넨다.

“오, 살아 있었구나. 잘 지내냐?”

“…….”

비서를 한 번도 만나본 적은 없지만, 눈앞에 있는 남자가 비서가 아니란 사실은 우석도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재회의 인사를 건네는 이 인물의 이름을 우석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너냐.”

“또라니…… 오랜만에 보는 친구의 얼굴이 반갑지도 않은 거냐.”

덕립인쇄소에서 처음 마주친 이우석의 친구, 철수가 우석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다.

라울은 물론 철수란 남자를 덕립인쇄소에서 한 번, 그리고 자신의 집 안에서 한 번, 이렇게 총 두 번밖에 만나본 적이 없다.

하나 라울이 이우석이란 남자가 되기 전에, 우석과 철수는 서로 불X친구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두터운 우정을 자랑하는 관계라고 알고 있다.

“이 시간이면…… 근무 시간일 터인데.”

벽에 걸려 있는 뻐꾸기 시계를 바라보며 말하는 우석에게 철수가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때려치웠어.”

“부당해고라도 당한 건가?”

“아니. 그냥 내가 자발적으로 나왔어.”

“……이유를 모르겠구만.”

소식통에 의하면, 우석이 언질을 놓은 덕분에 고 대표는 결국 밀렸던 임금을 전부 다 사원들에게 돌려줬다고 들었다.

그중에는 철수도 포함되어 있을 터이다.

그런데 어째서 스스로 퇴사를 선택한 것일까.

“니가 용기 있게 그 악덕 사장한테 협박해 줘서 임금을 받게 되었는데, 정작 너는 오히려 회사에서 쫓겨났잖냐. 친구로서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아니,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알고 있어, 짜샤! 내 우정에 감동했지? 하하하! 이 형님 품 안에서 울어도 된다. 오늘만큼은 허락해 주마!”

“…….”

솔직히 말해서 우석은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었다.

개소리 좀 집어치우라고.

고 대표에게 대든 것도, 그리고 사원들의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해 준 것도 전부 다 우정이니 뭐니 하는 그런 감정으로 움직인 게 아니다.

어차피 우석은 그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할 의도는 없었다.

우석이 다른 일반인에 비해 지니고 있는 비상한 능력은 두 가지가 있다.

뛰어난 머리.

그리고 돈의 흐름을 알아차리는 탁월한 감각.

그 두 가지를 통해 종합해본 결과, 돈을 벌기 위해선 우선 덕립인쇄소라는 곳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퇴사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어차피 그곳에 있다고 한들, 돈 버는 방법 자체를 모르고 있는 악덕 사장 밑에서 근무해 봤자 시간 낭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사를 선택한 것뿐이다.

하나 철수는 아무래도 우석의 행동을 ‘용기 있는 숭고한 희생’으로 오해하고 있는 모양인가 보다.

‘귀찮은 녀석이군…….’

우정이라는 건 물론 좋은 말이다.

하지만 우석에게 있어서 지금은 그저 귀찮음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밖에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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