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갑질의 신-3화 (3/201)

갑질의 신 3화

1. 세계를 사버린 남자(2)

원인이야 어떻게 되었든 간에 이 세계의 인간으로 환생하게 되었고, 환생한 세계의 주인이 되었다.

아직까지는 평범한 인간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죽을 때까지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여긴가 보군.”

허름한 빌라를 앞에 둔 라울이 미묘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금방이라도 붕괴될 것만 같은 이 건물이 바로 자신의 집이라고 한다.

주민등록증이라는 것을 토대로 얼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가며 찾아왔지만,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서민 중에서도 서민이군. 왜 하필 이런 신분으로 둔갑을 시켰는지 모르겠구만.”

오다가 고층 빌딩이 여럿 보이긴 했지만, 문제는 그 빌딩들이 라울의 소유가 아니라는 점이다.

여하튼 돌고 돌아서 결국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다시 찾아오게 된 라울.

계단을 밟으며 2층으로 올라선 뒤 가볍게 노크를 하자, 안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구세요.”

“저, 이우석입니다.”

“우석이???”

문고리가 돌아가며 현관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우석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는다.

“어디 갔다가 이제 들어오는 거냐.”

“잠깐 볼일이 있어서요.”

일단 이우석이라는 인간을 연기할 필요가 있다.

하나 제아무리 라울이라 하더라도 타인의 삶을 그대로 똑같이 흉내 내며 살아갈 순 없었다.

“……너, 술 마셨냐?”

“술…… 이요?”

“그래. 맨날 난동만 부리던 놈이 왜 이리 얌전하게 굴어.”

“……가끔은 얌전한 날도 있어요.”

아무래도 과거의 이우석이란 자는 그리 착한 성격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새로운 육체의 주인이 되었으니, 당분간은 이우석처럼 행동하면서 최대한 오해의 시선을 피해둬야 한다.

반투명한 존재가 말했던 그 비서들과 접촉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

주변을 둘러보던 라울이 방 하나를 슬쩍 쳐다보더니, 이우석의 방임을 눈치채고 이내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우선 정보가 필요하다.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그리고 레디너스 대륙과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내야 한다.

“……역시 있었군.”

우석의 시선이 어느 한 곳으로 꽂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의자를 빼 자리를 잡는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 라울은 그곳에서 최대한 이 세계에 관한 정보를 눈으로 직접 습득했다.

우선 마법을 사용하는 세계가 아니다.

경찰이라는 존재들에 의해 비교적 치안이 잘 유지되고 있으며, 자동차라는 4바퀴 달린 탈 것이 존재한다.

빌딩이라든지 복장 등등 이 세계의 문화가 어떤지에 대해 가급적이면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해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라울의 시선을 상당수 끌어당긴 물건이 있었다.

바로…….

“이게 그 ‘컴퓨터’라는 거군.”

경찰서에서도 꽤나 많이 보였던 물건이다.

어떠한 용도로 사용되는 물건인지 처음에는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지만, 레디너스 대륙에서 가장 머리가 뛰어난 남자답게 한번 보고 대략 무엇을 하는 물건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라울이 지니고 있는 최대 무기는 바로 머리가 좋다는 점이다.

비상한 두뇌 회전이 바로 그를 돈의 왕이라는 자리에 앉히게끔 만든 일등 공신이었다.

이 뛰어난 머리를 단순히 돈을 벌어들이는 데에 사용할 필요는 없다.

이해력, 그리고 적응력 등등.

한 번 보고 감을 잡은 뒤, 조금만 몇 번 사용하면 금방 익숙해질 수 있다.

그게 바로 라울의 특이점이다.

경찰서에서 봤던 컴퓨터 사용법을 그대로 따라 해본다.

전원 버튼을 찾아 누른 뒤, 모니터 화면이 켜지기만을 기다린다.

이윽고 대략 1시간 동안 혼자서 묵묵히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계속 시도해 보고 눈으로 지식들을 익힌다.

‘참으로 신기한 물건이로군…….’

레디너스 대륙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발명품이다.

좁은 방구석 안에서도 전 세계의 소식을 알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이 물건이 이우석과 같은 서민 계층에도 원활하게 보급되어 있다는 점에 또 한 번 놀랐다.

‘과학과 기술일 눈부시게 발전한 세계라도 하더니만…… 그 말이 거짓이 아니었군.’

알면 알수록 점점 더 이 세계가 마음에 들어간다.

게다가 이곳은 레디너스 대륙과 다르게 돈을 벌어들이는 방식이 1차원적이지 않다.

수단 자체는 각양각색이고, 무궁무진하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재미있는 세계로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컴퓨터 앞에서 하루 종일 앉아 있는 라울의 머릿속에는 점점 더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이 쌓여가기 시작한다.

* * *

컴퓨터는 지식을 쌓기에 최적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물건이었다.

심지어 라울은 컴퓨터에게 보물이라는 별칭을 붙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현재 시각, 새벽 5시.

어제 집에 들어와서 거의 밤을 지새우다시피 한 라울이 이제야 컴퓨터를 종료하고 가볍게 모니터를 매만진다.

“네 덕분에 많이 알아간다. 고맙구나.”

물론 무생물에 불과하지만, 별도로 고마움을 토로할 만큼 컴퓨터가 라울에게 준 도움은 상당했다.

마음 같아선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아직 부족한 지식을 더 쌓고 싶지만…….

이제 슬슬 일을 하러 나서야 한다.

이우석이란 남자는 3교대로 생산직 일에 종사하고 있다.

어제는 다행스럽게도 비번이라서 하루 종일 컴퓨터에 몰두할 수 있었지만, 오늘부터는 다시 정상적으로 출근을 서둘러야 한다.

이른 새벽.

아직 우석의 가족들조차 단잠에 빠져 있는 시간이다.

조심스럽게 몰래 집을 나온 우석이 익숙하게 출근길에 오른다.

컴퓨터로 정보를 얻으면서 동시에 이우석에 관한 상세 정보도 여러모로 얻을 수 있었다.

어제 처음 마주친 그의 어머니를 비롯해 아버지, 그리고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여동생이 한 명 있다.

집안은 비교적 가난한 편이다.

아버지는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주방 일을 맡고 있다.

예전에 우석의 아버지가 요식업을 하다가 한번 크게 말아먹은 적이 있어 지금은 빚을 갚는 데에 전전긍긍한 상황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석도 대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생산직으로 바로 취업을 해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열심히 일을 하는 상황이다.

‘난봉꾼인 줄 알았건만…… 의외로 효자로군.’

우석…… 아니, 라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불행인지, 아니면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이 세계를 사들인 절대 갑, 라울이 장남으로 온 이상 이 가족은 무조건적으로 가난에서 벗어날 게 틀림이 없을 것이다.

설사 그들이 만류한다 하더라도 라울은 돈의 왕이라는 명성을 되찾을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돈은 곧 만능이다.

명석한 두뇌를 지닌 남자, 라울이 돈의 왕이 된 이유도 바로 돈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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