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공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이후 다시 일주일.
차출된 병력과 자원은 다음과 같았다.
에이스, 도합 4,170명,
기갑지원사단 15,000명.
강습 육전대 5,000명.
태양십자기사단 예하 보병 4,000명.
신성보병사단 10,000명.
연합 왕국 근위 보병 사단 7,000명.
연합 왕국 근위 육전대 3,000명.
전투 비행함 75척.
장갑 순양 비행함 132척.
순양 비행함 포함 전투 지원 비행함 532척.
마지막으로, 병력 수송 비행함 419척까지.
특공대 조직을 위해 전선과 가까운 도시 하나가 전진기지로 개조되었다.
그 청사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던 사마제천은 무심결 중얼거렸다.
“전례가…… 아니, 후대에도 이런 병력을 다시 모을 수 있을까 싶군요.”
보병은 둘째 치더라도 에이스와 비행함은 그야말로 대륙의 명운을 걸고 긁어모았다고 할 수 있는 압도적인 전력이었다.
단테는 이번만큼은 내심 놀랐는지 어색하게 웃음을 흘리는 사마제천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곁에 선 남궁연희에게 말했다.
“믿을 수 있나?”
“믿어 봐야겠죠.”
그가 말한 것은 다름이 아닌 이슈페인이었다.
놈의 말대로 대군주가 중심부에 있다면 바랄 것이 없겠지만, 단테로선 놈을 신뢰할 이유도, 계기도 없던 탓이었다.
하지만 남궁연희는 너무나 당연하게 믿는다고 말하고 있었고, 때문에 단테는 쯧- 하고 가볍게 혀를 차곤 중얼거렸다.
“정파의 늙은이들과 똑같아졌군.”
“어쩌겠어요, 본질이 정파인데.”
“어련하시겠어.”
그녀의 태도에서 다른 부분에서 확신할 수 있는 정보가 있음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단테는 구태여 그것을 지적하지 않고 단지 실소를 흘릴 뿐이었다.
그때였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세실은 늘 그랬듯이 군복을 정갈하게 갖춰 입은 채 단테에게 경례를 올렸다.
단테는 그것을 받아 넘기곤 걸음을 옮겼다.
-끼이익.
청사의 문을 열고 나선다.
그러자 곧 그들의 눈에는 척 보기에도 정예라는 걸 알 수 있는 군인들이 흠잡을 데 없는 정확한 사열을 한 채로 서 있었다.
무심결 압도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단테를 향한다.
이 자리에 있는 태반이 죽을지도 모르는 전장에 나서는 만큼, 무언가 한마디라도 해 주길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
그러나 단테는 그저 앞으로 걸었다.
터벅- 하는 군화의 투박한 소리가 군인들 사이를 스치고, 단테는 묵묵히 도열한 그들의 사이를 지나쳤다.
무언가 할 말이 없지는 않았다.
따르라거나, 내가 너희를 구원해 준다거나, 하다못해 승리하리라는 투박한 말이라도 내뱉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는다.
혹자는 물을지도 모른다.
‘어째서?’
그 자신도 다가올 전투가 쉽지 않다는 걸 분명하게 알고 있다.
그런데도 어째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가?
간단하다.
-우리는 망령이고, 이 대륙의 주인은 저들이다.
남궁연희도, 블랙 가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대륙을 위해 싸운 게 아니다.
단지 오갈 데 없는 분노와 괴로움의 대상이 있기에 싸운 것일 뿐인 것이다.
‘저들은 다르지.’
그 자신들은 결국, 죽어야 했음에도 죽지 못한 망령일 따름일 뿐.
결국 이 대륙의 명운을 걸고 싸워야 할 책임과 권리는 저들에게 있다.
혹, 여기서 우리가 패한다고 해도 저들은 싸워야 한다.
이미 고향을 잃은 그 자신들과 달리, 그들에게는 아직 지켜야 할 고향이 존재했으니까.
때문에, 단테는 구태여 따르라 하지 않는다.
“대군주를 죽이러 갈 생각이다.”
다만 비행함에 다다른 후, 걸음을 한번 멈춘 후 뒤를 바라보며 여전히 무언가를 말해 주길 바라는 이 대륙의 진짜 주인들에게 나지막이 말할 뿐인 것이다.
“결정해라. 죽이든, 죽든.”
선택권을 넘긴다.
이미 사라져야 했을 망령이, 살아갈 이들에게.
“……영광을.”
그것을 들은 장교들은 천천히 손을 올렸고, 나아가 그들은 국가, 종족, 계급을 초월해 한 가지 단어를 읊조렸다.
“승리를.”
직후, 하늘에 이제까지 전례가 없던 대규모 비행 선단이 떠올랐다.
기갑천마
작전명 : 여명 (2)
-철퍽.
꿈틀거리는, 질척거리는 감각이 몸을 감싼다.
몸은 제어를 잃은 듯이 이리저리 뒤틀렸다.
단지 뇌리에 맴도는 생각은 하나뿐.
놈들을 죽인다.
모조리 죽여서 먹는다.
그분을 위하여.
그러나 그런 사념의 틈새 사이로 ‘나’라는 자아가 숨을 쉬었다.
‘여기는 어디지?’
눈을 뜨고 바라본 세상은 한없이 검게 물들어 있었고, ‘나’라는 자각이 된 시점부터 도저히 인내할 수 없는 고통이 쉼 없이 밀려들었다.
‘아파, 아파, 아프다고.’
고통을 애써 무시하며 생각을 이어나가려고 해도 온전하지 않았고, 검고 어두운 세상 속에 ‘나’라는 자아가 본디 가지고 있던 기억의 단편적인 조각만이 떠도는 느낌이었다.
‘나라는 존재는 무엇이었지?’
그런 의문이 고개를 치솟는 순간, 문득 세상이 밝아지며 무언가가 떠올랐다.
-천명, 삼대 제자가 졸기나 하고…….
귓가를 스치는 사저의 나긋한 목소리.
그제야 머리를 누군가 강하게 때리는 감각과 함께 ‘내’가 누구였는지 떠올랐다.
‘천명? 그래, 나는 화산파의…….’
그리고 거의 동시에, 나……. 아니, 천명이 어떻게 목숨을 잃었는지를 깨달았다.
밀려오는 기이한 요괴들.
불타는 민가와 죽어 가는 스승님.
더불어, 육신이 산채로 씹히며 점차 흐려지던 의식까지도.
-캬아아아아아아아아!
눈을 감았다가 뜬 순간, 자신의 것이 아닌 몸에서 괴성을 내지르는 감각과 더불어 시야를 붉게 물들이는 핏물, 살점, 나아가 고통을 느끼며 다시금 눈을 감았다.
……그런가. 이렇게 되었는가.
밀려오는 고통과 어지럽기만 한 현실 속에서 천명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찰나의 순간 차린 정신으로는 모든 것을 속단할 수는 없었고,
단지 한 가지만이 명확할 따름이었다.
‘이제, 쉴 수 있어.’
그, 아니 천명의 사념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강습한 나이트 프레임의 손에 목이 잘린 마수 역시 눈을 감은 그 순간.
〔여기는 강습 육전대 예하 2개 대대. 둥지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현 시점 부로 거점 확보에 돌입합니다.〕
-끼이이이이이이!
-캬아악, 캬아아아아아악!
둥지의 천장을 찢어발기고 빠르게 강습하는 군인들과 그에 맞서는 무수한 마수들이 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