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는 비행함으로 돌아온 직후 남궁연희, 세실 등과 짧은 이야기를 마친 뒤 방으로 돌아가 가부좌를 틀었다.
그가 방에서 요양 아닌 요양을 하고 있는 사이, 전선의 상황은 치열하게 바뀌어 가고 있었다.
〔오라! 그쿰 라아!〕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블랙 가드가 전면에 나섰다는 점이었다.
움타르와 사마제천을 비롯해, 전향한 세이티나, 베데눔은 제각기 따르는 하운드와 단을 데리고 무수한 전장을 종횡해야 했다.
물론 그들이 단순하게 무력을 자랑한다거나 최상급 마수들 따위를 죽이러 전선에 투입된 것은 아니었다.
-인간들은 언젠가 재앙의 도래를…….
“일단 그 역겨운 입부터 닫지 그러십니까. 그리고 너희는 어째 레퍼토리가 변하질 않는군요.”
사마제천은 그렇게 읊조리곤, 그 자신이 근 5시간의 전투를 이어 나가 겨우 지상에 꼬라박은, 거대한 구름으로 이루어진 네임드를 응시했다.
스스로를 소르……어쩌고라 밝힌 놈은 겉으로 구름으로 만들어진 여왕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음에도 사마제천은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죽여라. 짐은 여왕답게…….
“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사마제천은 답지도 않게 지조를 지키겠다는 듯이 행동하는 놈의 행동에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곧 망설임 따위는 없이 내력을 흩뿌려 놈의 목을 잘랐다.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구름이 흩어진다.
5시간을 전투한 것치고는 지극히 허망한 결과였지만, 그의 전투를 곁에서 지켜본 이들은 그가 반쯤 죽을 뻔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전투의 마지막을 경외에 찬 눈동자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와, 와아아아아아아아!”
“누군진 모르겠지만 최고다아!”
“덕분에 살았습니다!”
군인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정작 일을 끝낸 사마제천의 시선이 향한 곳은 자신을 연호하는 군인들이 아닌, 여전한 무표정으로 성큼 걸어오는 은발의 군인, 리렌 원사에게로 향해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 쥔 물수건을 건넸고, 사마제천은 기꺼이 그녀의 물수건을 받아든 채 그것으로 얼굴과 목, 손에 묻은 핏물을 닦아 냈다.
그렇게 겉을 한번 식혔기 때문일까.
사마제천은 얼굴에 만연한 피로감을 조금이나마 갈무리할 수 있었다.
곧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시선을 돌려 한곳을 바라보았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군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리렌의 중얼거림에 사마제천이 화답했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다름이 아닌, 대군주의 둥지였다.
검고 거대한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변한 것이 있다면 그것과 그들의 거리가 일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가까워졌다는 점이리라.
“…….”
둘은 한동안 침묵하며 그것을 응시했다.
이제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감흥은 제각기 달랐기에, 둘은 그저 입안에서 내뱉을 말을 골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럼, 다음 임무지로 가 볼까.”
적당히 냉기가 식은 수건을 다시금 리렌에게 건넨 사마제천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사마제천에게서 핏물이 묻은 수건을 받은 리렌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하니.
“예, 따르겠습니다.”
그건 아직, 그들의 전투가 끝나지 않았음을 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