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는 조금은 두통이 사라진 동시에 감았던 눈을 뜨고 탁자 위에 놓인 목함을 묵묵히 응시했다.
그러고 난 직후, 그는 목함을 열고는 그 안에 오롯이 놓여 있는 푸른빛을 띠는 영약을 응시했다.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물건.
‘이미 일전의 경지는 회복했다.’
닿았던 경지에 닿기까지, 무수한 위험과 사선을 넘나들며 망르 해안가에서 비로소 그곳에 닿았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정말 그걸로 충분한가?’
스스로에게 던진 물음에 대한 답을 이미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럴 리가.’
대군주는 강하다.
지금의 경지에 벤데타가 더해진다고 한들 놈을 죽일 수 있으리란 확신은커녕, 얼마 높지도 않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함을 그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무수한 세계를 포식했다고 했지.’
놈의 힘은 이미 과거를 아득히 상회했을지도 모른다.
답이 정해진 문제다.
그렇다면 더 고민할 가치도 없지 않겠는가.
어느새 푸른빛을 띠는 영약은 단테의 손바닥의 경사면 안에서 작은 원을 그리며 굴렀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타닥, 타다닥-.
벽난로 안에서 불씨가 튄다.
천장은 물론, 사방에서 그를 감싸듯이 침묵하고 있는 하운드들의 기척이 옅게나마 스친다.
‘신교의 마지막 정예.’
부동자세를 한 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으나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를 단테가 아니었다.
‘호법을 서겠다는 건가? 허!’
남궁연희에게 모종의 말을 전해 들은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목함을 보자마자 직감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옅은 실소를 흘린 채 천천히 영약을 쥔 손을 입가로 가져갔다.
입이 벌어진다.
그리고 푸른빛을 띠는 영약을 입안에 넣는다.
“…….”
가부좌를 틀고, 속으론 백월신공의 구절을 천천히 읊으며 빠르게 입안에서 녹아내려 혈도를 따라 내달리는 내력의 고삐를 쥐었다.
물론 놈은 순순히 말을 듣지 않았다.
“……!”
밀려오는 격통.
목에서 시작되어 척추를 따라 흐르고, 가부좌를 한 육신이 미친 듯이 떨리려는 것을 최선을 다해 막는다.
눈가가 떨린다.
화악!
격동하는 내력은 순식간에 그의 몸을 감쌌고, 곧 밀려오는 파동에 환한 빛을 내며 잔잔하게 불타던 벽난로는 순식간에 꺼졌다.
어둠이 자리한 방.
오직 달빛만이 유일한 조명이 된 그곳에서 단테는 식은땀과 더불어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날을 기점으로…….
근 일주일 동안, 단테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