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밤은 끝났고, 해는 다시금 푸른 하늘을 빛내며 떠올랐다.
그리고 지난 밤사이에 일어난 일들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은폐한다고 은폐할 수 있는 수준의 범위가 아니었다.
「내성 안의 폭주? 대체 황궁엔 무슨 일이?」
「이유를 알 수 없는 폭발에 제국 신민들 두려움에 떨다!」
새벽부터 거주 구획의 거리엔 이런 제목을 단 호외가 이리저리 휘날렸다.
비단 호외 때문이 아니라 제도에 사는 신민들 사이에서도 온갖 소문들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혹자는 반란이라 추측했다.
혹자는 그저 사고라고 말했고.
혹자는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인명 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마음을 졸였다.
물론 황궁 지하에 네임드를 숨겨 두고 실험하다가 그것이 탈출했다거나 하는, 그런 사소한 음모론 역시 함께 대두되는 건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었고 말이다.
비단 시민들뿐만이 아니다.
직접 내성을 수호한 제1 군단은 물론, 하룻밤 사이 자신이 일하던 관청 대다수가 무너진 제국의 관료들 역시 영문을 모르긴 매한가지였다.
소문이란 무섭다.
작은 소년이 콩 하나를 훔친 것이 와전되고 와전되면 그 소년은 소나 말을 훔친 대도가 되기 마련이지 않은가.
때문에 황궁에선 곧장 공식 입장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황태자의 황위 찬탈 시도, 그것을 부추긴 엠퍼러 가드의 단장.」
그들이 설명한 충격적인 내막은 다음과 같았다.
「황태자인 시르투스 폰 레벤스라트는 평소 황위에 대해 편집증적일 정도로 욕심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권력에 미친 엠퍼러 가드의 단장, 류튜스 드 아르테미안이 그를 충동질하여 쿠데타를 일으켰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1 군단과 함께 때마침 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찾아왔던 특임대의 실질적 수장이자 특급 황실금성훈장을 받아 황족에 준하는 예우를 받는 단테 대령이 그것을 제압했다.」
내성의 파괴는 단테 대령과 제1 군단의 파일럿들이 쿠데타를 막기 위해 투입되며 일어난 일이고, 알현실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황제는 공표했다.
물론 석연찮은 점은 너무도 많았다.
특히 일부나마 진실을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제1 군단의 파일럿들은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군인이다.
또한 제국의 귀족이며 신민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아무런 대가도 대의도 없이 진실을 세간에 터트릴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결국 일은 그런 명분 아래에 빠르게 수습되기 시작했다.
“아, 아버지를 뵙게 해 줘! 아버지! 아버지이!”
황태자는 로열 가드를 빼앗긴 채로 겨울 궁으로 유폐되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자신의 손으로 끌어내리려 했던 황제를 찾았지만, 그를 끌고 겨울 궁에 처넣은 엠퍼러 가드들의 시선은 한없이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엠퍼러 가드의 수는 반 토막,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인 3분의 1 토막이 나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끌고…… 아니, 모셔가.”
그들은 모두가 황제에게 충성하던, 즉 배신하지 않는 대가로 동료들에게 뒤통수를 맞고 감금당했던 이들이었다.
그들로서는 황태자를 곱게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아버지이! 안 돼애! 안 돼애애애!”
황태자는 핏발이 서고 산발이 된 머리를 뜯으며 발악했지만, 결국 우악스러운 엠퍼러 가드들의 손에 의해 겨울 궁 안에 내던져질 수밖에 없었다.
“끄윽!”
서늘한 바닥에 황태자의 몸이 뒹굴었다.
그들은 문을 닫으며 엉망이 된 황태자를 내려다보았다.
“자, 잠깐만! 잠시만! 헤트 경!”
아마 그는 다시 문밖으로 나오지 못하리라.
그들은 그런 생각을 하며 밖으로 나섰다.
한동안 겨울 궁의 정원엔 황태자의 울분 섞인 괴성만이 울려 퍼질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