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구친 대지를 박차 허공에서 맞붙은 단테와 세이티나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없었다.
다만 그것이 서로의 목숨을 거두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었기에 둘은 미친 듯이 서로를 향해 살의를 흩뿌렸다.
밀려오는 반탄력에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흐르는 코피를 느끼자 미간을 좁혔다.
둘은 어느샌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돋아난 혈관이 팽창하다가 터지는 것도 모른 채 콕피트 너머에 있을 서로를 응시했다.
〔큭!〕
서릿발과도 같은 살기는 기체를 넘어 서로를 훑고 지나간다.
그녀는 분명히 강하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광기에 몸을 맡긴 그것은 분명히 이성을 가진 인간임에도 언뜻 마수처럼 느껴질 정도인 것이다.
-크아아아아아!
네카토르는 세이티나의 목적지 없는 분노를 투영하며 단테를 배제하겠다는 듯이 압도적인 폭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그것에 쉽게 당해 줄 단테는 아니었다.
단테의 혈도를 따라 종횡한 내력은 휘몰아치듯 묵빛 액체를 따라 벤데타의 내부를 지탱하는 케이블을 타고 검은 심장을 미친 듯이 두근거리도록 만들었다.
쿠구구구구궁!
진동하는 대지는 내력이 움직이는 흐름을 따라 빠르게 회전하듯 몰아치며 벤데타의 주변을 아지랑이처럼 감쌌다.
머지않아 맞붙은 둘은 서로를 단번에 찢어발기기 위해 힘을 흐름을 날카롭게 벼렸다.
그러다 그들이 뻗은 살의가 두 기체의 어깨를 동시에 꿰뚫은 순간 전장엔 일말의 신음이 터져 흘렀다.
〔크으으윽!〕
〔컥!〕
밀려오는 고통은 척추를 따라 흐른다.
미간을 좁히고, 비릿한 핏물에 살짝 깨진 이빨의 파편을 퉤하니 뱉어 냈다.
저릿한 손끝이 경련한다.
동시에, 세이티나는 입안에 돋아난 송곳니가 드러날 정도로 크게 울부짖었다.
〔으아아아악!〕
짐승과도 같은 포효를 내뱉은 세이티나의 모습은 그 자체로 이미 악마였다.
보통이라면 그것에 대적하는 것은 용사이리라.
하지만 공교롭게도 악마에게 대적하는 단테와 벤데타의 모습은 그저 또 다른 괴물일 뿐이었다.
〔……같잖은!〕
물론 단테는 전혀 그딴 것을 신경 쓰진 않았지만 말이다.
콰아아아아앙!
격돌하는 마기와 내력, 두 가지 기류가 대지를 따라 종횡하며 미친 듯이 내달린다.
마치 날카로운 발톱과 용암에 녹아내린 것만 같은 그 충격파는 일대를 뒤덮듯이 휩쓸었고, 허공과 공중으로 튄 파편은 휘몰아치며 먼지로 화했다.
허공에 부유하던 순간은 찰나였으나 그만큼 압도적인 폭력과 기류가 오가는 아수라장이었다.
이윽고 둘은 거의 동시에 추락해 대지를 디뎠다.
쿠우우우웅!
거대한 폭음과 함께 육중한 기체가 이미 폐허는커녕 공터에 가깝게 변한 내성의 구획에 발을 디디자, 둘의 기점으로 대지에 내려앉았던 먼지가 일렁거리며 원을 그리며 흩어진다.
〔……!〕
〔……큭!〕
시선이 맞닿는다.
그 순간 서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제각기 주먹과 발톱을 뻗었다.
묵빛의 내력이 일렁거렸다.
마찬가지로, 보랏빛의 내력 역시 손톱이 뻗어지는 궤적을 따라 길게 그어졌다.
콰드드드득!
세이티나의 기체 네카토르의 날카로운 발톱의 끝자락에 벤데타의 장갑이 걸리더니, 이미 꿰뚫린 어깨 위를 덮고 있던 장갑을 대지 아래로 추락시켰다.
내부 프레임은 드러나고, 케이블은 돌출된다.
날카로운 발톱이 어깨 장갑을 뜯어내는 순간 단테 역시 어깨의 살가죽이 뜯겨 나가는 고통을 느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허억, 쿨럭!〕
세이티나는 고통이 담긴 신음과 몰아쉬는 헐떡임을 터트리며 핏물을 토했다.
그 순간 그녀 뒤에서 펄럭거리던 기이한 악마의 날개의 끝자락은 마치 단테를 감싸기라도 하듯이 그의 등 뒤로 뻗어져 이내 등을 꿰뚫었다.
아니, 비단 등뿐만이 아니다.
팔과 다리, 심지어 목 뒤에까지 박힌 날카로운 날개의 끝은 듣기만 해도 섬뜩한 소리를 울렸다.
콰드드드득!
일순간 벤데타의 움직임이 정지하자, 그것을 본 그녀는 승리를 직감한 듯이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말했다.
〔내가, 쿨럭! 말했잖아? 내가 더, 쿨럭! 강하다고 말이야!〕
이미 육신이 감당 가능한 힘 이상을 드러내 버린 그녀의 피부는, 마치 화상이라도 입은 듯이 녹아내리다가 재생되기를 반복했다.
그 때문에 이전까지 아름다웠던 얼굴의 절반 역시 흉측한 화상이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그것에 슬퍼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 이 순간 자신을 감싸는 고양감을 만끽하며 읊조릴 뿐인 것이다.
단테를 잡았다.
당주를 비롯해 사마제천은 물론 이슈페인까지 쉬이 보지 않던 그를 자신이 제압한 것이다.
〔걱정은, 쿨럭! 하지 마. 죽이진 않을 테니까.〕
그녀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물론 진심이었다.
아무리 걸어가는 길이 다르다고 한들, 그녀는 이슈페인이 말하는 것처럼 기존 블랙 가드 모두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들에게 무언가 동질감이라든지, 유대감을 느껴서는 아니다.
……다만 얻을 게 없지 않은가.
그녀는 핏물과 콕피트 내부의 무언가가 뒤섞여 녹아내리며 입술을 스치는 액체를 혀로 한번 훑으며 말을 이었다.
〔차라리 굴복시켜서 써먹는 게 덜 귀찮지 않겠어? 안 그래?〕
블랙 가드의 말단 조직원들에겐 관심 없다.
그러나 중추를 이루던 이들은 충분히 이용할 가치가 충분했고, 그 부분에 대해선 그 자신의 생각이 언제나 옳다고 생각했던 이슈페인조차 아무런 반론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나 그때.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췄던 벤데타의 고개가 천천히 들어 올려지고, 안광을 번뜩인 그는 곧 읊조리듯이 말을 내뱉었다.
〔……피차 생각이 통했군.〕
〔뭐?〕
〔나 역시, 죽일 생각은 없다.〕
세이티나는 미간을 좁혔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반문하는 것이 아닌 당혹감과 의문이 뒤섞인 것이었고, 곧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외쳤다.
〔무, 무슨?〕
분명히 관절을 꿰뚫었다.
이미 피차 진심으로 상대를 죽일 듯이 접전한 것이 수차례였기에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단테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헌데, 어찌 저리도 태연하게 말을 내뱉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쿨럭!〕
그 방증으로 그녀는 또다시 핏물이 뒤섞인 마른기침을 내뱉었다.
그 순간 단테는 마치 그녀가 머리로만 생각한 내면의 의문에 화답하듯이 입을 열었으니.
〔……어째서 네년의 기체만 날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아.〕
그제야 세이티나는 이 상황을 감싸고 있던 묘한 위화감을 깨달으며 나지막이 탄식했다.
순간 짧게 점멸한 벤데타의 안광이 그녀의 콕피트를 지나 시야 속에 들어왔다.
꿈틀거리는 벤데타의 육신이 빠르게 재생되며 일순간 몸에 박힌 네카토르의 날카로운 날개의 끝자락을 부러트렸다.
뿌드득, 따위의 섬뜩한 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벤데타는 세이티나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우악스러운 손길로 네카토르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러고는 입을 가리는 갑주를 우악스럽게 뜯어내더니 턱을 잡아 네카트로의 입을 강제로 벌렸다.
-캬아아아아!
검은 입안에서 살의가 터져 귓가를 스쳤다.
콰득!
그리고 그 순간,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낌 세이티나는 입술을 핏물이 배여 나올 정도로 세게 깨물어 정신을 차리곤 내면의 악마에게 또다시 살점을 뜯어 주었다.
〔크윽!〕
마인화한 육신은 그녀가 던져 주는 살점을 게걸스럽게도 탐식했다.
그 대가로 힘을 얻은 그녀는 이전보다 더욱 번뜩이는 황금색 눈동자와 날카롭게 버려진 송곳니로 일갈했다.
〔단테에!〕
네카토르의 목을 잡고 있는 벤데타의 우악스러운 손목을 비틀어 쥔 그녀는, 이어지던 벤데타의 주먹까지 받아 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그그긍!
밀려오는 강렬한 충격에 주먹을 막아 낸 손바닥이 반쯤 우그러지며 프레임 안쪽을 드러냈다.
동시에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기의 힘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서로를 향해 다시금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앙!
네카토르의 눈에서 어른거리던 보랏빛 안광이 그러했듯이 단테의 기체인 벤데타의 눈도 붉은 안광을 흩뿌리며 긴 선을 그려 냈다.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주먹으로 찍는다.
마치 짐승처럼 갑주를 이빨로 물어뜯는다.
손끝에 걸린 케이블을 뜯어내고, 제각기 이미 프레임이 드러난 손으로 다른 부분을 무자비하게 부숴 내는 것이다.
“미, 미친.”
“그, 그냥…… 마수들이잖아, 저건.”
전황을 지켜보던 군인들마저도 무심결 그렇게 읊조릴 정도로, 공터나 다름없어진 도로에서 서로를 죽이려 드는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괴기스러운 동시에 기이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쿠구궁!
끼기기기긱!
〔커헉!〕
〔컥!〕
뜯긴 갑주들은 폐허를 나뒹굴다가 벤데타와 네카토르의 발에 무참하게도 짓밟혔고, 뒤이어 둘은 거의 동시에 짧은 신음을 터트리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
우우웅!
보라색과 잿빛.
상반되는 두 가지의 색깔이 조금 전까지 기체들이 날뛰던 허공에 미친 듯이 점멸했고, 곧 기체들은 언제 그 자리에 존재했냐는 듯이 신기루처럼 자취를 감췄다.
“쿨럭!”
동시에 허공에서 추락한 세이티나와 단테는 제각기 핏물과 침, 땀이 뒤섞인 얼굴로 위태롭게 대지를 디뎠다.
“쿨럭, 꼴이, 말이 아닌데?”
“……누가 할 소리를.”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그렇게 읊조렸다.
하지만 그들이 기체에서 내려오자, 태연한 둘과는 달리 한달음에 달려와 포위한 군인들의 눈동자는 한없이 떨리고 있었다.
‘……인간 맞아?’
‘……말, 말도 안 돼.’
그도 그럴 것이 둘의 몰골은 너무나도 처참했다.
기체의 파손은 파일럿의 고통을 담보한다.
이 말은 다시 말해 둘 모두 그들의 육체가 갈가리 찢기는 고통을 느꼈다는 뜻이기에 그들이 두 발을 디디고 서 있다는 것 자체로도 그들에겐 충격이었다.
퉤-!
입안에서 굴리던 핏물을 내뱉은 단테는 땀에 절어 버린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 순간 드러난 그의 눈은 실핏줄이 터져 더욱 붉게 번뜩이고 있었다.
세이티나는 어떤가.
보랏빛과 붉은색이 뒤섞인 채 얼굴의 반쪽이 재생되었다가 녹아내리기를 반복하는 듯 꿈틀거렸다.
그 때문에 검은 블랙 가드의 제복마저 녹아내려 살갗에 흉터를 가득 드러냈다.
누가 보더라도 둘 다 이미 전투 불능.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린 한 중위는 이 상황을 인지하고는 휘하의 소대원들에게 외쳤다.
“일단 체포해!”
“아, 알겠습니다!”
군인에게 명령을 절대적.
물론 이전에 라리이 중령은 개입하지 말 것을 주문했으나 이미 기체에서 내린 이상 그 명령은 현장 지휘관이 해석하기 나름이 되었다.
때문에 병사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들을 향해 총구를 들이밀었다.
포위망이 갖춰졌음을 확인한 대위는 곧 단테를 향해 외쳤다.
“대령님! 남은 일은 저희 측에서 맡겠습니다! 빠르게 치료를……!”
그러나 그때.
“특급 황실금성훈장을 받으면 황족에 준하는 예우를 약속받는다고 했었지.”
“예?”
단테는 총구를 들이밀고 당장이라도 자신을 자리에서 벗어나게 하고 세이티나를 향해 방아쇠를 당길 듯한 그들을 응시했다.
그러다 이윽고 입을 열어 말하니.
“명령이다. 끼어들면 죽이겠다.”
그건, 꽤 짙은 진심이 담긴 경고였다.
기갑천마
제도의 밤 (9)
시야 끝자락에 서로가 걸린다.
세이티나는 핏발이 바짝 선 눈으로 단테를 무섭게 노려보았고,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군인들은 무심결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얼굴 반쪽이 녹아내리다가 재생되는, 기묘하고도 괴이한 모습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그녀의 자태는 그 자체로 꿈에 나올 듯이 섬뜩했으니까.
‘……그런데.’
소대를 이끌고 그들을 포위한 중위는 세이티나의 모습에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이윽고 시선을 옮겨 단테를 응시했다.
정작 그녀의 앞에 선 단테의 얼굴은 태연하다.
분명히 꾸며 낸 얼굴이라면 약간의 틈이나 동요라도 보여야 정상일 터인데, 그는 정말로 아무렴 상관없다는 듯이 단지 뻐근한 손을 풀고 있을 뿐이다.
그에겐 두려움이란 없는가?
만약 그게 아니라면, 아주 잘 꾸며 낸 가면이란 말인가?
‘후자라고 해도…….’
인간이 그럴 수가 있는 걸까.
그들은 쉽사리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그저 단테와 세이티나의 대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단테의 무심한 듯한 행동에 묘한 감흥을 받은 건 비단 군인들뿐만이 아니었는지, 세이티나 역시 곧 씨익 입꼬리를 올리고는 말했다.
“역시, 마음에 들어.”
단테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전 내뱉은 말에 진심이 가득 담겨 있다는 걸 말이다.
“가끔 보면, 너희가 살던 그 중원이라는 데가 우리 마계랑 꽤 어울릴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이윽고 진심과 의문이 뒤섞인 읊조림으로 단테에게 한 가지를 물었다.
“왜 당주의 편에 선 거지?”
그 이면에 담긴 감정은 무얼까.
언뜻 납득할 수 있다는 듯이 읊조리는 목소리임과 동시에 그 속에는 진의를 의심하는 듯한 강한 의문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의 입꼬리가 비릿한 호선을 그린다.
핏물이 굴곡진 목을 따라 흘러내렸다.
머지않아 그녀는 말했다.
“거창한 대의가 있어 보이지도 않고…….”
저벅, 하며 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
처음은 조금 비틀거리던 걸음은 곧 균형을 잡았고, 그녀는 언뜻 이죽거리는 것처럼 느껴질 목소리로 말했다.
“고향 동포에 대한 동질감? 연민? 글쎄,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고작 그런 감정으로 상대를 도울 만큼 감성적이진 않을 것 같고…….”
저벅.
걸음에 속도와 보폭을 더했다.
이윽고 당장이라도 폭주하여 몸을 갉아 먹을 듯했던 마기를 억누르는 데에 성공한 세이티나의 육신은, 점차 부패보다 재생이 빨라졌다.
그것에 만족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내뱉는 말의 여흥이 강한 것인지 모를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
“대가를 약속받지도 않았고, 책임감이라기엔 비약적이야. 하지만 복수심이라기에도 무언가 결여된 느낌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혹시…….”
순간 그녀의 황금색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곧 재생이 끝난 피부가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고, 호선을 그린 그녀의 입꼬리엔 장난기가 맴돌며 그녀는 입을 열었다.
“사랑인가? 그런 거야?”
그녀는 마치 내뱉은 말이 정답이고, 자신은 그것을 찾아낸 천재라도 된다는 듯이 단테를 향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당연하게도 단테의 반응은 정해져 있었으니.
그는 미간을 좁혔고, 몸을 가볍게 풀던 것을 멈추고 마치 들어선 안 될 것이라도 들었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읊조리듯 말하는 것이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일축하는 그의 말투는 꽤나 신경질적이었다.
그러자 어느새 그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걸음을 멈춘 세이티나는 왜 그렇게 짜증을 내냐는 듯이 그를 향해 어깨를 한번 으쓱거리고는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면 말지, 왜 그렇게 짜증이야? 뭐라도 찔린 사람처럼. 큭큭!”
어쭙잖은 도발임을 그가 모를 리가 없었다.
때문에 그는 말했다.
“시끄럽다.”
안광이 번뜩거린다.
군화는 먼지가 된 폐허를 디디고, 펄럭거리는 군복이 허리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린다.
그리고 그 순간 세이티나는 단테가 공격할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닫기라도 한 것인지 몸을 뒤로 박찼다.
콰아아아아아앙!
대지를 박찬 순간 먼지와 건물의 파편이 튀었다.
군복의 끝자락도 두 사람의 신영을 따라 흔들렸다.
말릴 틈도 없이 또다시 시작된 전투.
“어, 어떻게 합니까!”
“중위님!”
그것에 소대원들은 물었고, 결국 중위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뒤로 물러선 후, 상황을 지켜본다.”
그로서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기에 한 발자국 물러선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단 한 가지일 뿐이었으니.
‘신이시여.’
신께 이 모든 일이 잘 지나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비는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