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월신공(白月神功).
만월파멸격(滿月破滅擊).
어두운 밤하늘이 어지럽게 진동하며 멎었던 섬광이 빠르게 점멸한다.
광원은 마치 게걸스러운 괴물처럼 어둠을 삼켰고, 때때로 암전하고 점멸하며 세이티나의 기체-네카토르를 찢어발길 듯이 쇄도했다.
콰아아아앙!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울린 직후, 어지럽게 뒤틀리고 꼬인 악마의 외격이 쩌저적 갈라지며 곧 때늦은 폭음이 찢어질 듯 일대를 뒤덮었다.
콰과과과과광!
마치 공간을 잡아 뜯듯이 뻗어진 공격은 네카토르의 기체를 갈가리 찢어발길 듯한 파괴력과 함께 허공을 뒤흔들었다.
달빛마저 삼키는 듯한 굉음 속에서 네카토르는 단테의 공격을 받아 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단테는 손끝에서 사그라든 감각에 미간을 좁히며 나지막이 혀를 찼다.
〔……잔재주를.〕
단테가 흩뿌린 공격은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사라졌고, 그 빈자리를 대신한 검은 안개 너머로 네카토르의 날카로운 손톱이 뻗혔다.
〔크아아아아!〕
겉모습이 악마처럼 바뀌니 저도 악마인 줄 착각이라도 하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그저 악마였던 자아가 깨어나기라도 한 것인지 모른다.
다만, 세이티나는 괴성을 내지르며 당장이라도 단테를 찢어 죽이겠다는 듯이 공격해 왔다.
그 모습이 ……짐승과 같다.
그런 생각을 무심결 한 단테였으나, 그것이 세이티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당연한 일이다.
어찌 그녀를 무시할 수 있겠는가.
콰드드득!
〔큭!〕
단테는 어깨에 그어진 보랏빛 긴 선들을 바라보지도 않고 느낀 채 이를 악물었다.
갑주가 우그러진다.
벤데타의 검은 심장은 상처를 입은 야수의 그것처럼 미친 듯이 두근거림과 동시에 허공에서 그대로 추락하다가, 겨우 균형을 잡으며 폐허라는 말도 우스워진 공터에 발을 디뎠다.
쿠구구구구구궁!
자욱한 흙먼지가 일렁거린다.
그러나 단테는 곧바로 시선을 하늘 위로 올린 채였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이 추락한 궤적을 그대로 따라 내리꽂히는 세이티나를 응시하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하늘을 나는 것들은 하나같이 귀찮구나!〕
그녀의 악마, 또는 마수 같은 외형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면 그저 날개가 갑자기 돋아남으로써 생긴 공간의 차이 때문일까.
단테는 미묘한 짜증이 담긴 일갈을 터트리며 혈도 속에서 폭발적으로 꿈틀거리는 내력을 터트리는 동시에 대지를 디뎠다.
쿠웅!
벤데타의 거대한 발이 우그러진 폐허 속 파편을 짓밟으며 내리꽂힌다.
순간 그의 붉은 눈이 번뜩이며 읊조리니.
쿠구구구궁!
수천의 뿌리와 온갖 것을 머금은 대지가 일순간 진동하고, 그로 말미암아 흙과 돌덩이가 허공으로 치솟으며 비가 되어 흩날렸다.
지축이 뒤틀리고 나아가 천지가 굉음에 휩싸였다.
곧 갈라진 대지가 솟구치며 단테를 중심으로 거대한 원을 그렸으니, 단테는 때마침 보랏빛 섬광을 두 눈에 일렁이며 자신을 향해 빠르게 하강하는 네카토르를 향해 일갈했다.
〔세이나!〕
그리고 그 순간.
세이티나는 얼굴 곳곳에 솟구친 핏줄을 꿈틀거리며 마치 억울하다는 듯이 진심을 담아 외쳤으니.
〔세이티나라고, 이 새끼야!〕
우웅!
짧은 순간 네카토르의 두 눈에서 일렁거리던 보랏빛 섬광이 아지랑이처럼 흔들거렸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
곧 대지를 디디고 뛰어올라 솟구치는 단테와 눈의 섬광으로 궤적을 그리며 떨어져 내리는 세이티나가 격돌했다.
기갑천마
제도의 밤 (8)
콰아아아앙!
솟구친 대지를 발판 삼아 뛰어오른 벤데타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단순한 ‘나이트 프레임’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네카토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갈라진 장갑 사이로 돋아난 기형적인 악마의 날개와 서슬퍼런 보랏빛 안광, 그리고 날카로운 손톱은 그 자체로 기존에 군인들이 알던 상식이라는 것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었다.
“……미친.”
“저딴 게 나이트 프레임이라고? 거짓말하지 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감정을 겨우 속으로 삼켰다.
그리고 그 순간, 거대한 폭음이 제멋대로 땅이 솟구친 내성 안에 울려 퍼졌다.
군인들은 어찌 상황이 돌아가는지는 이해하지 못해도 단 한 가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끼어드는 순간 죽는다.
그건 확신이자 동시에 두려움이었다.
군홧발에 다가간 무지한 개미처럼, 혹은 그저 풀을 뜯다가 영문도 모른 채 미간이 꿰뚫리는 토끼처럼 그 어떠한 반항조차 쉽사리 하지 못하고 비루하게 죽어 갈 것이라는 예상 말이다.
그것을 확신한 일선의 군인들은 이유도 모르게 조용해진 상급자들을 찾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바닥에 주저앉거나 궤도차에 몸을 붙이며 눈앞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뭐가 되었든, 빨리 끝나라.’
그건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이었지만, 너무나도 당연한 욕구였다.
그들에겐 돌아갈 집이 있었으니까 말이다.